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하스스톤 선수들이 입을 모아 '실력자'라고 인정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국내 최고의 하스스톤 대회 '하마코'에서 2회 연속 결승에 올라 1회 우승 1회 준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운 '슬시호' 정한슬 선수입니다. 정한슬 선수는 하스스톤에서 '실력'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임을 성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정한슬 선수는 최근 HCC 해설로 활동의 영역을 넓혀 내공이 넘치는 전문적인 해설로 많은 시청자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해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능 방송에 출연해서 뛰어난 입담까지 선보인 정한슬 선수는 '샤이니 쇼'의 코너 속 코너 '닉변 대결'에서 '코둘기' 선수에게 패하며 '야노슬시호'라는 새로운 닉네임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종횡무진 활약하며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큰 웃음까지 선사한 정한슬 선수가 최근 아쉬운 입대 소식을 전했습니다.

선수, 해설, 방송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정한슬 선수를 이대로 보내기는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HCC 시즌1부터 선수로 활약했고, 시즌6에서는 해설자의 위치에서 오랜 시간 인벤과 함께한 정한슬 선수를 직접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입대를 불과 며칠 남긴 시점에서 정한슬 선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최근에 출시된 신규 확장팩 '비열한 거리의 가젯잔'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인벤 가족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킬러즈 팀에서 하스스톤 선수로 활동하다가 최근에는 HCC 해설로 여러분과 만났던 '슬시호' 정한슬입니다. 반갑습니다.


Q. 정한슬 해설의 최근 근황이 궁금합니다. 아마 입대 준비 때문에 바쁠 것 같은데요. HCC가 끝난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하스스톤을 하지 않고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최근에 확장팩이 나와서 하스스톤을 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하스스톤을 열심히 하면서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 평소 먹고 싶은 것들도 많이 먹고 있습니다.


Q. 입대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나이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인데...

원래 22살에 군대에 갈 생각이었어요. 그러다가 입대할 때쯤 돼서 하스스톤 대회에 참가했었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얻다 보니 어느덧 지금 나이가 됐네요. 하스스톤은 나이가 크게 중요한 게임이 아니지만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대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Q. 해설로 자리를 잡았는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입대를 하게 돼서 아쉽지 않나요?

사실 해설 자리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없어요. 전역하면 해설을 할 기회는 언제든지 올 것으로 생각해요. 다만 저에게 좋은 기회를 준 인벤에게 민폐를 끼치게 돼서 아쉬움보다 죄송한 마음이 더 크죠.


Q. 선수가 아닌 해설로 HCC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놀랐습니다. 해설을 맡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오래전부터 해설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인벤 해설자 공개 모집에 지원한 적도 있어요. 그때 떨어진 뒤로 커리어를 쌓아서 다시 도전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하마코'를 우승하고 프로팀 선수로 활동하다 보니 선수 생활이 길어졌죠. 그러다가 HCC에서 마스카 해설이 빠지게 되면서 빈자리가 생겼고, 룩삼 해설의 추천으로 HCC에 해설로 들어오게 됐어요. 비록 작은 대회이지만 '골든 코인 연승전' 해설 경험도 있고 개인 방송에서 '설명충'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세하게 분석하는 것을 좋아해서 '룩삼' 해설이 저를 추천한 것 같아요.


Q. 처음 공식적인 자리에서 해설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해설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색했어요. 게다가 말을 빠르게 하는 편이라 호흡도 부족했죠. 아무래도 게임을 보는 능력 때문에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 같은데,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부족한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점점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자만해서 제 생각과 다른 플레이를 하면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생각을 고치게 됐어요.




