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테이셔널을 시작으로 리그오브레전드가 국내 e스포츠에 뛰어든지 1년이 지났다. 총 3번의 정규 리그를 마치고, '롤드컵'이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월드 챔피언십을 마친 지금, 리그오브레전드는 명실공히 국내 e스포츠의 핵심이다. 출범 당시 FPS와 RTS가 주류를 이루던 국내 e스포츠에 뛰어든 MOBA라는 생소한 장르의 리그오브레전드가 이와 같은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곤 누구도 쉽게 장담하지 못했다. 이제는 국민 게임이 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가 지금의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그간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신사동에 위치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본사내에 위치한 챔피언스 라운지에서 만난 마케팅커뮤니케이션본부 e스포츠 총괄 최영우 실장은 그 최전선에 있었다.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길어진 직급처럼 최영우 실장의 e스포츠 경력 역시 짧지 않다. 처음 프로게이머 팬클럽 회장을 맡으며 e스포츠에 대한 사랑을 키운 그는 잘 다니던 회사마저 때려치운 채 맨손으로 e스포츠에 뛰어들었다. 협회, 구단, 개발사 등 안 가 본곳이 없다고 말한 최영우 실장의 말처럼 그는 국내 e스포츠의 산증인이다.


이제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에서 국내 e스포츠를 총괄하는 입장이 된 최영우 실장. 하지만 국내 e스포츠에서의 리그오브레전드 명성과는 달리,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의 e스포츠팀은 팬들에게는 생소한 편이다. 각자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팬들에게 다가선 GM이나, 커뮤니티 팀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팬들과 접촉이 적어서 그런 탓일까?



숨 가쁘게 달린 1년... 라이엇 게임즈가 한국 e스포츠에서 이룬 성과

▲ 라이엇 게임즈 e스포츠 총괄 최영우 실장

"e스포츠팀 같은 경우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e스포츠팀은 후방에서 e스포츠 전략을 종합적으로 구상하고, 거기에 대한 적합한 파트너를 찾아 시행계획을 만들고 운영하는게 주된 업무입니다.


예를 들면, 내부에서 e스포츠에 대한 전체적인 계획을 짜고, 팬들이 잘 아는 챔피언스나 NLB와 같은 대회의 기본 골격을 같이 세우며 실무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지요. 여기에 기술적인 지원으로 대회용 서버를 구축한다던가, 프로모션도 같이 진행하고요. 최근에는 e스포츠 시장 내에서 요청되는 이슈가 많이 생기면서 대외 업무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e스포츠 전략을 세우고, e스포츠에서 리그오브레전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였습니다. 건물로 치면 기반을 다진 뒤, 얼마나 튼튼한가 한 번 흔들어보고 확인하는 단계죠. 그리고 충분히 건물을 올려도 될 만큼 기반이 갖춰졌다고 자평했습니다. 물론,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이지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하죠."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시간이었다고? 그렇다고 하기엔 작년 리그오브레전드가 거둔 성과는 어마어마했다. 작년 3월 첫 국내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한 이래 시장 점유율은 30%에 육박했었다. 매시즌 결승전마다 팬들은 경기를 보기 위해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치 않았고, 작년 10월에는 전 세계 동시 접속자수 3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의식해서인지 최영우 실장은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가능성이 충분하겠다는 것을 회사 내부에서도 그렇지만, 같이 일하시는 매체나 업계, 팬들께서도 잘 봐주셨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확인할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룬 성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유저들과 e스포츠 팬들의 사랑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단 것입니다.


과감없이 사랑을 받았고, 부족한 부분도 체감해서 앞으로를 준비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e스포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전 인터뷰에서도 그랬듯이 라이엇 게임즈에서는 e스포츠를 팬들과의 소통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감사하는 부분은 게임에 대한 사랑이 e스포츠쪽으로 많이 전달 됐다는 것이예요."



▲ 2012년 10월, 라이엇게임즈에서 공개했던 인포그래픽 중 일부


신이 난 듯 말을 꺼내던 최영우 실장의 분위기가 바꼈다. 그의 말은 조심스러워졌지만, 호소력은 더욱 짙어졌다.


