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아직 멀었습니다. 이제 시작인걸요." 그를 만났을 때 처음 들은 말이다. 최근 시가 총액 1조를 넘어서며 게임사 새로운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컴투스'. 컴투스는 국내에서는 피처폰 시절부터 오랫동안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온 명가이자, 해외에서는 '서머너즈워' '낚시의 신' 등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모바일 시장이 황금의 땅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일주일에 많게는 10~20여 개 적게는 5~7개가 출시되고 있는 치열한 전장이 되었다. 덕분에 새로운 엘도라도를 찾기 위해 눈을 다른 데로 돌려야 했고 자연스럽게 해외시장이 주목받게 됐다.




지금 국내 모바일 시장에 있는 기라성 같은 개발사들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항로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콜럼버스'처럼 성공적인 해외진출이라는 '위대한 항로'로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지만, 흔히 말하는 대박을 노릴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해외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성공적인 해외진출'이라는 8글자에는 함축적인 뜻이 숨어있다. 해외시장을 알고 나를 안다면 그나마 쉽게 진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해외시장은 발전 폭이 넓고, 변화가 심해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괴물의 입과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진출하기 어렵다고 정평이 난 해외시장에서 컴투스를 큰 성공으로 이끈 사람이 있다. '서머너즈워' '낚시의 신'등 다양한 컴투스 게임들을 성공적으로 이끈 선장 '구본국 해외 사업부 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를 만나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구본국 컴투스 해외 사업 개발실장

Q. 컴투스 해외 진출의 선봉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해외 사업 개발 실장을 맡고 있는 구본국이라고 한다. 국내와 글로벌 시장 사업을 주로 담당하지만 지금은 해외시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일본, 중국,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담당하고 있으며 매출관리나 플랫폼 간의 커뮤니케이션 부분도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Q. 이미 컴투스는 컴투스 허브를 통해서 해외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었다. 하이브로 통합되면서 바뀐 점이 있나?

"음... 게임빌과 컴투스가 차지하고 있던 영역이 달랐다. 컴투스는 스포츠나 캐쥬얼 장르의 유저 풀이 많았고, 게임빌은 RPG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하이브로 통합되면서 서로 점유하지 못했던 영역을 합칠 수 있었다고 할까..? 하이브를 통해 서로 간의 영역간 융합이 일어나면서 다양한 유저들을 포용할 수 있었다."

Q. 지금까지 컴투스의 해외 진출을 이끌면서 국내시장과 해외 시장에 대해 어떤 점이 다르다고 느꼈나?

"지금까지 많은 해외 시장진출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기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진출하려는 시장에 맞춘 디자인을 만들고, 철저한 현지화를 진행해라.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부딪혀보면서 느낀건, 북미형으로 디자인해도, 그들은 오히려 한국형 북미게임으로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해외에 진출해 성공하고 있는 게임들을 보면 국가별로 디자인이나 기획 부분에서 차이점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출하려는 국가를 중심으로 현지화를 진행하다가 자기만의 색깔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덕분에 해외에서는 범용성이 있는 디자인이나 기획을 시도한 게임이 더 낫다고 느꼈다."

▲ 해외진출 성공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매출과 이익률


"대부분 'ㅇㅇㅇ국가'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국가별 특징적 요소를 넣어야 하지 않나?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사실 국가별 특징이라고 하면 문화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지만, 진출하려는 국가의 게이머들이 가지고 있는 니즈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

"게임은 '재미있어야 한다.'라는 부분은 전 세계 모든 게이머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재미를 잡았다면, 진출하는 국가에 맞게 밸런스나 난이도 조절, 그들이 흥미를 느끼는 부분들을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일본의 경우에는 한국 형식의 게임 허들을 넣게 되면,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는 확률이 높다. 그 대신 일본 유저들은 게임을 선택하면, 게임에 대한 토론이나 논의를 자주 한다. 이 부분은 한국보다 뛰어나다고 할 만큼 순도가 높다."

※허들: 게임에서 갑자기 어려워지거나 까다로워지는 구간


▲ 낚시의 신,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Q. 최근에 가장 핫한 지역이 어디라고 판단하고 있나?

"차이나조이를 다녀왔으니, 잘 아시겠지만 당연히 1번은 중국이다. 중국을 포함해서 대만, 홍콩, 동남아권이라고 생각한다."

Q, 중국, 동남아, 홍콩, 대만을 꼽았다. 이유가 궁금하다.

"중국은 한국과 트렌드가 비슷하다. 객단가(ARPU)는 낮지만, 기본적으로 유저 수가 많아서 박리다매가 가능하다고 보고있다. 중국 시장은 iOS와 안드로이드플랫폼 동시 런칭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국내 개발사들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 진출 하는 편인데 이는 이미 국내 시장에 게임을 출시한 뒤,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고 수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중국 시장은 지인 간의 자랑 경쟁이 심하며, 어떻게 게임을 진행했는지에 대한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 페이스북을 운영하거나, 유저들의 커뮤니티에 참여해 동향 파악 및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공도 들이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홍콩 대만은 비슷한 문화권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 들어 발전하고 있는 통신망도 그렇지만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보급률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4개의 국가를 '번체권'으로 묶어 주목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 컴투스 해외진출의 정수 '서머너즈 워'


Q. 혹시 해외 진출을 하면서 얻었던 노하우들을 조금이라도 들을 수 있나?

"크게는 이야기 못하겠지만(웃음)... 일단 글로벌 전체를 중심으로 먼저 이야기하자면, 안드로이드보다 iOS 개발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국내 시장이 조금 특이하게 90%이상 유저들이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게를 안드로이드쪽에 두고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해외 국가에서는 iOS가 강세다."

