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떠나서 대다수의 모바일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캐주얼'을 추구한다. RPG, MMORPG, FPS, 오토배틀러, 심지어는 최근 급부상한 뱀서류에 이르기까지. PC, 콘솔 게임과 비교했을 때 모바일 게임들은 여러모로 캐주얼하다. 조준 보정 시스템을 넣거나 자원 채집을 간소화하는 등 장르의 핵심은 유지하되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 최적화된 형태로 재구축하는 셈이다.

미투젠이 개발, 미투온이 퍼블리싱하는 '포켓배틀스 NFT War(이하 포켓배틀스)' 역시 마찬가지다. 자원 채집, 빌드, 정교한 유닛 컨트롤 등 전략 게임의 핵심이자 진입장벽으로 여겨지던 요소들을 모바일 플랫폼에 맞게 싹 뜯어고쳤다. '포켓배틀스'에서는 자원 채집을 할 필요도, 어떤 빌드를 할지도, 유닛 컨트롤도 할 필요 없다. 해야 할 건 전투에 앞서 어떤 부대를 어떤 식으로 구성할지, 그리고 진형을 어떤 식으로 할지가 전부다.

얼핏 전략 게임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변화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다. 캐주얼한 P2E 요소에 더해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해외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은 국내법상 아직 서비스되지 않아 글로벌 버전으로 플레이했습니다.


많은 모바일 전략 게임들이 운영을 최소화하는 대신 전투에 초점을 맞추곤 한다. 유닛 덱을 구성해놓고 전투에서 어떤 타이밍에 어떤 유닛을 소환하는지 전략을 짜는 식이다. '포켓배틀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자원 채집, 빌드, 유닛 컨트로 요소를 뺀 대신 오롯이 전투에 집중했다. 물론, 전투 중 유저가 적극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기껏해야 영웅 캐릭터의 스킬을 쓰거나 지원병을 소환하는 정도가 전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것만으로는 승패를 뒤집을 수 없다.

전투에서 승패를 가르는 요소로서 유저가 개입할 수 있는 건 전투에 앞서 용병(유닛)을 구성하고 진형을 배치하는 게 전부다. 즉, 어떤 용병을 어떤 식으로 배치할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할 수 있다. 용병의 조합, 배치를 전투의 핵심으로 삼은 만큼, 용병과 영웅 역시 다양하다. 용병과 영웅은 일반, 희귀, 엘리트, 전설 등급으로 구분되며, 여기서 다시 근접 공격 타입의 워리어, 체력이 낮은 대신 강력한 원거리, 적의 후방을 노리는 어쌔신, 아군을 보조하는 지원 등으로 역할군이 나뉜다. 유저는 자신이 가진 유닛들의 특성을 파악해 최적의 부대, 진형을 만들어야 한다.

▲ 용병 타입, 레벨, 등급 등을 고려해 최적의 진형을 짜도록 하자

최적의 부대, 진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어렵지는 않다. 체력과 방어력이 높은 워리어 타입은 전방에, 강력하지만 체력이 낮은 원거리 타입은 후방에 배치하고 사이사이에 보조 스킬을 지닌 지원 용병을 배치하면 식이다. 강력한 패시브, 액티브 스킬을 지닌 영웅은 용병과는 별개의 타일에 배치해야 하는데 그 자체로 전황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상황에 따라 최적의 영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3x3으로 시작하는 타일은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늘어나는데 그와 동시에 진형의 중요성 역시 커진다. 전방에는 전사 타입을, 후방에는 원거리 타입을 배치하는 게 정석이라고 했지만, 이러한 정석적인 포진에서 전략적인 부분을 녹여낼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전사 타입이라고 해도 용병마다 능력치는 조금씩 다르다. 체력과 방어력이 높은 탱커 타입이 있는가 하면 근접 딜러 타입도 있다.

단순히 타입에 따라 무작정 전방에 배치하기보다는 저마다의 능력치를 고려해 최적화된 진형을 짤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왼쪽과 중앙에 방어력이 높은 용병을 배치하고 오른쪽에 공격력이 높은 용병을 배치하는 식이다. 실제로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질 때가 있었는데 배치한 용병 자체는 그대로지만, 약간의 포진을 바꾼 것만으로도 승패를 뒤집는 것도 가능했다.


