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프로들의 경기에는 분명 "승부 포인트" 라는 것이 존재하며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낸 팀이 곧 승리를 가져간다.

카운터 픽부터 상대 선수를 고려한 심리전, 라인 스왑 등의 압박 전술과 컨셉 조합 등 "반드시 이기는 순간'을 만들어 주는것이 바로 승부 포인트이다.

최근 기자는 경기 취재를 하며 해설진을 비롯한 선수들과 코칭 스텝 그리고 국내외 리그를 시청하는 마니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메타를 선도할 혹은 최근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승부 포인트"를 물어보곤 한다.

메타의 첨단을 달리는 프로팀 선수들이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승부 포인트라면 분명 향후 경기의 양상에도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고 리그를 더 재미있고 꼼꼼하게 볼 수 있는 포인트를 쉽게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프로팀들이 시즌3를 맞아 가성비가 좋아진 체력 아이템을 위주로 한 안정적인 운영을 선호하게 되자 승부 포인트의 의미가 조금 옅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듣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윈터 시즌이 끝나고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이 최근 새롭게 고민하고 또 연구하는, 새로운 승리 포인트는 무엇일까?

이 디테일하고도 복잡한 물음에 대해 선수들과 코칭 스텝, 경기 마니아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장 최근 메타로 떠오른 승부 포인트에 대해 서로 공감하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방어깎기거리" 였다.



Point 1. 방어도 깎기 - 안정성 위주의 전술을 무너뜨리는 전술




선수들 사이에서 흔히 "방깎 전술" 이라고 불리는 방어도 깎기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챔피언인 신 짜오와 레넥톤, 타릭 등의 스킬 시너지를 이용한 전략으로 대규모 교전이 아닌 난전 중심의 전술이다.

지난 IEM 카토비체에서 겜빗 게이밍이 아주부 양 팀을 상대로 선보인 전술로 최근 유행했던 체력을 기반으로 한 탱킹 챔피언 주력 조합 혹은 후반 운영을 하는 팀에게는 카운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 IEM 카토비체에서 안정적인 운영을 상대로 새로운 조합을 선보인 겜빗 게이밍



전투가 시작되면 대담한 돌격으로 상대 진영으로 들어간 신 짜오가 패시브인 도전으로 15%의 방어력을 깎아낸 후, 이어서 레넥톤이 분노 50의 자르고 토막 내기를 연달아 사용하며 상대방의 방어력을 대폭 낮춘다.

이런 상황에 타릭의 산산조각까지 맞는다면 게임 시작 20분이 넘어간 시점, 중반전 수치로 거의 방어력 100에서 130 정도의 탱킹 아이템을 보유한 챔피언의 방어도가 한 번에 사라지기 때문에 방어 관통 마스터리와 중반전 아이템을 장착한 챔피언의 물리 대미지 기반 스킬과 일반 공격이 거의 고정 대미지가 되어버린다.


▲ 타릭과 신 짜오의 방어도 감소 디버프로 순간 엄청난 딜을 꽂아 넣는다



▣ 방어 깎기전술의 운영의 교전

1.신 짜오, 레넥톤의 돌입
 ㄴ 대담한 돌격으로 전방에 돌출된 적 탱커 챔피언을 공격, 방어도 감소.
  ㄴ 레넥톤의 분노 50 자르고 토막 내기로 방어도를 깎고 적 진형으로 돌입

2.신 짜오와 레넥톤의 궁극기 사용 = 적 진형 붕괴
 ㄴ 돌출된 적 챔피언을 원거리 딜러와 함께 공격. 방어도가 약해진 적 탑솔 or 정글러의 사망

3.돌입한 신 짜오와 레넥톤은 솔라리의 팬던트와 궁극기 등으로 적의 공격을 흡수
  ㄴ 후열에서 합류한 원거리 딜러의 화력으로 나머지 챔피언들을 정리



당장 피격을 당하는 한 명의 챔피언, 그것도 기존 카타리나 + 다리우스 등 암살 조합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체력이 약한 서포터가 먼저 전사하는 것이 아니라 방어력이 100에 달하는 탱커형 정글러 혹은 탑 라인 챔피언이 순식간에 전장에서 배제되는 것.

트위치나 미스 포츈 등 광역 대미지 챔피언들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금상첨화가 되며 원거리 딜러와 탑 라이너, 거기에 미드 라이너까지 AD로 가져가는 요즘 추세에서는 방어 감소 효과를 맞게 되는 챔피언들은 기본이고 방어력이 약한 서포터 챔피언이 방어 감소를 당하고 원거리 딜러에게 한 번에 사냥을 당하게 되는 것은 옵션이다.


▲ 경기 시작 25분, 체력 아이템을 두른 아무무도 집중 포화에 사망할 수 있다



뿐만이 아니라 방어도 깎기 전술에 선택되는 신 짜오, 레넥톤, 타릭 등의 챔피언들은 초반 라인전을 강하게 가져갈 수 있고, 초반 정글 지역에서 벌어지는 소규모 국지전에서도 강력하며 최근 거인의 벨트에서 시작되는 체력 중심의 후반전 운영 조합이 재대로된 아이템을 갖추기 전인 경기 중반 타이밍부터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게 된다.

