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겼다! 얘들아, 춤 춰!

오프라인 본선 경기에서 떨지 않는 선수들을 찾기란 드뭅니다. 그만큼 긴장되기도 하고, 부담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ESG에서 진에어 그린윙스의 이름을 달고 재탄생한 팰컨스 팀의 선수들은 항상 즐겁게 웃으며 게임을 하죠.

아마 팬 분들은 알고 계실 거예요. 부스 안에서 '즐겜유저'가 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이죠. 실수를 하더라도 서로 웃으며 즐겁게 게임하는 모습을 보면, 대회 경기가 아니라 친구들끼리 PC방에서 노말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정도입니다. 심지어 이겼을 때 챔피언으로 '춤'을 추며 세레머니를 하기도 하죠.

'즐겜 유저'라는 말은 승패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입니다. 의미는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승패에 구애받을 수밖에 없는 프로 선수가 자신을 '즐겜유저'라고 칭한다면 어떨까요?

이기기 위해 즐기는 팀. ESG에서 새롭게 탄생한 진에어 그린윙스 팰컨스를 소개합니다.



"대회 경기는 즐거운 것." 진에어 그린윙스 팰컨스 인터뷰


[ ▲ (좌로부터) 복한규, 김애준, 오장원, 한진희, 김재훈 선수 ]


안녕하세요, 팰컨스 팀 여러분. ESG에서 진에어 그린윙스로 탄생한 소감이 어때요?

"Miso" 김재훈 - 먼저 이런 좋은 형, 친구들과 같이 한 자리에 하게 된 걸 정말 기쁘게 생각해요.

"Reapered" 복한규 - 팀에서 나오고 나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믿고 따라와 준 팀원들에게 정말 고맙고, 앞으로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일만 남은 것 같네요.

"Roar" 오장원 - 재밌게 게임할 수 있게 돼서 좋은 것 같아요. 옆 팀이랑도 친하게 지내고 있고, 팀 분위기도 좋아서 기뻐요.

"StarLast" 한진희 - 진에어가 창단되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팀원 간의 포지션 변경도 있고 해서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이제 윤곽이 잡혀가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Raven" 김애준 -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에 동생들 두 명이 들어와서 재밌고 기분이 좋아요.


SK텔레콤 T1 1팀에서 나온 뒤 세 명은 따로 팀을 찾지 않고 계속 같이 있었잖아요. 이유가 있었나요?

복한규 - 제가 데려온 친구들이잖아요(웃음). 김애준 선수나 한진희 선수 모두 아마추어일 때 제가 먼저 해보자고 제의를 한 선수들이예요. 그런데 팀에서 나오게 됐다고 그 친구들을 버리고 나 몰라라 다른 팀 가버리면 책임감도 없는 것 같고 형으로서 멋도 없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두 선수를 믿기도 하고요. 요즘엔 믿음이 안 가긴 하지만(웃음). '절대' 시드 때문은 아니고요.

한진희 - 처음에 (복)한규가 저를 영입할 때 이런 말을 많이 했어요. "롤드컵까지는 한번 끝까지 해보자." 어차피 봇 듀오는 (김)애준이와 제가 하니까 딴 라이너는 바뀌어도 상관없어요.

김애준 - SK텔레콤 T1 1팀에서 생활을 할 때도 정말 좋아하던 형들이고 실력도 좋아서 믿고 있었어요. 이번 섬머 시즌은 잘 될 것 같아서 다 같이 새로운 팀을 찾은 것 같아요.



나머지 두 선수는 어떻게 뽑게 되었나요?

복한규 - (오)장원이는 챌린저 티어고 실력도 좋아서 뽑았고요. (김)재훈이는 CJ엔투스 연습생이었어요. 테스트를 보고 뽑았어요.


팀 멤버들의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복한규 - 재훈이는 얼굴 보기 전에 게임을 몇 번 했어요. 탑 라인에서 정말 잘해줘서 좋은 인상이 있었죠. 실제로 봤을 때 덩치도 있고 듬직해 보였어요. 실제로도 탑솔러의 느낌?

