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추억 속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다는 것.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바라는 꿈일 것입니다. 은퇴를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더라도, 많은 팬이 나를 기억하고 추억한다!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운을 거머쥘 수 있는 선수들은 안타깝게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있었지만, 팬들이 기억하는 선수들은 오직 소수. 대부분의 선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기 마련이죠.

하지만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영광을 차지한 선수들도 있습니다. 팬들은 그들을 스타라 부르고,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죠. 축구 황제 펠레의 이름을 딴 ‘펠레 스코어(3 대 2의 흥미진진한 경기를 의미)’와 전설의 러시아 골키퍼 야신의 이름을 딴 ‘야신 존(골키퍼가 막기 어려운 사각지대)’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팬들은 영원히 그들을 추억 속에 간직합니다.


▲ 팬들은 스타의 이름을 딴 단어로 그들을 기억한다 (좌 : 펠레, 우 : 레프 야신)


오늘 만나 볼 주인공도 팬들의 추억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선수입니다. 화려하다 못해 압도적이었던 플레이. 팬들의 환호성을 유도하는 멋진 움직임. 불리했던 분위기를 한방에 뒤집는 스킬 활용. 한때 세계 최고의 정글러였고, 지금은 ‘인섹킥’이라는 단어로 영원히 기억되는 선수!

바로 리 신, 아니 ‘인섹’ 최인석입니다.


▲ '인섹킥'으로 영원히 기억될 '인섹' 최인석



■ 인섹, 사라지다! 입석을 타지 못한 한 소년의 이야기가 시작되다

“가장 기본적인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아 수많은 분들에게 피해를 끼쳐 사죄의 말씀드립니다. 어떻게든 시간 안에 가야 했고, 갈 수 있었던 것인데 가지 못해 그날 경기를 보러오신 수많은 관중분과 온게임넷 관계자, 거품게임단 팀원들과 팀오피 팀원분들에게 너무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께 죄송합니다.”

- 리그오브레전드 인벤에 올라온 '인섹' 최인석의 사과문 중 (2012년 05월 15일) -


2012년 5월 11일 오후 7시. 롤챔스 섬머 시드권을 두고 거품게임단과 Team OP의 한판 승부가 30분 후면 펼쳐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기장의 분위기는 다른 경기 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거품게임단의 '롱판다' 김윤재는 연신 어딘가로 전화를 했고, 다른 팀원들도 애써 초조함을 감추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습니다. 모두가 설마 했던 상황이 일어난 것입니다.

선수불참으로 인한 생방송 경기 취소, 그리고 몰수패!

리그오브레전드뿐만 아니라 게임 방송 역사상 최초의 사태였죠. 그리고 이 사건의 중심에는 경기장에 등장하지 않았던 거품게임단의 정글러 ‘인섹’ 최인석이 있었습니다. 방송 취소로 인한 주최 측의 금전적 피해와 팀의 좌절, 그리고 팬들의 실망. E스포츠 매체뿐만 아니라 수많은 매체에서 이 사태를 보도했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거품게임단’이 오를 정도 파장은 커졌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에 대한 비난은 ‘인섹’ 최인석을 향했습니다.


▲ 관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경기 시작을 마냥 기다려야 했다

▲ 거품게임단 사태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인섹' 최인석을 향했다

▶ [2012 챔스 스프링] 사상 초유, 경기없이 시드권은 Team OP에게- 관련 기사 바로가기


무엇보다 ‘인섹’ 최인석을 힘들 게 했던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었을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인섹’ 최인석은 온게임넷 섬머 시즌 출장금지 처분을 받은 것은 물론, 입단하기로 되어 있던 스타테일에서 방출되었죠.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이루기 직전, 자신의 실수로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상황. ‘왜 기차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탔을까?’, ‘왜 더 일찍 준비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는 결국 ‘영영 리그오브레전드를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 제가 지각 사건으로 인해 스타테일에서 방출당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처음에 저는 그 일을 겪고 난 뒤, 모든 것을 접은 뒤 군대에 가려고 했어요. 팀원들에게 정말 아주 미안했거든요.”

