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이제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 연말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가운데, 2019년 가장 뜨거웠던 e스포츠 리그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스쳐 지나간다. 올해도 다양한 e스포츠 대회가 열렸는데 그중에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던 리그는 카트 라이더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카트 라이더 리그는 2019년 들어 두 번의 시즌이 진행됐다. 그때마다 게임의 재인기, 리그 시스템에서의 혁신 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선수들은 안정적인 프로게임단의 지원을 받으며 대회 경기와 연습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한층 상승한 기량을 경기에서 다수 보여줬다. 이는 팬들이 카트 라이더 리그에 더 열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한 해 동안 열렸던 두 번의 카트 라이더 리그에서 가장 손에 꼽히는 명장면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정말 많은 장면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추리고 추려 다섯 개를 준비했다.

▲ 박인수의 역전극

첫 번째로 꼽아본 장면은 2019 시즌1에 나왔던 박인수의 짜릿한 역전극이다. 개인전에 출전했던 박인수는 5위까지 밀리며 아슬아슬한 레이스를 이어갔다. 하지만 곧 박인수의 저력이 나왔고 눈으로 보고도 놀라운 라인을 타며 앞섰던 선수들을 잇따라 제쳤다. 왜 차세대 '황제'로 박인수가 손꼽히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이기에 선정했다.

실제로 박인수는 시즌 1 개인전에서 끝까지 문호준을 몰아세우면서 자신의 전성기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그는 시즌 1 팀전 우승으로 개인전 준우승의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2019년 두 번의 시즌 개인전에서 박인수는 개인전 우승 타이틀을 얻지 못했음에도 이런 장면들 때문에 박인수의 개인전에 대한 기대가 식지 않는 것 아닐까.

▲ 본격 액션 활극

두 번째 영상은 시즌 1 5주 차에 나왔던 문호준의 액션극이다. 카트 라이더 하면 많은 사람이 그저 빨리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게임인 줄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문호준이 몸소 보여줬다. 특히, 리그 경기에서는 더욱 주행만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렸다.

팀전은 나 혼자 잘 달린다고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때로는 당시 상황이나 전체적인 순위를 보고 앞으로 치고 나갈 것인지 아니면 상대를 물고 늘어져 팀원의 주행을 도울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위 장면에서 문호준은 후자가 얼마나 팀의 승리에 중요한지 보여줬다. 중위권에서 일부러 치고 나가지 않고 상대의 추격을 몸으로 직접 막아내는 장면은 카트 라이더 리그 만의 색다른 매력으로 자리 잡았다.

▲ 개인전 우승자 이재혁을 알린 경기

카트 라이더 시즌 2 개인전 우승은 락스 랩터스의 이재혁에게 돌아갔다. 샌드박스 게이밍의 박인수나 유창현, 한화생명e스포츠의 문호준도 이재혁에게 밀렸다. 또 한 명의 차세대 스타가 탄생한 셈이다. 그리고 그의 진면모는 이미 개막전부터 나왔다.

이재혁은 개인전 32강 A조 두 번째 트랙에서 문호준과 맞부딪혔다. 주행 내내 둘이서 마치 에이스 결정전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뒤에서 역전하려는 이재혁과 그에게 라인을 허용치 않으려는 문호준의 신경전이 긴장감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이재혁은 틈을 놓치지 않고 몸싸움에서 승리, 1위를 차지했다.

▲ 누가 물풍선을 좋지 않다 하는가

또 다른 영상은 아이템전과 관련된 것이다. 흔히들 물풍선 아이템은 팬들 사이에서 적중시키기도 어렵고 팀 킬도 무수히 나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선수들, 특히 아이템전의 최강자 중 하나로 불리는 이은택이 물풍선을 쓰면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은택은 락스 랩터스와의 대결에서 8위로 주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부러 주춤거리며 앞선 상대들과의 거리를 쟀고 그대로 물풍선을 활용해 상대 세 명의 발을 동시에 묶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이를 통해 중위권 싸움에서 확실하게 락스 랩터스를 압도하게 된 한화생명e스포츠는 그 라운드를 손쉬운 승리로 가져갔다. 물풍선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이은택의 힘이었다.

▲ 아이템전에서의 창의력

카트 라이더 리그에서는 간혹 선수들의 센스 플레이가 나와 팬들의 환호를 일으킨다. 모두가 할 줄 아는 드리프트 후 부스터 발동이나 각종 아이템을 통한 정형화된 플레이 말고도 카트 라이더에서는 정말 다양한 플레이가 속출한다. 그리고 이런 센스가 승패를 완전히 뒤집어버리기도 한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아이템전을 책임지는 두 선수는 강석인과 정승민이다. 이번 영상에서는 그 둘의 시너지가 빛났다. 결과를 끝까지 장담할 수 없었던 라운드에서 정승민은 마지막 코너링 이후 순간 부스터를 활용했다. 그리고 이는 바로 앞서 가며 2위를 하던 강석인의 뒤를 밀어주기 위함이었다. 마치 쇼트트랙에서 주자를 바꾸며 등을 밀어주는 것과 같은 장면이었다. 강석인은 정승민의 '푸쉬'로 막판 역전극을 완성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