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도타 2 팀 중에서 상위권이라면 EoT, 버드갱 등 몇몇 팀들이 거론되겠지만, 국내 최고의 팀을 꼽으라면 단연 FXO 팀일 것이다.

지난 7월 국내 첫 공식 도타 2 대회였던 넥슨 스타터 리그(이하 NSL)에서 우승을 차지한 FXO는 상금 뿐만 아니라 도타 2 세계 대회인 더 인터내셔널 2013(이하 TI3)을 참관하는 기회를 얻었는데, 모든 경기가 끝난 다음 날인 8월 12일(현지 시각) 시애틀 현지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2주간의 숨 가쁜 대회 레이스를 현장에서 관전한 FXO 선수들은 과연 TI3를 어떻게 평가하고, 또 어떤 것들을 얻었을까?

32억이라는 엄청난 총 상금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었던 이번 대회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자.






[ ▲ 밸브 본사에서 찰칵! NSL 우승자 자격으로 TI3 참관을 하게 된 FXO 선수들 ]
(좌측부터 Febby 김용민, March 박태원, QO 김선엽, sagun 이경민, Anarchy 황보재호)









어제 얼라이언스가 우승해 16억에 달하는 상금을 획득하는 것으로 TI3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 전체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March" 박태원 : 경기들이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다. 높은 상금 때문인지 선수들의 멘탈이 평소 이상으로 좋더라. 불리한 게임도 포기하지 않고 하다보니 역전 경기가 많이 나왔다.

"Febby" 김용민 : 해외 선수들을 보면서 우리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도 빨리 해외 선수들의 실력을 따라잡아 보다 높은 곳에서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

"QO" 김선엽 : 리플레이나 방송 중계를 보는 것과 수많은 팬들과 함께 커다란 화면으로 나오는 경기를 관전하는 것은 뭔가 다르더라. 도타 최강자를 결정짓는 TI라는 대회에 잘 맞는 규모와 운영이 아니었나 싶다.





[ ▲ 게임 화면 외에도 픽밴, 미니맵, 영웅상황, 부스 내부 등 관중이 보기 좋게 구성한 TI3의 현장 화면 ]




이번 대회에서 어떤 팀을 응원했나? 또, 응원을 한 이유가 있다면?

"March" 박태원 : Na'Vi를 응원했다. 친한 선수들이 있는 팀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플레이 스타일이 재미있다. 처음 대회 참관을 왔을 때는 특별히 응원할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경기를 보니 응원을 안할 수 없더라.

"sagun" 이경민 : iG를 응원했는데 상대로 나오는 팀들이 너무나 강했다. 팬 입장에서는 좀 슬펐지만 재미있는 경기를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Anachy" 황보재호 : 응원한 팀은 DK이고, 선수들이 좋아서 응원을 하게 되었다.

"QO" 김선엽 : 미국에 오기 전부터 오렌지를 쭉 응원했다. 이번 대회에 나온 팀들 중에서 가장 특이한 스타일을 가진 팀이었는데, 동남아 특유의 색깔을 잘 보여줬다. 남자답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참 마음에 든다. 만약 패자조 결승에서 오렌지가 Na'Vi를 꺾었다면 결승에서 얼라이언스가 패배했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 오렌지의 경기들은 한타를 많이 일으켜서 재미있는 장면이 자주 나오기도 했다.

"Febby" 김용민 : 개인적으로는 프나틱을 응원했다. 선수 개개인의 실력은 떨어지지만 팀플레이가 좋은 편인데, 전체적으로 대회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초반의 강세를 못이어가고 후반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떨어진 게 안타깝다. 본인들의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점도 아쉽다.



이번 대회에서는 중국 팀을 만나면 꼭 장시간 경기를 하는 인민 도타 플레이가 나와서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March" 박태원 : 재미도 없고, 하기 싫은 스타일의 경기 방식이다. 보는 입장에서도 재미가 없다. 인민 도타를 보다 보니 도타 자체에 흥미를 잃을 뻔했다. 중국 선수들은 예전부터 그런 스타일로 경기를 하면서 큰 대회에서 재미를 보곤 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동남아나 유럽의 새로운 트렌드에 밀리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처음인데, 앞으로는 이러한 트렌드를 중국도 받아들여 새로운 색깔을 만들지 않을까 한다. 또한 선수들 실력도 상향 평준화되고 있어서 단순히 지키고 파밍한 하는 인민 도타가 몰락하고 공격적인 스타일이 확산해 나가지 않을까 한다.