- 인벤과의 인터뷰 중 (2013년 3월 5일) -


그렇게 프로게이머의 문턱에서 ‘인섹’ 최인석은 한없이 추락했습니다. 거품게임단 사태와 더불어 과거 게임상에서의 행실이 도마 위에 올랐죠. 이제 ‘인섹’이라는 닉네임은 ‘없다’, ‘사라지다’와 같은 조롱의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프로팀도 선뜻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팬들의 야유를 몰고 다니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적지 않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이죠.


▲ 그 당시 '인섹'과 '없다'는 동의어 관계였다?!


누구도 그의 복귀를 예상하지 않았고, 그 또한 그리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패하기는 쉽지만 버리기는 어려운 것이 바로 ‘꿈’의 의미이자 가치. ‘인섹’ 최인석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에서 행복을 느꼈고,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달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방송을 보던 도중, 리그오브레전드 방송을 보게 됐어요. 그걸 보니까 또, 정말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지는 거에요.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 뒤 게임을 다시 하자는 결정을 내렸고, 조용히 혼자 랭크 게임을 돌리는 생활로 돌아가게 됐어요."

- 인벤과의 인터뷰 중 (2013년 3월 5일) -



■ 논란 속에서의 복귀! '인섹' 최인석, 새로운 출발을 설계하다!

3개월이라는 짧지만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인섹’ 최인석 앞에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2012 롤챔스 섬머에서 3연패로 16강에서 탈락한 CJ 엔투스가 그를 영입하고자 했던 것. 이는 전력 강화라는 기본적인 목적을 둔 선택이었지만, 당시 맴버들의 간절한 바람이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당시는 수많은 루키들이 탄생하고 있던 때. ‘인섹’ 최인석은 충분히 검증된 실력파였지만, 그를 대체할 많은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안티 팬이 없는 깨끗한(?) 선수들이었죠.

하지만 CJ 엔투스는 ‘인섹’ 최인석의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이 이면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거품게임단 출신의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즉, ‘인섹’ 최인석에 의해 좌절을 맞봐야 했던 선수들이 다시 그와 함께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날의 문제는 서로 간의 대화로 잘 해결되었음이 밝혀졌지만, 입단 발표 후 팬들의 반응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최인석 선수가 지난 시즌 저지른 과오는 분명 큰 잘못이고, 절대 재발하여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다만 지각 사건과 관련하여 선수 본인이 오랜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가졌고, 이전 팀 동료들이 최인석 선수와 다시 호흡을 맞추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 바, e스포츠 팬들에게 발전된 실력으로 지난 과오를 용서 받을 것임을 약속 받고 입단을 허락하게 되었다”

- '인섹' 최인석 영입 당시 CJ 엔투스의 공식 입장 (2012년 8월 13일) -

▲ '인섹' 최인석의 프로 데뷔에 팬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인섹' 최인석과 '다데' 배어진 입단 당시 CJ 엔투스)


시작은 좋지 않았습니다. CJ 엔투스 합류 직후 펼쳐진 중국 CPL 대회 한국대표선발전. ‘인섹’ 최인석은 긴 공백 탓인지 부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많은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이후 펼쳐진 나진 실드와의 경기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힘들었습니다. 월드 챔피언십 시즌 2 한국 국가대표선발전에서도 CJ 엔투스는 LG-IM에게 1대 3으로 패배를 당합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프로게이머로서의 데뷔. 하지만 시작부터 펼쳐진 수많은 장애물들. 그러나 ‘인섹’ 최인석은 행복했습니다. 시도조차 못 했던 과거에 비하면 너무나 신 나고 즐거운 오늘이었기 때문이죠. 최소한 그는 프로게이머라는 이름으로 경기를 할 수 있었고, 자신의 실력을 많은 관객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있었습니다. 20살이라는 어린 나이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동안 시련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롤 챔피언스라는 꿈의 무대에서 웅크렸던 날개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팀원들이 다시 프로 생활을 하자고 불러줘서, 그게 계기가 되어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됐어요. 전 지금이 예전보다 낫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어요. 힘들 때마다 저를 잡아준 것? 별거 없어요. 예전처럼 시도도 못 하는 것보다는 지금이 행복해요.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 그거 하나면 되는 것 같아요."

