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드 라인에 가장 핫한 챔피언은 갈리오다. 지난 10.7 패치에 버프를 받으며 승률과 픽률이 치솟았고, 현재는 52% 승률, 10% 픽률을 기록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성능이 좋다는 소식에 갈리오를 고르고, 이를 통해 승리하고 있다. 솔로랭크에서 갈리오는 ‘대세’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대회에서는 갈리오가 대세 챔피언이라 일컫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갈리오는 LCK에서만 15번을 등장해 53% 승률 4.2 KDA를 기록했다. 기록 상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데, 밴픽률 50%를 가볍게 넘기는 조이, 르블랑, 아지르처럼 주류 챔피언이라는 느낌은 아니다.

솔로랭크의 1티어 챔피언이 대회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회와 솔로랭크에서 갈리오의 입지는 어떻게 다를까?


갈리오의 장점은?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완벽한 상위호환




① 라인 관리 능력

라인 주도권을 잡기가 쉽다. 패시브인 ‘석상의 강타’와 Q스킬 ‘전장의 돌풍’을 두 번씩 쓰면, 1레벨부터 미니언을 상대 타워에 밀어넣을 수 있다. 갈리오의 라인 정리 능력은 모든 챔피언 중에도 독보적이다.

덕분에 갈리오는 게임 초반부터 맵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라인을 밀어넣고, 상대 정글러를 찾거나 시야를 잡거나 때에 따라 다른 라인에 로밍을 가버릴 수도 있다. 카사딘 같이 라인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챔피언이 갈리오를 만나면, 타워 앞에 앉아 CS를 안주삼아 다른 라인이 터져 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갈리오의 궁극기 ‘영웅출현’은 라인 관리 능력과 더불어 더욱 빛을 발한다. 같은 라이너보다 한 발 더 빠른 합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머리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리오가 같은 팀에 있을 경우, 각 라이너나 정글러는 좀 더 편하게 싸움을 걸 수 있다. 상대가 갈리오의 존재를 계산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② 강력한 한 방 데미지 및 변수 창출 능력

갈리오는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순간 피해량이 엄청나다. 패시브 스킬을 포함해, Q, W, E 스킬을 모두 한 챔피언에 맞췄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피해값이 매우 크기에, 이를 경험하지 못한 상대에게는 꽤나 당혹스러운 데미지가 나온다. 특히, 레벨 우위를 쉽게 점할 수 있는 미드 라이너의 특성 상, 상대적으로 경험치 획득량이 적은 상대 정글러나 봇 듀오에 이 콤보가 들어갔다면 그 싸움은 이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W스킬 ‘듀란드의 방패’는 상대를 강제로 잡아두는 강력한 군중 제어기다. 사용 시 이동속도가 15% 감소되는 페널티가 있지만, 최근 떠오르는 ‘빛의 망토’ 룬 덕분에 점멸, 순간이동 같은 소환사 스펠과 함께 사용하면 굉장히 쉽게 상대 진영을 파훼할 수 있다. 범위도 넓고, 지속시간도 길기에 한타 상황에 이 스킬이 제대로 들어가면 역시 그 한타도 승리가 보장된다.

10.8 패치에서 갈리오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완벽한 상위호환이다. 체력도 더 튼튼하고, 피해량도 더 크면서, 더 무서운 군중 제어기를 가지고 있고, 더 무서운 궁극기를 쓴다. 근육질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카드를 팩으로 던지고, 골드 카드가 다섯 장씩 날아간다고 상상해보자. 갈리오가 현재 모습을 유지하는 한,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선택할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갈리오의 단점은?
단독 캐리는 불가능한 서포팅형 미드라이너


① 떨어지는 중, 후반 존재감

순간 피해량은 폭발적이지만, 지속 피해량이 굉장히 떨어진다. 그래서 갈리오의 딜 사이클이 한 번 돌았을 때 싸움이 끝나는 초반 교전에는 존재감이 크지만, 스킬을 여러 번 맞춰야 하는 중, 후반 교전에는 급격하게 작아진다. 상대가 한 번의 딜 사이클을 버틸 수 있는 방어 아이템이 나오면서 상대의 반격에 맥을 못추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한다.

지속 피해량이 적다는 점은 시간이 갈수록 팀의 원거리 딜러 의존도를 높이게 만드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AP 챔피언들이 후반 탱커형 챔피언들에 힘을 쓰지 못하지만, 갈리오는 유독 더 그런 모습을 보인다. 마법 방어 아이템을 두른 탱커형 챔피언 앞에서 강점인 순간 피해량은 무색해지고, 지속 피해량은 더더욱 안되기에, 후반에는 원거리 딜러를 지키는 역할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 편이다.