"QO" 김선엽 : 사실 같은 전략을 쓰면 먼저 공격적으로 나가는 쪽이 불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중국 팀끼리 경기하면 이런 양상이 자주 나왔다. 서로 허점을 안 주려고 지루한 경기가 양산되는데, 도타의 흥행에는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March" 박태원 : 그래도 이런 경기를 중국 팬들은 좋아하더라. 팬 입장에서 가장 큰 보상은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것이라 그런 것 같다.





[ ▲ 도타 2 최장 경기 기록을 갱신한 iG와 DK... 하지만 중국팀은 3위권 내에 들지 못하고 중간 탈락했다. ]





대회 후반으로 가면서 명경기가 속출했는데 가장 재미있는 경기는 무엇이었나?

"March" 박태원 : TongFu와 Na'Vi가 맞붙었던 본선 3일차 3경기다. 사실 도타에서 역전이 불가능하다고 할만한 상황이었는데 퍼지를 이용해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버린 것이 재미있었다.

"QO" 김선엽 : 오렌지와 Na'Vi의 패자조 결승 마지막 경기도 재미있는 경기였다. Na'Vi가 초반에 완전히 밀린 상태였는데 역전승을 거뒀다. 오렌지를 응원했는데 아쉽기도 했고, Na'Vi가 새삼 강팀이라는 것이 느껴지더라. 경기 도중 로샨에서 나온 아이기스를 부쉈던 것이 통한의 실수였다. 보통 로샨을 잡을 때 무빙샷을 하다보면 그런 실수를 하곤 하는데 참 운이 안좋았다.

"March" 박태원 : 그야말로 5억짜리 디나이...(웃음) 아무튼 이런 역전 경기들은 프로게이머 입장에서 봐도 포기할만한 경기였는데, 그런 상황에서 역전을 해냈다. 도타를 처음 접한 분들은 쉽게 게임을 포기하곤 하는데 끈기있게 플레이 하다 보면 이러한 역전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압승보다는 불리한 상황에서 역전하는 것이 정말 짜릿하다.





[ ▲ 첸과 퍼지의 콤비로 만들어 낸 멋진 그림같은 우물 킬! ]




최근 얼라이언스의 기세가 무섭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세트를 내준 것도 DK 상대로의 1번과 결승에서 Na'Vi에게 뺏긴 2번 뿐일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이었는데?

"QO" 김선엽 : 얼라이언스의 플레이 스타일은 개인 기량보다는 팀워크 위주이다. Na'Vi의 덴디처럼 스타 플레이어가 있는 팀과 달리 선수 모두 골고루 잘하는 형태라고 해야 할까? 다만 변수가 발생하면 대처를 제대로 못할 수 있어서 언제라도 패배할 수 있는 팀이기도 하다. 지금은 고정된 전략을 쓰는 중국 등을 상대로 안정적인 승리를 하고 있지만, 유럽 스타일에는 다소 약한 부분도 보이고 있다. 각 팀들이 연구하다보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본다.





[ ▲ 비록 얼라이언스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경기가 펼쳐졌었다. ]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중에서 같이 플레이해 봤거나 재미있는 선수가 있나?

"March" 박태원 : 대회 참가 선수들 중에 같이 플레이 한 선수들이 많다. 솔로 큐를 돌리다보면 자주 만나게 된다.

"QO" 김선엽 : 제니스 소속의 iceiceice, 통칭 '빙빙빙(氷氷氷)'이라고 부르는 선수를 게임 상에서 만나는 편인데 이 선수의 게임 스타일이 꽤나 특이하다. 게임 스타일이 정말 트롤링에 가까울 정도라서 적과 아군 모두 혼란에 빠지곤 하는데 실력이 좋아서인지 경기 자체는 참 잘 이긴다. 일반 게임에서 만나는 친구들 중에서는 가장 특이하지 않을까 한다.





[ ▲ 특이한 경기를 하는 선수로 꼽힌 제니스 팀의 iceiceice 선수(가장 우측) ]




이번 대회의 본선 진출 팀들과 현재의 FXO, 혹은 국내 팀들을 비교한다면 어떤가?

"March" 박태원 : FXO와 비교하면 팀워크나 개인 실력 모두 아직 높은 곳에 있어서, 당장 이길 수 있다고 말하긴 조심스럽다.

"sagun" 이경민 : 아직 국내 팀들 모두 TI 출전 팀들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연습을 한다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March" 박태원 : 그래도 내년 이맘 때에는 FXO도 세계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많은 기대를 해주셨으면 한다.





