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 조작'으로 액션을 제대로 어필한 모바일 게임


2022년 국내 모바일 게임 중 가장 크게 관심을 받은 게임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십수 년간 넥슨과 네오플의 든든한 기둥으로서,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국산 온라인 게임으로 자리매김한 '던전앤파이터'가 마침내 모바일로 새로운 가지를 뻗었다. 이미 게릴라 테스트에서부터 서버 접속 난항이 펼쳐질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고, 국내뿐 아니라 던파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유저들의 관심도 높았다.

그만큼 넥슨은 3월 24일 던파 모바일의 오픈을 준비하면서 총력을 다졌다. 오픈 이전부터 상세하게 게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해외 접속 이슈와 채팅 등 유저 간의 불필요한 마찰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까지 서비스 이전부터 정책을 발표하며 대응했다. 그만큼, 던파 모바일은 넥슨과 네오플이 심혈을 기울여서 신경을 쓰고 있는 게임이었고, 오랜 세월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준비는 헛되지 않았다. 그만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하 던파 모바일)'은 모바일 게임으로서 수동 조작이 매력적인, 그리고 원작의 감성이 살아있으면서 새로운 시스템들을 섞은 '플랫폼이 다른 또 다른 던전앤파이터'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게임명 : 던전앤파이터 모바일(Dungeon& Fighter Mobile)
장르명 : 액션
출시일 : 2022.1.27.
개발사 : 네오플
서비스 : 넥슨
플랫폼 : PC, 모바일



'수동 조작'으로 살린 원작의 액션 감성

▲ 아, 시원해! 이게 던파지 ㅋㅋ

던파 모바일은 독특하게도 모바일 환경에서 완전한 수동 조작을 모토로 내세웠다. PC와 같은 '액션쾌감!!'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던전앤파이터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모바일 환경 특성상 피드백이 매우 적은 가상패드는 호불호의 영역에 있고, 조작이 전통적인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게다가 가상패드 특성상 화면을 반드시 손가락이 가릴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남는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던파 모바일은 유저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만한 액션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특히나 PC 버전의 던전앤파이터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사실상 모바일로 이식된 '클래식 던파'라고 해도 큰 어폐가 없을 정도로, 거의 빼다 박은 수준으로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이를 위한 개발팀의 노력도 게릴라 테스트부터 세심한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느껴졌다. 거기에 사용자의 경험에 맞출 수 있도록 가상 패드 인터페이스 조절에 다양한 옵션과 커스터마이징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충분히 칭찬받을 수 있는 요소다.

▲ 조이스틱 지원도 있지만, 아무래도 키보드로 플레이한 유저들이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만족할 수 없는 유저들을 위해서 조이스틱 컨트롤러를 지원하고, 키보드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점 역시 던파 모바일이 얼마나 '액션'이라는 정체성이 심혈을 기울이고자 했는지 보여준다. 수동 조작으로 다소 사용성이 불편했던 스킬을 개선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은 충분히 완성도가 좋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던파 모바일은 '모바일 액션 게임'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고, 플레이어들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즐겁게 수동 조작 플레이를 즐긴다. 그리고 혹시나 오락실처럼 즐겨보겠다고 아케이드 스틱을 연결하는 플레이어는 없기를 바란다. DP, LP, RP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수동 조작으로 액션 게임의 정체성을 확고히 확보했을지라도, 결과적인 단점은 남는다. 플레이의 피로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수동 조작은 플레이어가 다른 행동을 하면서 그저 지켜보는 '시청형 게임'이라 딱지를 벗음과 동시에 높은 플레이 집중도를 요구하게 만든다. 게이머들이 전통적인 모바일 게임보다 훨씬 더 집중도 있게 플레이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플레이의 피로도는 모바일 게임답지 않게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해 한자리에서 진득하게 좀 더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최신 모바일 게임 트렌드 중 하나인 PC버전을 도입하여 어느 정도 해결을 보게 해주었다.

실제로 던전 최단 거리의 조절도 눈에 띄었다. 초반 플레이는 피로도 4~6선에서 한 개의 던전 플레이의 최단 루트가 정해졌고, 몬스터의 배치 등에서도 '플레이가 피로하다'라는 점을 최대한 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초반과 성장 구간의 일정 지역까지다.


