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그야말로 e스포츠의 재도약을 위한 해라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새로운 종목이 생겨나고, 이를 위한 e스포츠 팀들이 창단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기존 e스포츠 게임단이 한 가지 종목에만 집중했다면, 2012년 이후 각 게임단이 스타크래프트2,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여러 가지 종목에 진출하기 시작했죠.
벨브에서 개발 중인 AOS장르 게임인 도타(DOTA, Defense of the Ancients2) 역시 베타 테스트 기간임에도 많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대회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넥슨에서 서비스하기로 결정된 상태이고 국내 게이머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 프로팀은 창단되지 않았습니다.
이러던 중, 작년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팀 리그 2회 연속 우승팀인 FXOpen에서 도타2 팀 창단을 발표했습니다. 'March' 박태원 선수, 'Devilelf' 김정기 선수, 'Sagun' 이경민 선수, 'Bangfish' 김병천 선수를 주축으로 도타2에 도전장을 던진 FXOpen. 도타2라는 망망대해에 도전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인천의 한 까페에서 이형섭 감독, 권재환 플레잉코치, 박태원 선수와 , 김정기 선수를 만났습니다.
과연 이들은 왜 도타2에 도전했는지 그 이야기를 한 번 읽어보세요!
안녕하세요. 인벤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이형섭 감독: 안녕하세요. FXOpen 감독 이형섭입니다. 작년 연말 인터뷰를 통해 인사드렸는데,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권재환 코치: FXOpen AOS 장르 게임을 전담하고 있는 권재환입니다. 현재 FXO 도타2 팀에서 선수 겸 코치를 맡고 있습니다.
박태원(March): FXOpen 도타2팀 주장을 맡고 있는 박태원입니다. 과거 도타에서도 프로게이머로 활동했고, 이번에 FXOpen에 새롭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팀에서는 미드 솔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정기(Devilelf): 안녕하세요. FXOpen 도타2 팀에 합류한 김정기입니다. WCG 2012 도타2 팀 주장을 맡은 경험도 있고, 지금 팀에서 서포터를 맡고 있습니다.
이번 창단으로 FXOpen이 한국 최초로 도타2 팀을 창단하게 되었는데요, 이번 결정은 어떻게 내리게 되신 건가요?이형섭 감독: 원래 스타크래프트2 팀과 함께 다른 종목 팀도 창단하려고 생각했었습니다. AOS 장르로 종목을 확장하는 것도 계속 생각해 왔던 것이었고, 해외에서의 엄청난 도타2 인기를 보고 이번 창단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2에 이어 새로운 종목에서 우승했으면 하는 마음에도타2 팀을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FXOpen 본사에도 이야기를 하고 승낙을 받았죠. 집에서도 더 도와주셨는데 '조금 더 안정된 다음에 종목을 늘리는 게 좋지 않느냐?' 하는 걱정은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리고는 권재환 코치와 최승민 코치에게 '우리 도타2 팀 만들 거니까 준비해'라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했죠. 평소 AOS를 좋아하던 권재환 코치 표정을 못 전해 드리는 게 정말 아쉬울 정도로 본인도 좋아했습니다. 기존 스타크래프트2 팀원들도 팀이 커져간다는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권재환 코치: 어느 정도 도타2 팀 창단은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직접 이야기를 듣고 보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웃음), 스타크래프트2만큼이나 AOS 장르 게임도 좋아해서 감독님이 AOS 쪽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수락하게 되었죠. 도타2는 한국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인기몰이를 하는 게임이고, 국내에서도 같은 AOS 장르인 리그 오브 레전드가 흥행 중이거든요.
