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에게 LJL(League of Legends Japan League)의 Rampage(이하 램페이지)는 다소 생소한 팀입니다. 일본의 프로팀은 대체로 약체 평가를 받았고, 램페이지 역시 국제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이 없기 때문이죠. 기억력이 좋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팬이라면 WCG 2013에서 CJ 블레이즈의 '플레임' 이호종을 잡자마자 항복을 선언한 눈물의 퍼포먼스가 떠오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최근 램페이지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7월에 열린 2017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동남아의 강호 Gigabyte Marines를 2차례 꺾으며 LJL의 퍼플 리프트 우승을 견인했고, 곧이어 2017 LJL 서머 시즌에서 우승하며 LJL 3시즌 연속 우승의 업적과 함께 LoL 2017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발전하며 롤드컵 본선 무대에 도전하는 램페이지. 그리고 그 중심엔 '터슬' 이문용과 '다라' 전정훈이 있습니다.

이문용과 전정훈은 2015년 5월 램페이지에 입단 후 지금까지 정글-서포터 자리를 지키며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또한, 두 선수는 특이하게도 국제 올스타전에 일본 대표로 출전할 정도로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바쁜 일정 속에 어렵게 시간을 내준 두 선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 좌측부터 '다라' 전정훈, '터슬' 이문용


Q. 안녕하세요! 먼저 한국 팬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터슬' 이문용 : 안녕하세요. 램페이지 정글러 이문용입니다.

'다라' 전정훈 : 램페이지에서 서포터를 하고 있는 전정훈입니다. 반갑습니다.


Q. 램페이지는 어떤 팀인가요? 한국 팬분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어서요.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다라' 전정훈 : 램페이지는 일단 LJL에서 가장 오래 뛴 한국인 용병이 있는 팀이에요(웃음). LJL에서 거의 매 시즌 결승에 진출할 정도로 강팀이기도 하구요.

'터슬' 이문용 : 또 저희는 일본에서 한타를 가장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운영도 자신 있지만, 팀워크에서 나오는 한타력이 램페이지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램페이지가 일본 대표로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 진출하게 됐어요. 소감이 어떠세요?

'다라' 전정훈 : 작년 와일드카드 선발전에 이어 다시 한번 롤드컵 본선에 진출할 기회가 생겨 기뻐요. 작년엔 아쉽게 떨어졌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그룹 스테이지에 꼭 올라갈 거에요.


Q. 램페이지가 LJL에서는 1위 팀이지만, 지금까지 글로벌 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어요.

'터슬' 이문용 : 작년까지는 저희가 경기에 100% 전력으로 임했다고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팀 리빌딩 전에는 팀원들이 다 같이 합숙을 하지 않아서 절대적인 연습량 자체가 적었어요. 피드백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발전에 한계가 있었죠. 또 공동생활을 하지 않으니, 팀 자체의 뚜렷한 목표의식도 없었고 열정도 부족했습니다.

‘다라’ 전정훈 : 작년 팀 리빌딩 이후부터는 팀원 모두가 합숙하며 열심히 연습 중이고, 경기력도 훨씬 좋아지고 있어요. 목표도 확실해졌고 팀원 모두가 더 먼 곳,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죠. 또 미드 ‘라무네’ 선수 같은 경우에는 신예인데도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글로벌 리그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Q. 멋지네요! 리빌딩 얘기가 나온 김에, 작년 12월에 두 분을 제외한 탑-미드-원딜이 모두 교체됐어요. 리빌딩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다라' 전정훈 : 가장 큰 변화는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바뀐 거예요. 저희가 갓 데뷔했을 때(2015년)는 일본 선수들은 경력도 적었고, 한국인 용병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훨씬 잘 안다는 인식이 있어서 저희가 하자는 대로만 따라왔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탑 ‘에비’와 원딜 ‘유토리모야시’가 경력도 실력도 충분히 갖춘 선수다 보니 게임 내, 외적으로 많은 의견을 내요. 새로운 전략도 개발하고, 게임 내 운영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다 같이 성장하는 기분이 들어 매우 좋아요.

