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은 모든 LoL 프로게이머의 꿈과 같은 무대다. 그 어떤 LoL 프로게이머도 롤드컵 출전을 희망하지 않는 이가 없다. 아무리 지역 리그에서 거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선수라도 월드컵을 최고의 대회로 꼽는 것처럼, LoL 프로게이머에게 롤드컵은 그런 대회다.

팬들 입장에서도 롤드컵은 전세계 최고의 LoL 프로게이머를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최고의 대회다. 전세계 축구 팬들이 월드컵이 열리는 나라로 관광을 떠나듯이 롤드컵 개최국에도 LoL 팬들이 정말 많이 모여든다. 그들에게는 전세계 최상급 LoL 프로게이머의 경기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해서 끝까지 롤드컵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선수는 한정되어 있다. 패자는 더이상 롤드컵에서 활약할 수 없다. 그래서 그 선수를 응원하던 팬들은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아래 소개할 이들이 특히 아쉽다.


■ 뼈아픈 탈락... 그래도 빛났던 TSM '비역슨'


이제 '비역슨'하면 LoL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정도로 '비역슨'은 NA LCS가 낳은 최고의 스타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남다른 떡잎을 자랑했던 그는 이제 북미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드 라이너 자리에 등극했다. '북체미(북미 최고의 미드 라이너)'라는 별명이 거추장스럽지 않다.

그가 소속된 TSM이 역대급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크게 상승했다. 항상 고통받는 미드 라이너로 유명했던 '비역슨'이었기에 팬들은 "이번에야말로 '비역슨'이 국제 무대에서 맹활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16강 탈락. 충격적이었다.

이번에도 '비역슨'은 정말 잘했다. 뛰어난 라인전 실력과 압도적인 피지컬, 한타에서의 위치 선정과 폭발적인 대미지까지. 왜 그가 엄청나게 좋은 평가를 받는지 또 스스로 입증했다. 언제까지 그가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할까. '비역슨'이 이 기사에 언급되는 것에 대해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 넘치는 잠재력 I MAY '아테나' 강하운


ESC 에버 소속일 때부터 남달랐던 '아테나' 강하운이 중국 LPL로 떠난다고 했을 때 많은 국내 팬이 아쉬워했다. 그의 센스 넘치는 플레이와 캐리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하운은 '폰' 허원석과 '데프트' 김혁규와 EDG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손대영 감독이 이끌고 있는 I MAY로 이적했고, 그곳에서 날개를 활짝 폈다. I MAY는 그를 중심으로 하는 팀이 됐고, 강하운은 그 역할을 곧잘 해냈다. '배미' 강양현이 합류한 이후에도 제 역할을 잘 해내며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롤드컵에서도 '아테나' 강하운은 빛났다.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LoL 프로게이머라고 하기엔 전세계 내로라하는 미드 라이너 앞에서도 제 기량을 뽐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로드' 윤한길의 출전 정지 처분으로 포지션을 꼬아서 출전했던 플래쉬 울브즈와의 대결. 그는 리 신 정글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또다시 해냈다. 맨 앞에서 빛나진 않았지만, 리 신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보인 것. 팬들은 강하운이 정글러에서도 가능성을 드러냈다며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분명 '아테나' 강하운이 소속된 I MAY는 아쉬운 성적으로 첫 번째 롤드컵을 마무리했다. 이제 중국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팬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강하운이 스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고 멋진 경기력을 보였다는 것을. 8강에서 그를 보지 못해 아쉽다.


■ 자신 향한 기대 충족시킨 ahq '지브'


국내 팬들에게 다소 생소한 LMS. 그래서인지 ahq의 '지브'가 라이엇 선정 최고의 선수 순위에 이름을 올렸을 때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대체 '지브'가 누구길래. LMS를 자주 시청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팬들이 보였던 의견이었다. ahq의 간판 스타인 '웨스트도어'의 존재감 역시 '지브'로 향하는 빛을 가로막았다. 그렇게 '지브'는 롤드컵 시작 전부터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받는 입장이 됐다.

이에 '지브'는 자신의 뛰어난 경기력으로 자신을 향한 호평에 화답했다. 안정적인 라인전 능력에서 나오는 한타 구도에서의 캐리력이 '지브'의 강점이었다. 특히 캐리형 챔피언을 잡았을 때 그의 능력은 더욱 빛났다. 솔로랭크에서 유행하는 탑 제이스를 잡았을 때 승률이 정말 좋았다. 포킹할 때와 뛰어들 때를 분명히 알고 한타에서 제이스의 폭발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가 소속된 ahq 역시 탈락의 쓴 맛을 봤다. 이제 이번 롤드컵에서 화려했던 그의 제이스 플레이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팬들은 '지브'가 왜 최고의 선수 중에 한 명으로 선정됐는지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봤다. 다음 롤드컵에 '지브'가 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의 플레이를 국제무대에서 또 보고 싶다.


■ 누가 뭐래도 '유체정' G2 '트릭' 김강윤


TSM에서 '비역슨'이 고통받다가 탈락했다면, 유럽의 G2에서는 '트릭' 김강윤이 비슷한 입장이 됐다. EU LCS에서 선보였던 눈부신 기량과 날카로운 갱킹도 여전했지만, 팀의 부진한 성적을 혼자서는 끌어 올리지 못했다. 라이너들이 스스로 무너지는 그곳에서 정글러인 김강윤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부진한 팀 성적을 끌어 올리려다가 무리한 움직임으로 목적을 그르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에서 G2가 패배한 경기에서도 '트릭' 김강윤은 빛났다. 라이너들의 큰 도움 없이 상대 정글 지역을 장악하는 폭넓은 움직임과 더불어 한타에서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의 날카로운 갱킹 실력을 많이 볼 수는 없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유체정'의 모습에 걸맞은 경기력이었다.

분명 G2는 두 번째 실패를 겪었다. 유럽 팬들의 분노 앞에서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그래도 '트릭' 김강윤은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을 것만 같다. 그는 변함없이 유럽 최고의 정글러로 불릴 것이고, 그를 다음 국제무대에서도 보게 되길 희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