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통산 6회 우승.
월드챔피언십 통산 3회 우승.
불사대마왕 페이커가 버티고 있는 세계 최고의 팀.

SK텔레콤 T1(이하 SKT)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전 세계 어느 팀도 하지 못한 우월한 기록과 선수들의 기량을 보여주는 이 팀의 다음 목표는 5월 11일부터 그룹스테이지에 들어가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 승부의 세계는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기록이나 최근의 기량을 놓고 보면 MSI 우승 트로피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SKT라는 것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 LCK 우승의 기세를 MSI로 이어가려는 SKT T1


하지만 그 어느 팀도 SKT를 거르고 2위 자리를 굳히자는 안일한 생각을 하진 않을 것이다. 모든 선수의 궁극적 목표는 우승이고, 전 세계에서 최강팀이라는 것을 증명할 기회는 MSI와 월드챔피언십의 두 번뿐이니 말이다.

과연 SKT를 쓰러트리기 위해 많은 팀들은 어떤 준비를 할까? 또, SKT는 이러한 팀들의 허를 찌르기 위한 깜짝픽을 어떻게 가지고 있을까?

이번 스프링 스플릿에서의 기록과 플레이를 바탕으로 상대 팀들이 노려야 할 포인트와 그것을 막기 위한 SKT의 준비를 예상해보고자 한다.



■ 정규시즌 패배는 고작 2회, 세트 승률 76%라는 압도적인 기록

스프링 스플릿에 들어가면서 SKT는 든든한 정글러였던 벵기 배성웅이 중국의 비시 게이밍으로 이적하면서 생긴 빈자리를 피넛 한왕호로 대체한다. 듀크 이호성이 맡고 있던 탑라인도 후니 허승훈이 자리 잡으면서 2016시즌보다 더 공격적인 팀 색깔을 갖게 된다.

이러한 변화에 불안요소가 없진 않았지만, 피넛과 후니는 각각 리 신과 럼블의 승률 100%를 앞세워 스프링 스플릿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두 선수가 다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블랭크 강선구와 프로핏 김준형이라는 식스맨의 존재는 열세였던 분위기를 뒤집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 SKT를 수호한 승률 100%의 리 신과 럼블, 그리고 선구나이트 블랭크


이러한 안정성을 바탕으로 SKT는 정규 시즌 16승 2패, 총 42개 세트에서 32번을 승리하며 1위를 굳건히 지켰다. 개인 스코어도 주목할만한데, 모든 포지션에서의 KDA 1위를 SKT 선수들이 차지하면서 이번 스프링 스플릿은 그야말로 SKT의 시즌이었다.


▲ SKT 선발 선수의 정규시즌 개별 스코어


SKT의 강력한 모습은 결승전에서 더욱 강해지는데, 정규 시즌에서는 나름 SKT를 상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 kt를 3:0으로 압살하면서 여섯번째 LCK 우승을 확정 짓기도 했다.

이처럼 작년 이상으로 완성도가 높아진 스프링의 모습을 보여준 SKT이기에 MSI에서도 손쉽게 우승이 점쳐지는 상황이지만, 패배한 10번의 세트와 이겼더라도 고전 끝에 역전한 경기들을 살펴보면 SKT가 선호하는 운영 방식의 미세한 허점을 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슬로우스타터? 의외의 고전이 많았던 SKT의 초반 운영

이번 스프링 스플릿에서 SKT의 기본적인 경기 운영 방식은 초반부터 강력하게 몰아치기보다는 상대의 공격을 한번 받아내고 중후반 이후에 역공을 취하는 스타일이 많았다.

그런데도 이러한 운영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상대의 성장을 억제하는 뱅 배준식과 울프 이재완의 봇라인 듀오의 존재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챔피언의 상성을 무시하는 뱅의 원딜 플레이는 다른 라인이 망한 상황에도 게임을 뒤엎어버리는 위력을 경기 중후반에 보여주었고, 이런 활약에 힘입어 탑과 미드가 다시 살아나 기막힌 역전 경기가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 애쉬, 바루스, 진 등이 주를 이루던 이번 시즌 이즈리얼로 대활약한 뱅


그러나 이러한 원딜의 활약에도 다른 챔피언들의 후반 성장성이 높지 않거나, 이니시에이팅을 열 수단이 부족하면 2차 포탑까지 쉽게 깨지고 휘둘리는 상황이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첫 포탑을 내주며 초반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전투 한 번에 기세를 역전해 남겨진 상대의 포탑을 적금 들어놓은 것처럼 챙기는 것이 SKT 경기의 흔한 구도이기는 하다. 그러나 첫 패배를 안겨준 아프리카나 두 번째 패배의 삼성과의 경기를 보면 SKT의 받아치는 플레이가 나오기 전에 먼저 빠르게 몰아친 후, 그대로 굳혀나가는 방식이 주효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정규시즌 중 SKT가 패배했던 10개 세트의 밴픽 구성


다른 팀 역시 이러한 부분을 알기 때문에 초반의 이득을 중후반으로 끌고 가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럼블, 리신, 카시오페아, 오리아나, 이즈리얼과 같은 챔피언으로 변수를 만들어내는 SKT 선수들의 플레이는 "밴픽 과정에서 이러한 변수나 후반 성장성이 좋은 챔피언을 차단"하면서 "라인전 주도권도 가져가야 한다"라는 과제를 부여하게 된다.

분명 이것은 어려운 일이다. 프로 레벨에서 가장 챔프 폭이 넓다고 평가받는 페이커 이상혁의 존재 자체가 밴픽 싸움에서 상대방에게 손해를 강요하니 말이다. SKT의 상대 입장에서는 페이커에게 특정 챔프를 주면 확실하게 게임이 말릴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단 나왔다 하면 승리를 거두는 피넛의 리 신, 후니의 럼블도 함께 잘라야 한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러나 SKT를 상대로 세트를 따낸 팀들을 보면 라인전 주도권과 CC 연계를 통해 상대의 슈퍼플레이를 억제하는 플레이로 승리를 얻었기 때문에 MSI의 그룹 스테이지에 참여하는 다른 팀 역시 노리고 있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단판 게임의 의외성, SKT의 난공불락을 누가 찌를 것인가?

MSI 그룹 스테이지는 단판 형식으로 각 팀이 두번씩 맞붙게 된다. 팀의 기본 기량이 중시되는 다전제 방식보다 단판 승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당장 LMS의 플래쉬 울브즈 같은 팀의 경우만 해도 국제 대회에서 LCK팀만 만나면 엄청난 활약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나 올해 들어서 선수들의 역량이 대폭 향상되었기에 SKT를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룹스테이지에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린 기가바이트 마린즈 역시도 플레이 인 스테이지 전에는 이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었던 만큼, 변수가 발생할 여지는 충분하다.


▲ LCK팀만 만나면 알 수 없는 저력을 발휘하는 플래쉬 울브즈
(IEM 결승전 캡처)


물론 지난 LCK에서 보여준 것이 SKT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미 결승전에서 그들은 미드 카르마나 룰루를 활용해 취약할 수 있는 초중반을 더욱 단단하게 굳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고, 피넛의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아직 보여주지 못한 깜짝픽도 남겨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과연 SKT는 그 명성에 맞게 다른 팀들을 압살하게 될까? 아니면 의외의 역습을 가하는 언더독의 등장을 보게 될까?

어느새 이번 주로 다가온 MSI 그룹스테이지에서 그 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오게 두어라, 불사대마왕이 굶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