‘터슬’ 이문용 : 그런데 일본인 선수들이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다보니, 리빌딩 초기에는 트러블이 심했어요. 물론 지금도 없는 건 아니지만요(웃음).


Q 트러블이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터슬’ 이문용 :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 중 상황에 따라 쉼 없이 선택하고 행동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언어의 벽이 있다 보니 매번 5명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요. 상황마다 구체적인 소통이 어려워서 서로 자기 의견만 내다가 팀워크가 깨지는 경우가 있죠. 쉽게 말해 LCK가 ‘할래?’라면 저희는 ‘하자!’로 플레이가 이뤄지다 보니, 게임 중 트러블이 종종 있었어요.

‘다라’ 전정훈 : 그래도 갈수록 점점 나아지는 중이에요. 서로의 플레이 스타일도 다 파악했고 저랑 (이)문용이의 일본어 표현도 훨씬 늘었죠. 게임을 보는 시각도 비슷해지고 있어요. 저흰 계속해서 좋은 쪽으로 발전 중입니다.


▲ 장난기 가득한 모습의 '터슬' 이문용


Q 발전하는 모습 기대할게요. 롤드컵 얘기로 넘어가서, 플레이-인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1907 Fenerbahçe(이하 FB)와 Hong Kong Attitude(이하 HKA)를 만나 겨루게 됐어요. 충분히 이길 자신 있으신지?

‘다라’ 전정훈 : 앞서 말씀드렸듯이 팀 리빌딩 후 저희가 점점 강해지는 게 느껴져요. 최근엔 연습도 정말 많이 하고 있고요. 충분히 이길 자신 있고, 일본 대표라는 자긍심을 갖고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터슬’ 이문용 : 저는 어떤 팀을 만나도 무조건 상대 팀 정글보다 잘한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해요. 자신감은 항상 넘치는 상태입니다. 아! 그리고 HKA의 탑 ‘리리스’ 백승민 선수는 저랑 (전)정훈이의 대학교 선배에요. 지금까지 같이 게임하면서 많이 혼났는데, 이제 갚아줄 시간이 왔네요. HKA전은 ‘탑갱’만 갈 거예요(웃음).


Q ‘FB’에는 LCK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던 ‘프로즌’ 김태일 선수가 있어요. 팀 차원에서 경계하고 있지 않나요?

‘다라’ 전정훈 : 안 그래도 ‘라무네’가 ‘프로즌’ 선수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너무 잘한다"라며 무서워하고 있어요. 그래도 걱정은 안 돼요. ‘라무네’가 긴장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라고 생각해서, 경계는 하지만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Q 탑 ‘에비’ 선수는 일본 최정상 탑솔러로 불리는데요, 글로벌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까요?

‘터슬’ 이문용 : ‘에비’는 공격적인 챔프보다 수비적인 챔프를 선호해요. 그리고 로밍으로 이득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라인전에서 너무 심하게 밀리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낼 거에요.


Q 롤드컵을 대비해 준비 중인 새로운 전략이 있나요?

‘터슬’ 이문용 : 당연히 있죠. 새로운 걸 보여주지 못하면 그룹 스테이지에 올라가지 못할 거에요. 지금까지의 플레이로는 분석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기대하고 지켜봐 주세요.


Q 플레이-인 스테이지 2라운드에 진출한다면,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팀은?

‘다라’ 전정훈 : 당연히 Team WE죠.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있을 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LCK팀들도 이길 수 있는 강팀이라고 생각합니다. Team WE만큼은 꼭 피했으면 좋겠네요. (C9이나 프나틱 등 다른 강팀들은요?) 다른 팀들은 만나도 어느 정도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강조해 주세요(웃음).


Q. 이번 롤드컵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겠죠?

‘터슬’ 이문용 :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룹 스테이지만 가도 우승한 것처럼 기쁠 것 같네요!.

‘다라’ 전정훈 :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하게 되면 높은 확률로 LCK팀을 만날 수 있어요. 꼭 진출해서 롤드컵에서 한일전을 치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한국과 일본 팬분들 모두 재밌게 보실 수 있도록요.