"작년 리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더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한번도 경기장을 비운채로 진행한적 없이 오히려 자리가 부족한 상황이 많았습니다. 시청률도 다시 예전 e스포츠 전성기로 달려갈 만한 수치를 회복한 것으로 알고 있고요. 케이블 쪽에서는 타겟층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주요 경기때는 공중파와도 어깨를 견줄만한 콘텐츠로 성장한 것도 확인 됐고요. 주요 경기나 이슈가 있을 때마다 리그오브레전드 뿐만 아니라 관계자 혹은 출연자로 검색어가 최상위권에 도배가 되더라고요. 이전 윈터 결승 때는 조재걸 선수, 프로스트 등의 검색어 3~4개가 한꺼번에 10위권 안에 포진한 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챔피언스 윈터 결승전은 8천여명이 현장을 찾았고, 16-35세 남자 동시간대 케이블(종편포함) 채널 시청률 1위(AGB 닐슨 미디어리서치 기준)를 기록했다. e스포츠에 뛰어든 지 1년 된 종목이 거둔 성과라기엔 쉽게 믿기 힘든 수치였다. 그리고 2월 28일, 2012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에 처음으로 수상대상 종목으로 추가된 리그오브레전드는 선정 첫 해 최우수 공인 종목상을 수여받는 쾌거를 이뤘다.


"양적으로 많은 성장이 있었습니다. e스포츠계에 10년간 종사하고 있었지만 지난 1년은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고, 반대로 큰 숙제도 받았습니다. 여러가지 이슈도 많았죠. e스포츠 시장에서는 콘텐츠로써 확립을 시켰습니다. 정말 즐겁게 볼 수 있을만한 프로를 확립하는 한편,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저변을 확대하는데도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더 들자면 e스포츠 시장과 많은 연계가 있었습니다. 우선, 유저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종목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대학생 챌린지, KeG, IEF, 피시방 대회 등을 진행했었죠. 이런 대회들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독식한 것이 아니라 온게임넷, 나이스게임TV등 여러 주체들과 함께 같이 했다는 것에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에서 최우수 공인 종목상을 수여받은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공인 종목 대상으로는 유일한 상으로 알고 있어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최우수 종목상 수상 소감을 밝히던 라이엇 게임즈 아시아 지역 오진호 대표



정답은 없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 그리고 계획

이런 리그오브레전드 리그의 성과는 국내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지난 해 개최된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 아주부 프로스트(現 CJ 엔투스 프로스트)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세계 강팀들을 연이어 격파, 준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결승전까지 지켜보던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국내 e스포츠 종목으로써 활성화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과 연결짓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던 라이엇 게임즈로서는 이런 극적 스토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게임성도 우수하지만 MOBA 장르의 특징 중 하나인 드라마틱한 게임 전개, 그리고 유명 선수들의 퍼포먼스까지. 리그오브레전드는 이제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로써 팬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그렇다 보니 팬들은 더 자주, 더 많이 경기를 접하길 원했고, 이런 열망은 메이저 리그의 추가 공급에 대한 불만으로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대회를 만들 때 우선 생각하는 것이 팬들이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큰 대회의 필요성입니다. 그 대회가 챔피언스 리그와 NLB지요. 지금 당장 대회를 늘릴 것이냐는 질문에 한다, 안 한다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여러 대회가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고민할 거리도 많아진다는 것이죠.


대회를 확대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기존 리그를 확대 시키거나, 새 리그를 만들거나. 현재 라이엇 게임즈는 이 두 가지 방향성에 대해 모두 고민중입니다. 그런 가능성을 확인해보고자 클럽 마스터즈를 진행했었고요. 아직, 확대냐 증설이냐에 대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알아주시길 바라는 것은 저희 역시 배가 고플 뿐더러, 시청자 분들과 팬들의 욕구를 알고 있단 것입니다. 당장 구체적으로 계획을 밝힐 순 없지만 끊임 없이 고민하고 있으니 앞으로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MVP 임현석 감독의 우승 세레모니가 화제가 됐던 클럽 마스터즈


