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펼쳐지게 될 프로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7월 31일 엔트리가 공개됐다. 팀 리그의 특성상 엔트리에서부터 두 팀의 승부는 이미 시작된 것이기에 이번 결승전에 출전하게 되는 6명의 선수에게는 적지 않은 중압감이 따르게 될 터이다. 비교적 선수층이 두터운 웅진 스타즈는 선봉으로 노준규를 기용하는 대범함으로 6세트까지 꽉 찬 구성을 선보이고 있다. 반면, STX 소울은 앞 세트에 주요 선수들을 포진시킨 후, 6세트 네오플래닛S 한정 필승 카드 김도우를 배치하면서 적절하게 힘의 배분을 마쳤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1년간의 대장전을 마무리하고, 우승컵을 들어 올릴 일만 남았다. 이 물러설 수 없는 정면 승부에서 4승을 거둬 팀에게 우승을 안기는 역할은 선수들의 몫이 됐다. 그 중심에서 확실한 1승을 안기기 위한 양 팀의 '포인트 카드'를 살펴보자.


■ 웅진 스타즈의 '에이스' 김민철! "나보다 저그 잘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봐!"



WCS 코리아 시즌 1 우승, 그리고 시즌 저그 부문 MVP 선정. 저그의 최정상에 서게 된 김민철은 팀에게 있어 그야말로 '에이스' 그 이상이다. 9년 만에 프로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오랜 숙원을 풀게 된 웅진 스타즈의 배경에는 김유진에 이어 팀 내 기여도 2위를 기록한 김민철의 활약이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 결승전에서 STX 소울의 이신형과 에이스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김민철에게 걸리는 기대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두 선수의 상대 전적에서는 이신형이 최근 우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김민철은 WCS 코리아 시즌 1 결승 무대에서 이신형을 상대로 리버스 스윕을 성공했지만, 시즌 파이널 8강에서 3:0으로 완파당하고 말았다. 더군다나 최근 펼쳐진 스타리그 8강에서 다시 한 번 3:0으로 완패했기에 이번 결승전 무대는 김민철에게 있어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하지만 에이스는 달리 에이스가 아니다. 힘든 싸움일수록 더욱 힘을 내야 하는 것이 에이스의 칭호를 짊어진 자들의 숙명이다. STX 소울에서 정확히 엔트리를 예측해 이신형을 김민철의 맞상대로 내보냈지만, 어찌 됐든 돌개바람은 김민철의 앞마당과도 같은 곳이다. 돌개바람 전적 8승 3패, 70%의 승률은 쉽게 무너질 그런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철벽' 김민철에게 있어 이런 불리한 상황은 익숙한 것이기도 하다. 상대의 몰아치는 공세를 버티고 버텨 차곡차곡 빌드를 올리고, 병력을 모아 단숨에 휘몰아쳐서 전황을 뒤집는 그림은 팬들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최근 개인리그 등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다시금 철벽의 위용을 떨치기에는 결승 무대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김민철만이 나갈 수 있는 무대에서 김민철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길 기대해 본다.


■ "민철아, 형만 믿어. 승부는 내가 끝낼게!" 든든한 저그 라인 맏형 김명운



이번 엔트리 발표에서 김명운은 5세트를 담당하게 됐다. 상대는 벨시르 잔재에서 제법 괜찮은 승률을 보이고 있는 프로토스 조성호. STX 소울의 탄탄한 프로토스 라인은 그간 상대 팀으로서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에이스 결정전으로 경기가 이어졌을 때 이신형의 존재감은 그 어느 팀 에이스보다도 거대했다. 따라서 6세트 확실한 승리 카드로 김도우를 꺼내 든 STX 소울을 상대로 웅진 스타즈는 최소한 5세트에서 경기를 끝내고 싶을 것이다.

그렇기에 5세트를 맡게 된 김명운은 선봉인 노준규나 에이스인 김민철보다도 더 중요한 위치라고 볼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김명운이기에 담당해야 할 자리이기도 하다. 웅진 저그 라인을 이끄는 쌍두마차의 한 축으로서 팀의 에이스인 김민철이 휘청거릴 때 든든하게 버텨준 이가 바로 김명운이었다. 이번 결승 무대에서 마무리 투수의 역할로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김명운은 군단의 심장으로 넘어와서 눈에 띄게 성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프로리그에서도 막바지 들어 출전이 드물어졌을뿐더러 개인리그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운영 위주의 안정적인 플레이를 즐겨 사용하는 김명운의 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들도 간혹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웅진 스타즈 내부 평가에서는 김명운의 기량을 두고 합격점을 내리고 있다 하니 이번 결승 무대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경기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김명운은 오랜 기간 팀을 이끈 맏형이기도 하다. e스포츠는 실력만큼이나 심리적인 요소가 적지 않게 작용한다. 더군다나 결승전이라는 무대는 평소 긴장과는 담을 쌓은 선수들마저도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의 중압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팀 리그 결승전에서 종반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기에는 어지간한 베테랑이 아니고서야 힘들 것이다. 여차할 경우 에이스 결정전으로 바통을 넘겨줘야 하는 후반 세트. 김명운이 그 무거운 짐을 보기 좋게 벗어 던지고 활짝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평범한 길은 걷지 않겠다" 투지의 화신, STX 소울 신대근