▲ "롤드컵에서 한일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Q 롤드컵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두 분에 대해서 질문할게요. 두 분은 한국인인데 인터내셔널 와일드카드 올스타 선발전에 일본 대표로 출전했어요. 일본 대표로 선정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다라’ 전정훈 : 제가 데뷔할 때 계셨던 코치님이 이미지를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멘탈 좋고 착한 이미지로요. 두 번이나 저를 올스타로 뽑아주신 일본 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터슬’ 이문용 : 저는 2015년에는 대표가 아니었고, 작년에는 대표로 선정됐어요. 아무래도 LJL에서 정글러로 오래 있다 보니 일본 팬분들이 절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일본 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두 분 다 실력 얘기는 안 하시네요) 실력은 뭐... 팬분들이 판단해 주시는 게 아닐까요? 저희는 그저 투표 결과를 받아들일 뿐입니다(웃음).


Q 혹시 LCK에서 롤모델로 삼는 선수가 있나요?

‘터슬’ 이문용 : 당연히 있죠. 제 롤모델은 ‘피넛’ 한왕호 선수인데요. ‘피넛’ 선수는 리 신, 렝가, 그레이브즈 등 공격형 정글러를 잘 다루잖아요. 캐리도 많이 하고요. 저도 공격형 정글러를 좋아해서, ‘피넛’ 선수처럼 제가 원하는 대로 경기를 주도하고 싶어요.

‘다라’ 전정훈 : 저는 ‘마타’ 조세형 선수요. 완벽한 상황 판단과 쉴 새 없이 오더를 내리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경기에 임할 때 ‘마타’ 선수를 따라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Q 일본은 아무래도 PC보다는 콘솔 게임이 발달했다는 인식이 강해요. 일본 LoL 프로 선수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다라' 전정훈 : 처음 왔을 때는 모든 게 어려웠죠. 지금도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저희가 일본에 처음 왔을 때 리그 오브 레전드는 정말 인기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대로 된 숙소도 없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연습하고, 팀 운영 면에서도 불완전했죠. 언어 장벽은 덤이었고요. 실제로 2015년에 데뷔하고 치른 첫 결승전에는 관객이 50명 밖에 없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게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게이밍 하우스도 생기고, 코치, 매니저님들이 생활을 많이 도와주세요. 일본어도 충분히 잘하게 됐고, 이번 LJL 서머 시즌 결승전에는 관객이 4,000명이나 왔어요!

‘터슬’ 이문용 : 저도 처음엔 일본 생활에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었는데, 이젠 완전히 적응했어요. 또 (전)정훈이가 말한 것처럼, 저희를 응원해주는 팬분들이 늘어났다는 게 아주 뿌듯해요. 일본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불모지'로 여겨졌는데, 여기서 저희가 무언가 해냈다는 기분이 들어요. 꾸준히, 열심히 한 만큼 올스타로 뽑힌 것도 당연히 기분 좋구요(웃음). 요즘은 매우 즐겁게 생활 중입니다.


Q 혹시 프로게이머 생활을 끝내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터슬’ 이문용 :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할 줄 아는 것이 모두 게임이기 때문에 프로게이머가 아니더라도 게임과 관련된 일을 계속할 것 같네요.

‘다라’ 전정훈 : 저는 은퇴할 때까지 게임이 재밌으면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할 것 같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길을 갈 것 같아요. 사실 아직은 은퇴 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따로 없습니다.


Q. 벌써 두 분의 연습 시간이 다가왔네요. 마지막으로 한국 팬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라’ 전정훈 : 이제 상대도 정해졌고, 오로지 이기기 위해 매일같이 연습 중입니다. 트위치나 트위터를 통해 응원해주시는 한국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이번 롤드컵에서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터슬’ 이문용 : 한국 팬분들께는 LJL이 많이 생소할 거에요. 그래도 저희 리그 굉장히 재밌거든요. 하이머딩거 같이 LCK에서 보기 힘든 챔프도 나오고, 기적 같은 한타로 ‘이걸 이겨?’, ‘이걸 져?’하는 반전이 자주 있는 재미난 리그입니다. 앞으로 LJL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롤드컵에서 램페이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