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도 이제 대망의 결승전 한 경기만을 남겨두게 됐다.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고 무실세트 전승우승을 노리는 SKT T1(이하 SKT)이 태산같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kt 롤스터, 프나틱 등 강팀을 꺾고 올라온 KOO 타이거즈가 SKT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도전한다.

5년의 역사를 지닌 롤드컵은 결승전 때마다 다양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상당히 오래된 대회인 시즌1 결승부터 가장 최근의 시즌4 결승까지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팀이 우승을 했는지 알아보자.


■ EU 메타가 태어난 롤드컵 시즌1


첫 번째 대회인 롤드컵 시즌1은 단 8팀 만이 참가한, 지금과 비교하면 꽤 작은 규모의 대회였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팀인 CLG, TSM, 프나틱 등이 이 대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대회 방식은 지금같은 그룹 스테이지-토너먼트로 이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그룹 스테이지-더블 엘리미네이션 플레이오프 방식을 취했다.

프나틱은 비록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aAa와 에픽 게이머에게 패배해 1승 2패를 기록,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부터 치르게 됐다. 그러나 프나틱은 이후 탑-정글-미드-원딜-서포터라는, 현 LoL 메타의 뼈대인 EU스타일을 창시했다. 뚜렷한 체계가 잡혀있지 않았던 당시 LoL에서 프나틱이 창조한 EU스타일은 가히 혁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EU스타일을 바탕으로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CLG를 2:1로 꺾었고 이후 그룹 스테이지에서 자신들을 꺾었던 에픽 게이머와 aAa를 2:0으로 연파, 패자전으로 한 번도 내려가지 않고 최종 결승전에 가장 먼저 안착했다.

승자전 결승에서 프나틱에게 패한 aAa는 패자 결승에서 TSM을 2:0으로 잡고 최종 결승전에 진출, 프나틱에게 재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프나틱은 또 한 번 aAa를 2:1로 꺾으면서 롤드컵 시즌1의 왕좌를 차지함과 동시에 전 세계로 EU스타일이라는 LoL의 근본을 퍼뜨렸다.


■ 시즌2, TPA란 이름의 암살자가 전 세계를 경악시키다


롤드컵 시즌2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팀이 참가를 했다. 당시 참가한 한국 팀은 국내 최고의 실력을 지닌 팀이란 평가를 받던 아주부 프로스트와 '막눈' 윤하운을 앞세운 공격 스타일이 빛나는 나진 소드. 양 팀은 그룹 스테이지에서 각각 3승을 거두며 기세 좋게 8강까지 진출했다.

8강에서 나진 소드의 상대가 TPA로 정해졌을 때, 당시 추첨에 나섰던 윤하운을 비롯해 모든 한국의 팬들이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TPA는 국내리그인 배틀로얄에서 보여준 성적과 경기력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기에 '왜 저런 팀에게 시드를 주느냐'는 여론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자국 리그에선 성적이 좋았다지만, 그것은 전부 대만 리그의 경기력이 낮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로 치부됐다.

하지만 TPA는 국내에서 경기할 때와 같은 팀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나진 소드를 2:0으로 완파했다. 밴픽, 라인전 설계, 한타, 운영 모든 면에서 TPA가 앞섰다.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한국 팬들 대다수는 '나진 소드가 상대를 너무 약팀이라 생각해 방심했다'고 믿었지만, TPA가 4강에서 세계 최강 중 하나로 불리는 M5마저 꺾자 이제는 TPA의 실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주부 프로스트는 TSM, CLG.EU를 꺾으면서 결승에 안착해 대만의 암살자 TPA를 상대하게 됐다. 1세트에서 아주부 프로스트는 힘겨운 싸움을 펼치다가 한타에서 '빠른별' 정민성의 카서스가 한타에서 쿼드라킬을 기록한 것을 기점으로 간신히 역전승을 따냈다. 그러나 2세트부터는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TPA에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토이즈'와 '베베'의 압도적인 라인전 능력을 바탕으로 아주부 프로스트를 찍어누른 TPA는 맵리딩까지 완벽하게 하면서 남은 모든 세트를 승리, 3:1 스코어로 우승을 차지했다. 8강에 이름을 올린 팀 중 최약체로 평가받던 TPA의 대반란이었다.

한국은 첫 롤드컵 참가에 결승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아쉽게도 우승엔 실패했다.


■ 엇갈린 운명의 시즌3, 왕이 된 SKT T1 K와 극도로 부진한 삼성 오존


한국에서는 SKT T1 K와 삼성 오존, 나진 블랙 소드 세 팀이 롤드컵에 참가했다. 시드를 받은 나진 블랙 소드는 8강에 미리 대기하고 있었고, SKT T1 K와 삼성 오존은 각각 A, B조에서 그룹 스테이지를 펼쳐야 했다. 대회 시작 전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SKT T1 K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OMG에게 1패를 당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를 승리하며 7승 1패로 무난하게 조 1위를 달성했다.