PC 던파에서도 간혹 유저들이 특정 던전의 몬스터 배치에 대해 '악의적으로 몬스터 배치한 것 아니냐'고 불편함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Y축 판정에 매우 짠 던파 특성상 지나치게 분산하여 몬스터를 배치할 경우 다분히 악의가 느껴진다고 할 정도로 불쾌감이 크다. 특히나 큰 범위 스킬이 없는 캐릭터들(스트라이커)이나 단일 전에 특화된 캐릭터라면 남들은 그저 지나가는 방에서 무색 큐브를 소모하는 스킬이 추가로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이건 PC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으며, 잡몹 청소가 좋은 클래스, 보스전 특화 클래스 등 서로 다른 개성이자 장점이 서로 다른 특성이기도 하다.

그래도 모바일이 조작 특성이 다소 까다롭기에 약간은 넉넉한 판정을 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런 짠 판정까지 '던파'를 쏙 빼다 박았다. 추가적으로 플레이어와 몬스터의 거리가 일정 이상 벌어질 경우 몬스터들이 움직이지 않는 버그와 같은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기에 순간적인 분노가 극에 달한 경우도 있었다. 아마 손에 든 것이 100만 원을 넘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싸구려 패드였다면, 충분히 집어던지고 화를 낼 정도로 말이다.

물론 던파 모바일의 '액션'은 게임의 정체성이자, 가장 핵심적으로 내세우는 가치다. 그렇기에 이러한 액션 요소들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수동 조작'을 이제 와서 버릴 순 없을 것이다. 이는 반드시 피로감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더욱 큰 재미를 제공하거나 불쾌감을 줄이는 방식으로 '액션'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동 조작을 끝까지 안고 가야 하는 시점에서 영원히 풀어야 할 숙제를 어떻게 던파 모바일이 풀어낼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일 일지도 모르겠다.



놓치지 않은 원작 감성에 한층 더해진 '모바일'의 개선

▲ 모바일에서 보면 던파 모바일의 도트가 꽤 더 섬세하다. PC버전의 열화는 다소 아쉽다.

던파 모바일의 또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도트 그래픽이다. PC버전에서도 훌륭한 편인 도트 그래픽은, 모바일 버전에서 한층 더 개선을 이뤘다. 특히나 남성 귀검사와 여성 격투가의 그래픽 일신은 PC버전에서도 도입을 바랄 정도로 훌륭하게, 잘 뽑힌 편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전투 액션은 원작의 감성을 잘 살렸고, 게임 속 이펙트 역시 원작과 비슷한 형태로 구현됐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모바일 만의 백스텝과 퀵스탠딩 시스템도 적절하게 추가되면서, 정체성을 내세운 액션성을 도트 그래픽으로도 훌륭하게 서포트하는 느낌이다. 그만큼 그래픽과 함께 액션이 어우러져서 '원작의 감성'을 마음껏 뽐낸다.

▲ 새 인물인 라라아, 그리고 원작과 다른 모습의 NPC들과 스토리 전개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추가로 원작에서 꽤 오래전에 마련됐던 게임 속 일러스트와 주요 NPC들의 모습도 달라진 모습을 보는 게 백미다. 원작과 같은 일러스트를 사용한 NPC들도 적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주요 NPC들의 모습들이 현 던전앤파이터와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게다가 이러한 NPC들의 개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스토리가 매우 흥미롭다.

특히나 스토리 부분은 모바일 버전의 스토리를 크게 칭찬해 주고 싶다. 연단된 칼날인 '모험가'의 모습에서 매우 약한, 그저 클래스에 따른 구분 정도밖에 없던 PC에 비해 던파 모바일의 모험가는 확실한 캐릭터성과 개성이 두드러진다.

중2병 광기에 가득 차서 싸움 타령만 하는 버서커도 사리분별과 상황을 가려 말을 할 줄 알고 부탁도 퉁명스럽게 대답하지만 고분고분 들어주는 따듯함을 보여준다. 당당하게 자신을 소동의 주인공이라고 밝히는 뻔뻔함을 갖춘 거너도 꽤 인상적이었다. 이렇듯 '모험가'도 역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면서 이야기가 한층 풍요로워졌다.

새롭게 등장해 카잔 증후군에 시달리는 흑요정 '라라아'와 모험가가 이어나가는 여정도 원작과 차이점이 있는 부분이 많다. 사도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스토리의 궤는 같지만 마치 PC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 세부적인 이야기의 전개도 다르고, NPC들의 성격과 기억 및 개성도 살짝 다른 부분이 있다.

