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미국 가고 싶어요!" 나진 실드를 탈퇴해 팀이 없던 소년이 해외팀 코치에게 정면으로 던진 말입니다. 영어가 유창한 것도 아니고, 실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었던 소년의 열기를 느낀 코치는 이틀 뒤에 자신의 집에서 테스트를 보게 했죠.

일주일 뒤에는 미국 LA로 출국했습니다. 그 소년이 입단한 팀은 북미에서 가장 인기있는 명문 구단인 CLG였습니다.

북미에 등장한 한국 선수에 대한 기대는 엄청났습니다. 당시 한국팀인 SKT T1 K가 롤드컵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한국인 = 게임을 잘한다'라는 공식이 굉장히 신빙성있는 얘기였죠.

만만하진 않았습니다. 온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언어의 장벽, 경기 무대가 익숙지 않았던 예비 멤버가 처음으로 느낀 현장의 압박감, 새로운 외국인 친구들과 쌓아야 하는 유대. 소년이 이겨내야 할 역경은 크고, 또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소년이 이제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CLG는 LCS NA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고비만 넘으면 꿈에 그리던 롤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죠.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제 더 성장하기 위해 다시 한국을 방문한 소년.

바로 '세라프' 신우영 선수입니다.



Q. 안녕하세요. 신우영 선수. 정말 오랜만입니다.

'세라프' 신우영 : 안녕하세요, CLG 탑 라이너 '세라프' 신우영입니다.



Q. CLG에 입단할 때 한 번 인터뷰했었어요. 이제 한 시즌이 거의 마무리되는 단계인데요.

신우영 : 네. 그렇게 됐네요(웃음).



Q. 미국 어디서 거주하고 있나요?

신우영 : LA 동부지역의 중심지인 다이아몬드바(Diamond Bar)에 CLG가 있어요. 경기장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죠. 도심은 아니고, 약간 시골느낌이긴 해요. 토, 일요일에 경기가 있고 보통 월요일에 휴식을 취하는데, 자가용이 없으면 외출이 좀 힘든 곳이에요(웃음). 택시는 비싸고요.



Q. 미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뭔가요?

신우영 : 음식이 잘 맞아요. 의외죠? 한국에 있을 때도 인스턴트 음식을 주로 먹어서 그런지, 미국 음식이 입에 잘 맞아요.



Q. 그런것 치고 살은 좀 빠진 것 같은데요?

신우영 : 네. 조금 빠졌습니다(웃음).



Q. 처음 CLG에서 경기할 때 어땠나요?

신우영 : 정말 거짓말 안 하고,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제가 어떤 챔피언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요. 긴장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제가 대회 무대에 익숙지 않았던 것도 있는데, 팬들이 우리 팀에 보내주는 성원이 너무 대단해서요. 약간 압도되기도 했죠.



Q. 팀원들은 어때요?

신우영 : 정말 좋아요. 많이 챙겨주고 자상합니다. 한국 선수들과 다른 점은 말을 할 때 돌려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뭐가 잘못됐으면, "너 뭐가 잘못됐다"고 바로 얘기해요. 좋은 점은 그 잘못된 부분을 바로 고칠 수 있다는 거에요. 가끔 기분 나쁠 때도 있지만요.




Q. 지금 CLG의 성적은 어때요?

신우영 : 리그 5위에요.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죠. 롤드컵과 직결됐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Q. 한국 팀들과 스크림을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신우영 : 네. 한국의 강팀들과 스크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한국에 올 때, '여기 있을 동안 다 지고 돌아가겠구나'고 생각했어요. 뭐, 성적은 그리 좋진 않지만 이기는 경기도 있습니다.



Q. 북미 팀과 한국 팀의 차이점은 뭔가요? 아무래도 한국 프로생활을 해봤으니까요. 피부로 느껴지는 부분요.

신우영 : 스크림을 할 때 자세라고 할까요. 한판, 한판 정말 열심히 합니다. CLG와 스크림을 해서, 평소에 못 하던 상대와 하기 때문에 그런건진 몰라요. 그래도 한국 팀이 스크림을 할 때 굉장히 열심히 한다는 걸 느꼈어요.

