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뜨거운 감자 'e스포츠 토토', 22대 국회에 논의된다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오는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한다. 이번 국회에서 게임 관련 의정활동을 펼쳤던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아쉽게도 경선에서 탈락해 다음 국회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이전까지 게임은 관심을 보이는 특정 국회의원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전병헌 의원, 이동섭 의원부터 현재 이상헌 의원, 하태경 의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21대 국회 특징 중 하나는 게임의 주가가 올랐다는 점이다. 많은 의원이 '친게임'을 강조하며 주도권을 가지려 경쟁했다. 상당수의 국회의원이 젊은 보좌진에게 "게임을 파보라"고 지시한 일들이 많았다. 정치권에서 게임이 '2030 청년'의 마음을 잡을 키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들이 게임정책을 별도로 마련해 발표했던 일, 현 정부가 게임사 피해 우려에도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를 시행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다. 22대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게임인'의 마음을 잡으려 먼저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정치인들은 국회 앞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 감사를 위해 모인 5,489명 유저 사례를 잘 알고 있다.
결국,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
여야 합의를 통한 하나의 안이 나와야 한다
국회의원의 게임 의정활동은 다양하다. 정부로부터 게임 관련 자료를 요구해 문제점을 찾아 지적할 수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 수 있다. 하태경 의원이 '카나비 사태'를 다뤘을 때 힘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입법활동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도 법을 만들어서 이뤄졌다. 이러한 입법활동은 일부개정과 전부개정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게임 관련 일부개정은 여야의 정쟁에서 벗어나 있다. 어느 당이 발의하더라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만 통과하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전부개정은 규모가 큰 만큼 정당이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한다. 이 경우 게임이 정쟁의 대상이 아닌 게 독이 된다. 어느 순간 잊혀 논의되지 않는다. 현재 국회에는 이상헌안과 하태경안의 전부개정안이 계류되어 있다. 두 의원 모두 남은 국회 안으로 각자의 전부개정을 통과시키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임기만료로 인한 자동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개의 전부개정안을 하나로 통합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다.
이 구도에선 22대 국회에서도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하다. 조승래 의원이 다음 국회에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 대표발의를 계획하고 있다. 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대전 유성(갑)에서 3선에 성공했다. 그는 이번 국회에서 법개정을 통해 문화예술 범위에 게임을 추가한 바 있다.
예정된 조승래안의 핵심은 게임물 법적 개념을 과거 '바다이야기'와 같은 아케이드게임과 일반 비디오 게임을 분리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바다이야기' 규제를 겨냥하고 있어 순수 진흥에 관한 내용이 부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진흥책이 아케이드게임에도 영향을 줘 신중할 수밖에 없다.
조승래 의원실 관계자는 "게임물 개념을 분리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즐기는 게임이 더 자유롭고, 다양한 양태로 발전될 수 있게 전부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라며 "청소년 개발자, 중소게임사가 더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도록 법적 지원을 하겠다"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상헌안이 임기만료로 폐기되어도, 다음 국회 다른 의원실을 통해 재발의될 가능성도 크다.
국민의힘도 전부개정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정부는 '5차 게임산업 종합진흥계획' 발표를 5월에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 종합진흥계획에 다양한 법 개정이 필요할 경우, 통상적으로 여당이 전부개정안을 발의해 정부를 뒷받침한다. 기존 이상헌안도 2020년 5월 당시 정부가 종합진흥계획을 발표한 뒤에 그 내용을 이상헌 의원이 전부개정안에 담아 추진됐던 경우다.
현재 정부의 종합진흥계획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까지 발표했던 것을 종합하면 게임물 등급분류를 완전히 민간에 이양하는 게 핵심으로 꼽힌다. 게임물 등급분류가 국가 관리에서 민간 자율규제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게임이용자를 위해 △사전예방 △사후구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정책이 추진될 예정이다.
업계에서 관심을 두는 사안은 해외 게임사 대리인 지정 제도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의 국내 게임사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보완장치 성격이다. 관련해 현 국회에서 이상헌 의원이 일부개정안을 낸 상태다. 개정안에 의견을 내는 문체위 전문위원 측도 "해외 게임사로 하여금 국내대리인을 지정하여 게임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국내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을 방지하고 국내 기업의 대외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으로서, 입법의 타당성이 인정된다"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현행 게임산업법은 2006년 제정 이후 일부 개정만 있었다. 18년 전과 현재 게임산업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국회에서 전부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대해선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국회 경우처럼 서로 다른 당에서 전부개정안이 각각 발의되는 경우 또다시 계류될 위험이 있다. 정부와 여야가 합의해 하나의 전부개정안을 공동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e스포츠 진흥엔 여야가 없다
주제로 떠오를 '토토' 편입과 랜드마크 구축
e스포츠 토토가 22대 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목적은 자생 가능한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번 국회에서는 이상헌 의원,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e스포트 토토가 논의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e스포츠에 위기라는 목소리가 크다"며 "투자는 줄어들고 수익은 올라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때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사무총장은 "e스포츠가 굉장히 화려해 보이지만, 대한민국 e스포츠의 현실은 굉장히 어렵다. 시장 규모는 여전히 1천억 원대 수준으로 머물고 있고, 게임사도, 게임단도 금전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계속 민간 투자에만 기댄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토토로 인해 생기는 수익금은 크게 프로 활성화 지원과 아마추어 활성화 지원 사업으로만 쓰일 수 있다"라고 밝히며 스포츠토토로 체육진흥기금이 조성된다면 이스포츠 산업의 발전에 좋은 토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e스포츠는 라이엇게임즈가 주최하는 'LCK'다. 각 구단은 100억 원의 가입비를 내고 LCK에 참여한다. 구단 운영비, 선수 연봉 등은 별도다.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진 T1이 지난해 448억 원을 사용했고, 구단운영비로 212억 원을 썼다.