▲ 메인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인게임에서 다양한 정보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원작의 스토리는 멀티 버스 개념의 도입으로 매우 복잡해지고, 게임 속에서 풀지 못한 스토리를 외부 콘텐츠로 풀어낸 부분이 제법 있다. 그래서 '직접 찾아봐야 하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그런 점에서 모바일은 최대한 플레이어들에게 많은 정보를 요약하고 가공해서 전달하며, 현시점의 스토리만 봐도 전체적인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하게 해준다.

원작을 알던 사람이 보기에는 "모바일은 스토리가 이런 부분이 다르구나"라고 즐겁게 차이점을 감상할 수 있기도 하지만 원작을 모르는 이도 충분히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는 깔끔하게 제공하고 있다. 약간은 개연성에서 "굳이?"라고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꽤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천계까지 다다른 점은 고무적이다.

여기에 추가로 '인연 도감'을 통해 각 NPC들의 모르는 뒷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단순한 모험가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정보와 다양한 면면을 공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스토리는 피로도가 들지 않고 특정 조건을 통해 여러 보상을 제공하기도 하기에, 플레이어 스스로 찾아보고 즐기는 재미가 있다.

▲ 컷 인으로 주는 연출도 꽤 좋게 마련됐다.



다른 노선을 선택한 성장 요소, 좀 더 '모바일 게임'답긴 하다

▲ 꽤 너그러운 천장이 있는 강화 시스템.

아무래도 PC버전과의 가장 큰 차이는 '성장 요소'가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 던전을 돌고 몬스터를 처치하고,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레벨을 올리는 과정은 같으나 장비나 세팅 같은 부분은 PC와 크게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장비는 현재 강화만 존재하고, 추가적으로 '마법 봉인'으로 옵션을 부여하기도 한다.

아바타와 크리처, 칭호, 오라 등 외형적인 부분이 두드러지는 캐릭터 스펙 요소들도 있다. 대신 아바타에 1회성으로 세팅하던 엠블렘이 장비로 이동하면서 달라졌고, 아바타에는 소켓이 없으며 각 아이템들에는 외형과 성능이 딱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클론' 아바타가 없는 게 특징이랄까. 이러한 요소들은 대부분 상위 아이템이 나오기 전까지는 '종결'로 구분하는 일종의 일회성 투자에 가깝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정도 BM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물론 게임에서 '테라'를 통해 구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여기에 PC에도 있던 마법 부여와 더불어 추가적인 성장 요소 '마력 응축'이 생겼다. 마력 응축으로 장비 외에 고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소가 생기게 된 셈이다. '마력 응축'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는 성장 요소고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렇게 전체적인 성장을 둘러보면 확실히 원작과 차이가 많고 던파 모바일만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 장비도 보조장비, 마법석, 귀걸이가 없도록 간소화됐다.


추가적인 성장 요소를 도입하면서, 반대로 PC에서는 피곤한 요소거나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요소들의 변화가 있다. 대표적으로 '강화'의 천장 도입이다. 강화 포인트의 도입과 계승, 그리고 장비가 파괴되지 않기에 '강화'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PC 처럼 증폭과 강화를 모두 챙기는 성장에 비해서 훨씬 가볍게 접근하는 셈이다.

엠블렘 또한 장비로 옮겨가며, 언제든지 탈착이 가능하고 누적식으로 쌓여 합성하고 레벨을 올리는 '꾸준함'이 강조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카드를 사용해 마법 부여를 하며 추가적인 성장 요소 역시 마법 부여의 재료인 카드의 수급이 PC보다는 훨씬 원활한 편이다. 그만큼 몇 가지 성장 요소에서는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 대신 마법 봉인 옵션과 장비 등급에는 재화가 꽤 소모되는 편이라 약간 스트레스가 있을 거라고 본다.

▲ 스킬 성장 트리는 살짝 다르긴 해도, 원작과 비슷한 구조와 SP, TP를 채용했다.

그래도 좋은 점은 이렇게 성장을 하면서 PC 원작처럼 엄청난 전투 개념 및 척도의 향연이 없으며 이런 수치들이 잘 정돈되어 있다는 점이다. 주력 스탯과 크리티컬, 그리고 속성 강화와 공격력 강화 정도의 옵션을 제외하고는 직관적으로 플레이어가 성장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게 구성됐다. 시너지도 현재는 공-이속, 방어력 감소, 그리고 주요 스테이터스 증가 등으로 크게 줄어서 큰 스트레스가 없다.

