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최신작,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이하 섀도우스)'가 정식으로 공개됐다. 이미 크로니클즈를 통해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암살단이 등장한 바 있으나, 스핀오프가 아닌 메인 시리즈에서 일본을 주요 무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과 기대가 모였다.

신작의 트레일러를 본 첫인상은 신선했다. 실제 일본 역사 속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인 흑인 사무라이 '야스케'를 주인공으로 선정한 점도 놀라웠고, 단순히 남녀를 성별로 구분한 것이 아닌 서로 다른 두 인물을 주인공으로 다룬다는 점도 돋보였다. 매번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 그려지는 여러 고증들을 보며 '언젠가 한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어쌔신 크리드를 볼 수 있을까'라는 덧없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기에, 옆나라 일본을 배경으로 삼는 신작이 반가우면서도, 숨길 수 없는 시새움과 함께 일본 게이머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일본 게이머들의 반응은 내 얕았던 생각과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드디어 어쌔신 크리드가 일본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것에 기대감을 보이는 이들은 극히 일부에 그쳤고, 대부분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비소프트 일본 공식 유튜브에 게재된 트레일러에는 공개 첫날인 16일을 기준으로 '좋아요 2천 개, 싫어요 1.7만 개'의 유저 평가가 달렸다. 부정적인 반응이 거의 10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약 3천 개 가량의 댓글이 달렸고, 이들 대부분은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 주인공'에 항의하고 있었다.

실제로 유비소프트의 이번 행보는 이례적이다. 지금까지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채용하지 않았던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택했고, 매번 배경이 되는 지역 출신의 암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그리스와 북유럽 등을 그린 이전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모두 해당 지역 출신이었다.

섀도우스의 찰스 벤와 디렉터는 야스케가 일본을 발견한 외국인이기에 플레이어 역시 게임에서 일본을 밝혀내는 과정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는 지극히 서양 개발자의 시선에서만 바라본 편협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섀도우스를 바라보는 일본 게이머들이 '배경이 되는 나라에 대한 존중이 결여됐다', 더 나아가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는 의견까지 제시하며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번 사례를 지켜보며, 언젠가 먼 미래에 한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어쌔신 크리드 신작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지난 1626년에 제주도에 표류해왔다는 네덜란드인 '벨테브레'를 주인공으로 삼아 조선시대의 시대상을 돌아보는 모습이 먼저 연상됐다. 분명 우리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것은 맞지만, 어딘가 기대했던 것과는 크게 다르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예시로 윌리엄 애덤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에이 테크모의 '인왕'이 후속작까지 제작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일본인 개발자가 요괴가 등장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그린 것과 이번 섀도우스의 예시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여태껏 실제 역사 기반의 이야기와 사실적인 고증을 무기로 내세웠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이기에, 어쩌면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고 보는 편이 더 맞겠다.

과연 유비소프트는 섀도우스를 바라보는 일본 게이머들의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까? '드디어 초밥을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캘리포니아 롤이 나온 것 같다'라는 일본 게이머의 자조 섞인 한탄이 마냥 농담으로 들리지 않아 더 서글프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 '싫어요' 갯수는 실시간으로 늘어, 17일 기준 2만 개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