도타2 팀을 같이 하게 될 팀원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이형섭 감독: 과거 스타크래프트2에서 활약하던 류경현 선수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처음에는 FXOpen에서 같이 하자고 제의를 했지만, 미국 시민법 때문에 한국에서의 활동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March' 박태원 선수를 추천받았습니다. 박태원 선수에게 같이 해보자가 제의하니 본인도 도타2 프로팀 생활을 해보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했죠. 'Devilelf' 김정기 선수 역시 박태원 선수를 통해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박태원: 이미 감독님이 이야기하신 부분이지만, 저 역시 류경현 선수를 통해 감독님을 알게 되었어요. 감독님을 처음 보았을 때 '좋은 사람이다'는 느낌을 받고 팀 합류를 제의를 승낙하게 되었죠. 사실 예전 다른 도타2 프로팀에 입단 제의를 받았지만 학업 때문에 거절했던 일이 있었고, 그 대신 팀에 들어간 다른 선수가 승승장구하는 걸 보자 정말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기회는 놓치지 말자는 생각에 FXO에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이야기 하는 건데, 사실 FXOpen에 입단하기 전에 이 팀이 무슨 팀인지 전혀 몰랐어요. 주위 사람들에게 FXOpen에 입단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니 다들 놀라기에 어떤 팀인지 살펴보니 작년 스타크래프트2 팀 리그인 GSTL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팀인 걸 알게 되었어요(웃음).
김정기: 제 경우에는 박태원 선수에게 먼저 어디든 가게 되면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서는 어느 정도 잊고 있었는데 박태원 선수가 먼저 전화를 하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하고 전화를 받았더니 FXOpen에서 같이 하자고 이야기를 하길래 바로 수락했습니다.
권재환 코치까지 총 세 명인데, 나머지 두 선수는 어떻게 만나셨는지 궁금합니다.박태원: 도타2 게임 방송을 하고 있는데, 시청자 둘이 같이해 보자고 이야기를 주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해봤는데 잘하길래 이후에도 계속 게임을 같이 하면서 클랜전도 같이 하게 되었죠. 그래서 이번 팀 결성에서도 함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박태원 선수와 김정기 선수는 도타1 시절부터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나요?박태원: 어릴 때부터 해외생활을 자주 했어요. 그래서인지 해외에서는 인기가 많은 도타1을 자연스레 즐기게 되었죠. 그러나 도타1은 독립된 게임이 아니라 유즈맵이어서 게임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었고, 저 역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LOL과 도타2가 나왔죠. 하지만 그 시기에는 학업에 열중해야 하던 때라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도타1 시절 저와 비슷한 실력, 혹은 못하던 선수들이 잘 나가고 있는 거에요(웃음). 그래서 프로팀에 안 간 걸 후회하다가 이번에 정식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김정기: 저는 그냥 '프로게이머'가 하고 싶었어요. 스타2도, LOL도 생각해 봤는데 그래도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도타2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말하고 나니 정말 단순하게 살았네요(웃음).
그렇다면 도타2에 어떤 매력을 느끼고 프로게이머에 도전하셨나요?권재환 코치: 도타2와 LOL은 같은 AOS 장르지만 게임의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봐요. 즐긴지 얼마 안 되지만 도타2는 '획일화된' 게임 양상이 없다는 점에서 마음에 듭니다. 잘할수록 정말 무한한 전략이 가능하든요. 반대급부로 도타2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한국 서버가 열리고 인벤을 비롯한 커뮤니티들에서 정보가 모인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형섭 감독: 감독 입장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많이 하지 못한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적어도 전투의 재미, 그리고 그 전투를 보는 재미는 다른 게임보다 뛰어나요. 그리고 LOL같은 경우 짜인 틀 안에서 한 명이라도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 하지 않으면 경기 자체를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흔한데, 도타2 같은 경우 3대 5 상황에서도 한 명의 슈퍼플레이로 역전이 일어나기도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극적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권재환 코치: 감독님 이야기대로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요. 선수의 능력에 따라 캐릭터가 가진 가능성의 극한까지, 아니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박태원: 제가 생각하기에는 도타2는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고 생각해요. 도타1 때부터 6~7년간 밸런스를 잡아 온 것이니까요. 그리고 도타2는 모든 영웅을 무료로 즐길 수 있어서 질리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도타2의 정글은 LOL과 다르게 정글 몬스터를 쌓아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죠. 덕분에 더티 파밍을 할 때 가속도가 붙습니다. 크립 몬스터의 디나이가 가능하다는 것도 하나의 차이점이겠네요. 일반 유저 게임에서는 덜하지만, 프로게이머 간 경기에서는 실력의 차이가 조금이라도 나면 바로 CS차이로 연결되고, 이게 레벨의 차이로 가면서 경기의 주도권이 한쪽으로 기우는거죠.