반면 구단이 LCK로부터 받은 '팀분배금'은 평균 7.1억 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전년 대비 15.2% 감소한 액수다. 현 상태에서 국내 e스포츠는 게임사라는 영리기업이 수행하는 마케팅 활동에 불과하단 평가다.
특히 LCK 외의 e스포츠는 스폰서 모집도 힘든 게 현실이다. 손해만 일어나서는 e스포츠 생태계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e스포츠가 자생하기 위해 추가 수입원이 필요하단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일부 구단이 수익성을 문제로 익명의 성명서를 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e스포츠 토토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정당은 개혁신당이다. 지난 3월 개혁신당 김용남 정책위의장은 "불법의 영역에 있는 이용자를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로 유인하고 그 수익이 전체 스포츠로 흘러 들어가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스포츠에 대해서는 "스포츠는 이미 아시안 게임 공식 종목으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는 추세"라며 "스포츠토토에 e스포츠를 추가하여 국민적 관심을 고취하고 기금을 통한 e스포츠 육성을 지원한다면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당선인(화성시을)과 비례대표 이주영, 천하람 당선인이 원내에 입성한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e스포츠 토토 공약이 당 차원의 발표였던 만큼, 이준석 당선인과 비례대표 당선인들이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체육진흥법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개정이 필요하다.
다만, e스포츠 토토는 다른 게임과 e스포츠 정책과 달리 논쟁이 있는 사안이다. e스포츠 팬 중에는 스포츠토토 영역에 포함되는 걸 반대하는 층도 분명히 있다. 관련해 과거 김용남 정책위의장은 "주장은 도박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아니고 이미 합법적인 영역보다 훨씬 규모가 커진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로 유입되는 이용자들을 다시 정식 스포츠토토로 들어오게 만들어, 우리나라 스포츠산업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었다.
개혁신당이 주도적으로 e스포츠 토토를 추진하려고 해도, 원내에 3명뿐이라는 게 문제다. 법 개정을 위해선 최소 10명의 의원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 또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e스포츠 토토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토론회, 간담회 등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이 다른 당, 반대 편에 있는 e스포츠 팬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스포츠 랜드마크 구축도 주요 안건이 될 전망이다. e스포츠 관계자들은 "우리나라가 e스포츠 종주국임을 자처하지만, 해외에서 봤을 때 중심이 되는 곳이 없다"라고 입을 모은다. '롤파크'는 결국 '리그 오브 레전드'만을 위한 공간이고, 한국e스포츠협회가 운영하는 '명예의 전당'은 위상에 비해 소규모라는 평가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 정강정책에 e스포츠를 처음으로 넣었다. 정강정책이란 당이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를 담은 공약으로 중요하게 다뤄진다. 당은 부산에 e스포츠 랜드마크를 만들겠단 계획이다. 과거 '광안리 10만 관중'의 서사를 바탕으로 부산에 e스포츠 랜드마크를 세우는 것이다. 선거에 나섰던 이재성 후보는 지역구인 사하구에 e스포츠 박물관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재성 후보는 낙선했지만, 당이 추진하는 e스포츠 진흥 계획은 계속된다.
컨트롤타워 조직에 변화도 있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e스포츠 진흥법을 개정에 'e스포츠산업진흥재단' 설립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법적 근거가 있는 법정단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행법으론 문체부 장관이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지만, 현재 정부 기조가 위원회 설립에 부정적이고 임시 성격이어서 한계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계획에 한국e스포츠협회를 대체할지, 연계하여 승격시킬지는 논의 사항이다.
e스포츠진흥재단을 두고 과거 이재성 후보자는 " e스포츠 산업을 팬 중심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재단이 필요하다"며 "게임사와 팬의 기부로 운영되는 재단을 통해 아마추어 e스포츠, 지역 e스포츠를 발전시켜야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은 '지역 균형 e스포츠 향유'를 제도화한다. 윤 대통령 공약인 지역연고제는 일부 강제성 성격이 있단 오해가 있어서, 이를 거부감 없이 완화해 추진하는 정책이다. 또한, e스포츠 제도권 교육 강화를 위해 교육부와 협업해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관련 정책은 문체부가 5월에 발표할 종합진흥계획에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