SKT T1이 롤드컵 2회 우승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2013 롤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페이커-벵기’의 호흡은 이전보다 더욱 완벽해졌고, 다른 팀원들 역시 하나가 되어 빈 틈 없는 운영을 선보였다. 위기마저 운영 능력으로 극복하는 SKT T1은 확실히 그 어느 때보다 최고의 기세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SKT T1이 자랑하는 운영의 중심에는 ‘벵기’ 배성웅이 있었다. 시야 장악은 기본이고 라이너들이 활약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롤드컵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글러들을 압도해왔고, 최고의 정글러 자리에 자신의 깃발을 꽂기 위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2015 롤드컵에서 ‘the jungle’ 배성웅은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 미드 '순간 이동' 활용하려면? '벵기' 배성웅이 만든 완벽한 조건


최근 롤드컵에서 미드 라이너들이 소환사 주문으로 '순간 이동'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메타에서 얼마나 '순간 이동'을 활용해 교전과 운영에서 이득을 챙기느냐가 중요해졌다. 상대보다 빠르게 교전 지역으로 합류하거나 포탑 철거, 드래곤 획득 등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배성웅은 '페이커' 이상혁이 '순간 이동'을 완벽한 타이밍에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줬다. '폰' 허원석과 '페이커'의 대결이 기대되는 EDG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 배성웅은 첫 아이템으로 핑크 와드를 들고 '울프' 이재완과 함께 미드 라인 주변부터 상대 정글 지역까지 초반 시야 장악을 마쳤다. 상대의 핑크 와드까지 파괴하고 미드 주변 시야에서 확실히 EDG를 압도했다.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갱킹의 부담을 던 이상혁의 움직임은 한결 가벼워졌다. 이상혁은 갱킹에 취약한 라이즈로 과감하게 딜 교환을 시도했고 허원석의 에코를 라인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이상혁이 상대의 갱킹을 염두에 둬야 하지만, 라인전 주도권을 확실히 잡은 이상혁은 원하는 타이밍에 '순간 이동'으로 교전 지역으로 합류해 킬 스코어를 올릴 수 있었다.


배성웅은 이상혁이 교전을 펼치는 동안에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했다. 이상혁이 귀환했다가 돌아오는 시간에 미드 라인을 커버하며 라인으로 복귀할 시간을 벌어줬다. '순간 이동'을 아낀 SKT T1은 원하는 타이밍에 교전을 열거나 라인을 밀어내 이득을 챙길 수 있다. 반면, 상대는 밀리는 라인과 CS 유지를 위해 '순간 이동'을 낭비할 수 밖에 없었고, 미드 라인전과 합류전의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SKT T1 쪽으로 넘어왔다.

배성웅의 시야 장악과 라인 커버는 눈에 띄는 화려한 플레이는 아니다. 하지만 팀원이 활약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만들었다. 배성웅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팀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2013년에 이어 2015 롤드컵에서도 '페이커-벵기' 조합은 운영의 정교함이 더 해졌고, 다른 라인과의 유기적인 호흡 역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 배성웅의 '트타 키우기'? 탑 중심 메타 속 빛나는 원거리 딜러


이번 롤드컵은 탑 라이너가 활약이 돋보이는 경기가 많았다. 리워크와 상향 패치를 받은 피오라, 갱플랭크, 다리우스 등이 교전에서 강력한 딜과 밸런스 잡힌 탱의 역할, 스플릿 푸시까지 해내며 탑 라이너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kt 롤스터와 KOO 타이거즈 8강 대결에서 초반 격전지가 매 세트 탑 라인이었던 만큼, 많은 팀들이 탑 라이너의 성장을 위해 초반부터 탑 갱을 시도하는 추세다.

▲ 10월 17일 기준 KDA 순위

그런데 SKT T1에는 탑 라이너보다 눈에 띄는 KDA를 보유한 원거리 딜러인 '뱅' 배준식이 있다. 성장형 챔피언인 트리스타나(롤드컵 기간 4회)를 주로 선택해 막강한 후반 화력을 자랑했다. 트리스타나는 라인전이 약해 홀로 성장이 쉽지 않지만, 팀원의 도움으로 초반을 잘 넘기면 확실히 강해진다.

배성웅은 탑에 집중하는 다른 정글러와 달리 봇 라인에도 힘을 줬다. 라인전이 약한 트리스타나가 무리해 보일 정도로 과감하게 딜 교환을 시작하면, 어느새 배성웅이 도착해 이재완과 함께 완벽한 킬 장면을 연출해냈다. 상대의 갱킹으로 봇 라인이 힘든 상황에서는 라인 클리어를 도와주며 귀환할 시간을 벌었다.

배성웅의 움직임에 따라 SKT T1은 유기적으로 행동했다. 배성웅이 봇 라인으로 갈 때, '마린' 장경환은 안정적으로 CS를 수급했다. 반대로, 탑 라인으로 갈 때는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며 상대의 체력을 확실히 깎아놨다. SKT T1은 팀원들의 사전 작업을 바탕으로 배성웅은 확실한 킬을 만들어내며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 라인 주도권과 킬을 동시에! '벵 the dive god 기'



이번 롤드컵에서 배성웅은 수많은 다이브를 성공시켰다. 9경기 중 6번이나 엘리스를 선택해 라이너의 성장과 운영에 힘이 되는 완벽한 다이브를 선보였다. 다이브는 위험 부담이 크지만, 엘리스의 적절한 '줄타기'(E) 활용으로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다. 다이브에 성공하면 아군 영웅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라인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배성웅은 뛰어난 다이브 능력으로 빠르게 추가 이득을 챙겼다. EDG와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배성웅은 첫 다이브로 'AmazingJ'의 나르를 끊어냈다. 다이브로 선취점을 따낸 배성웅은 허원석이 집으로 귀환할 때, 이상혁과 함께 상대 정글 지역을 장악했다. 장경환 역시 라인을 밀며 정글 지역으로 합류할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레드 버프를 가져간 배성웅은 두 번째 다이브까지 성공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는 나르의 의지를 꺾어버렸다.

뱅기의 다이브는 SKT T1의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됐다. 라인을 밀어놓은 상황이기에 다이브에 성공하면 미니언 웨이브와 함께 포탑 체력을 깎고 원하는 타이밍에 포탑을 밀어내며 운영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상대의 갱킹에 당하고 드래곤을 내줘도 포탑을 철거하며 위기를 극복할 발판을 미리 마련해 놓은 것이다.


SKT T1의 운영은 완벽하다. 각자 개인 기량도 뛰어나지만, 팀원 모두가 하나가 돼 위기를 극복한다는 점이 더 무섭다. 그리고 '벵기' 배성웅은 운영의 중심에서 팀원 간 플레이를 연결해주는 핵심 역할을 했다. 남은 롤드컵 경기에서 배성웅이 어떤 활약으로 SKT T1의 운영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을지 앞으로의 활약에 더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