"그렇다고 해서 안드로이드를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사실 낚시의 신과 서머너즈워도 국내 시장에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선 출시 하고 여러번 테스트를 거친 결과 더 나은 게임으로 거듭 날 수 있었다. 국내 유저분들의 피드백은 정말 순도가 높다. 기본은 iOS를 생각하되, 안드로이드와 iOS 두가지 버전 모두를 준비해야한다."

"각 국가별 인기 있는 플랫폼도 잘 알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중국에서는 위챗 플랫폼이 있는 것처럼 타 국가에도 중심이 되는 플랫폼이 분명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각 국가의 통신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두어야 한다. 컴투스에서 해외 진출에 성공한 '골프 스타'의 경우에는 용량이 너무 커서, 다운로드 성공률이 50%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큰 용량의 경우에는 오히려 게임을 실행하기 전부터 유저들이 거부감을 나타낸다."

▲ 대만 구글 플레이 2014년 상반기 최고의 게임에 뽑힌 '서머너즈 워'와 '낚시의 신'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와의 협업도 필수다. 국가 내 플랫폼을 통해 초기 노출이 되더라도, 이 두 개의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것만큼 큰 건 없다. 서머너즈 워와 낚시의 신도 두개의 플랫폼과의 협업이 큰 영향을 미쳤다. 거기에 현지 마케터나 퍼블리셔와의 관계도 돈독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호랑이에 날개 돋친 격'이 된다."



타 국가의 사람들이 국내 게임을 보았을 때, 이게 한국게임인가? 해외 게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디테일해야한다. 이게 바로 해외에 진출 할 때 가져야 할 '가장 최소한의 경쟁력이다.'



"그리고 현지화다. 현지화를 할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나라의 문화, 환경에 이해해야한다는 부분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건 디테일 적인 부분이다. 국내에서도 유행이 있듯이, 해외에서도 그 나라만의 트렌드가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서비스 되고 있는 해외 게임을 보면 과거에는 어눌하거나 교포가 번역했나? 하는 느낌의 번역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완벽한 한국어를 선보이고 있다. 역으로 생각해보자. 그들이 한국에 진출할 때와 우리가 해외로 나갈때, 방향만 달랐지 상황은 똑같지 않나?"

Q. 진출 하다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을것 같다.

"현지인 채용을 하기 전에, 번역 같은 부분을 외주형태로 진행한 적이 있다. 번역해서 내놓았더니, 아예 의미가 다르게 해석해 놓은 경우가 많더라. 덕분에 유저들로 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웃음)."

"서머너즈워의 경우에는 업데이트를 통해 각각의 국가 유저들이 모여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반응을 보면 우리나라는 어... 흔히 듣는 욕이나(웃음), 불만 같은걸 굉장히 간단한 단어로 함축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본은 정말 열심히 토론하더라. 미국 유저는 친구를 많이 구하고... 하나를 더해도 반응이 국가별로 다르니 이걸 지켜보는 재미도 있더라."

"얼마 전 일본에서 서머너즈워 업데이트를 진행한 후 CS처리를 조금은 미흡하게 한 적이 있다. 몇 번이나 유저들의 불만을 접수했었는데, 이를 간과 한 것이다. 그 중 한 유저가 정말 장문의 글을 작성해서 직접 찾아왔다. 그리고 같이 회의했다. 그 유저가 '이건 잘못됐고, 요건 요렇게 해야하고..'등 많은 의견을 제시했다. 장시간의 회의를 함께한 뒤 돌아가면서 '계속 지켜보고 있겠다.'라고 말을 남겼다. 너무 고마운 유저라 기억에 강렬히 남아있다."

▲ 성공적인 해외진출에는 많은 고려사항이 따른다 출처: 구글


Q. 낚시의 신과 서머너즈 워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프트런칭 전략이 가장 핵심이다. 소프트 런칭은 비슷한 문화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국가에 먼저 런칭 한 뒤 반응을 살펴보고, 유저들의 피드백에 맞춰 수정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 들어가기 전에 중국어를 사용하거나 중국 문화권을 두고 있는 국가에 먼저 런칭하고 자연스럽게 접한 유저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하는지 지켜본 뒤 맞추어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다."

"미지의 세계를 곧바로 탐구하는 것보다 비슷한 곳에서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진출하는 것, 어느 쪽이 더욱 승률이 높을까? 당연히 후자쪽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프트 런칭을 통해 수정 및 보완 작업을 거친 후 본격적으로 공세를 취했다."

"또한 국가별 시간대에도 맞추려고 노력했다. 서머너즈워의 경우에는 글로벌(영어권), 일본, 중국, 한국 4개의 서버로 운영되고 있다. 각각 자신들이 이용하는 시간대가 다르니, 이들을 묶어두면 공지 전달이나 이벤트 진행에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버를 4개로 나눴고 끼리끼리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게시판도 나눴다."

Q. 이제 첫 발자국을 찍었다. 더 큰 목표가 있나?

"업계에서는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매우 짧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성공한 대부분의 게임은 유저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먼저 '서머너즈 워'와 '낚시의 신'이 롱-런할 수 있도록 집중하는게 일차 목표다."

"그리고 하이브 플랫폼을 많은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유저 들에게 컴투스, 하이브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새기는 게 최종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