김정기: 그리고 2분에 한 번씩 리젠되는 룬 시스템도 도타2 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룬 시스템 때문에 와드를 박고도 정글 갱킹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기에 공격적인 플레이가 자주 나오게 되죠.
그리고, 도타2에서는 사용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 정말 많습니다. 영웅이 가지고 있는 스킬에 사용 아이템 효과까지 겹쳐지면 정말 한 분야에 특화된 영웅이 되기도 하고, 유틸리티형 영웅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도타2는 정말 다양한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박태원, 김정기 두 선수와 권재환 코치님은 팀에서 어떤 포지션을 맡고 있나요? 그리고 주로 하는 영웅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박태원: 도타2는 포지션을 부를 때 주로 숫자를 쓰곤 합니다. 야구에서 수비 위치를 숫자로 부르는 것과 비슷한데, 1번은 세이프 라인 공격담당, 2번은 미드 라이너, 3번은 상대 세이프라인 라이너, 4번과 5번은 세이프라인 서포터죠. 그 중에서 4번은 코어 아이템을 빠르게 가져가고 5번이 와드를 먼저 사면서 코어템을 늦게 가는 포지션입니다.
세이프라인이란 레디언트 세력은 바텀, 다이어 세력은 탑 라인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자신의 크립들이 탑에서 가까운 곳에서 적의 크립을 만나게 되는 라인이죠. 저는 팀에서 2번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고, 픽과 밴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정기: 저는 5번 서포터를 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코어 아이템을 늦게 가는 포지션이기에 아이템에 영향을 적게 받는 리나를 주로 플레이하게 되더라고요. 아이템이 없어도 1인분을 할 수 있는 영웅이고 스킬 하나하나가 강력해서 스킬 콤보를 다 맞추면 잘 큰 상대 영웅도 한 번에 잡을 수 있죠. 그래서 제일 좋아합니다.
권재환: 4번 서포터를 맡고 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영웅은 퍼지라고, LOL의 블리츠크랭크의 그랩과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영웅입니다. 장점이라면 트롤링이 가능하다는 거고(웃음). 대회에서는 절대 쓸 수 없는 영웅이지만 평소에는 자주 하고, 덕분에 박태원 선수와 김정기 선수가 2인분을 하는데 능숙해지고 있죠.
올해 FXOpen 도타2 팀의 목표는?권재환 코치: 일단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는 모두 우승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가장 먼저 창단하고, 맴버도 최강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 드리고, 이후 세계로도 진출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정기: 저 역시 FXOpen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고, WCG 국가대표도 노리고 있습니다.
박태원: 프로팀에 들어오니 이제 다시 도타2를 제대로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맨탈이 약한 편인데, 권재환 코치님이 그런 부분을 잘 잡아 주셔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목표는 국내의 모든 대회를 우승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도타2를 즐기는 게이머들, 그리고 인터뷰를 읽어주신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권재환 코치: 이번에 도타2팀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기존 스타2팀만큼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FXOpen선수들은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선수들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리라는 것을 약속드리고요. 예전 GSTL때 처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끔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도타2가 초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직접 해 보시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김정기: 도타2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도타1 시절 제대로 된 매치메이킹 시스템이 없던 시절 생긴 이야기고, 도타2는 자신의 실력에 비례하는 매치메이킹 시스템이 있기에 쉽게 접근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어설픈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겠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꼭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태원: 도타2는 모든 영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니 여러 캐릭을 해 보시고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를 선택해서 플레이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처음에는 이기기 힘드시겠지만, 자신에게 맞는 영웅을 찾는다면 그 이후에는 게임에서 재공하는 재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FXOpen팀 많이 지켜 봐주세요! 열심히 연습해서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 도타2 소모임 바로가기
desk@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