[ ▲ NSL 같은 국내 대회가 늘어 빠르게 세계 수준을 따라잡길 기대한다 ]




NSL 이후 전체적인 팀 조율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March" 박태원 : AKMA 팀에서 영입된 QO 김선엽 선수 같은 경우, 현재 2팀으로 분리된 상태이며, 전체적으로 1팀의 호흡은 잘 맞아가는 상태이다. 2팀은 QO가 알아서 할 것이다.(웃음)



현 시점에서 국내 도타 최강 팀은 FXO인데, 좀 더 발전을 위해서는 라이벌이나 저변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나?

"QO" 김선엽 : 도타에서 승리를 위한 다양한 공략들이 보다 많이 필요하다. 단순히 영웅 공략 뿐만 아니라 게임 내의 소소한 팁, 이기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한 정보가 아직 부족하다. LOL을 하다가 온 유저들은 물약을 많이 사는 경향이 있고, 정글링이나 풀링의 개념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정보들이 팬사이트 등을 통해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졌으면 한다.

"March" 박태원 : 도타의 게임성에 대해서는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 LOL과 도타를 똑같이 해보면 도타 쪽이 좀 더 깊이 있고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많은 유저들이 즐기는 만큼 LOL의 강점이 있는 건 사실이나 순수한 게임성만을 놓고 보면 도타가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런 게임성을 믿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로 뛰어든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진입장벽이 있는 만큼 유저들이 끈기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요소가 필요하다. 더 많은 공략과 정보, 다양한 대회, 방송 등이 제공된다면 유저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선을 넘어서 게임에 빠져들 것이다. 도타는 그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정말로 악마 같은 게임이다.





[ ▲ 정글 스택과 같이 승리를 위한 정보가 보다 보편적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FXO 팀 ]




TI와 국내외 이스포츠 대회를 비교한다면 어땠나?

"Febby" 김용민 : 해외 관객은 국내에 비해 상당히 활동적이다. 이는 종목의 특징이 아니라 문화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본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해외에서 도타 2는 어느 정도 연륜이 있는 게임이고, LOL과 비교해 전혀 부족하지 않다.

"March" 박태원 : 도타 2 대회를 국내와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다. 롤드컵과 비교할만 한데, 지역별로 일정 예선을 거쳐 소수의 팀만 참여하는 롤드컵과 달리 TI는 수많은 팀이 하루에 최소 10시간 이상씩 경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일정이나 규모 면에서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도 긴 시간 동안 중간중간 재미있는 영상 등으로 빈틈없이 구성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정말 질리도록 수준 높은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 ▲ 선수, 중계진 모두 장시간의 경기에도 멋진 장면이 나오면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도타 2의 국내 흥행을 위해서 어떤 것들이 있었으면 하나?

"March" 박태원 : 개인적으로는 실력있는 선수들이 모여서 플레이할 수 있는 랭크 시스템 같은 것이 있었으면 한다. 해외 쪽에는 프로게이머이면서 프로그래머인 선수가 만든 사설 랭크 시스템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잘하는 선수를 초대해 같이 플레이하거나 대회를 벌이기도 한다. 이렇게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에서 같이 플레이하다보면 어느 순간 실력이 부쩍 늘어나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앞으로 팀을 꾸리거나 네임드 발굴을 위해서라도 고랭커들이 모이고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지원되었으면 한다.



이번 TI3 참관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은 어떤가?

"March" 박태원 : 평생 살면서 가장 좋은 대접을 받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비싼 곳에서 잠도 자보고, 밥도 맛있었다.(웃음) 처음에는 굳이 왜 미국까지 와서 대회 경기를 보나 싶기도 했지만, 막상 와보니 한국 도타의 발전을 위한 투자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경기를 보면서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앞으로 세계 대회에서 활약하겠다는 다짐의 시간이 될 수 있어서 이런 기회를 준 넥슨 관계자분들께 감사한다.

"sagun" 이경민 : 미국에 와본 것은 처음이다. NSL에서 우승해서 이렇게 대회를 참관할 수 있었는데, 우승 상금보다 더 큰 것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

"Anachy" 황보재호 : 이렇게 즐거운 시간은 처음인 것 같다. 다음엔 참관이 아니라 선수로 대회에 참여하고 싶다.





[ ▲ 내년 대회에서는 이 많은 관중의 환호를 받는 팀이 FXO가 될 수 있도록 다짐을 굳히는 기회였다고... ]




마지막으로 한국에 돌아가면 이후 계획이나 앞으로의 각오는?

"March" 박태원 :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연습에 들어갈 것이다. 사실 NSL 우승 이후 다소 나태해지고, 놀기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보면서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을 느꼈다. 가을부터는 새로운 국내 대회가 시작될 것 같은데 한국 대회에서는 무조건 우승을 하고, 외국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할 것이다. 팬 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