문제는 삼성 오존이었다. 삼성 오존은 평소 국내에서 보이던 모습과 달리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서 질 때는 완패를, 이길 때도 힘겹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결국 프나틱과의 1차전에서 대형사고가 터졌다. '다데' 배어진은 그라가스로 스킬을 거의 맞추지 못하면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이어지는 경기에서도 미드 이즈리얼을 제외하면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삼성 오존은 진출 결정전에서 갬빗 게이밍에게 패배해 결국 그룹 스테이지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다른 두 팀인 SKT T1 K와 나진 블랙 소드는 승승장구했다. 양 팀은 각각 감마니아 베어즈와 갬빗 게이밍을 꺾고 4강에서 만났다. '나그네' 김상문이 그라가스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나진 블랙 소드는 2:1까지 앞섰으나, '푸만두' 이정현의 자이라가 내내 봇 라인에서 활약하고 5세트에서는 '페이커' 이상혁이 3인 갱킹을 당한 상황에서 2킬 1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산화하는 등 SKT T1 K의 반격이 더 거셌다. SKT T1 K는 나진 블랙 소드까지 넘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 상대는 중국 1인자 로얄 클럽. 하지만 결승전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일방적으로 SKT T1 K의 승리로 끝났다. SKT T1 K는 1세트에서 3:5 한타를 승리하는 괴물같은 모습을 보였고, 2세트에서는 상대 카사딘에게 4킬을 내주면서 순간 삐걱거렸으나 최후의 한타에서 '피글렛' 채광진이 쿼드라킬을 달성하면서 끝을 냈다. 멘탈이 터진 듯한 로얄 클럽은 3세트 초반부터 부쉬 페이스 체크를 하다가 케넨의 존재감이 0이 되었고 SKT T1 K는 20분 만에 무난히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롤드컵 시즌3를 통해 이상혁의 이름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한국은 최초로 롤드컵 우승을 들어올렸다. 또한 이는 윈터 시즌에 시작될 SKT T1 K의 전설의 서막이 되었다.


■ 시즌4를 제패한 최고 성능의 탈수기, 삼성 화이트


전 시즌 챔피언인 SKT T1이 롤드컵 진출전에서 패배해 출전조차 하지 못하면서 롤드컵 시즌4는 시작부터 이변이 일어났다. 롤드컵 시즌4는 지난 시즌과 다르게 롤챔스와 비슷하게 4개 팀을 1개 조로 나뉘어 총 4개 조를 편성했다. 전 시즌 참패의 수모를 씻기 위해 재출전한 삼성 화이트와 배어진이 이끄는 삼성 블루, 그리고 나진 화이트 실드가 출전해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에서 우승을 따내기 위해 나섰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삼성 화이트는 6전 전승, 삼성 블루는 5승 1패로 깔끔하게 조 1위를 확정지었다. 반면 나진 화이트 실드는 4승 2패로 조 1위를 기록하면서 8강에 진출했으나 얼라이언스와의 2차전에서는 퍼펙트 패배를 당하는 등 경기력이 상당히 불안했다. 결국 나진 화이트 실드는 8강에서 OMG에게 0:3 패배를 당하며 탈락하고 말았다.

삼성 화이트는 8강에서 TSM을 상대로 3:1 승리를 따냈고, 4세트에서 '임프' 구승빈은 펜타킬을 달성하는 위업을 세웠다. 삼성 블루는 C9에게 1세트에서 완패를 당했으나 남은 세트를 모두 이기고 3:1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삼성 화이트처럼 완벽한 운영을 펼치지는 못하면서 4세트에서 다 이긴 경기를 질 뻔하는 등 약간의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4강에서 만난 두 형제 팀의 대결에서 삼성 화이트는 '루퍼' 장형석의 엄청난 탱킹 능력을 앞세워 특유의 탈수기 운영을 선보이면서 3:0으로 삼성 블루를 완파했다.

삼성 화이트의 결승전 상대는 '인섹' 최인석과 '제로' 윤경섭을 영입해 또 한 번 우승을 향해 재도전장을 내민 로얄 클럽이었다. 로얄 클럽 역시 원딜러 '우지'가 강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지세스 메이커' 전략으로 승리를 챙겨왔으나, 삼성 화이트의 빡빡한 탈수기 운영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특히 '마타' 조세형은 매 상황마다 완벽한 오더를 내리면서 상대 시야를 순식간에 잠식했고 이를 바탕으로 삼성 화이트는 로얄 클럽을 어린애 손목 비틀듯이 쉽게 제압했다. 로얄 클럽도 3세트에서 '우지세스 메이커' 전략을 성공시키며 한 세트 만회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삼성 화이트는 4세트에서 최인석의 판테온을 완벽히 봉쇄하며 승리, 3:1로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 화이트는 지난 롤드컵 시즌3에서의 처절한 실패를 밑거름 삼아 더 완벽한 팀으로 거듭나면서 모두의 예상대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에서 한국이 롤드컵 2연속 제패에 성공한 것이다.



시즌4 이후 세계 최강으로 칭송받던 삼성 화이트, 삼성 블루의 멤버들 전원이 중국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SKT T1 K 시절 멤버들마저 상당수 변동이 생기면서 한국은 더 이상 LoL 강국이 아니란 평가가 많았다. IEM 시즌9 월드 챔피언십에서 CJ 엔투스와 KOO 타이거즈(당시 GE 타이거즈)가 해외 팀들에게 무너지고, MSI에서 SKT T1이 EDG에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하자 국내 리그인 롤챔스의 수준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한국 팀들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단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시켰다. 벌어진 해외 팀과의 격차를 점점 따라잡더니, 롤드컵 시즌5 무대에서는 이미 이들을 아득히 추월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결국 한국 VS 한국 결승 매치를 성사시키면서 이 사실을 증명했다.

이제 남은 경기는 단 하나. SKT T1과 KOO 타이거즈, 둘 중 어떤 팀이 다섯 번째 역사의 마지막 장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려놓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