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도록 e스포츠와 함께 달려온 사람이 한 프로게임단의 대표이사가 됐다. 90년대 후반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채정원은 해설, 리그 제작자를 거쳐 아프리카TV 인터랙티브 콘텐츠 사업본부장(이하 사업본부장)으로 5년간 재직하며 풍부한 경험을 더했고, 이제 아프리카 프릭스의 총책임자로 새 출발에 나선다.

채정원 대표이사가 지향하는 아프리카 프릭스의 미래와 가치는 확고했다. 탄탄한 팀 기반을 바탕으로 소속 선수들이 자부심을 갖게 하고, 은퇴 후에는 아프리카TV와 아프리카 프릭스를 비롯해 e스포츠 산업을 구성하는 여러 곳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준비도 이미 모두 갖춰져 있으니, 원하는 것은 뭐든 제공해 주겠다고.

인터뷰 말미 그가 밝힌 아프리카 프릭스의 최종 지향점은 'e스포츠 사관학교'였다. 너스레를 떨며 농담처럼 건넨 말이었지만, 이 사람이 이끄는 아프리카 프릭스라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다음은 인벤과 채정원 아프리카 프릭스 대표이사가 나눈 이야기다.




Q. 인벤과는 1년 만에 인터뷰다. 먼저 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오랜만에 인사드린다. 아프리카TV 사업본부장 채정원이다. 올 하반기부터 아프리카 프릭스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Q. 지난 주 열린 프리콘(FreeCon)이 무탈하게 종료됐다. 새로운 시도를 마친 소감이 궁금한데.

매년 지스타에 참가했던 이유가 팬분들과 호흡하고 즐기기 위해서였는데, 올해는 그럴 수 없다보니 참가하지 않았​다. 그래도 팬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은 마음에 온라인 컨텐츠를 이 기회에 시도해보자고 개최한 것이 '프리콘'이다. 일단은 첫 회가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고, 이번 시작은 아프리카TV 콘텐츠와 유저들이 중심이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과 세계 e스포츠를 대표하는 축제가 됐으면 한다.


Q. 다양한 직업과 직책을 거쳐 이제 한 게임단의 대표 직책을 맡게 됐는데,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내가 선수로 뛸 땐 프로게이머라는 용어가 막 생길 때였는데, 당시엔 이 자리까지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엔 프로게임단 개념도 희박했고 월급 20만원과 PC방 무료 이용에 행복해하던 시절이었으니까(웃음). e스포츠 업계에서 여러 일을 거쳐 프로게이머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직책까지 맡게 되어 매우 기쁘다.


Q. 아프리카 프릭스 대표이사 겸직으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리빌딩에 직접 관여한다는 거다. 원래는 자문을 한다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 게임단 일에 개입했는데, 이젠 직접 업무를 진행하고 책임을 지게 되니 신경 쓸 일이 늘어났다. 또 게임단 구조와 시스템에 아쉬운 부분이 많더라. 이에 최대한 빨리 이를 보강하는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


Q. 아쉬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달라.

일단은 물리적 거리로 인한 한계다. 현재 일산, 위례로 게임단 숙소와 사무국이 나뉘어 있어서 관리가 불편한 상황이다. 이에 내년 중 삼성동에 아프리카 프릭스 팀들을 모두 모아서 함께 생활할 예정이다. 애초에는 LoL 1, 2군을 포함해 배틀그라운드, 카트라이더 등 팀 모든 팀을 모으려 했는데 계약 직전 건물주와 조건이 합의되지 못해 일단 LoL 1군,2군 아카데미만 삼성동으로 옮기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팀을 하나의 빌딩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 목표다. 네이밍 스폰 중인 일부 종목 선수들의 경우엔 오프라인 팀 합숙 연습이 필수적이진 않지만, 그들이 원한다면 라운지나 전용 공간 등을 만들어 언제든 사옥에 방문해 게임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e스포츠는 특정 팀의 팬들보다는 주로 선수들의 팬들이신 경향이 더 많다. 특히 최대 종목인 LoL의 경우 거의 매년 선수들이 바뀌니 팀 자체의 매력을 어필하기가 많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만 해도 2018년에 LCK 준우승과 롤드컵 8강 진출을 했는데, 우리 직원들도 잘 기억을 못 하더라. 이에 유망주 발굴 및 육성 시스템을 확립해 탄탄한 팀 기반을 마련하고 안정성을 기르려 한다. 내부 역량을 기르고 꾸준한 성적을 내서 우리 팀을 응원하는 팬들을 늘리고 싶다는 생각이다.


Q. 아프리카 프릭스의 운영 철학이나 최우선 가치는?

소속 선수들의 커리어를 책임지고 계속 이어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혼자 게임을 하다가 프로게이머로 바로 데뷔하고 은퇴 후 저마다의 삶을 살았다. 그런데 최근엔 아프리카TV BJ를 하다가 프로게이머가 된다던가, 프로게이머를 하다가 아프리카TV BJ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선수들이 은퇴 후 BJ 활동을 이어가든, 감독, 코치, 분석가, 해설 등에 도전하든, 프릭스 게임단 사무국에서 일하든, e스포츠 업계의 핵심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려 한다.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 업계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e스포츠 자체의 저변을 확대하고 아프리카 프릭스 출신 선수들이 어디서든 대우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Q. 방금 이야기한 커리어 연결과 선순환 구조에 대한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고 보나?