인터뷰 중 최영우 실장이 끊임없이 거론한 단어 중 하나가 '내실'이었다. 충분한 탄력을 얻은 지금 더 위를 바라볼 수 있지만, 라이엇 게임즈의 선택은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내실을 다지자는 것이었다. 확고하게 기대를 가져달라는 최영우 실장에게 슬쩍 아마추어 유저들에 대한 생각도 물어보았다. 사실 게임이란 것이 보는 것도 재밌지만, 하는 것이 제일 아니겠는가. 수많은 '즐겜' 유저들과 '하드코어' 유저들 역시 자신의 실력을 겨룰 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기자의 얘기에 최영우 실장은 적극 동의했다.


"아마추어 유저들을 위해 작년에 피시방 토너먼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외에 가장 대표적이라 생각하는 것이 KEG나 대학생 챌린지 등이지만 이런 대회는 단발성으로 머물렀지요. 올해 피시방 토너먼트는 8개 지역에서 13개 지역으로 확대 운영 됩니다. 그리고 당장은 아니지만 더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부분을 계속 고민하고 있고요.


아마추어 저변 확대를 위해서 내부적으로 많은 플랜이 완성단계에 있습니다. 어떤 플랜이든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 있고 의미있는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 중입니다. 프로게이머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학생이면 학생, 직장인이면 직장인, 클랜이면 클랜 등 여러 분들이 같이 어울릴 수 있고, 참여하고 싶은 새로운 즐거움의 e스포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준비한 질문을 모두 말하기도 전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답변하는 최영우 실장을 통해 라이엇 게임즈가 이 부분에 대해서 오랜 시간 고민했단 것을 알 수 있었다. 물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미리 시원스레 답을 내놓는 그는 e스포츠에 있어서는 프로게이머만큼이나 아마추어의 역할이 중요하단 점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콘텐츠만큼이나 유저들이 친구들과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콘셉트의 e스포츠를 생각하고 있다는 최영우 팀장은 앞으로 발전할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거라고 덧붙였다.


라이엇 게임즈가 주관하는 피시방 토너먼트의 경우 이런 취지를 살린 대회이다. 지역별로 시행되는 이 대회에서는 한정판 스킨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좀 더 큰 규모, 전국 단위의 아마추어 대회로 확대시킬 계획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영우 팀장은 현재 라이엇 게임즈의 입장을 먼저 밝혔다.


"라이엇 게임즈는 직접 주관하지 않더라도 아마추어대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오픈해두고 있습니다. e스포츠를 즐기는 분들은 정말 취미로 하는 분들과 아마추어지만 프로를 겨냥한 '하드코어' 아마추어들, 세미프로들이 있습니다. 피시방 토너먼트는 저 같은 라이트 유저들을 위한 대회입니다. 기본 콘셉트가 '동네에서 잘하는 형'을 찾기 위한 것이죠. 물론, 정말 잘하는 아마추어들이 참가해서 승리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참가할 수 있는 접근성을 열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본격적인 실력을 겨루는 큰 규모의 대회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개체, 지자체, 단체, 기업들에서 대회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에서 모든 대회를 만들 순 없기에 저희가 미처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원하는 분들이 있을 때 조금 더 지원해 드리고, 기회를 열어 자유롭게 대회를 운영하게끔 합니다. 엔비디아 토너먼트의 경우에도 저희와 많은 계획을 세워,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에선 많은 노력을 들였지요. 앞으로도 아마추어 대회에 대한 지원은 계속 할 예정입니다."



▲ 지난 4월 6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펼쳐졌던 엔비디아 리그 결승전


라이엇 게임즈의 e스포츠에 대한 노력은 공식 홈페이지만 들여다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공식 홈페이지는 일찌감찌 e스포츠 카테고리를 따로 두어 국내 리그 활성화를 도모했고, 본사쪽에서는 LCS를 겨냥해 lolesports 페이지를 별도 개설했다. 개발사가 리그 운영뿐만 아니라 콘텐츠까지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이 lolesports는 체계적인 정보 전달로 e스포츠 팬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라이엇 게임즈는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인 걸까?


