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스냅과 같은 CCG 장르 게임은 효과가 어울리는 카드끼리 덱을 구성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정석적인 덱만 사용하다 보면 가끔 허전하거나 물리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때 미친 척 아무도 쓰지 않는 덱을 쓰거나 낭만이 그득한 컨셉 덱을 사용하면 뭔가 이전에 부족했던 그 허전함이 채워지는가 하면, 새로운 재미가 느껴질 때도 있다.

마침 마블스냅에는 다양한 히어로와 빌런, 그리고 여러 변형이 있어 보는 맛 하나만큼은 알차다. 그래서 이런 카드들로 특이한 덱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특정 주제로 여러 컨셉 덱을 만들어봤다. 승률은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재미만 있다면 장땡이지 않을까.


어셈블 덱
▲ 호크아이 선배님을 간만에 뵙게 된 어셈블 덱

네뷸라가 추가된 당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덱이 부활하면서 메타의 큰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비슷한 히어로 팀인 어벤져스는 쓰는 카드만 따로 쓸 뿐, 함께 쓰는 경우는 게임 극초반을 제외하면 없다. 마블 영화에서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가장 인기 있는 멤버니 게임에서도 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벤져스의 주요 멤버로 덱을 꾸려봤다.

우선 덱을 구성했을 때 비용 1~3까지는 밸런스가 얼추 맞는다고 느꼈는데, 비용 5 카드 비중이 조금 크다. 비용 6 카드는 바닐라 헐크뿐인 점도 파워 싸움에서 불안 요소였다. 그나마 위안이 된다면 캡틴 마블과 비전으로 구역의 상성을 유리하게 챙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다.

몇 번 해본 결과, 조금 불안정하긴 하지만 어쨌든 굴러는 간다. 의외로 팔콘의 쓰임새가 나쁘지 않았는데, 엔트맨이나 효과가 적용된 호크아이를 되돌리기엔 타이밍이 늦어 애매하지만 구역에 닌자나 스쿼럴, 바위 등 공간을 차지하는 카드를 없애버리는 용도로 좋았다. 비용 5~6인 네 장의 카드를 제외하면 전부 비용이 1~3이라 꽤 손을 털기 바쁜 덱인데, 이런 공간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보니 팔콘의 존재감이 나쁘지 않았다.

3턴은 웬만하면 토르를 놓는 것이 좋다. 5턴에는 상대가 비워뒀거나, 파워가 약한 구역에 스파이더맨으로 한 구역을 막는 것이 좋으며 아이언맨으로 파워를 높이는 선택도 나쁘지 않다. 6턴에서 토르의 진면모가 나타난다. 추가 파워 효과를 받은 토르를 닥터 스트레인지로 이동시켜 다른 구역을 급습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 좋다.

실질적으로 파워 싸움이 가능한 캐릭터는 추가 파워 효과를 얻은 토르와 헐크뿐인데, 상대가 토르를 견제하기 위해 파워가 높은 카드를 해당 구역에 놓을 가능성이 높다. 닥터 스트레인지로 다른 구역을 지원하며, 상대가 착실하게 파워를 쌓은 구역은 버리는 전략이다.

파워가 낮은 카드가 대부분이라 담백한 싸움보다는 상대의 덱과 심리를 읽는 운영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카드는 토르와 헐크, 캡틴 마블, 닥터 스트레인지며 나머지는 상대를 헷갈리게 하는 용도므로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상대가 이동 덱이라 맨 오른쪽에 카드를 놓은 뒤, 중앙에 스파이더맨으로 이길 싸움을 유도했다.

컨셉 충실도: ★★★★☆
재미: ★★★☆☆
덱 완성도: ★★★☆☆


친절한 이웃이 싫은 덱
▲ 거미를 싫어하는 친구들이 모두 모였다.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은 시민에겐 큰 도움을 주지만, 어째서인지 적도 많은 안타까운 히어로다. 얼마나 적이 많은지 스파이더맨을 싫어하는 빌런과 안티히어로만 모아도 손쉽게 덱이 완성될 정도였다. 이번에는 비용 2, 3, 5 카드가 4장씩 자리 잡고 있어 에너지 밸런스가 썩 좋지 않다.