북미에서도 스크림을 하긴 하죠. 하지만 매번 비슷한 상대와 해서 그런진 몰라도 조금 덜 빡빡합니다. 3시에 스크림을 한다고 약속을 잡아도, 3시 10분쯤 경기에 들어가고, 이것 저것 문제가 생기다보면 네 세트를 할 시간이라도 두, 세 세트밖에 못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요.



Q. 그렇다면 리그 방식의 차이는 어떤가요? LCS는 풀 리그, 롤챔스는 토너먼트 방식인데요.

신우영 : 장단점이 있죠. 풀 리그 방식은 모든 팀이 공평하게 경기 수를 가진다는 것이에요. 토너먼트 방식은 16강에서 탈락하면 다음 경기까지 공백이 길어요.

단점은 아무래도 매주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이 좀 들고요. 그리고 준비 기간이 짧아서 완성도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힘들어요. 롤챔스는 한 경기 이후에 준비 기간이 길어서 좋은 전략을 들고 나올 수 있어요.



Q. 플레이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가요?

신우영 : 다르다기 보다, 북미 팀들이 조금 모자란 부분은 있어요. 특히 버프나 드래곤, 타워같은 오브젝트 컨트롤이 미숙해요. 한국 팀들은 정말 칼이거든요. 북미는 이제 오브젝트 컨트롤에 대한 개념이 정리됐어요. 시도하는 단계죠.



Q. 신우영 선수는 1세대 해외파 LoL 게이머라고 분류해도 될 것 같아요. 신우영 선수 이후에, '헬리오스' 신동진 선수나, '인섹' 최인석, '제로' 윤경섭 등 많은 선수가 해외로 진출했습니다.

신우영 : 네. (신)동진이 형은 한국에 있을 땐 많이 안친했는데, 이제 굉장히 친해요. 말도 많이 하고요.



Q. 다음 해외파들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죠.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에게 조언해준다면요?

신우영 : 모든 것을 떠나서 언어 문제가 가장 커요. 게임 안에서 말을 많이 해야 하는데 말이 안 통하면 아무것도 안 되잖아요. 중국에 진출한 선수 소식을 듣고 가장 많이 했던 걱정이 그거였어요.



Q. 팬들의 차이는 없나요?

신우영 : 여성 팬이 적다 정도?(웃음) CLG는 정말 팬이 많아요. 사진을 같이 찍고, 사인하는 팬 미팅도 많이 하죠. 경기 끝나면 항상 합니다.



Q.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 과정을 1, 2, 3단계로 나눠볼게요. 1단계는 신우영, 신동진, 최인석, 안순호 선수처럼 선수 혼자 또는 두 명 정도 해외로 진출하는 것. 2단계는 한국인 다섯 명이 해외에 팀을 만드는 것. 예전 퀀틱 게이밍과 중국의 LMQ처럼요.

3단계는 한국에서 최고의 선수가 대단한 이적료 또는 연봉을 받고 해외로 가는 것으로 나눠봤어요. 예를 들면, '페이커' 이상혁이 디그니타스로 이적하는 거죠. 어떻게 생각해요?


신우영 :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네요(웃음). 2단계처럼 한국인 다섯 명이 북미나 유럽에서 팀을 만들면 정말 세지 않을까요? 충분히 경쟁력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중국인으로 구성된 LMQ도 팬들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 이상혁 선수같이 최고의 선수가 북미 또는 유럽으로 간다면 정말 대단한 일일 것 같아요. 디그니타스의 미드는 좀 무서운데요.



Q. CLG의 미드로 오게 된다면요?

신우영 : (링크의 눈치를 보며)좋긴 할 것 같은데….(웃음)



Q. 마지막으로 인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신우영 : 저도 시간 날 때마다 인벤을 자주 봅니다. 저에 대한 응원을 해주시는 많은 분이 있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CLG가 지금 롤드컵 진출이 달린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는데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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