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반, 각 지역 리그 1위들이 모여 대결을 펼친 2021 MSI(Mid-Season Invitational). 정상에서 만난 RNG와 담원 기아의 대결은 치열한 혈투 끝에 RNG의 3:2 승리로 마무리 됐다. 이번 MSI에서는 리그 경기에서 활약한 챔피언 픽은 물론, MSI에서 새롭게 좋은 평가를 받아 떠오른 챔피언들까지 여러 픽들이 혼재한 경기가 펼쳐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리 신이다. 리 신은 정글러로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MSI 대회 기준으론 탑-미드에 서는 라인 리 신이 대세였다. 총 28번의 출전 기록 중 정글러로 쓰인 것은 단 1회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은 탑으로 기용 됐다. 대회가 진행된 11.9 패치 기준, 리 신은 E 스킬 쿨타임 감소 등 여러 버프가 누적된 상황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E 스킬을 선마하는 탑 리 신이 18승 10패, 64.3%의 승률을 기록하며 대활약 할 수 있었다.

탑 리 신의 활약상은 담원 기아와 RNG의 결승 경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담원 기아가 RNG에게 1세트를 내준 상황에서 등장한 '칸'의 리 신은 2세트 팽팽한 대결 구도를 무너뜨리는 크랙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비록 최종적으로 결승 경기를 패배하기는 했지만, 2세트 승리에 기여한 '칸'의 리 신은 RNG를 추격할 수 있었던 최고의 '한 수'였다.


▲ 결승전 2세트 승리의 공로자! 확실한 활약을 보여준 '칸'의 탑 리 신(영상 출처: LCK 유튜브)


이번 2021 MSI에서는 신종 정글러 3인방의 등장도 많은 기대를 모았다. 11.8 패치 정글링 상향을 통해 정글 포지션에 안착한 모르가나-다이애나는 물론, 라인 능력이 상향된 럼블도 덩달아 정글로 기용되면서 11.9 패치로 진행되는 MSI에서 모르가나-다이애나-럼블 정글의 사용과 티어 정립이 궁금한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들 정글러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 챔피언은 모르가나였다. 모르가나는 초반 정글 주도권 싸움에선 다소 불편한 점도 있지만, 뛰어난 정글 캠핑 능력과 강력한 속박 스킬을 통해 MSI 기간 동안 활약할 수 있었다. 모르가나는 19승 14패, 57.6%의 높은 승률은 물론 많은 밴 카드(36밴)를 뽑은 챔피언이기도 하다.

럼블 정글도 비교적 자주 기용된 픽이었다. 다만 모르가나에 비하면 안정성 면에서 더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실제로 승률 또한 18승 19패, 48.6%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다이애나의 경우 담원 기아의 '캐니언'이 단 한번 사용하여 승리를 거둔 것이 전부였다. 11.9 패치의 하향이 다이애나에게 큰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별개로 MSI 이전부터 리그 경기에 활약했던 우디르 정글은 MSI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26승 24패, 52% 준수한 승률은 물론, 27개의 밴 카드까지 이끌어내며 이번 대회 가장 높은 밴픽률(95.1%)을 기록했다. 대회 우승을 차지한 RNG는 결승전에서 우디르를 계속해서 사용하면서 우디르가 여전히 좋은 픽임을 입증했다.


▲ 신규 정글러 3인방 중에서는 모르가나가 가장 활약했다


원딜 중에서는 카이사와 바루스가 각각 4, 5위로 높은 밴픽률을 기록했다. 세부적인 차이로는 카이사는 거의 밴 카드가 사용되지 않고 많은 출전(66픽)을 한 반면, 바루스는 대부분 밴 카드가 활용(56밴)되었다. 승률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카이사는 37승 29패 56.1%로 출전이 많았음에도 높은 승률을 기록한 반면, 바루스는 6승 8패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단식 전략을 시도하는 등, 다소 특수한 원딜 겸 서포터로 꼽히는 세나는 많은 팀들이 밴으로 틀어막은 챔피언이다. 밴픽률 59.3%를 기록한 세나는 45밴 3픽으로 단 세 경기만 MSI에 출전할 수 있었다. 특히 LCK에서 세나-탐 켄치를 잘 다루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담원 기아를 상대로 더 많은 세나 밴이 나왔다. 실제로 결승전에서 RNG도 담원 기아를 상대로 전경기 세나를 밴하며 까다로운 변수를 차단했다.


▲ 높은 밴픽률, 상반된 성적을 거둔 카이사-바루스


이번 2021 MSI 서포터로는 쓰레쉬, 노틸러스, 레오나가 높은 밴픽률을 기록했다. 랜턴을 통한 원딜 세이브는 물론, 그랩으로 이니시에이팅도 가능한 다재다능한 쓰레쉬는 가장 많은 밴을 뺀(57밴) 서포터였다. 밴이 많았기에 상대적으로 출전 기회는 적었지만, 픽된 경기마다 좋은 활약을 보이며 8승 3패, 72.7%의 고승률을 기록했다.

한편 노틸러스의 밴픽률 상승도 주목할만한 부분이었다. 최근 리그 경기에서 노틸러스의 티어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번 MSI 대회에서는 80.2% 밴픽률을 기록하며 서포터 핵심 픽으로 떠올랐다. 특히 RNG의 'Ming'은 노틸러스로 10승 1패를 기록할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노틸러스에 대한 평가를 바꾼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쓰레쉬는 많은 밴카드를 소모 시키면서, 승률도 높은 서포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