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산업, 'NK' 선두 체제로 재편되나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2024년 1분기 주요 게임사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국내 게임산업이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에서 'NK'(넥슨, 크래프톤)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넥슨과 크래프톤 두 게임사는 중국으로부터 발생하는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웠다.
넥슨은 2024년 1분기 매출 9,689억 원, 영업이익 2,605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기 대비 하락했지만, 직전 컨퍼런스콜에서 스스로가 전망했던 성적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넥슨 측은 유저 만족도 향상과 참여도 개선을 통해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분기에 매출 6,659억 원, 영업이익 3,105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기 대비 24.6%, 89% 증가했다. 핵심 IP인 '배틀그라운드'가 PC, 모바일, 콘솔 등 플랫폼에서 고루 성장했다. 크래프톤은 매출 성장 과정에서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영업이익을 늘렸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각각 매출 3,979억 원, 5,854억 원을 이루며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각각 257억 원, 37억 원으로 나타나 앞선 두 회사와 차이를 보였다.
넥슨과 크래프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중국에서 발생하는 수익에서 서로 갈렸다. 텐센트의 수익 배분이 국내 게임업계 구도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넥슨과 크래프톤과 비교해 의미 있는 수익을 텐센트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다.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게임이 중국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반면, 넥슨은 지난해 '던전앤파이터' 중국 서비스 계약으로만 텐센트에 7,542억 원을 수령했다. 관련 수익금은 2018년 1조 2,394억 원에 달했다. 2023년 매출 대비 관련 수익 비중은 19.2% 수준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글로벌 서비스, 중국 '화평정영' 기술 계약으로 텐센트에 지난해 1조 296억 원을 받았다. 매출 대비 비중은 53.6%다. 크래프톤이 엔씨소프트, 넷마블보다 앞서 나가는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개발자 인건비 상승,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 하락세 등 악재로 침체기 양상을 보였다. 넥슨과 크래프톤은 주요 파트너사의 안정적인 수익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버팀목 덕으로 두 회사는 경쟁사보다 임금협상에서 우위를 점해 개발자 경쟁력을 갖추거나 투자, 신작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최근 판호 기대감은 과거와 다르다. 판호를 받았단 소식이 게임주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새로운 게임이 중국에 출시되어도 예상보다 매출이 적었다는 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던전앤파이터', '배틀그라운드' 외의 게임이 중국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서다. 한국과 중국 유저의 성향 차이, 게임사의 콘텐츠가 차이를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넥슨과 크래프톤의 중국 수익은 안정적이다. 아울러 넥슨은 2분기 중에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서비스 수익을 추가로 기대할 수 있고, 크래프톤은 중국 수익을 바탕으로 인도 지역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른 게임사가 넥슨과 크래프톤만큼 중국 수익을 발생시킬 가능성은 아직 낮다. 텐센트 수익이 현상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NK'가 국내 게임산업 선두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게임사업에 중요한 신작 라인업도 탄탄하다. 넥슨은 '마비노기 모바일', 루트슈터 장르 '퍼스트 디센던트', 하드코어 액션 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개발 중이고 엠바크 스튜디오가 탈출 슈팅게임 '아크 레이더스'를 준비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K-심즈 '인조이', '다크 앤 다커 모바일'을 중심으로 설국열차 콘셉트의 서바이벌 PVP '레드 로버', AI를 활용한 신작 4종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