이 덱은 클래식한 연계를 할 수 있다. 베놈-태스크마스터, 일렉트로-샌드맨 말이다. 게다가 상대의 구역을 직접 방해하는 고블린 형제는 언제 사용하든 괜찮은 역할을 한다. 다만 자신의 구역 파워를 높이는 방법이 문제인데, 파워가 높은 카드가 많지 않아 베놈-태스크마스터 연계는 후반부에나 쓸 수 있을 정도로 느린 편이다.

진정으로 빛을 발하는 것은 후반부며 그 전은 애매한 느낌이 강하다. 리저드와 그린 고블린 등으로 상대의 심리를 최대한 흔들며 실수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닥터 옥토퍼스도 꽤 괜찮은 선택인 게, 상대의 구역 하나를 완전히 막으면서 손의 카드를 털게 만들거나, 파워가 낮은데 공간이 거의 없는 구역에 놓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방법이 항상 먹히는 것은 아니지만 제 성능을 내줄 때도 많이 있다.

일렉트로와 샌드맨을 연계하면 상대를 방해하면서 비용 5 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4턴 이전에 일렉트로와 샌드맨이 모두 손에 들어오고 5~6턴에 나머지 비용 5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확률상 쉽지 않다.

▲ 마지막 공간은 잘 안 채운다는 심리를 이용해 고블린으로 틀어막아야 비벼볼 만한 눈물 나는 덱이다.

컨셉 충실도: ★★★☆☆
재미: ★★★☆☆
덱 완성도: ★☆☆☆☆


과학 문명 덱
▲ 모두 미래에나 있을 법한 기술력의 혜택을 받는 캐릭터들.

과학 문명 덱은 말 그대로 엄청난 미래 기술력으로 치장한 캐릭터만 뽑았다. 히어로 중에는 초능력뿐만 아니라 미래에나 볼 법한 기술력으로 싸우는 캐릭터도 많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무난하게 쓸 수 있을 캐릭터로만 구성했다. 캡틴 아메리카와 레드 스컬은 혈청이라는 과학이 빚은 약물을 맞았으니 아무튼 과학 기술의 결과물이다.

막상 꾸리고 보니 생각 외로 카드의 비용 균형이 안정적인 편이었다. 비용이 많은 카드도 효과가 준수한 편이라 꽤 괜찮은 연계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팔콘이나 헐크버스터처럼 애매한 카드가 있긴 했지만, 적어도 위의 두 예시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선 슈리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너프를 당해 예전보다는 쓰기가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강력한 카드'를 놓겠다는 암시를 줘 상대의 심리를 흔드는 큰 역할을 한다. 레드 스컬이 정석적인 조합이긴 하지만, 닥터 옥토퍼스를 놓아 파워 20을 획득하면서 상대의 공간을 모두 채워 안정적으로 상대할 방법도 괜찮다. 레드 스컬은 상대가 카드를 많이 놓지 않은 구역에 내놓는 것도 좋다.

그 외로 아이언맨이나 레스큐, 아이언하트, 앤트맨처럼 무난하게 사용하기 좋은 카드도 있어 괜찮은 승률을 보였다. 실제로 많은 유저가 슈리를 보고 레드 스컬을 예상해 파워가 높은 카드를 놓거나, 적당히 이길 만한 카드를 두 장 정도 놓는 식으로 견제하는데, 닥터 옥토퍼스를 놓아 확정으로 이기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레드 스컬도 파워 12로 강한 카드라서 상대의 카드가 적은 구역에 놓으면 쉽게 이길 수도 있다.

▲ 이게 왜 이기지 싶을 정도로 괜찮은 승률을 보여준다. 보완해서 굴려보고 싶을 정도.

컨셉 충실도: ★★★☆☆
재미: ★★★★☆
덱 완성도: ★★★★☆


대흉근 하는 날에 쓰는 덱
▲ 하나같이 상체가 든든한 덱.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힌다.

보기만 해도 상체 운동 좀 했다 싶은 캐릭터로만 뽑았다. 탄탄한 상체만큼 비용이 전체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못 해먹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사실 하면서도 이게 왜 이기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꽤 준수한 성능을 뽐냈다. 아무래도 평소엔 잘 쓰지 않는 카드가 꽤 있어 상대의 대처가 미흡한 게 큰 요인이라 생각한다.