- 인벤과의 인터뷰 중 (2013년 3월 5일) -

▲ "가장 밑에서 시작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
(2012-13 롤 챔피언스 윈터 개막전 인터뷰 중에서)



■ 화려했던 롤 챔피언스 데뷔전! 그는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았다!

2012년 11월 9일, 2012-13 롤 챔피언스 윈터의 개막전. CJ 엔투스와 GSG의 1세트. 경기는 시작부터 치열했습니다. 개막전의 부담감 때문이었을까요? 양 팀 모두 실책을 연발했고, 승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독 한 선수만이 이 혼란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인섹’ 최인석의 리 신이었죠. 그는 훗날 자신을 ‘세계 최고의 정글러’로 만들어 줄 챔피언으로 자신의 롤 챔피언스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합니다.

당시 CJ 엔투스의 조합은 블라디미르, 리 신, 직스, 애쉬, 소나. 조합 특성상 애쉬의 궁극기를 통한 이니시에이팅이 핵심이었지만, 애쉬를 플레이하던 ‘스페이스’ 선호산은 본래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실책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위기는 영웅을 만들어 내는 것. ‘인섹’ 최인석은 완벽한 이니시에이팅을 선보이며 롤 챔피언스 데뷔전 승리는 물론, 경기 MVP에도 선정되는 기염을 토합니다.


▲ 그토록 갈망했던 프로 무대 데뷔전.
'인섹' 최인석은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끈다

▶[2012 챔스 윈터] 용호상박! CJ Entus,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1세트 승리- 관련 기사 바로가기


‘인섹’ 최인석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어진 2세트와 MVP 블루와의 경기에서도 그의 활약은 눈부셨고, 4경기 연속 경기 MVP에 선정되는 엄청난 기록을 세웁니다. ‘캐리형 정글러는 이런 것이다!’를 외치는 그의 플레이에 팬들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CJ 엔투스는 첫 두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조별 리그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합니다. 인터리그를 포함해 8전 8패. 절망적인 기록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둠의 깊이가 깊을수록, 반짝이는 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법. ‘인섹’ 최인석은 매 경기 화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정교하고 빠른 컨트롤, 정글 동선 설계 그리고 이니시에이팅에 대한 감각 등 정글러로서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가지고 있었고, 매 경기를 통해 그것을 증명합니다.

또한, 상당히 넓은 챔피언 선택 폭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어떤 스타일의 챔피언을 선택하든 항상 상대에게 위협적인 존재였습니다. 그가 보여준 ‘케리형 정글러’의 압도적인 모습은 당시 한창 진행 중이던 ‘초식 정글와 육식 정글 간의 패러다임 전쟁’에 큰 영향을 주게 되었고, 2012-13 윈터를 기점으로 초식 정글 챔피언들은 급속한 내림세를 겪게 됩니다.


▲ 4연속 경기 MVP를 받았던 순간, 승자 인터뷰
(출처 : 온게임넷)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많은 팬들은 ‘인섹’ 최인석의 실력은 인정했지만, ‘사라진 인섹’이라는 이미지는 여전히 그를 쫓아 다녔습니다. 이러한 팬들의 반응은 ‘그가 진정한 프로가 될 자격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뿌리를 두고 있었죠. 그리고 그는 단 한 번의 경기에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

2012년 12월 26일. 당대 최강 팀이었던 Azubu 프로스트와의 8강전. CJ 엔투스의 선수들은 최강 Azubu 프로스트에 맞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고, 그 중심에는 ‘인섹’ 최인석이 있었습니다. 2012-13 롤 챔피언스 윈터 아니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를 대표하는 이 경기에서 그는 매 세트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특히, 당시 국내 최고 정글러로 손꼽혔던 ‘클라우드 템플러’ 이현우와 박빙의 대결을 펼치며 많은 팬들을 놀라게 했죠.

2대 3으로 CJ 엔투스의 패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CJ 엔투스의 사진이 커뮤니티 메인에 사용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경기를 펼친 모든 선수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경기 이후 진행된 승자 인터뷰에서 Azubu 프로스트 선수들 또한 CJ 엔투스, 특히 ‘인섹’ 최인석의 활약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죠.

