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토즈소프트가 e스포츠 방송 산업에 힘을 준다. 액토즈소프트는 e스포츠 전문 자회사 'VSGAME(브이에스게임, 이하 VSG)'를 통해 경기장 운영, 게임 및 e스포츠 방송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운영과 배틀그라운드 리그 PCS, 제11회 e스포츠 월드 챔피언십 운영 등이 VSG 작품이다.

안성국 VSG 책임 프로듀서는 현재 e스포츠 산업이 지각변동 단계에 놓여있다고 진단한다. 최근 대형 게임 전문 방송사 폐국 소식이 대표적 사례다. 안성국 PD는 "폐국이 시사하는 바는 e스포츠 시청자의 환경과 습관 변화로 인해 예전처럼 '헤비'한 방송 형태는 이제 어려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어려워진 환경에서 VSG는 e스포츠를 '스포츠 방송이 아닌 게임 방송'에 초점을 맞췄다. 안성국 PD는 "지금까지 게임 대회들은 e스포츠에서 '스포츠'란 사전적 의미에 너무 매몰되어 왔다"며 "이 때문에 상대를 제압하고 승리하는 스포츠 형태만을 추구해왔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게임은 더 다양한 형태와 장르를 통한 확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바로 여기에 무한한 콘텐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 안성국 PD

VSG가 추구하는 다양한 e스포츠로는 무엇이 있을까?

= 일례로 '시티즈: 스카이라인'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이용해 도시 공학적 설계나 심미적 가치를 평가해볼 수 있다. 도시 계획 경진대회 같은 포맷을 이용하는 거다. '캔디 크러쉬 사가'로는 서바이벌 형태를 사용해 누가 더 오래 살아남느냐를 갖고 경쟁할 수 있다. '심즈' 같은 경우 예능 '런닝맨'이나 '신서유기'처럼 주어진 미션을 먼저 달성하는 형태를 상상해볼 수 있다. '삼국지'로는 조건을 통일하여 일정 시간 내 누가 더 천하통일에 가깝게 도달하는지는 경쟁해볼 수 있다.

다양한 e스포츠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기존 인식 틀을 깨야 한다. 이미 진행 중인 성공적인 게임 대회 콘텐츠와는 별개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시청자들의 니즈를 맞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론 VSG에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다양한 파트너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싶다.


최근 e스포츠 방송 업계를 어떻게 보고 있나?

= 게이머 시청 환경이 변했다. 예전에는 시설을 갖춘 방송사가 게임을 선택해 집중하는 게 통했다. 이때는 방송사가 e스포츠 종목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가능했다. 지금은 다르다. 종목 주도권을 게임사가 쥐고 있다. 주도권이 없는 방송국은 더 다양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다양성과 속도는 인터넷 개인 게임 방송을 따라갈 수 없다. 최근 대형 방송사의 폐국 소식도 이러한 환경 변화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폐국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한데.

= 결국 대형 방송사여서 오히려 더 힘들지 않았을까. 적어도 큰 이벤트만큼은 잘 해냈었다. 그러나 대형 방송사인 만큼 큰 이벤트를 계속 이어나가야 했다는 게 약점이었다. 크게 만드는 만큼 비용도 더 들지만,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부담이 컸을 것이다.


PD로서 e스포츠 시청자 특징을 짚어본다면?

= e스포츠 시청자는 다큐멘터리 시청자와 비슷하다. 이미 방송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을 갖추고 있다. 일례로 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방송이 나온다면, 대부분 시청자는 전쟁 역사 마니아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이미 전문가 레벨에 다다른 시청자가 e스포츠 방송 업계엔 많다.

이들을 우리 논리로 설득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들이 원하는 걸 우리가 찾아주는 게 연출가로서 일이다. 다르게 비교하면, 영화는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한다. e스포츠나 게임 방송은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는 걸 찾아서 전달해야 한다. 이 차이를 맞추는 게 어렵다.


배틀그라운드는 상대적으로 e스포츠에서 부진한데, PD로서 어떻게 진단하나.

= PD가 아닌 한 명의 e스포츠 팬 관점에서 보면, 대회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슈퍼플레이를 원해서다. '나는 할 수 없지만 선수는 가능한 플레이'를 보기 위해 e스포츠를 본다. 대표적인 게 "어제 페이커 무빙 봤냐?"와 같은 반응이다.