최근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선수를 꼽는다면 단연 신대근이 그 중심에 있을 것이다. '6산란못'으로 대표되는 신대근의 공격 본능은 보는 사람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하다. 물론, 극단적인 전략 승부는 한편으론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의 평가가 어떻든 간에 이러한 스타일이 지금의 신대근을 만들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대근의 언제 시도할지 모르는 올인성 공격은 상대하는 선수로 하여금 피곤함을 느끼게 한다. 올인을 즐겨 사용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상대 선수는 매 경기 꼼꼼한 서치를 시도해야 하며, 의식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마치 자유의 날개 시절 불멸자로 대표되던 원이삭을 상대하던 선수들이 느끼던 부담감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신대근이 단순히 올인만 강한 선수인 것은 아니다. 지난 스타리그 16강 재경기에서 정윤종을 상대로 보여줬던 불도그같은 끈질긴 투쟁심은 후반에도 신대근을 상대로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비록 종종 중반 운영에서의 허술함 등을 보여주거나 상대가 역으로 전략을 사용할 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한 번 불붙은 신대근은 막기 쉽지 않다. 또한, 과감한 공격을 자유자재로 펼치는 신대근의 대범함은 프로리그 결승전의 중압감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점이 된다.

다만 한 가지 염려스러운 부분은 프로리그에서 신대근의 객관적인 성적은 절대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백전노장 윤용태. 과연 이번 시즌 동안 벨시르 잔재에서 아직 승리를 맛보지 못한 신대근이 윤용태를 맞아 어떤 경기를 펼칠 것인지 주의 깊게 지켜보자.


■ STX 소울 특급 마무리 김도우



STX 소울은 6세트 마무리 투수로 김도우를 배치했다. 6세트 맵인 네오 플래닛 S에서 팀 내 가장 뛰어난 승률을 자랑하는 김도우는 경기가 6세트까지 이어졌을 경우 그대로 경기를 끝낼 수도, 혹은 불리한 상황이라면 에이스 결정전을 만들 수도 있는 필승 카드이다.

팀의 운명을 결정짓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도 있는 이 위치에 김도우가 배치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 볼 수 있다. 김도우는 군단의 심장 들어 테란에서 프로토스로 종족 변경을 선택했다. 하나의 종족에 숙달하고, 제법 잘하는 선수 축에 속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김도우는 그동안 테란으로 쌓아 올린 것들을 모두 버리고, 종족 변경이라는 과감한 수를 선택했다. 누가 봐도 무모한 선택이고, 힘든 길을 걷는 것이지만 그만큼 김도우에게는 종족 변경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종족 변경을 한 김도우는 '훨훨' 날아다녔다. 테란 시절 팀 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김도우는 프로토스로 출전한 이래 주요 경기마다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크게 이바지했다. 15승 9패. 이번 시즌 김도우의 성적은 팀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김도우가 유독 후반부 세트에서 승리를 따내는 비율이 높았다는 것. 최근 펼쳐졌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도 불리한 스코어에서 SK텔레콤 정명훈을 상대로 6세트에 출전, 에이스 결정전을 성사시키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더군다나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4경기에 모두 출전한 김도우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 이후 내리 3연승을 거두며 한창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제는 소위 잘 나가는 선수들에게만 주어진다는 별명까지 생긴 김도우. 비단 날카로운 것은 그의 외모만이 아닐 것이다. 잘 벼려진 칼날과 같은 날카로운 그의 경기력은 만약 불리한 스코어에 놓일지라도 팀의 에이스를 다시 한 번 결승전 무대로 출전시킬 것이다.


프로리그 결승 특집 기사 모음
① [프로리그 결승특집(1)] '맵을 보면 결승전 엔트리가 보인다?' 웅진 대 STX전 엔트리 예측
② [프로리그] 한국e스포츠협회, 결승전 엔트리 공식 발표
③ [프로리그 미디어데이] 개인 타이틀 시상… 시즌 MVP는 김민철, 정윤종, 이영호
④ [프로리그 미디어데이] 10년 만에 결승에 올라온 두 팀! 우승컵은 어디로? 사전 입담 대결 엿보기
⑤ [프로리그 미디어데이] '에결만 두 달 준비했다' 위트 있지만 날카롭게! 감독-선수 결승전 출사표
⑥ [프로리그 결승특집(2)] 결전의 날이 다가온다! 수 싸움의 결과는? 결승 엔트리 심층 분석
⑦ [프로리그 결승특집(3)] 상대를 꺾기 위해선 알아내야만 한다! STX 소울-웅진 스타즈 강약진단
⑧ [프로리그 결승특집(4)]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마워요! 웅진, STX의 멘탈관리사
⑨ [프로리그 결승특집(5)] 얘들아, 나 믿지? 웅진-STX 양 팀의 중심에는 그들이 있다
⑩ [프로리그 결승특집(6)] STX 소울 잘하는 비결은? '우리 뒤엔 특급 에이스가 있다!'
⑪ [프로리그 결승특집(7)] 정규 시즌 우승의 저력, 결승전까지 이어간다. 웅진 스타즈!
⑫ [프로리그 결승특집(8)] 위기가 강한 팀을 만든다! 두 감독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
⑬ [프로리그 결승특집(9)] 영광의 우승컵을 다툴 최후의 두 팀… 어떻게 올라왔나? 정규 시즌 뒤돌아보기
⑭ [프로리그 결승특집(10)] 누가 이길 것 같나? 해설진과 감독들이 말하는 결승 예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