시즌3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강력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금자탑에 가까워 보였던 "대워모그 시대" 를 종식시키기 위해 같이 아이템을 올리는 것이 아닌 새로운 해답을 제시한 것이다.




Point 2. 승리를 만드는 "거리" - 상대방을 사지로 몰아넣는 법




리그오브레전드 경기에서 각 챔피언 조합에는 그 조합의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해주는"거리"가 존재한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프로 게이머들은 자신이 유리한 거리를 만들어내려고 서머너 스펠을 선택하고 챔피언 조합을 바꾸는 등 여러 가지 전술을 사용하며 이 거리를 지켜냈지만 최근 경기에서는 새로운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군의 거리를 만드는 것 보다 상대방의 거리를 강제하는 것으로 말이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챔피언들 중 하나인 신 짜오, 누누, 미스 포츈 그리고 트위치에게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으며 방깎 조합과 마찬가지로 팀 파이트 중심의 조합에게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 올림푸스 윈터 챔피언스 결승전 당시 밴픽



▣ 거리를 강제할 수 있는 조합의 조건

1.아군 후방으로 바로 돌진해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챔피언 (올라프 등)을 밴하거나 픽
2.딜의 기반이되는 원거리 딜러가 라인전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밴 카드 투자 & 라인 스왑 준비




신 짜오, 누누, 미스 포츈, 트위치는 상대방의 한타 거리를 강제할 수 있다.

트위치의 은신 후 위치 선정과 일렬 관통 공격, 미스 포츈의 바로 발사되는 넓은 범위 궁극기는 적 원거리 딜러보다 멀리서 후방에 있는 다수의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유리함과 동시에 먼저 위치를 선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투가 시작되면 신 짜오와 누누 등이 아군 원거리 딜러와 적 진영 중간 지역을 장악하고 진형을 최대한 수직으로 길게 배치하면서 아군에게 파고드는 돌진형 탱커와 후방의 적 원거리 딜러, CC기 형 서포터 챔피언을 분리한다.

동시에 원거리 딜러의 광역형 궁극기가 발사되면 적 탱커형 챔피언들은 아군 원거리 딜러에게 돌진하고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회피를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팀 파이트 중심의 조합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CC기 연계가 힘들어진다.


▲ 일자 진형을 유지하며 상대 챔피언들의 간격을 흩어놓는다



마지막으로, 가장 먼저 원거리 딜러에게 들어오는 아무무, 카직스와 같은 챔피언의 돌진을 서포터가 한 번 막아내주고 추가로 소환사 주문까지 사용하며 원거리 딜러에게 돌진한다면 점멸로 회피, 반대로 역공을 넣으며 돌입해 들어온 챔피언들부터 천천히 잡아낸다.

요즘 선수들이 예전보다 더 원거리 딜러의 소환사 주문이 돌아오는 타이밍에 대규모 교전을 시작하려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 진형을 잘 잡았다고 하더라도 핵심인 원거리 딜러의 소환사 주문이 없다면 역습의 위험이 생긴다



이번 올림푸스 챔피언스 윈터 결승전 두 번째 경기에서 나진 소드는 정말 위협적인 조합을 완성시킬 뻔 했지만 아주부 프로스트가 1경기의 경험을 살려 누누를 밴하자 김동준 해설이 "정말 좋은 대처"라고 평가했다.

거리 강제 전술의 원거리 딜러는 아무리 탱커형 챔피언이라고 해도 전부 맞아주면서 돌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화력을 지니고 있고 상대보다 먼저 위치 선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거리를 쉽게 빼앗아 스킬 연계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밴픽 단계부터 준비된 전술이기에 라인전 단계에서 압박을 당하기 힘들뿐더러 후반전에서도 상대의 변수를 틀어막는 운영을 만든 것이다.


마치며...




▲ 윈터 시즌은 끝났지만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챔피언스 윈터 결승전이 끝나고 사석에서 만났던 김동준 해설은 "카직스, 신 짜오, 레넥톤만 가져갈 수 있으면 정말 무서울 게 없을 것 같다." 라는 표현을 해주기도 했다. 이 챔피언들은 방어 깎기와 거리의 메커니즘을 공유하는 챔피언들이기도 하다.

시즌1에서 선수들이 챔피언 개개인의 상성을 극대화하여 OP 챔피언들을 약화시키는 카운터 픽을 만들었고 시즌2에서는 맞춤형 아이템을 이용하여 상대 챔피언을 무력화하는 카운터 빌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즌3에서 승리의 공식으로 판단되었던 안정 지향적 조합 & 아이템 운영을 방깎과 거리로 파훼하는 카운터 전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항상 변화하며 최신 메타에 적응하지 못하는 팀은 슬럼프가 올 수밖에 없다." - 온게임넷 김동준 해설, 올림푸스 챔피언스 윈터 결승전 해설 당시

김동준 해설의 말마따나 리그오브레전드는 아직도 변화 중이다.

안정적인 운영이 기본이 된 윈터 시즌은 가장 최근 벌어진 해외 경기들과 결승전에서의 결과는 최신 메타의 흐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팀들과 선수들 사이에서는 "방깎"과 "거리"는 새로운 승리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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