Q. 샤이니 쇼에서 펼쳐진 '닉변빵'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제는 '슬시호'보다 '야노슬시호'로 더 익숙해졌는데요. 그때의 일을 떠올린다면?

하스스톤의 현실을 보여준 것 같아요.(웃음) 경기 시작 전에는 '코둘기' 최용재가 워낙 독특한 덱을 좋아하는 사파 스타일이라서 쉽게 이길 거라 예상했어요.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코둘기'가 잡기 강한 면모를 보여주더라고요. '코둘기'와 '철면수심' 김종수 형님과 평소에 친한 사이여서 그날 경기는 재밌는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Q. 최근 신규 확장팩 '비열한 거리의 가젯잔(이하 가젯잔)'이 출시됐습니다. 확장팩을 평가하자면?

이전 확장팩인 '고대신의 속삭임'과 비교했을 때 운적인 요소가 많이 줄었어요. 가젯잔에서는 요그사론이나 반즈같은 극단적인 '운빨 카드'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개인적으로 그런 부류의 카드를 정말 싫어해요. 이번 확장팩은 블리자드가 적당한 선에서 운적인 요소의 카드들을 만든 것 같아요.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은 템포 덱에 힘을 싣는 카드를 많이 주는 동시에 템포 덱을 억제할 '덜떨어진 투사' 같은 카드들을 주면서 물고 물리는 관계를 만든 점이에요. 하지만 세 가지 조직 중 '험악한 떡대들'이 다른 두 조직에 비해 약한 것 같아요. '험악한 떡대들'의 전설 카드들은 다른 직업에 비해 효율이 높지 않아요. '비취 연꽃'은 누가 봐도 좋은 카드들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 랭크만 보더라도 '비취 드루이드'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죠. '해적 전사'는 '험악한 떡대들' 조직이라기보다는 공용 전설 '패치스'를 활용한 어그로 덱으로 분류해야 할 것 같아요.


Q. 말씀하신 비취 드루이드와 함께 해적 전사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해적 전사의 강력함이 앞으로 계속될 거로 생각하세요?

보통 새로운 확장팩이 나오면 새로운 카드들을 많이 활용해요. 그런 덱들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해적 전사 같은 극도의 어그로 덱에게 약할 수밖에 없어요. 사실 매번 확장팩이 새롭게 나올 때마다 등급전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 어그로 덱을 돌리면서 이득을 보는 체재가 몇 년째 지속됐어요. 만약 덱 연구가 끝나고 해적 덱에 대한 대처법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해적 덱이 이 정도로 강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도 해적 덱의 등장 빈도가 떨어지고 있을 거예요. 해적 덱들조차 같은 해적 덱을 카운터 치기 위해서 '산성 늪수액괴물'을 넣을 정도니까요. 해적 덱은 유저들의 움직임에 따라 승률이 급변하는 덱이에요.




Q. 그렇다면 '비밀 결사' 조직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밀 결사'도 '비취 연꽃'과 마찬가지로 강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몇 개월 후 '리노 잭슨'이 사라진다면 '비밀 결사'의 덱은 크게 힘을 잃을 것 같습니다. '비취 연꽃'은 주요 카드들이 야생으로 가더라도 큰 타격이 없는 반면 '비밀 결사'는 '리노 잭슨', '브란', '타우릿산' 등 핵심 카드들을 대부분 야생으로 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 당장은 '비밀 결사' 덱도 충분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가까운 미래를 놓고 보면 비취 연꽃이 계속 강력함을 유지할 것 같아요.


Q. 수많은 하스스톤 유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덱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두 가지 덱을 추천하고 싶어요. 첫 번째는 용 사제 덱이에요. 용 사제는 고룡쉼터 요원이 4 체력 도발이라는 좋은 성능을 갖고 있어서 초반 어그로 덱에 강할 뿐더러 '용기병 비밀요원'의 사기적인 능력으로 중반부터 후반까지 사제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요. 보통 사제가 리노 흑마법사를 이기기 어려운데 필드 주도권이 계속 사제에게 있어서 흑마법사를 상대로 밀리지 않더라고요.

