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는 착해야만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없다. 혹자는 프로게이머라면 인성 역시 좋아야 한다고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는 프로게이머가 게임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 주제는 언제나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된다.

최근 오버워치 커뮤니티는 프로 지망생들의 인성 문제로 연일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 팀은 특정 선수의 핵 사용 의혹을 미리 짜고 진실처럼 부풀리거나 '칼 들고 찾아갈지도 모른다'며 협박을 하기도 했고, 또 다른 팀에서는 프로 지망생이 타 게임 내외적으로 일삼은 언행이 문제가 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는 현재 초창기인 오버워치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프로들의 인성 문제가 가장 크게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LoL이었다. LoL 프로 지망생들, 혹은 현역 프로들 중에서 일부분이 데뷔 전 욕설, 트롤링, 심할 경우 '패드립'등 언행에서 많은 문제를 보였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 역시 많은 선수들의 커뮤니티 내역이나 게임 내 언행이 문제됐다.

▲ 프로게이머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는 팬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 "축구나 야구 선수들 중에도 언행이 불량한 사람이 많은데 왜 프로게이머만 언행을 문제 삼느냐"라고. 그 말처럼 스포츠 선수들 중에도 불량한 언행을 보이는 선수는 적지 않다. 하지만 스포츠와 e스포츠의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리오넬 메시가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끝낸 후 스페인 조기축구단에 어울려 공을 몰지 않고, 코비 브라이언트가 연습 게임을 마친 다음 길거리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농구를 하지 않는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팬에게 노출되는 일은 그들이 직접 경기장에 나올 때를 제외하면 그렇게 많지 않다. 당장 축구 팬들이 메시가 공 차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해서 FC 바르셀로나의 연습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는 다르다. 팬들이 원할 때면 언제든 그들이 공방에서 게임을 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고, 프로게이머가 했던 언행은 과거 게임 기록 및 커뮤니티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많은 선수들이 스스로 개인 방송을 켜면서 팬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즉,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 비해 팬들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다른 것이다.

▲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랑받는 선수들은 인성 또한 매우 뛰어났다

그렇기에 프로게이머, 혹은 프로가 되기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직업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언행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프로'가 무엇인가. 그 분야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이자 누군가에게는 우상이 되는 존재, 누군가가 자신들을 보며 같은 꿈을 꾸게 만드는 존재다. 프로게이머는 해당 종목의 상징이고, 얼굴이다.

그런 의미에서 LoL부터 시작해 오버워치에 이르기까지 언행 문제가 불거졌던 선수나 소속 팀의 행보를 보면 아쉽기 그지없다. 문제를 야기했던 선수나 팀들 중 숨지 않고 직접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던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특히 오버워치는 게임이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아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수많은 팀들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전국 각지에서 온갖 고수들이 프로가 되기 위해 달려드는 만큼 프로 지망생들의 인성 문제 또한 타 종목에 비해 더 쉽게, 더 자주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첫 걸음을 떼던 순간에 게이머 인성 논란을 확실하게 잡지 못하면 선수, 팀, 더 나아가 게임 자체에 주홍글씨가 새겨진다. 프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력이 그릇된 인성과 언행의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임요환, 홍진호, 장재호 등의 '레전드'들은 현역 시절 큰 논란을 일으킨 적 없이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멋지게 은퇴한 반면 누군가는 현역일 때도, 은퇴 후에도 조롱과 비아냥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이것은 단지 실력과 커리어 차이 때문만이 아니라 '프로'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알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고 지냈느냐의 차이다.

가장 강력한 차세대 e스포츠 기대주로 평가받는 오버워치. e스포츠 종목으로써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탄탄하게 내실을 다지고 첫 걸음을 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인성 논란 등에 대한 팀 차원에서의 확실한 대처, 무엇보다 선수 본인들이 경각심을 갖고 '프로답게' 행동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프로 지망생들에게 묻고 싶다. 임요환-장재호와 같은 프로, 현역일 때나 은퇴 후에나 손가락질과 비아냥을 받는 프로. 본인들이 프로게이머의 꿈을 꾸었을 때 그렸던 자신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나? 무엇이 두 부류의 차이를 만드는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