장원이는 첫인상이 '뺀질이'였어요(웃음). 성격이 어디로 튈지 모르고 멘탈도 약해서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옆에 앉혀놓고 멘탈 관리 방법을 알려줬더니 많이 좋아졌어요. 이젠 점점 나아져서 긍정맨이 되고 있죠. 예상보다 잘 따라와줘서 고마워요.

김애준 - 재훈이는 믿음직스럽고 게임 잘하게 생겼고, 장원이는 노는 앤줄 알았어요(웃음).

한진희 - 장원이는 테스트 볼 때 처음 봤어요. 첫인상은 '내가 얘랑 친해질 수 있을까?' 였는데(웃음). 사교성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금방 친해졌고, 이야기도 많이 해요. 재훈이는 욱하는 성질이 있긴 한데, 계속 해맑게 웃으니까 보기 좋은 것 같아요.

김재훈 - 장원이는 먼저 친해지자고 하길래 사교성이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낯을 가려서 그런 거 잘 못하거든요. 한규형은 TV에서 많이 본 사람이라서 대하는데 조금 편했던 것 같아요.

(한)진희 형은 첫인상이 천재 같았어요. 약간 4차원 느낌도 나면서 뭐에 홀린 것 같은 사람 같았죠(웃음). 애준이 형은 친해지기 힘들었어요. 근데 이젠 친해요(웃음).

오장원 - 한규 형은 TV에서 많이 봐서 처음 봐도 어색하지 않았고, 말이 많아서 좋았어요. 재훈이는 만나기 전부터 '노안' 이미지가 있었어요. 한규 형이 CJ엔투스 프로스트의 'CloudTemplar' (이)현우 형보다 늙어보이는 애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과연 어떤 친구일까 기대를 했는데, 외모와 다르게 순수한 것 같아 좋아요.

진희 형은 첫인상이 귀여웠고 말하는 것도 재밌었어요. 그래서 빨리 친해진 것 같은데, 애준이 형은 말이 없어서 친해지기 힘들었어요. 그리고 전 애준이 형을 롤 모델로 삼고 많이 배우고 있는데, 덕분에 이상한 말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TV에서 본 이미지는 차가울 것 같은데 실제로는 너무 재밌어요. 그리고 야한 농담도 잘해요(웃음).

김애준 - 아 그건 장원이가 한 판 지면 울려고 해서 분위기 밝게 해보려고 한 거예요(웃음). SK텔레콤 T1 1팀일 때 제모습을 보는 것 같았거든요.




오장원 선수가 원거리 딜러로 영입되고, 김애준 선수가 미드 라이너로 갈 계획이 아니었나요? 또 복한규 선수가 갑자기 정글러로 변신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오장원 - 단순하게 애준이 형이 원거리 딜러를 나보다 더 잘하기 때문에 가게 된 거에요. 원래 봇 듀오의 호흡도 있으니까요. 이번 기회에 미드 라이너를 처음 했는데, 연습을 계속 하니까 지금은 나름 괜찮은 것 같아요.

복한규 - 저는 미드, 탑, 정글은 어느정도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원하는 라인을 주고 남은 라인을 가겠다고 말했어요. 남은 게 정글러라 정글러를 하게 됐던 것 뿐이에요. 막상 해보니 재밌고, 쉽고, 좋더라고요. 미드 라이너인 장원이는 설명해주면 잘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스펀지처럼 잘 흡수해요.


김애준 선수는 다시 원거리 딜러로 돌아간 느낌이 어때요?

김애준 - 고향 같아요(웃음). 미드 라이너도 재밌었지만, 원거리 딜러를 하니까 더 편한 것 같아요.


한진희 선수는 팀 내에서 두 명의 원거리 딜러와 호흡을 맞췄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어떤 점이 다른가?

한진희 - 애준이는 너무 빨리 들어가고 장원이는 너무 늦게 들어가요.

김애준 - 솔직히 제가 더 잘해요(웃음).