"lolesports의 경우에는 LCS 리그를 위한 사이트예요.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LCS는 라이엇 게임즈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리그란 거죠. 반면, 한국은 여러 주최사와 리그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저희가 챔피언스 리그나 NLB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져간다면 이 부분에 있어서 파트너들의 역할이 없어지게 됩니다.


쉽게 말씀드려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리그 관련 뉴스를 제공할 수 있고, 커뮤니티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이것은 더 잘하는 분들이 해야 됩니다. 저희가 할 역할은 이를 더 활성화 시키는 것과 직접할 수 있는 것의 밸런스를 맞추는 거죠. 물론 저희도 통합되고 표준화 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충분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파트너들과 충돌나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 리그 및 팀 정보를 쉽게 열람할 수 있는 lolesports.com


작년 리그오브레전드 리그가 출범 할 당시, 국내 e스포츠는 침체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 등장한 리그오브레전드는 1년이 지난 지금, 제 2의 e스포츠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지난 스타리그 전성기 광안리 10만 관중과 같은 무대가 재현되는 것도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공교롭게 광안리 10만 관중 때 주최자로 현장에 있었습니다. 상당히 큰 감동을 받았죠. 라이엇 게임즈에서도 기회가 있다면 다시 열고 싶어요. 이런 상징적인 수치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생각의 각도를 다르게 가집니다. 우선, e스포츠 종목으로써 탄탄한 구조를 만들어서 작년에 확인했던 가능성들을 이제는 다양한 사업으로 보여드리는 거죠. 한편에선 조금 더 대중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마련하기 위해서 유저분들의 피드백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뭐 이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광안리 10만 관중과 같은 상징적인 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오지 않을까요?"


가볍게 웃음을 흘리면 대답하는 최영우 실장 덕분에 인터뷰를 진행하던 장소의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졌다. 사실 이런 흥행에 대한 질문은 개발사나 대회 주최사 입장에서는 가볍지 않은 주제였다. 아니, 국내 e스포츠 종사자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스타크래프트의 경이적인 성공 이후 많은 게임들이 e스포츠화를 외치며 전선에 뛰어들었다. RTS, FPS, AOS, 레이싱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리그를 개최했지만, 지금 그들은 어디 있는가?


"기본을 탄탄하게 하고, 긍정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한다면 기회는 자연스레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은 인프라적인 면에서 내실을 탄탄하게 다지는데 충실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순간적으로 핫한 콘텐츠로써 성장하기 보다는 꾸준하게 사랑받는 e스포츠로 정착하길 논하고 있습니다. 시청자 수 몇 명, 시청률 얼마 라는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향점으로 놓기 보다는 계속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고,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내실을 다지다보면 1위가 될 기회는 얼마든지 오지 않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당장 1위를 위해 급하게 달리진 말자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목표를 위해서 우선 순위를 생각할 필요가 있는 거죠."


▲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광안리 10만 관중 시대


최영우 실장의 태도가 한결 여유로워졌다. 꼼꼼하게 생각하고 대답하는 그에게 빈 틈은 없어 보였다. e스포츠에 뛰어든 '대작' 게임들은 알게 모르게 스타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스타크래프트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땐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 위해 분주했고, 그 열기가 잠잠해 졌을 무렵에는 과거의 기록과 싸워야했다. 누구보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최영우 실장이기에 그는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는 순간 순간 뒤를 돌아보면서 채찍질을 마다하지 않았다.


리그오브레전드 앞에 놓인 걸림돌, 해결 방안은?

최영우 실장은 인터뷰 중에도 무척이나 바빴다. 인터뷰가 끝나고 또 다른 미팅 약속이 있다던 그의 분주함이 리그오브레전드의 지금을 만든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함께 자리 한 홍보팀 윤영학 대리가 건넨 자스민 차로 목을 축인 뒤 민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조금씩 풀어 보았다.