두 번째 추천 덱은 비취 드루이드입니다. 지금 비취 드루이드는 유일한 약점이 해적 덱과 같은 빠른 템포 덱을 상대로 약하다는 점인데, 발톱의 드루이드 같은 도발 카드를 넣으면 강력한 어그로 덱을 상대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어요. 비취 드루이드가 중후반으로 게임을 끌고 가면 적수가 없으므로 비취 드루이드를 추천하고 싶어요. 드루이드의 특성상 '약' 카드가 많아서 매끄러운 마나 커브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Q. 하스스톤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말이 있습니다. '운빨 게임'. 하스스톤은 '실력'과 '운' 둘 중 어떤 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실력의 요소는 언제나 존재했어요. 어떤 선수는 이기더라도 실수해서 지저분하게 이기고, 어떤 선수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겨요. '실력'과 '운'의 비중 차이를 말하자면 메타에 따라서 다른 것 같습니다. 컨트롤 메타에서는 실력이 운보다 훨씬 중요하죠. 하지만 CCG(Collectible Card Game)에서 100% 실력 게임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에요. 일단 첫 손 패부터 운이 작용하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선수가 이기면 '운빨'이라고 비난하고 지면 '퇴물'이라고 욕해요. 사실 많은 하스스톤 선수들이 자랑스럽게 자신이 하스스톤 선수라고 말하지 못해요. 그런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유저분들과 시청자분들께서 조금 마인드를 바꾸고 열린 마음으로 이 게임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하스스톤의 인기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나요?

인기가 계속될 것 같아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군대에 가는 거예요.(웃음) 하스스톤은 변두리에서도 시청자를 모을 힘이 있어요. 대회도 꾸준히 열리고 있고요. 곧 개최될 KeSPA 컵을 보더라도 많은 곳에서 하스스톤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하스스톤은 개인전보다 팀전이 더 재밌는 그림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팀전은 언제나 스토리가 있거든요. 해외 팀 리그인 '아콘 팀 리그'가 가장 좋은 예에요.




Q. 본인이 생각하는 하스스톤의 매력은?

저는 무엇보다 스트리머와 시청자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 하스스톤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게임은 스트리머와 시청자가 게임을 하면서 원활하게 소통하기 쉽지 않아요. 프로 씬보다 스트림 씬이 더 크기 때문에 많은 하스스톤 선수들이 대회를 상금 목적보다 입상을 통해 실력을 증명하고 시청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 출전하는 경우가 많아요. '따효니' 백상현, '던' 장현재 선수가 가장 좋은 케이스죠.


Q. 전역 날이 되면 가젯잔팩이 이미 야생으로 간 후일 텐데 그때의 하스스톤은 어떤 게임이 됐으면 좋겠나요?

사람들이 곧 군대 갈 사람이 왜 가젯잔을 샀느냐고 나무랐어요. 그래도 휴가 나와서 꾸준히 하스스톤을 할 생각이에요. 하스스톤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운보다 실력이 중요한 메타를 계속해서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포부나 목표, 꿈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군인의 소원은 통일이죠.(웃음) 사실 꿈이라기 보다는 잊히는 것이 조금 두려워요. 사람들이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 자신을 돌아보면 대회 준비나 개인 방송 모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10시간 가까이 시청자와 소통하며 방송하는 '따효니', '던' 선수를 보고 대단하다고 느껴요. 기회가 다시 돌아온다면 개인방송도 열심히 하고 대회도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습니다. 하스스톤에 관한 모든 것을 다 열심히 하고 싶어요. 물론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해설도 포함해서요.


Q. 마지막으로 '슬시호' 정한슬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많은 응원을 해주시고, 그분들에게 특별한 존재로 받아들여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돌아오면 더 열심히 할 예정이니까 잊지 말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를 싫어 하는 분들에 대한 피드백도 잘하고 있으니, 언젠가 그분들도 저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어요. 끝으로 군대 잘 다녀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제 군대로 슝슝~!


사진 = 장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