그런데 배틀그라운드는 대회와 게임 룰이 다르다. 물론 e스포츠 특성에 따른 차이다. 그런데 여기서 오는 괴리감이 있다. 아무리 e스포츠에서 슈퍼 플레이를 보고 따라 하고 싶어도, 경기와 게임 규칙이 달라서 하기 어렵다. 예전 스타크래프트에서 임요환 선수가 '투스타 클로킹 레이스'로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면, 공방에서 따라 해보곤 했다. 그런데 배틀그라운드에선 그러기 힘들다.

또 펍지 입장에선 너무 선수들 슈퍼플레이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보인다. 물론 e스포츠에서 프로게이머 피지컬에 따른 슈퍼플레이에 감동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배틀로얄 게임 특성상 쉽게 풀기 힘든 문제다. 종목사, 방송국이 각자의 역할에서 어떻게 더 나은 e스포츠를 보여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올해 게임대상 연출을 맡았다. 소회를 듣고 싶은데.

= 먼저 시청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이번에는 준비가 미흡했다는 게 모두의 판단이다. 우리도 부족했다. 의견을 더 내야 했다. 능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참고할만한 성공한 온라인 게임쇼가 없었다. 그래도 한번 온택트 지스타를 치러보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점은 다행이다.

확신한 것은, 앞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지스타는 온-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해야 한다. 아쉬운 점은 분명 있었지만 온라인 행사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 대표적으로 인디게임 행사다. 역대 지스타 중 올해만큼 인디게임에 관심을 받은 지스타는 없었다. 아무래도 오프라인 지스타는 3N 등 대형 게임사가 주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게임강국임을 내세우려면 인디게임을 더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인디게임을 알리는 방식은 온라인이 낫다는 걸 이번에 알 수 있었다.

내년 지스타도 온라인 방송을 이어간다면, 인디게임에 도움이 되도록 온라인 방송 이후 펀딩을 소개하거나 테스트 버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볼 수 있다. B2B도 마찬가지다. 게임산업은 게이머의 플레이 외에도 비즈니스가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지스타에선 B2C와 B2B가 분리되었기에 일반 게이머가 비즈니스를 보기 힘들었다. 온라인 지스타를 통해 놀이로서의 게임만이 아닌, 비즈니스와 직업체험 등 게임산업의 모든 것이 공존하는 행사로 만들 수 있을 거 같다.

대표적으로 송재경 대표 담화가 인상적이었다. 게임산업에 다양한 접근으로 좋은 예시가 됐다. 어느샌가 지스타는 인플루언서 위주 행사, 게이머는 와서 쿠폰만 받아 가는 행사가 되지 않았나. 올해 완벽하지 않은 지스타를 통해 더 나은 지스타를 생각하게 됐다.

그래도 시청자들에겐 다시 한번 미안한 마음이 든다. 1년을 기다린 행사였으니.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가 내년 지스타는 더 잘 준비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다.

▲ 게임업계의 색다른 면을 보여준 송재경 대표


e스포츠 방송 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예상하나?

= 시기상조이지만, 결국 VR/AR 시대가 올 것이다. 기술 덕에 경기장에 오지 않고 e스포츠를 관람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이때 중요한 점은 방송사와 시청자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게임방송처럼 전문적인 시청자가 있으면 일방적 정보 전달만으론 성공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론 VR/AR 기술 발전이 방송사와 시청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나아가길 바란다.


올해 소감과 내년 계획이 궁금하다.

= 아직도 2020년을 모르겠다. 아마 e스포츠 업계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어떻게 바뀌는지 모르겠고, 어려우면서도 혼란스러웠다. 오늘만 사는 느낌으로 버틴 거 같다. 2020년은 2021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감을 잡는 한 해가 됐다. 시장은 빠르게 변했고, 내년을 대비하는 올해다.

올해 2월부터 5월까지는 말 그대로 놀았다. VSG 아레나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몰랐고, 프로덕션 사업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6월이 되어서야 일이 점차 늘었고 리그가 재개됐다. 코로나19 실체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슬슬 온택트 시스템이 탑재되면서부터다.

온택트 리그가 진행되면서 VSG 아레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됐다. 상암 OGN 스튜디오나 강남 넥슨 아레나, 롤파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우리 VSG 아레나는 작다. 그러나 온택트 상황에서는 경기장의 크기, 몇 명 수용이 무의미하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잘 만들자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을 전환하니 예상보다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까지 e스포츠 방송이 과도기 단계라고 말은 나왔었다. 그러나 e스포츠 방송 종사자, 게임 컨텐츠 제작자, 관련 업계 모두가 등한시했다. 오히려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앞서나가게 됐다. 이제는 모두가 감을 잡았고, 내년에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커가는 게임사들과 재밌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 물론, 우리가 가장 먼저 앞서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