"시즌 3로 접어 들면서 지역 챌린저 서킷에는 타 지역 팀들의 출전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제 롤드컵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데요. 일부 팬들은 롤드컵 진출 티켓이 북미지역에 배정이 높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다른것 같습니다. 팬 분들은 당장 올해 시행 될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계신 듯한데, 정작 중요한 건 공식적으로 발표된 계획이 아직 없습니다. 당연히 본사 측 기본적인 계획은 있지만, 많은 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속단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본사의 정책 결정이 어떻게 날지 확신할 순 없지만, 분명한 건 리그 정책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쉽게 바뀔 것은 아니란 거죠. 모든 지역이 충분히 경쟁력 있고, 활성화 됐기 때문에 어느 지역이 낫다라는 건 생각일 뿐입니다. 특정 팀이 최강이라고 해도 실제로 붙어보면 어떻게 될 진 아무도 모릅니다. 실제로 지난 롤드컵때도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었고요. 이와 관련해 조만간 리그와 관련된 글로벌 정책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하긴 작년 이 맘때만 하더라도 세계 최고의 팀을 물으면 누구나 북미, 유럽팀을 떠올렸었다. 하지만 세계적 권위가 있는 대회에서 아시아권 팀들은 최상위에 그 이름을 올렸다. CLG로 시작했던 최강의 칭호가 M5를 거쳐 TPA, WE 등 이제는 아시아가 그 중심에 있다. 이런 흐름의 변화는 분명 중요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대회의 근간인 운영 정책이 쉽게 흔들린다면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최영우 실장은 덧붙였다.


▲ TPA의 롤드컵 우승은 2012년 최대 이변이 아니었을까?


팬들의 관심은 이 뿐만이 아니다. 종종 커뮤니티에선 비매너 행위를 지적하는 내용의 글이 화제가 된다. 그 중에는 프로게이머의 비매너 행위를 고발하거나, 반대로 비매너 행위를 일삼았던 유저의 프로게이머 진출을 비난하는 글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글들에는 비난과 옹호의 의견들이 대립하기 마련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여러명이 같이 하는 게임입니다. 그렇기에 게임사는 서머너 코드라고 하는 이런 비매너 행위에 대해서 플레이어들을 기반으로 생각하고,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다른 게임과는 다르게 자신의 행동이 자신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9명에게 영향을 주게 되거든요. 따라서 치명적이고, 지속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히 피드백을 하려고 합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것은 밸런스를 맞추는 것입니다. 한 번 실수한 것으로 인해 그 유저의 진로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그것이 과연 합당한 것일까요? 한 유저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고민해서 e스포츠 시장 전체 분위기와 게임 내 분위기가 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드백은 확실히 주되, 단순한 제재 대상으로 보기 보단 교화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프로 게이머가 되기 전 아마추어일 때 활동한 부분에도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교화를 위해서 많은 협조를 해 줍니다. 방관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를 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깐요. 이미 프로가 된 선수들에 대해서는 큰 잘못이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제보를 받고, 그것이 명확히 잘못한 행동이라면 제재를 취합니다. 하지만 이는 '명확한 증거'가 있을 때 이뤄져야합니다.


이 외에도 프로게이머란 직업으로써 도덕적인 부분을 지키게끔 선수들에게 사전에 교육을 철저히 시키고자 합니다. 작년에 1회성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소양교육도 그 일환이고요. 제재를 하고, 처벌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고민하기보다는 그 이전에 프로페셔널한 직업인으로써, 프로플레이어로써 자각을 하고, 프로 마인드를 배양하게끔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각 팀들과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팀 자체에서도 교육을 하게끔 지원하고 있고요."



▲ 팀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특정 한 명의 비매너 행위는 더욱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TV나 뉴스에서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비도덕적 행위를 지탄하고,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기사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일반인과는 달리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노출되며, 그들의 행동을 팬들이 자칫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 프로게이머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게이머란 직업 특성상 청소년 팬층이 많다 보니 이들은 더욱 자신의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많은 프로게이머들 본인이 청소년이란 것. 얼마 전, 라이엇 게임즈는 프로게이머들의 어뷰징 행위에 대해 공개, 제재를 가했다. 그리고 북미의 한 유명 프로게이머는 비매너 행위로 인해 계정이 영구 정지, 이로 인해 은퇴한 경우도 있다.