그렇다. 우린 게임 제작 빼고 다 가능하다. 일단 개인 방송 플랫폼이고 게임단 운영, 방송 및 대회 제작, 중계진 모임, 스튜디오, PC방 등 e스포츠와 관련된 건 대부분 준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코치직을 원하면 우리 팀에서라도 시켜주고, 해설을 원하면 BJ 멸망전에서 데뷔하게 해준다. 때문에 e스포츠와 관련된 것이라면 선수들이 어떤 커리어를 원하더라도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물론 그 자리에 가서 성공하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겠지만, 일단 반드시 기회는 준다(웃음).


Q. 아프리카 프릭스의 선수들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무엇인가?

일단은 프로게임단이기에 실력을 가장 먼저 보고, 두 번째는 조화를 얼마나 잘 이룰 수 있는지다. 여기엔 성격, 인성, 사회성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돼 있다. 특정 선수가 아무리 실력이 좋더라도 팀 생활에서 분위기를 해치면 성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선수들과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그런 부분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숙소 이전을 마친 후엔 수시로 방문해 선수들의 생활을 둘러볼 예정이기도 하다. (대표가 자주 방문하면 선수들이 불편해할 것 같은데) 그런가? 몇몇 선수가 그런 얘길 하긴 하더라. 그래도 자주 보면 서로 편해지지 않을까. 대신 게임 훈수는 두지 않겠다(웃음).


Q. 게임단 운영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데,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당연히 성적이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내년부턴 1승 1패가 정말 무겁게 다가올 테니 말이다. 정말 힘들 것 같으면 "길게 보고 가자!"라고 말하려 한다. 또한 LoL 팀의 경우 LCK 프랜차이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팀 구조를 잘 갖추는 것과 내부 역량을 키우는 것에 집중해야 할 듯하다. 또 선수들을 영입할 때 연봉 협상을 직접 진행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사람을 대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데, 예민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니 큰 부담이 됐다.


Q. 흑자를 보기 어려운 프로게임단 사업에 지속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지금은 e스포츠가 한발 더 나아가는 과도기이며, 언젠간 분명히 완전한 산업화가 될 거다. 지금도 어느 정도 산업화가 되어 있지만 더 큰 산업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e스포츠는 시청자들의 평균 연령대가 월등히 낮고, 이에 20년 후에는 e스포츠가 현재의 야구나 축구처럼 메이저 스포츠의 위치에 있을 거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사업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미래에 대비한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거다.

또 그냥 게임을 하면서 자란 친구들이 잘 살고 잘 됐으면 좋겠다. 나도 운이 매우 좋게 원하는 일을 하며 잘 풀린 케이스이긴 한데 어린 시절엔 게임 때문에 서럽기도 했다. 부모님께 많이 혼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10대들에게 게임과 e스포츠는 최고 주류 문화지 않나. 이에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그들이 바르게 성장하고 살아갈 수 있는 터를 닦아주고 싶다.


Q. 아프리카TV와 프릭스의 컨텐츠들을 만들어가는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대에 올라갈 일이 있을 땐 언제나 팬분들께 감사드리는데, 이 자리를 빌려선 아프리카TV의 모든 직원분께 감사드린다. 콘텐츠산업이 다 그렇듯 남들이 놀 때 일하고 쉴 때도 일해야 하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낮 구분 없이 열심히 일해줘서 고맙다. 또 내가 시켜서 하는 일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해서 하는 일이 훨씬 많은데, 그들의 재능과 열정을 정말 칭찬하고 싶다.


Q. 아프리카 프릭스와 e스포츠 팬들에게 어떤 인물, 이미지로 각인되고 싶나.

프로게이머 출신의 게임 좋아하는 형! 그 정도로 봐 달라. 실제로 그런 사람이니까(웃음). 그저 게임을 같이 즐기는 유저 중 한 명으로 봐줬으면 한다.


Q. 2021년 아프리카 프릭스의 목표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유망주 발굴이며, 그를 위한 시스템을 확립하겠다. 가장 먼저 실시할 것은 유망주 선발 대회다. 본래대로라면 전국에 있는 아프리카TV 오픈스튜디오를 활용해 오프라인으로 진행했겠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온라인으로라도 최소 분기 1회씩 꾸준히 개최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게임 아카데미 관련 활동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원생들을 받는 학원을 차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취미로라도 게임을 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


Q. 아프리카 프릭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궁금하다.

아프리카 프릭스 출신 선수들이 e스포츠 곳곳에 침투해 활동하는 것이다. 마치 사관학교처럼, e스포츠 업계 어디서든 "아프리카 프릭스 출신이야!"하면 먹어주는 거다(웃음). 이미 우리 게임단을 거쳐간 사람도 꽤 있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났으면 한다.


Q.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 달라.

아프리카TV를 시청해 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게임과 e스포츠는 이미 굉장히 많은 사람이 즐기는 문화가 됐기에 이를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아프리카TV는 다양한 시도와 투자를 이어가겠다. 또 아프리카TV에서 만으로 5년 넘게 일하고 있는데, 매년 컨텐츠와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향후 5년도 기대해 줬으면 좋겠다. 지난 5년이 '아프리카TV도 e스포츠를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진정성을 보여준 기간이었다면 향후 5년은 아프리카TV가 e스포츠를 리드하는 기간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10주년 기념 인터뷰를 하며 "거 봐!"라고 떵떵거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