용병과 영웅은 뽑기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단, 약간의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영웅은 이벤트 등을 통해 얻는 게 아니라면 과금을 해야 하지만, 용병은 다르다. 인게임 골드로도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쉽게 뽑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1,000골드 정도밖에 하지 않지만,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뽑는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한대로 비용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늘어나면 비용은 고정되고 그 대신 몇 레벨 용병을 뽑을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창이 생긴다. 1레벨 용병은 15,000골드, 2레벨은 30,000골드로 레벨에 따라 2배씩 늘어나는데 얼핏 비싸더라도 무조건 4레벨 용병을 뽑는 게 좋을 거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는 자신이 가진 용병의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다르다. 같은 레벨의 용병을 융합해 레벨업을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이 가진 용병의 레벨 등을 고려해서 뽑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저는 용병을 성장시키고 최적의 진형을 완성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전부가 '포켓배틀스'의 운영이자 빌드, 그리고 전략인 셈이다.


이처럼 전략 게임의 핵심 시스템을 간소화함으로써 진입장벽을 낮춘 '포켓배틀스'지만, P2E 요소는 오히려 다소의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일일 퀘스트를 달성하거나 아레나 마스터 리그에서 시즌 중 순위권에 들면 보상으로 포켓스톤(PKS)을 얻을 수 있지만, 무과금으로는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무과금이 포켓스톤을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일일 퀘스트라고 할 수 있지만, 당연하게도 일일 퀘스트만으로는 새 발의 피 수준에 불과하다.

본격적으로 포켓스톤을 모으기 위해선 아레나 마스터 리그 외에도 포켓 챔피언십에 참여할 필요가 있는데 포켓 챔피언십의 경우 2개의 NFT 영웅이 있어야 하기에 다른 P2E 게임과 비교했을 때 여러모로 진입장벽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포켓스톤을 출금하기 위해선 우선 최소 30포켓스톤을 모아야 한다. 일일 퀘스트를 모두 완료한다고 했을 때 하루 5포켓스톤을 모을 수 있으니 최소 6일은 해야 출금할 수 있다. 현재 포켓스톤이 약 0.1달러(한화 약 130원)라고 하니 무과금으로 일일 퀘스트로 포켓스톤을 번다고 했을 때 6일에 4천 원씩 버는 셈이다.


본격적으로 포켓스톤을 벌기 위해선 NFT 영웅을 사야 한다. NFT 영웅을 구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시즌이 시작될 때 민팅을 통해 사거나 미버스 NFT 마켓플레이스(MEVerse NFT Marketplace)에서 다른 유저로부터 사면 된다. 다행스러운 건 NFT 영웅이라고 마냥 비싼 건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싼 영웅은 2,500미버스로 약 11달러(한화 약 1만 4천 원) 정도다. NFT 영웅이 반쯤 필수인 건 진입장벽일 수 있으나 가격까지 비싼 건 아니라는 의미다.

이렇게 획득한 포켓스톤은 인게임에서 확정 용병을 뽑거나 NFT 영웅을 강화하는 데 쓰이거나 USDC로 바꿔서 현금화할 수 있다. 다만, 바로 USDC로 스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먼저 포켓스톤을 포켓토큰(PKT)로 바꿔야 한다. 이어서 포켓토큰을 USDC로 바꾸면 그다음부터는 쉽다. USDC는 미국 달러와 1:1 비율로 패깅(교환비유지)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국내 거래소로 옮긴 후 현금화하면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닛을 육성해 포켓 챔피언십에서 더 높은 순위를 목표로 한다면 USDC를 구매한 후 미버스 덱스를 통해 포켓토큰으로 스왑한 후 이를 다시 포켓스톤으로 바꿔서 유닛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아이템을 사든가 할 수 있다.

▲ '포켓배틀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NFT 영웅이 필수다

앞서 P2E 요소 관련해서 약간의 진입장벽이 있다고 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현재 서비스 중인 P2E 게임 중에서도 '포켓배틀스'의 토크노믹스는 견실한 편이다. 토크노믹스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체리피커의 경우 무과금으로는 일주일에 고작 몇천 원 버는 수준이기에 경제에 치명적이지 않고 제대로 수익을 내기 위해선 그만큼 게임에 투자해야 한다. P2E 게임 장기화를 위해선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견실한 토크노믹스를 구축한 셈이다.

대체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포켓배틀스'지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유저의 개입을 최소화한 만큼, 결국 많이 과금한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유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략을 녹여낸 모바일 전략 게임은 많다. 추후에는 좀 더 다양한 '전략'을 녹여낼 수 있는 요소들이 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