"프로 게이머들은 조금 더 조심해야 합니다. 누구나 알아보는 유명인이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들의 비매너 행위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를 할 예정입니다. 가끔 검증 안 된 부분, 근거없는 말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관점으로 정황을 파악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명확한 처벌 가이드 보다도 사전 교육에 힘을 많이 쏟으려고 합니다. 이는 프로화 된 시스템이 필요한 간증이기도 하죠.


사실 프로들은 일반 유저와 만날 일이 적은 게 내부에서 연습하는 시간이 모자랍니다. 당연히 모자라야되는 거고요. 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선수들입니다. 아직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흔히 할 수 있는 실수도 범하지만, 유명인이기 때문에 용서하기가 쉽진 않지요. 이런 문제들은 당장은 묻혀도 언젠간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노력할 부분과 팀들이 좀 더 신경쓸 부분에 대해서 같이 의견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후처리가 아니라 불미스러운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최영우 실장은 프로게이머의 지나친 비매너 행위에 대해 말을 덧붙였다. 딱히 누굴 지칭하진 않았지만, 어색한 웃음이 감도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부분은 잘못이 너무 자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예외를 둘 건 아닙니다. 보편 타당한 선에 대해서는 당연히 상식적인 행동을 해야 합니다. 다만, 직업인으로써 활동 기회를 박탈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합리적인 결론을 내는 것이 저희의 과제이지요."


▲ 2012년 11월 선수들의 프로 의식을 고취시키고자 진행한 오리엔테이션


프로게이머들의 자격과 직업 윤리 의식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주제는 리그 시스템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번 2013 스프링 시즌 본선은 지난 윈터 시즌과 동일하게 12강 조별리그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본선 무대에 9개의 프로 팀들이 시드권을 배정받았다. 그리고 200 여 개 팀이 참가한 오프라인 예선전을 통해 3개 팀이 본선 티켓을 차지했다. 이를 두고 커뮤니티에서는 시드권 배정이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의견과 리그의 질을 위해서 프로 팀들의 출전권을 보장해야 된다는 의견들이 대립했다.


"12강이냐 16강이냐 등 이런 고민은 지난 시즌부터 있었습니다. e스포츠 시장이 1년이 채 안됐기 때문에 안정적인 정책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까지 보여준 부분입니다. 이번 시즌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형태를 자주 바꾸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시즌을 더 진행하자고 결론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이미 섬머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얘기가 나온 부분들은 충분히 수렴해서 보완할 예정입니다. 챔피언스 리그는 우리나라 최고이자, 나아가서 세계급의 팀들이 겨루는 대회입니다. 프로팀들의 수준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성장했고 발전했기 때문에 다음 시즌 부터는 온게임넷과 협의하고, 팬들의 피드백을 받아 더 나은 방안을 강구할 것입니다."



작년 이맘때 쯤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최영우 실장은 당시 리그와 관련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서 한 사이클 이상을 진행 한 후 보완해 갈 것이라 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가 높다곤 쳐도 e스포츠에서의 역사는 이제 1년이 지났다. 어찌 보면 수 많은 요구에 대해 즉각적인 대처를 바라는 것은 갓 걸음마를 떼고 있는 아이에게 달음질을 강요하고 있는게 아닐까?


국내 e스포츠를 이끈 스타크래프트 역시 초창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최근 개막한 프로리그와 WCS에서도 그런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새롭게 선보인 맵들은 매 시즌 빼놓을 수 없는 이슈 중 하나이다.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는 2009년 처음 선보인 이후 5:5 맵은 소환사의 협곡 하나만을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맵을 선보이고, 이를 이용해 리그의 다양성을 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e스포츠 대회에서 맵 추가는 아직까진 소환사의 협곡 이외에는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맵을 늘리는 것은 RTS에 기반한 생각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RTS는 경기가 상당히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운영되는데, 나올수 있는 경우의 수를 맵으로 강제합니다. 빠른 전략이나 힘싸움 등 맵에 따라서 그 양상이 많이 달라지지요.