다만 버퍼(서포터)인 크루세이더는 조금 양상이 다를 수 있다. 원작에서는 아쉬운 스펙의 딜러가 온다 할지라도 뛰어난 스펙의 버퍼가 이를 능히 이들을 채찍질하여 캐리할 딜러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대미지 상승을 제공하는 면이 있었다. 그만큼 '서포팅'을 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성장 요소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에 따른 파티플레이의 높은 버퍼 의존도와 버퍼난이라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기에 일장일단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직접 플레이해본 던파 모바일의 크루세이더는 버퍼보다는 딜러의 느낌이 강하다. 버프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한 편이고 '용맹의 아리아'와 '크럭스 오브 빅토리아' 특유의 가동률과 상승률, 버프 효율이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다. 지능에 의한 버프력 상승도 현재는 얼마나 올라가는지 애매한 편이라 PC를 하던 감성에서는 '이게 버퍼가 맞나?'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버프'가 제공되고 힐, 부활이 있어 서포터의 면이 있는 서브 딜러 쪽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최종 파밍을 마치고 지능을 극대화한 경우는 조금 다른 효율이 나오겠지만, PC버전에 비해서 직접적으로 딜을 하는 지분이 매우 큰 편이다.

캐릭터의 성장이라는 면을 종합해 보면, 원작에서 채용했던 몇 가지 요소들이 모바일과 현시대에 맞춰 크게 간소화된 개념으로 도입됐다. 간소화된 부분을 보완하고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 성장 요소들이 늘어났지만,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는 최종 레벨 이후 레이드에 진입한 이후에 찾아온다. 이 구간에서는 향후 좀 더 많은 아이템 조합과 연구를 통해 결과가 달라질 순 있겠으나, PC보다는 확실히 '모바일 게임'과 같은 성장 요소들이 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 모바일 조작을 섬세하게 설정하긴 했지만...사실 PC로 플레이한 시간이 훨씬 많다.

사실 던파 모바일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근본적으로 "모바일 게임인데 이게 괜찮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같은 IP라 할지라도 원작과 모바일의 확장 게임들은 서로 카니발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서로의 플랫폼과 경쟁 분야가 다르니까.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필자가 던파 모바일을 플레이한 시간의 80% 정도는 PC 환경이었다. 이러다보니 게임 경험 자체가 '모바일 게임'으로 잘 와닿지 않는 시점이 있다고 할까?

스마트폰으로 플레이하는 데에 치명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섬세하게 조작하는 걸 선호하다 보니 결국 PC로 플레이하거나 모바일 환경에서도 키보드를 연결해서 하게 되는 경향이 많았다. 그저 모바일은 PC로 플레이할 환경이 되지 않을 때, 가볍게 할 수 있는 느낌으로 구동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상호간 경쟁이 있는 결투장에서도 이어진다. 실제 결투장을 즐긴 지인들 대부분 모바일보다는 PC를 이용한 키보드의 조작을 더 선호했다. UI를 포함해 더 넓은 시야를 가져갈 수도 있고, 이미 던파 원작을 해본 입장에서 꽤 세심하게 할 수 있기에 선호하는 경향이 높았다. 그러다보니 모바일 게임이지만 전혀 '모바일 게임' 답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 오히려 이쯤 되면 '원작'이 위협받을 정도로, 두 게임 간에는 경험의 큰 차이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원작은 현재 최고 레벨 확장 패치 이후로 큰 혼란이 있는 적응기인 시점이기도 해서, 정말로 잘 구현된 던파 원작의 감성이자 정체성이 되려 카니발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걱정이 들 정도다.

▲ 봉인된 자물쇠의 연출은 확실히 신경쓴 게 느껴진다.

던파 모바일은 PC 던전앤파이터의 감성을 모바일이란 환경에서 정말 잘 살렸다. 액션의 정체성은 확실하게 자리 잡았고, 추가적인 스토리나 연출도 PC보다 좋았으면 좋았지 모자라지 않다. BGM 및 편의 기능도 한 수 앞설 정도로 충분히 '차세대 던파'의 모습을 '모바일 게임'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그래도 시네마틱 2~4배속 기능 정도는 넣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만큼 현재 '던파 모바일'은 충분히 잘 만들고, 모바일 게임으로 드물게 수동 조작의 재미를 강조하고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타 모바일 게임에 비해서 착하다고 평가받는 과금 요소도 있다. 물론 과금 요소의 경우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과하거나 부족하거나 적당하다고 느끼는 기준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도 어떻게 기준을 내리지 못하겠으나, 실질적으로 최소한의 이득을 볼 수 있는 과금만 하고 플레이한 상황에서는 전혀 진행에 문제가 없었다. 아마 무과금으로 플레이하는 경우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소과금 유저들에게 효율적인 상품(계약, 패키지 등)과 1회성 과금이 요구되는 랜덤성 상품(레어 아바타), 그리고 고과금 유저들이 '뽑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상품(봉인된 자물쇠)과 '꾸미기'를 위한 아바타 상품 등등 꽤나 다양한 상품들이 있고 용도가 다르다.