비용이 높은 대신 파워가 높은 카드들로 준비되어 있다. 물론 상대 역시 파워가 높은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때를 대비한 샹치도 있다. 3턴에도 크게 낼 것이 없어도 라이노나 베놈으로 견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킹핀은 미리 깔아두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카드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 킹핀과 저거너트가 있다면 6턴에 같이 털어버리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아니면 한 구역만큼은 이기게 만들어 크로스본즈를 놓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괜찮다. 드랙스로 상대가 카드 놓는 구역을 맞춰 추가 파워 2를 획득해도 크로스본즈와 동일한 파워를 가지므로 안정적인 선택은 크로스본즈다.

보통 5턴에서 게임 결과가 보인다. 손에 들어올 카드도 거의 다 나온 상태인 데다, 상대의 덱 컨셉이 파악되기 때문이다. 상대가 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컨트롤이나 위니면 집행관 로난은 포기해야 한다. 4턴에 사용하지 않은 드랙스나 크로스본즈를 사용하는 것도 좋았다. 마지막은 한 구역이 비었는데 상대 파워도 높지 않다면 오르카를 놓는 것이 좋다. 특히 이 덱은 평균 비용이 높아 카드를 여럿 쓸 수 없어 한 구역이 비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오르카는 허를 찌르는 훌륭한 선택이다. 만약 상대 파워가 너무 높다면 아르님 졸라로 파워가 높은 카드를 복사하는 것도 방법이다.

참고로 음바쿠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할지 궁금했으나 안타깝게도 게임을 하는 내내 손에 들어와 확인하지 못했다.

▲ 후반에 가야 카드를 내놓기 시작하다 보니, 오르카가 상당히 유용하다.

컨셉 충실도: ★★★★☆
재미: ★★★★☆
덱 완성도: ★★★☆☆


데드풀 3: 울버린 같은 건 없어 덱
▲ 데드풀 3가 빨리 개봉하길 기원하며 만든 덱. 이 덱을 캐나다의 누구누구 씨에게 바친다.

데드풀 덱은 데드풀이라는 캐릭터와 연관이 깊은 캐릭터를 중심으로 덱을 구성했다. 영화에 출연한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원작 코믹스에서 얽히는 캐릭터도 엮었다. 카니지와 베놈은 데드풀보다는 스파이더맨과 엮이는 빌런으로 알고 있는데, 친구의 친구는 나의 친구란 말도 있지 않은가. 이참에 사이좋게 지내라고 같은 덱에 넣었다. 데어데블은 연관이 있다곤 들었는데 사실 친한진 모르겠다. 같은 빨간 쫄쫄이로서 유대감이나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데드풀은 파괴될수록 강해지는 카드라 친구 중에도 파괴 키워드와 관련된 카드가 많다. 문제는 출현으로 다른 카드를 파괴하는 카드는 카니지와 베놈뿐이라 데드풀을 성장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파괴 효과를 최대한 많이 적용해 데스를 사용하려 하되, 데드풀도 끼워 넣어 파워를 높이는 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마침 요즘 사람들은 아머를 잘 들고 다니지 않아 약간만 조심한다면 파괴를 방해받을 일은 크게 많지 않았다. 적당히 파괴하면서 울버린의 파워를 올림과 동시에 데스의 비용을 낮추고, 카니지와 베놈의 파워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5턴에는 스파이더맨을 놓아 상대 구역을 하나 막는 것도 괜찮다.

마지막에 스파이더맨이 있는 구역이나 상대 파워가 높은 구역에 데스를 놓고,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나 저거너트로 상대가 카드 놓을 곳을 방해하는 방법이 좋다. 특히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는 얼마 전 밸런스 패치 덕에 파워가 5로 상승해 단순 파워 싸움에서도 나쁘지 않다.

▲ 스파이더맨으로 놓을 수 없게 한 뒤, 데스로 파워 싸움에선 절대 밀릴 수 없게 만들고 저거너트를 놓는다.

컨셉 충실도: ★★★★★
재미: ★★☆☆☆
덱 완성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