MOBA에서 맵을 늘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처음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짧은 역사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다가는 혼란성을 줄 수 있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있어 온 e스포츠 종목들을 되짚어 보더라도 국민맵이라고 할 수 있는 맵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요. 아직도 소환사의 협곡에서는 다양하고, 생각지도 못한 전략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합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점이 개발되고 있고요."



조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픽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총 112개의 챔피언을 선택할 수 있다. 초창기 4밴 시스템의 한계를 느낀 여러 대회에서는 자체적으로 6밴 시스템을 채용했고, 2011년 이는 게임내에도 패치가 됐다. 하지만 현재의 챔피언 수에서는 이조차 부족한 것은 아닐까? 실제로 도타2의 경우 100여개의 챔피언을 두고 총 10밴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으며, 리그오브레전드와는 달리 밴 이후 픽이 아니라 밴과 픽을 일부 섞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 2012년 진행된 도타2 인터네셔널 결승전. 픽밴은 3밴-3픽-2밴-2픽으로 진행된다.


"대회 시스템은 항상 글로벌 대회와의 연관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국 리그에서 독립적으로 룰을 바꿀 수는 없죠. 픽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방향성을 말씀드리긴 어려운 부분입니다. 선수들의 유불리가 갈리는 등 플레이어들의 성향과 맞물리는 문제기도 하고요. 분명한 건 이와 관련해 현재 운영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극대화 시켜서 가져갈 것입니다."


사실 속 시원한 대답은 아니었다. 최영우 실장은 정책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업계는 물론 e스포츠 담당자들과의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뚜렷한 결론을 듣고자 한 건 아니었기에 당면한 문제점들에 대해 라이엇 게임즈가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과는 있다고 생각들었다.


e스포츠에 함께 한 15년... 그가 국내 e스포츠에 전한다.

"리그오브레전드가 e스포츠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앞으로 계획하는 바도 궁금하네요."


"e스포츠는 게임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가장 큰 성공 이유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정말 많이 사랑해주셨기 때문이죠. 라이엇 게임즈가 가진 철학과 유저분들의 성향, 시장 3박자가 잘 맞아떨어졌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라이엇 게임즈만 잘 해서 성공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희쪽에서는 지금까진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이지 앞으로 나아가야될 길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성과를 크게 봐주시는 팬들과 e스포츠 업계쪽에는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같이 리그를 만들어주신 방송사, 매체, 로컬라이징 분들의 노력에도 감사드리고요.


e스포츠는 저변이 더 확대될수 있는 여지가 있고, 더 많은 인프라가 늘어날 것입니다. 대회 인프라 역시 프로만이 아니라 아마추어로 저변이 확대되게끔 키워나갈 것이고요. 그 저변이 하나의 팜이 되어 프로로 성장할 수 있는 루트로 이어지는 거죠. 그리고 그 프로들을 받아줄 수 있는 많은 프로 게임단도 만들어져야 하고요. 결론적으로는 리그가 양적으로 더 확대가 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제를 안고 해결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체 분들도 같이 뛰어야 하고요. 앞으로도 많은 협조를 구하고 싶고, 팬분들에게도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계속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최영우 실장이 보고 있는 곳에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성공만이 그려져 있진 않았다. 그는 마치 한국 e스포츠를 총괄하는 입장에 선 것 같이 국내 e스포츠 시장을 전망하고 있었다. 국내 e스포츠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레 리그오브레전드 역시 따라가지 않느냐는 그의 대답에선 진심이 묻어 나왔다. 지금 국내 e스포츠 시장 정세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듯한 그의 태도는 험난한 길에 앞장선 개척가와도 같아 보였다.