갈리오의 시간대별 승률 기록에 따르면, 35분 이후부터 승률이 급격하게 낮아진다.


② AD 챔피언 상대로는 초반부터 고전

라이엇은 갈리오에게 안티 메이지 챔피언의 역할을 기대했다. 갈리오에게 마법 피해를 흡수하는 보호막이나, 마법 피해량 감소 효과를 주는 스킬을 준 것도 그 이유다. 갈리오의 높은 순간 피해량은 상대적으로 체력이 적은 AP 챔피언들에게 더 위협적이다. 여러모로 AP 챔피언이 갈리오를 만나면 상대하기 껄끄럽다.

반면, AD 브루저 챔피언 앞에서 갈리오의 강점은 퇴색된다. 일단, 갈리오가 가진 마법 피해량 관련 스킬과 능력치가 모두 쓸모 없게 된다. 강력한 순간 피해량이라는 장점도 사라진다. 대부분의 AD 브루저들은 이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이는 갈리오가 적극적으로 라인전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갈리오가 가진 로밍 능력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갈리오, 대회와 솔로랭크의 결정적 차이는?
먼저 고를 수 없는 안티 메이지 챔피언


대회에서 1티어란 ‘상대 챔피언에 상관없이 먼저 뽑을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좋은 챔피언’을 뜻한다. 현재 미드 라인의 대세 챔피언들인 르블랑, 조이, 아지르는 모두 어떤 챔피언들이 상대로 와도 각 챔피언들의 방식으로 반반 싸움이 가능하다. 갱호응에 강점이 있거나, 라인전 자체가 강해서 쉽사리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다.

반면, 갈리오는 라인에서 AD 챔피언을 만나는 경우의 수 때문에 상대 챔피언을 보지 않고 뽑기에 부담스럽다. 이번 LCK 스프링 정규 시즌 동안 갈리오는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AP 챔피언을 상대했다. 그리고 AD 챔피언을 만난 단 한 번의 경기에 갈리오가 얼마나 AD 챔피언을 상대로 무력한지 볼 수 있었다.



4월 12일 열린 2020 우리은행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36일 차 DRX와 아프리카 프릭스에 경기. ‘올인’ 김태양의 갈리오는 ‘쵸비’ 정지훈의 아트록스를 만났고,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아트록스의 성장을 막지 못했다. 정규 시즌 동안 승률 100%였던 김태양의 갈리오는 이 경기에서 첫 패배를 기록했다.

상대와 상관없이 뽑을 수 있는 픽이 아니라는 점에서 갈리오는 대회 1티어 챔피언으로 분류될 수 없다. 라인전이 승부의 7할 가량을 차지하는 현재 메타에서, 챔피언 조합을 고민하는 코치진에게 갈리오가 먼저 떠오르기 힘든 가장 큰 이유다.



갈리오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인 빠른 합류도 대회에서 빛을 발하기 힘들다. 솔로랭크에서는 갈리오의 탑, 봇, 혹은 정글 싸움의 발 빠른 개입이 큰 변수지만, 팀 단위 게임에서는 갈리오의 존재를 항상 염두에 두고 싸운다. 그래서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개입하여 변수를 창출하기가 어렵다.

15일에 열린 젠지와 KT의 정규 시즌 2세트 경기는 팀 간의 경기에 갈리오가 연출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이 나왔다. 경기 초반, 봇 라인에서 싸움이 벌어짐과 동시에 갈리오는 봇 라인에 순간이동을 활용해 합류했으나 연달아 합류하는 상대팀에 도주하다가 의미없는 데스를 기록했다.


김동준 해설은 갈리오에 대해 계란프라이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계란프라이는 어디에 얹어도 좋은 존재다. 짜장면에도, 볶음밥에도, 함박 스테이크에도, 심지어는 맨밥에도 어울린다. 갈리오 역시 어느 챔피언과 어울려도 제 값을 하는 존재다. 돌격 조합에는 돌진에 파괴력을 더해주고, 포킹 조합에는 아군을 보호해줄 수 있다.

하지만 계란 프라이가 등심이나 안심처럼 좋은 질의 고기보다 좋다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현재 메타에서 미드 라인에는 조이, 르블랑, 아지르처럼 가지고 있는 장점이 뚜렷하여 조합의 바탕이 되어주는 질 좋은 재료가 많다. 갈리오가 이들을 제치고 메인 디쉬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값어치가 많이 떨어지는 치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