“정글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캐리'는 이거죠. 초반에 팀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이득을 안겨주는 거요. 그래서 그걸 가지고 계속 풀어가는 거에요. 라인 상황을 풀어주고, 드래곤도 처치하고요. 그런 본연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정글러의 캐리력은 그런데서 오는 거죠.”

- 인벤과의 인터뷰 중 (2013년 3월 5일) -


▲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인섹' 최인석의 피지컬은 극한에 가까웠다
(출처 : 온게임넷)


하지만 진정한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경기가 종료된 이후였습니다.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인섹’ 최인석은 경기가 끝난 후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붉게 충혈 된 눈, 흔들리는 눈동자. 그는 연신 손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패배했습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롤 챔피언스 무대. 이번 시즌 그가 펼칠 경기는 더는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고 이 자리에 선 그였기에 아쉬움은 배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아직 겨울은 많이 남아 있었고, 봄은 멀리 있었죠.

그러나 그 순간. 팬들은 두 팀을 향해, 그리고 ‘인섹’ 최인석을 향해 기립 박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팬들은 그의 멋진 플레이를 보았고, 승리에 대한 갈망과 패배에 대한 아쉬움에서 프로의 진정성을 느끼고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용서했습니다. 지난 과오보다는 앞으로 보여줄 그의 모습을 기대하기 시작했던 것이죠.


그렇게 ‘인섹’ 최인석은 이제 팬들이 인정하는 ‘진정한 프로게이머’가 되었습니다.

▲ 쓰라린 패배! 하지만 그는 프로게이머가 되었다
(출처 : 온게임넷)



■ 또 다시 찾아 온 시련! '영원한 고통'의 아이콘이 되다

2012-13 롤 챔피언스 윈터에서 ‘인섹’ 최인석이 보여준 활약은 팬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에는 그를 소재로 한 게시물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다른 팀원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이곳저곳 뛰어다니거나, 라이너보다 강력한 캐리력으로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모습. 특히, 10명의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플레이를 펼쳤지만, 같은 팀원의 부진으로 패배하는 상황은 팬들에게 ‘창작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죠. 그래서 희대 명작이자, ‘인섹’ 최인석의 트레이드 마크된 글귀와 패러디가 등장합니다.

“영원히 고통 받는 인섹”

▲ 크아!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한 장의 그림 (by 제노라님)


이러한 팬들의 반응은 ‘인섹’ 최인석을 향한 위로였습니다. 프로는 결과로 평가를 받습니다. 패배는 곧 실패이고, 승리는 곧 성공인 것이죠. 어렵사리 프로게이머가 되었지만, ‘인섹’ 최인석은 승리보다는 패배가 많습니다. 처음 출전한 롤 챔피언스에서 2승 5패라는 저조한 성적 거두었고, 이후 펼쳐진 NLB 윈터에서도 아마추어 팀인 GSG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죠. 하지만 팬들은 그를 기억했고 응원해주었습니다. 그의 가능성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영원히 고통 받는 인섹’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드러낸 것이죠.

하지만 팬들의 바람과는 달리 ‘인섹’ 최인석은 또다시 고통을 받게 됩니다. 프로스트와 블레이즈가 CJ 엔투스와 스폰서십을 체결한 것. 당시 최고의 전력을 구축하고 있던 두 팀 맴버들이 CJ 엔투스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인섹’ 최인석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죠. 물론, CJ 엔투스 측은 "기존 선수들을 탈퇴시키지 않고 후보 선수 체제나 팀의 재구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상황. 그러나 2월에 개막된 클럽 마스터즈 출전 명단에는 그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 국내 정상팀 프로스트와 블레이즈, CJ엔투스 입단!- 관련 기사 바로가기

다시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인섹’ 최인석은 입석을 타지 못해 지각하던 그때의 소년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미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게이머였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후 자신을 최고 정글러로 만들어 줄 팀, KT 롤스터로의 이적을 결심합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답이 나오긴 했어요. 아주부가 들어왔잖아요. 전 아주부랑 인연이 좀 깊은 편이거든요. 아마추어로 처음 나왔을 때도 아주부와 경기를 했었고, CJ엔투스 소속일 때도 아주부를 상대로 활약했었잖아요. (중략) 그래서 전 아주부 팀에 섞여 있는 것보단 상대 팀으로 가서, 아주부를 이기고 싶었어요."


