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탱크의 세계 대회 결승전이 16일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 스포츠 홀 CSKA에서 열렸습니다. 탱크 전투 게임 '월드 오브 탱크'는 2011년 부터 우랄 스틸(Ural Steel)이라는 세계 대회를 개최중으로 올 해로 2회 대회입니다. 치열한 선발전을 뚫고 결선 무대에 오른 팀은 15개. 105명의 선수단으로 구성된 결선 진출팀들이 총 상금 77,000달러(한화 1억원 상당)를 놓고 치열한 전투를 펼치는 과정은 own3D.tv를 통해 전세계에 실시간 중계되기도 했습니다.


행사는 탱크 모형을 가지고 노는 어린이들이 무대를 채우면서 시작되었습니다. 50년대에도 어린 아이들은 탱크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고, 그게 2012년에는 컴퓨터를 켜고 월드 오브 탱크에 접속하는 것으로 놀이가 이어지고 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이어 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이번 그랜드 파이널에 진출한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입장했습니다.


개회식을 마치고 진행된 행사는 '러시아 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빡빡한 일정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경기 중간 중간에 삽입된 작은 이벤트들은 '볼거리 제공'보다는 관중과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박한 것들이었습니다. 종이 비행기를 접어 멀리 날린 관객, 그림을 그려서 가장 좋은 호응을 받은 관객, 커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게임을 하는 모습들은 잘 짜여진 이벤트 수준에서 다뤄지는 국내 e스포츠 행사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e스포츠 결선 무대에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느라 다음 경기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관중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습니다. 춥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키워온 인내와 기다림의 미학은 이런 행사에서도 드러나는 것인가 봅니다.


이런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라서 일까요. 월드 오브 탱크의 대회 경기에서도 '기다림'의 시간이 중요했습니다. 사실 월드 오브 탱크는 비슷한 e스포츠 종목으로 치자면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 같은 FPS장르와 같이 이야기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탱크라는 소재, 무기 한 발 한 발이 강력하고 원거리에서도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FPS에서 볼 수 있는 빠른 난타전 양상은 드물게 나타납니다. 오히려 거점 점령과 협동 공격이 중요해, 상대방의 위치를 찾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게임입니다. 그래서 '빠르고 화끈한' 걸 좋아하는 우리네 성격과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게임의 양상은 굉장히 다이나믹 했습니다. 이동속도가 빠른 경전차가 적진을 돌파하며 상대 전차의 위치를 파악하면 최후방에 있는 자주포가 상대 전차의 이동경로를 예측해 강력한 일격을 가합니다. FPS 게임에서 스나이퍼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그런 와중에 돌격전차들이 천천히 진격하면서 상대 전차들과 근접전을 벌이는 식의 전개는 일반적인 하나의 전술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전술 외에도 길을 돌아가 상대방의 거점을 점령해버린다거나, 그런 의도를 눈치채고 얇아진 수비벽을 돌파해 수적 우위를 선점하는 모습. 또는 큰 건물 옆에 모여 화망을 구성하고 있는 상대를 대상으로 시간을 맞춰 갑자기 난입해 적을 섬멸하는 장면 등에서는 어김없이 숨을 죽이고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조차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판 당 경기 시간은 15분이지만, 양상이 이렇다 보니 빠르면 5분, 10분에도 승패가 갈렸습니다. 아직 옵저버 모드 등이 지원되지 않아 정보 전달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세계 최고 선수들의 뛰어난 컨트롤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사실 월드 오브 탱크의 인기는 이미 전세계적입니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서비스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전세계 유저 수가 3,500만이 넘습니다. 이번 그랜드 파이널에 진출하기 전 치뤄진 사전 선발전에는 유럽, 북미,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 중국, 동남아 등 34개국의 5천 개 팀이 경합을 벌였습니다. 인원수로 따지면 2만 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뽑히고 뽑힌 최고의 실력자들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e스포츠 무대를 만들어 냈습니다.


월드 오브 탱크의 본격적인 서비스가 멀지 않은 우리나라. 러시아에서 만난 것은 스스로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는 표현을 썼던 우리나라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e스포츠 종목이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습니다.


행사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보았습니다.





[ ▲ 우랄 스틸 2012 결선무대가 열린 모스크바 CSKA 스포츠홀 ]


[ ▲ 오전에는 무대 세팅과 리허설이 한창이었습니다 ]


[ ▲ 참가국의 국기 입장 순서도 ]


[ ▲ 무대 한 쪽을 차지한 실제 크기의 탱크 (풍선) 모형 ]



[ ▲ 4강전부터 펼쳐지는 최종 결선무대에 오르기 위해 16강전이 진행되었습니다 ]


[ ▲ 디테일한 컴퓨터 세팅에 신경을 쓰는 모습 ]


[ ▲ 스탯 하나를 찍는데도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












[ ▲ 무대 밖에 설치된 워게이밍넷의 차기작 월드 오브 에어플레인 시연대 ]


[ ▲ 나중에는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


[ ▲ 아빠와 함께 온 어린이의 모습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


[ ▲ 각종 기념품들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










[ ▲ 입장표를 나눠주고 있는 진행요원분들. 흔쾌히 사진에 응해주셨습니다 ]


[ ▲ 월드 오브 탱크 행사 도우미분들 ]




[ ▲ 관객 입장시간이 다가오자 점점 사람이 많아집니다 ]


[ ▲ 텐트를 혼자 칠 수 있다고? 즉석 부대 체험? ]


[ ▲ 야외에는 실제 탱크 2대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물론 작동하는 건 아니겠죠 ]






[ ▲ 무대 밖 홍보 부스에서 ]


[ ▲ 재미있는 캐리커쳐를 즉석에서 그려주기도 합니다 ]








[ ▲ 러시아는 이렇게 보안 검색대가 많았습니다. 대중이 모이는 곳은 항상 있다고 합니다 ]








[ ▲ 관중석이 가득 메워지면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


[ ▲ 예전에 탱크 모형을 가지고 놀았다면, 이제는 컴퓨터로 즐긴다는 오프닝 ]


[ ▲ 각국의 국기들이 입장합니다 ]


[ ▲ 선수단들도 입장 완료 ]






[ ▲ 흥을 돋구는 다양한 공연들도 함께 했습니다 ]
















[ ▲ 많은 박수를 받았던 남성 2인조 신체 묘기.
다리를 직각으로 들고 팔굽혀펴기 하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


[ ▲ 최종 결승전에서는 과감한 공격 전술로 The Red:Rush Unity 팀이 3대0 승리를 거뒀습니다 ]





[ ▲ 우승이 결정되자 함께 축하하며 환하게 웃는 선수들 ]



[ ▲ 모든 경기가 끝난 후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행사는 끝이 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