추가적으로 오랜 시간 게임을 즐기며 경매장을 통해 어느 정도 이를 수급할 수 있게 해둔 부분도 확인된다. 이러한 BM 모델은 실제로 PC 던전앤파이터의 과금 요소와 매우 유사한 궤를 그리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출시 이전에 개발팀의 이야기를 지킨 것 같아 보인다.

▲ 그러니까 대충 무녀, 이단심판관, 리디머가 나온다는 뜻인가...?

현재 던파 모바일은 앞으로도 조절해야 할 부분들이 많으며, 개발팀과 운영팀의 어깨가 무거운 시기가 왔다. 월드 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첫날부터 핵으로 판단되는 유저가 1위를 차지하는 씁쓸한 풍경이 있을 정도로, 초기부터 '핵'과 불량 이용자와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자꾸 장비 및 각종 정보들을 화면을 가리는 강화 메시지로 인한 불편함, 결투장 밸런스 조절과 경매장 정책 등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플레이어들의 의견과 토론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물론 PvP의 경우 아직 최대 레벨과 다양한 스킬을 활용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꾸준히 메타가 바뀔 수 있겠지만 여전히 특정 직업들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는 점은 개발팀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만한 주제다.

특히나 e스포츠까지 생각한다면, 실제 대회에서는 PC와 모바일 모두 사용 가능한 게임 특성을 고려해서 어디를 메인으로 가져가야 할지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모바일 게임 대회인데 PC로 대회를 진행하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도 든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각 직업마다 방어구 재질에 대한 이득도 지나칠 정도로 적은 편이라, 개성이 크게 사라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앞으로의 대응이 핵심이다. 런칭 후 약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지금 50레벨을 넘어 1차 각성을 하고 레이드에 진입하며 본격적인 캐릭터의 파밍이 시작되는 시점이 왔다. 최고 레벨 달성 이후 결투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고, 길드 대전 유적지 쟁탈전 등 다양한 엔드 콘텐츠들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만큼 더욱 뜨거운 유저들의 토론이 있을 것이고, 최대 레벨에 도달하여 다 캐릭터를 파밍하고 거래가 활발해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기에 운영 능력이 가장 부각되는 시기다.

또한 향후 업데이트 예정인 신직업들과 새로운 레벨 확장, 콘텐츠 등 이제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점차 '던파 모바일'만의 개성을 담아 갈 수 있는 시기가 이어진다. 이미 실루엣이 공개된 직업들, 그리고 원작의 직업들과 던파 모바일만의 고유 직업들이 등장하고 스토리의 전개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감성은 그대로지만, 경험을 확실하게 차별화하게 만드는 '또 다른 던파'가 시작되는 셈이다.

그래도 현재의 던파 모바일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며, 게임의 경험 자체는 모바일 게임으로서 이만큼 PC 게임의 감성을 잘 살릴 수 있었다는 점은 칭찬받을만하다. 아직 서비스 초기이기에 향후에는 평가가 달라질 만한 부분들이 많긴 할 것이다. 현재는 성장 과정과 새로운 이야기를 알아가는 과정이 꽤 즐거우며, 전투 자체는 감성이 잘 살아있는 액션이 느껴져서 '던전앤파이터'의 팬이나 유저들에게도 충분히 먹힐 수 있다. 거기에 나름대로 다 캐릭터를 육성하는 유저들이 소위 말하는 '숙제'를 그래도 편하게 처리할 수 있을 만한 편의 기능도 제법 제공해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던전앤파이터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플레이해보기를 추천한다. 이는 '모바일 게임'이라는 환경에서 수동 조작으로 얼마나 액션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는지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현재의 던파 모바일은 시리즈의 팬들도, 그리고 팬이 아닌 유저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수동 조작' 모바일 게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