▲ KT 롤스터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인섹' 최인석

▶ 영원한 고통 벗어난 '인섹', 올해 목표는 '롤드컵' 우승!- 관련 기사 바로가기

‘인섹’ 최인석은 KT 롤스터 B로의 이적 후 MLG 한국대표 선발전과 MLG Dallas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많은 팬들은 이제 2013 롤 챔피언스 스프링에서의 그의 활약을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롤 챔피언스는 그에게 많은 것을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12강 첫 번째 경기에서 ahq Korea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은 KT 롤스터 B는 우여곡절 끝에 8강 진출에 성공합니다. 상대는 지난 시즌 함께 팀을 이룬 ‘다데’ 배어진이 버티고 있는 MVP 오존. 1세트를 가져갔지만, 내리 3연패를 하며 4강 진출에 실패하게 되었죠.


▲ 랭크 게임에서도 고통받는 '인섹' 최인석
(출처 : 고통받는 인섹의 펜타킬 by 세아주니님)


위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프로는 승리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패배가 반복된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인섹’ 최인석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번의 시즌을 겪으면서 한국 최고의 정글러라는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녔지만, 연이은 패배로 그의 실력에 대한 의구심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죠. 그에게는 반전이 필요했고, 승리가 필요했습니다. 자신이 최고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할 기회가 필요했습니다.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이를 승리로 증명하지 못하는 상황. 또다시 그의 앞에는 다음 시즌을 기다려야하는 지루하고 긴 고통의 시간이 펼쳐질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한 방에 해결할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습니다.



■ 리 신이라 쓰고 인섹이라 읽다! 영원한 고통 속에서 세계 최고의 정글러가 되다

"평소에 계속 봐왔던 선수라 굉장히 기대돼요. 아이템 빌드를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하시고, 플레이도 좋아서 상당히 승부를 기대하고 있어요. 그래도 제가 이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랬는데 지면 어떡하죠(웃음)? 그래도 경기 분석이나 시뮬레이션을 해봤을 때, 제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 있어요."

- 인벤과의 인터뷰 중 (2013년 3월 5일) -


2013년 중국 상해 리그오브레전드 올스타전. ‘인섹’ 최인석은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은 리 신 장인 다이아몬드 프록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다이아몬드 프록스는 이를 수락했고, 세계 최강의 자리를 두고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 펼쳐졌습니다. 전 세계 리그오브레전드 팬들 앞에서 두 선수는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습니다. ‘인섹’ 최인석은 차분하게 기회를 노렸고, 다이아몬드 프록스의 허점을 파고들었죠. 결과는 ‘인섹’ 최인석의 승리. 그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이 세계 최고의 리 신 플레이어임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 세계 최강을 놓고 펼쳐진 한 판 승부! '인섹' 최인석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다
(출처 : 온게임넷)


한국 국가 대표로 선발된 그는 올스타전의 매 경기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입니다. 특히, 유럽 대표팀과의 1경기에서 보여준 활약은 전 세계 리그오브레전드 팬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했습니다. 음파, 공명의 일격, 와드, 방호 후 상대의 딜러를 아군 진형으로 차버리는 일명 ‘인섹킥’을 보여 주며, 팬들에게 전율을 선물하죠. 결국 ‘인섹’ 최인석은 한국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정글러가 됩니다.


▲ 2013 롤 올스타전의 주인공은 단연 '인섹' 최인석이었다!
(출처 : 온게임넷, 제작 : 못말리는싸부)


‘인섹’ 최인석의 활약은 많은 한국 팬들에게 감동을 줬습니다. 바닥에서부터 시작한 한 소년이 수많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가 되는 순간. 한국의 많은 유저들은 ‘인섹’ 최인석에 취했습니다. 그의 화려한 플레이에 박수를 보냈고, 그의 내일을 응원했습니다. 이러한 팬들의 응원에 그는 환한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한국 무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그의 웃음이었기에 한 유저는 리그오브레전드 역사상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게시물을 만들어 냅니다.


