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 샌드박스 2023년 로스터
(TOP) '버돌' 노태윤
(JUG) '윌러' 김정현
(MID) '클로저' 이주현
(BOT) '엔비' 이명준
(SUP) '카엘' 김진홍

지난해 리브 샌드박스는 정말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판을 흔드는 언더독'으로서 리그에 커다란 재미와 감동을 더했다. 스프링 9위 팀이 원딜 1명, 그것도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있던 선수를 추가 영입한 뒤 180도 달라질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반대로 그 해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추웠다. 스노우볼의 중심이었던 '크로코'와 승리를 완성하는 피니셔(Finisher) '프린스', 두 에이스가 팀을 떠났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것으로 보였던 '도브'도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게다가 계약 기간이 남은 '클로저'와 '카엘'마저 이적 시장에 내놓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차가운 이적 시장의 현실을 잘 보여준 팀 중 하나였다.

최악을 예상했기 때문일까. 다행히 '클로저'와 '카엘'은 팀에 남았고, 리브 샌드박스는 이 둘을 필두로 조각을 하나둘 맞춰갔다. 그렇게 완성된 로스터가 '버돌', '윌러', '클로저', '엔비', '카엘'이다. 빈 자리를 잘 채웠다고 말하기에는 사실 영입(혹은 재계약)된 세 선수 모두 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2021년 젠지에서 데뷔해 이듬해 담원 기아(현 디플러스 기아)로 이적한 T1 루키즈 출신 '버돌'.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LCK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2022 시즌 스프링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고, 수많은 비판과 혹평을 마주해야 했다. 결국, 서머에는 돌아온 '너구리' 장하권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엔비'의 사정도 비슷하다. 2021 시즌을 젠지 챌린저스에서 보낸 '엔비'는 봇 듀오 '카엘'과 함께 리브 샌드박스로 이적해 데뷔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둘의 희비는 엇갈렸다. 합격점을 받은 '카엘'과 달리 '엔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스' 윤상훈에게 주전을 빼앗겼고, 서머에는 '프린스'가 들어오면서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비교적 걱정보다 기대를 모으는 건 '윌러'다. 사실 '윌러'는 데뷔 때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부진의 늪에 빠졌던 2021 시즌 막바지에 혜성처럼 등장해 탄탄한 기본기와 팀 게임 능력, 유연한 운영 등을 보여주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2022 시즌에는 출장 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다는 게 변수다.

베테랑 혹은 구심점이 되어줄 선수가 없다는 사실도 팀의 객관적인 전력 평가를 낮추는 요소 중 하나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게임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팀을 한데 뭉치게 하는 리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건 이제 설명할 필요가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선 보통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경험치와 타고난 리더쉽.

하지만, 지금 리브 샌드박스에는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선수가 없다. 대부분 경력이 길지 않고, 어리다. 그나마 데뷔가 가장 빠른 게 '클로저'인데, 만 17세 생일이 지난 2020년 여름에 LCK 무대를 밟았다. 그마저도 내내 주전 경쟁을 하는 위치였고, 2022 시즌 리브 샌드박스로 이적하고 처음으로 풀주전을 보냈다.

그래서 코치진의 역량이 더욱 중요한 상황인데, 여기도 아직은 물음표다. '류' 유상욱 감독은 1군 팀을 이끄는 게 이번이 처음이고, '린' 김다빈 코치도 아직 각인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선수도, 코치진도 증명이 필요한 한 해를 보내게 된 거다. 거기에 더해 게임단에서 밀고 있는 데이터 분석과 이를 활용한 피드백도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결국, 리브 샌드박스의 올 시즌 운명은 잠재력에 달렸다. 게임단이 본 선수들의 '예상 가치'가 '실제 가치'로 환산 되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의지가 도화선이 되어 예상치 못한 폭발을 일으킬 지, 아니면 선장 없는 배처럼 방향을 잃고 난파될 지 지켜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