그런 리그오브레전드에 어깨를 견줄 것으로 예상 되는 게임이 올해 출시 될 예정이다. 바로 도타2. 리그오브레전드와 도타2는 그 뿌리를 더듬어 보면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더군다나 도타2의 전신인 도타 올스타즈는 리그오브레전드가 출시 되기 전 유일무이한 글로벌 AOS 종목이기도 했다. 아무리 현재 잘 나가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라지만, 신경 쓰이진 않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특정한 게임만을 경쟁자로 보고 있진 않습니다. AOS 장르에는 정말 많은 게임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많이 플레이하고 있는 도타 올스타즈를 비롯해 카오스, 혼, 아발론 등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특정 게임만 놓고 서로 긴밀하다 멀다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도타2에 대해선 경쟁해야 되는 대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e스포츠를 같이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리그오브레전드와 도타2는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특성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각각 장단점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특정 종목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해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그로 인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죠.


도타2 역시 잘됐으면 하고, 리그오브레전드가 더 잘 되기 위해서 배울점은 배우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깐요. 도타2 외에도 많은 종목들이 활성화되서 e스포츠 시장이 더 성장했으면 좋겠네요. 물론 저야 당연히 리그오브레전드를 담당하는 사람이니 리그오브레전드가 사랑을 받기 위해서 더 노력을 하겠지만요. e스포츠 시장 자체가 아직은 대중화된 기존의 스포츠보다는 부족한 게 사실이니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시장자체가 더 확대 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12 도타2 인터네셔널 우승팀 IG. 무려 테스트 단계에 진행된 대회였다.


준비 된 질문을 모두 끝내고 답변을 옮겨 적고 있는 기자에게 최영우 실장이 말을 건넸다. e스포츠는 적어도 망하거나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냐는 그의 질문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는 마치 왜 e스포츠에 종사하냐는 질문과도 같았다. 'e스포츠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왜 제가 지금 여기 있겠어요'란 기자의 반문에 그 역시 웃음을 띄었다.


팬으로 시작해서 10여년 간 e스포츠에 몰두했던 그는 진정으로 e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e스포츠 종사자가 아니라 한 명의 팬이자 유저인 최영우 실장. 그에게 리그오브레전드는 특별한 무엇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많은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종목사의 관점이 아니라 유저로서 지금은 e스포츠 시장을 활성시키기 위한 좋은 찬스라고 생각합니다. 관계자분들도 띄워주시기 위해서 노력하고, 팬들도 관심을 많이 주고 있거든요. 물론, 게임을 좋아하는 것과 리그를 좋아하는 것이 동의어는 아니겠지만요. 개인적으로도 회사로도 정말 간절하게 e스포츠가 잘 되길 바라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국내 e스포츠에 체계적인 구조를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기가 많은 선수들을 배출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 선수들이 전세계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를 통해 부와 명성을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기회도 주는거죠.


전 지금까지 e스포츠 관련으로는 방송사를 제외하곤 다 근무했었습니다. 협회나 팀에도 있었고, 경기 운영도 해봤고 팬들의 피드백도 많이 받아 봤죠. 팀을 운영하면서 프로선수들이 원하는게 뭔지, 회사에서 원하는게 뭔지를 알게 됐습니다. 게임사 입장에서 리그도 운영하면서 게임사가 원하는 방향도 알게 됐고요. 이런 다양한 경험이 지금에 와서는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e스포츠 팬 출신으로서는 가장 최초로 관계자가 된 것인데요. 원래는 프로게이머 팬클럽 운영자부터 시작을 했거든요. 미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e스포츠 업계로 달려들어서 맨손으로 시작했어요. 그렇다 보니 저같은 라이트한 유저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노력하려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e스포츠는 단순한 종목활성화뿐만 아니라 시장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프로게이머들, 관계자들이 풍성한 상황에서 풍족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거든요. 이것은 종목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외부 노력이 같이 투입되야 해요. 이를 위해 지금까지 초석을 잘 다지고자 노력했었고요. 또한,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선수들이 배출되고, 스타 플레이어들이 등장해 국민스타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지금 저희는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실수도 많았고, 앞으로도 실수할 경우가 생길텐데 그럴때마다 질책도 중요하지만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회사, 인벤, 온게임넷, 나이스게임TV 등 많은 업계들이 팬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팬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에게 가장 큰 자산은 변함없는 팬 분들의 사랑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