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의 수많은 매력 중 하나는 꾸준한 패치로 인한 신선함이다. 시즌마다 이뤄지는 대규모 패치를 포함해 쉴 새 없이 이뤄지는 패치들은 메타의 변화를 불러와 유저들에게 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이는 일반 유저들의 게임은 물론 e스포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진행된 LoL 클라이언트 8.4 패치는 지난 8.2, 8.3 패치보다 훨씬 많은 변경이 이뤄졌다. 이에 8.4 버전으로 진행된 NA LCS와 EU LCS의 7주 차 경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경기가 펼쳐졌다. 특히, NA LCS에서는 최하위권 팀 골든 가디언스와 CLG가 각각 최상위권 팀 에코 폭스와 C9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LCK 역시 7주 차인 3월 6일부터 8.4 버전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과연, 8.4 패치는 LCK에 어떤 메타를 불러오게 될까. 지금까지 진행된 NA LCS와 EU LCS의 20경기를 분석하며 향후 LCK의 메타를 예측해보자.



이 세상 미니언이 아니다! '시즈 탱크' 된 대포 미니언

8.4 패치 중 단연 눈에 띈 부분은 장기전 방지 패치다. 중후반 바론 버프와 장로 드래곤 버프를 크게 강화함으로써 경기가 극단적으로 길게 진행되는 것을 막는 패치가 진행됐는데, 바론 버프와 관련된 변경이 e스포츠 경기에 새로운 메타를 불러왔다. 바론 버프에 대한 구체적인 패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론 버프와 지휘관의 깃발 버프가 공성 미니언의 구조물 공격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기존 바론 버프를 받은 대포 미니언은 포탑 사정거리 밖에서 포탑 공격이 가능했지만, 대미지가 거의 없다시피 하여 경기에 그다지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패치로 대포 미니언이 확 달라졌다. 바론 버프에 지휘관의 깃발 버프까지 받은 대포 미니언은 '시즈 탱크'가 되어 적의 포탑을 순식간에 깨부순다.



한편, 이 강력한 대포에는 뚜렷한 카운터가 있다. 바로 영감 특성으로 얻을 수 있는 미니언 해체분석기다. 미니언 해체분석기는 모든 버프를 무시하고 공성 미니언을 한 번에 제거할 수 있는데, 이에 경기에서 서포터가 미니언 해체분석기 룬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나오고 있다. 심지어 몇몇 경기에서는 서포터가 미니언 해체분석기를 보유한 채로 게임이 종료되기도 했다.



한층 심화된 탑 라인 탱커 메타

8.4 패치로 탑 라인에서 남자들의 맞싸움을 볼 수 없게 됐다. 메타에 따라 제이스, 나르, 케넨, 갱플랭크 등의 챔피언도 탑 라인에서 많은 활약을 보였지만, 8.4 버전에서는 탱커를 제외한 탑 챔피언들이 멸종된 상황이다. 최근까지 상당수 기용됐던 갱플랭크, 나르, 블라디미르 등의 챔피언들은 아예 자취를 감췄고, 현재 탑 라인은 사이온, 마오카이, 초가스 등의 탱커 챔피언들이 지키고 있다. 한편, 좀처럼 보기 힘든 탑 쉔도 등장해 NA LCS와 EU LCS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이러한 변화는 앞서 다룬 대포 미니언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포 미니언 강화를 위해 누군가는 지휘관의 깃발을 갖춰야 하는데,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 위주의 능력치를 지닌 지휘관의 깃발은 탱커에게 가장 적절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20경기에서 나온 40개의 탑 챔피언들 중 31개의 탑 챔피언이 지휘관의 깃발을 장착한 탱커였다.

한편, 서포터 포지션의 경우 기존 탱커 메타를 유지해왔기에 밴픽 단계에서의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템 선택 과정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대부분 경기에서 기용된 탱커 서포터들이 지휘관의 깃발을 장착해 공성을 돕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 EU LCS 7주 차 프나틱 vs 바이탈리티 경기 전적표. 지휘관의 깃발은 필수 아이템이 됐다.

물론 지휘관의 깃발이 탑 라인에서 브루저 챔피언을 밀어낸 단독적인 이유는 아니다. 다만 시즌 8을 맞이하며 진행된 룬, 특성의 대격변과 이후 진행된 자잘한 패치들이 쌓여 이번에 절정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원거리 딜러의 생존력 향상과 보다 중요해진 중후반 한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번 탱커 메타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직간접 버프-너프로 인한 밴픽 구도 변화

수많은 패치 중에서도 언제나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챔피언 자체 밸런스에 관한 내용이다. 이번 패치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것은 조이와 칼리스타로, 두 챔피언 모두 직접적인 너프의 철퇴를 피하지 못했다. 그 결과 두 챔피언은 NA LCS와 EU LCS에서 진행된 모든 경기의 밴픽 단계에서 모습을 감추게 됐다.

▲ 잠시만.. 안녕..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20경기 중 19경기의 밴픽 목록에 이름을 올린 라이즈다. 다재다능한 스킬셋을 지녀 기존에도 1티어 미드 챔피언으로 분류되던 라이즈는 첫 번째 핵심 아이템인 대천사의 지팡이에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가 추가되는 간접 버프를 받았다. 기존에도 높은 밴픽률을 유지했던 라이즈였기에 앞으로의 밴픽 전략에 더욱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라이즈와 함께 떠오른 것은 코르키다. 삼위일체-무한의 대검을 핵심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코르키는 변화된 AP 아이템을 사용하는 챔피언보다 훨씬 뛰어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내셔의 이빨을 핵심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아지르도 여전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NA LCS에서 벨코즈, 베이가 등의 정통 AP 챔피언들도 등장했으나 각각 패배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8.4 패치로 큰 버프를 받은 볼리베어의 깜짝 등장도 관심을 모았다. 오랜 침묵 끝에 NA LCS에 등장한 볼리베어는 협곡을 누비며 최하위권 팀 골든 가디언스가 단독 1위 팀인 에코 폭스를 꺾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 바로 다음 날 C9이 골든 가디언스를 상대로 볼리베어를 꺼내 승리를 거두며 볼리베어는 2전 2승의 전적을 기록했다.

한편, 8.4 패치의 또다른 큰 변화는 초시계 키트 너프와 추격자의 나이프 삭제였다. 이에 솔로 랭크 게임에서는 르블랑, 탈론, 제드, 피즈 등 암살자 챔피언들의 승률과 픽률이 모두 소폭 상승했는데, 역시나 대회 경기에서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라인전 찍어누르기나 주요 딜러 암살이 어려워진 요즘 메타에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암살자 챔피언은 아직 설 자리가 없는 모양이다.



8.4 앞둔 LCK에는 어떤 변화가

앞서 분석한 메타는 어디까지나 EU LCS, NA LCS의 경기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또한 대규모 패치 이후 진행된 첫 주차 경기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또 다른 메타가 등장할 확률도 매우 높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8.4 버전의 LCK 경기는 LCS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6일 8.4 버전으로 진행되는 LCK의 첫 경기는 SKT T1과 킹존 드래곤X의 대결이다. 과연, 양 팀은 어떤 준비를 마쳤을까. 단독 1위의 기세 좋은 킹존 드래곤X지만, 변화의 바람 앞에서는 겸손해야 할 것이다. 홀연히 등장한 정글 볼리베어가 이변을 만들었듯이, LCK에도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해 본다.

■ 사진 및 영상 출처 :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홈페이지, LoL eSports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