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 기아가 '위기'라는 조짐은 개막 전부터 보였다. 그리고 KT와의 경기에서 불안은 현실이 됐다. 바텀 라인의 폼이 가장 불안했고, 정글 포지션에도 '바뀐 메타를 잘 따라가고 있냐?'는 물음표가 붙었다. 이미 MSI에서부터 담원 기아를 향해 나왔던 지적들이다. LCK 개막을 앞두고 이를 깔끔하게 해결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했다.

아프리카 프릭스전을 앞두고는 담원 기아가 대규모 포지션 스왑을 할 거라는 말까지 나왔다. 포지션을 변경한다는 건 좋은 소식이 아니다. 팀은 짜여진 포지션에 맞게 선수를 영입한다. 그리고 정해진 포지션에 따라 스크림과 경기를 통해 합을 맞춘다. 포지션 변경은 익숙한 포지션과 오랫동안 맞춘 합을 무시하고 새롭게 판을 짜는 거다. 2019년에 팀 내 포지션 변경을 경험했던 '기인'도 그런 상황이 나오는 것 자체가 좋은 소식은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담원 기아는 이겼다. 불안한 '고스트'를 로스터에서 빼고 미드는 봇으로, 정글은 미드로, 정글에는 서브 선수를 앉히고도 예전 담원 기아와 비슷한 맛을 냈다. 포지션 변경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지만 이 정도로 많은 걸 바꾼 팀은 없었고, 그걸로 결과를 냈다는 것도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물론, 담원 기아의 포지션 변경이 계속 성공하긴 힘들어 보인다.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미드 라인에 선 정글러 '캐니언'의 챔피언 폭이다. 라이즈라는 챔피언을 잘 다룬다는 걸 보여줬지만, 과연 다른 챔피언도 경기에서 사용할 만큼 잘 다룰 수 있을까? 담원 기아를 상대하는 팀들은 계속 다른 챔피언도 증명해보라고 요구할 거다.

"프로에겐 결과가 중요하다. 우리는 이기는 게 목적이고,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 '쇼메이커'의 말은 모두가 알지만 대부분이 지키지 못한다. 어떻게든 승리를 챙기는 건 강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담원 기아는 아프리카 프릭스전 승리로 자신들이 가진 승리 유전자를 증명해냈다. '고스트'가 돌아오기 전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진 알 수 없지만, 그동안 담원 기아가 치르는 모든 경기는 LCK 팬들에게 뜨거운 이야깃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2021 LCK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 9일 차 일정

1경기 담원 기아 vs DRX - 19일 오후 5시
2경기 아프리카 프릭스 vs kt 롤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