▲ 올스타전에서 '인섹' 최인석의 활약은 역대급 게시물을 탄생시킨다!
(출처 : 경기 후 인섹과 매라의 대화 by 무적한화님)


그렇게 입석을 타지 못한 한 소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정글러이자, 전 세계 리그오브레전드 팬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게이머로 성장했습니다. 동시에 팬들의 관심과 장난의 의미까지 이해하는 진정한 스타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죠. 이제 팬들은 그를 보고 ‘사라진 인섹’을 떠올리기보다는 ‘화려한 인섹킥’, ‘세계 최고의 리 신’을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 올스타 전 이후 '인섹' 최인석과의 인터뷰
(출처 : 온게임넷)


그러나 ‘인섹’ 최인석은 아직 목이 말랐습니다. 이제 그의 눈은 롤챔스 우승과 롤드컵 우승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 미완성의 꿈 그리고 도전! 우리는 영원히 '인섹킥'을 추억한다

롤 올스타전이 끝나고 펼쳐진 롤챔스 섬머 2013에서 그는 탑으로 포지션을 변경합니다. 팀의 우승을 위한 승부수였고, 이는 적중했습니다. KT 블리츠는 결승 진출에 성공하죠. 하지만 ‘인섹’ 최인석의 꿈은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좌절되었습니다. 결승전 상대는 롤챔스 2연속 제패와 롤드컵 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게 될 SKT T1 K. 결국, KT 블리츠는 2승을 먼저 가져갔지만,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게 됩니다. ‘인섹’ 최인석은 탑 라인 KDA상을 수상했지만, 안타까움을 지울 수는 없었죠.


▲ 롤챔스 섬머 2013 개인 부분 시상식
'인섹' 최인석을 제외하고 모든 상을 SKT T1 K가 휩쓸었다


운명의 장난일까요? 다음 시즌인 롤챔스 윈터 2013-14에서도 KT 블리츠는 SKT T1 K와 준결승전에서 만나게 됩니다. 결과는 0대 3으로 완패. 세계 최강이라 평가받는 SKT T1 K 앞에 KT 블리츠는 다시 한 번 좌절하게 됩니다. 당시 SKT T1 K는 너무 강한 팀이었던 것이죠. 특히, ‘인섹’ 최인석이 탑 라이너와 정글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던 시즌이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습니다.


▲ '인섹' 최인석은 2013-14 윈터 시즌에 탑과 정글의 경계를 파괴하는
상당히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출처 : 온게임넷)


다시 돌아온 봄. ‘인섹’ 최인석은 다시 정글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때는 여러 루키들이 등장하는 동시에 SKT T1 K를 무너뜨리기 위해 수많은 강팀이 경쟁하는 춘추전국시대. KT 블리츠는 나진 실드와의 8강전에서 충격적인 ‘승승패패패’를 기록하며 탈락하게 됩니다. ‘인섹’ 최인석은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눈물을 훔칩니다. 그리고 이 경기는 롤 챔피언스에서 그가 펼친 마지막 경기가 되었죠. 물론 그가 선택한 챔피언은 인섹 아니 리 신이었습니다.


▲ '인섹' 최인석의 마지막 경기 전적표. 롤 챔피언스의 마지막은 역시 리 신이었다


입석을 타지 못한 소년의 성장기는 미완성으로 끝났습니다. 수많은 난관을 극복했고, 팬들을 감동시켰고, 세계 최고가 되었고,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많은 선수들의 롤모델이 되었던 ‘인섹’ 최인석은 그렇게 한국 리그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많은 팬들이 그의 빈자리를 아쉬워했습니다. 하지만 미완성은 포기 혹은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여전히 중국 리그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롤드컵이라는 꿈을 향해 달리고 있죠. 최근에는 그토록 염원하던 펜타킬을 중국 리그에서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진정한 스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압도적인 실력? 재치 있는 입담과 매력적인 외모? 아니면 많은 우승 트로피?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선수가 가진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통과 좌절이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스토리! 팬들은 최고의 자리에 있는 선수만큼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들을 사랑합니다. 그렇기에 ‘인섹’ 최인석은 '인섹킥'으로 추억될 리그오브레전드의 영원한 스타인 동시에, '감동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팬들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입니다.


▲ '인섹' 최인석, 그의 인섹킥에 다시 환호하는 날을 기다려본다 (by ♥ a mes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