김재훈, 오장원 선수는 롤 챔스 16강 제닉스 스톰과의 대결이 데뷔전이었는데 떨리진 않았나요?

오장원 - 조금 부담됐어요. 다행히 대회 때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옆에서 한규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줘요.

김재훈 - 딱히 떨리지 않았지만, 한규 형이 예전에 탑에서 워낙 잘했던 만큼 비교될 게 뻔해서 약간 부담되긴 했어요. 근데 제가 CS만 먹다보니 게임이 끝나더라고요.


두 선수는 이제 막 프로게이머가 됐는데, 소감이 어떤지?

오장원 - 딱히 프로를 원하진 않았어요. 나이도 고3이고 게임은 그냥 즐기는 수준으로 게임을 했어요. 그러던 차에 한규 형이 같이 게임을 해보자고 제의가 왔고, 부모님도 해보라고 권하셔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김재훈 - 저는 프로가 돼서 좋아요. 그저 게임을 즐기던 시절일 때보다는 부담되긴 하죠. 연습량도 많고 가끔 힘이 들긴 하지만 롤드컵 우승이라는 꿈이 있으니 버틸만 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탑 라이너 중에 제일이 되는 게 목표에요.




제닉스 스톰과 16강 1세트 경기에서 상대방 넥서스 앞에서 세레머니한게 화제가 됐는데, 이유가 있었나요?

복한규 - 제닉스 스톰과 저희가 나쁜 관계라서 했던 건 절대 아니에요. 도발성으로 했던 세레머니가 아니라는 걸 우선 말하고 싶어요. 사실 장원이와 재훈이에게 경기에 이기게 되면 알 수 있는 쾌감과, 롤 대회 자체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압박감이나 부담감을 느끼는 것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면 결과도 좋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승리를 확신했을 때 '춤 춰!'라고 말했어요. 근데 정작 데뷔전을 하는 애들은 가만히 있고, 애준이와 준희가 춤을 추는거예요(웃음). 그래서 정말 당황했던 것 같아요. 그 날 2세트까지 이기고 두 친구에게 '대회 재밌지?'라고 물어봤어요. 두 친구 모두 '재밌어요, 형'이라고 그러던 기억이 나네요.


그랬군요. 아, 연습실에 같이 있는 스텔스 선수들이나 스타크래프트 2 선수들, 감독님, 코치님과의 사이는 어떤가요?

복한규 - 서로 다른 종목이긴 하지만 서로 경기가 있다거나 하면 잘 하고 오라는 인사 정도는 하고 있어요. 많이 친한 건 아니지만 서로 존중해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감독님도 팀원들에게 잘해주시고 특히 막내인 고3들을 잘 챙겨줘서 너무 감사드리고 있어요. 다른 팀에 있었을 때는 팀원 멘탈까지 챙기느라 머리가 아팠는데 이제는 감독, 코치님이 그런 역할을 잘 해주셔서 편해요.

오장원 - 게임 하면서 잘 안 풀릴 때는 혼자 욕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감독님이 지적해주신 이후로 혼잣말이라도 욕은 안 하고 있어요.


다음 경기는 제닉스 블라스트와 하게 되잖아요. 준비는 잘하고 있나요?

한진희 - 누가 이기든지 2대 0 승부를 냈으면 해요.

김애준 - 굉장히 재밌을 것 같아요. 무조건 2대 0으로 8강에 갈 거예요. 두 판 모두 베인을 고르겠습니다(웃음).


진에어 그린윙스 팰컨스의 이름을 달고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뭔가요?

복한규 - 이번 섬머 시즌에서 4강에 진입해서 월드 챔피언쉽 예선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것이 목표예요. 최종적으로는 비행기에 저희 얼굴이 달리는 거고요(웃음). 그걸 목표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한진희 - 4강 이상이 목표예요.

김애준 - 우승 한 번 해봐야죠.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인벤 유저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복한규 - 이번 섬머 시즌에서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진 못한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 훨씬 나아진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과, 이번에 후원을 결정해주신 진에어 관계자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계속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