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SKT T1과 kt 롤스터(이하 kt)간의 맞대결로 펼쳐진 결승전을 끝으로, 2015 롤챔스 섬머의 모든 일정이 종료되었다. 10팀 체제로 바뀌며 빠른 템포의 경기 일정을 소화해 내야 했기에 기존 선수들 입장에선 힘든 시즌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많았기에 뉴 페이스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넓은 기회의 장이었다. 또한, 꿈의 무대인 LoL 월드 챔피언십과도 큰 연관이 있는 시즌이었기에, 선수들은 그야말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치열하다'는 말 한 마디로는 부족한 시즌이었다. 단 1승을 하기위해 미칠 듯이 노력하고 땀흘리는 팀이 있는가 하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최강의 자리에 군림하고있는 팀도 있었다. 또 그 최강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날을 갈고있는 팀들의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기도 한 이번 롤챔스 섬머. 여름에 걸맞는 뜨거운 팬들의 응원과 화끈한 명경기들이 있었기에 이번 시즌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인벤팀에서는 이렇듯 뜨거운 열기의 2015 롤챔스 섬머 시즌을 팀별로 결산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마지막 주인공, 여름의 왕좌를 차지한 SKT T1이다.


▲ 다시 한 번 세체로, SKT T1!



■ 시즌 3의 영광을 되살려라, SKT T1!

스프링 시즌. 주력 멤버 중 셋이 바뀌어버린 상황에서도 SKT는 강했고, 봄의 왕좌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직 배고팠다. 한 때 전세계가 열광하며 그들의 이름을 외치던 시기가 분명 있었기에 아직 만족할 수 없었다. 후반부에 저력을 발휘하기는 했지만 분명 2015년 초에 팀이 전체적으로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었기에, 팀의 명성을 한 층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완벽'해져야 했다.

이전 세대가 이루어 놓은 업이 너무나도 크기에, 그것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지만 합쳐진 SKT에겐 분명 잠재력이 있었다. '페이커' 이상혁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지훈'이라는 카드를 사용함으로서 안정적인 식스맨 체제를 확립했고, 스프링 시즌 보여준 '마린' 장경환의 기량 또한 '임팩트' 정언영에 비해 부족함이 없었다. 이제는 세계 무대에 다시 한 번 그들의 이름을 새겨넣을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듯 보였다.


▲ 거대한 공백을 잘 메운 SKT T1


좋은 기세로 출발한 MSI. 결국 결승전에서 EDG에게 석패하고 말았지만, SKT가 보여준 명경기들은 다음 있을 섬머 시즌과 반드시 올라가야 할 롤드컵을 기대하게 하기 충분했다.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일정에서 자신들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잃지 않고 멋진 경기력을 보여준 SKT는 비록 우승하지 못했지만, 팬들의 격려와 칭찬을 한몸에 받았다.

이제 몸풀기는 끝났다. 다가올 여름, SKT는 모든 것을 불사를 준비가 되어있었고, 또 그래야만 했다. 그들의 화려한 등장과 최강의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을 빠짐없이 지켜보며 응원했던 팬들과 자신들의 명예를 찾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여름에는 더욱 불타야한다!



■ 시작부터 드러난 강자의 패기!

스프링 시즌 우여곡절 끝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SKT T1이지만 1라운드를 4위로 마치며 약간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를 기점으로 빠듯한 일정을 견뎌내며 달려왔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 등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롤드컵 직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섬머 시즌이었기 때문에 선수들은 쉴새 없이 연습에 매진했고, 그 노력의 대가는 시작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스베누를 시작으로 나진, 쿠, CJ 등 강팀들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더욱 긍정적이었던 점은 페이커의 완전한 기량 회복이었다. 기본적으로 챔프 폭 자체가 없다시피 한 '페이커' 이상혁이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찾은 순간 적수가 없었다. '쿠로' 이서행, '코코' 신진영 등 쟁쟁한 미드 라이너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끈 페이커였다.


▲ 기량을 완전히 회복한 페이커(사진 캡쳐: OGN)


미드가 기량을 찾으니 다른 선수들 또한 기세를 탈 수밖에 없었다. 이전 SKT T1 K가 보여줬던 라인전 부터 눌러버리는 플레이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고, 운영 또한 놀라울 정도로 완벽했다. 특히 MSI 때 약간은 아쉬웠던 '마린' 장경환과 '울프' 이재완의 폼이 완벽하게 살아나며 더이상 SKT에게 약점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SKT의 1라운드 성적은 9승 0패. 그 어떤 팀도 SKT를 꺾지 못했다. 몇몇 경기에서 1세트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흠집조차 나지 않은 1라운드. 시즌 초반, 많은 우려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제 어떤 팀도 그들의 기량 상승을 의심하지 못했다. 이제는 기세를 이어 전승 우승과 롤드컵 직행만을 바라보면 되는 SKT였다.


▲ 1라운드 전승, SKT T1!(사진 캡쳐: OGN)



■ 연승은 끊겼다. 하지만 아직 최강이다.

파죽지세로 섬머 시즌의 절반을 달린 SKT를 막을 수 있는 팀은 없었다. 스베누, 아나키를 잡아내며 또다시 승전고를 울린 SKT는 7월 16에 열린 쿠 타이거즈와의 2차전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승리하며 다시금 자신들의 적수가 없다는 것을 팬들과 다른 팀들에게 각인시켰다.

2라운드에 '피카부' 이종범을 영입하며 기세를 타고 있던 kt 또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며 SKT를 상대로 1세트를 따냈으나 2, 3세트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하드 캐리 앞에 무릎 꿇고 말았다. 남은 CJ전을 제외하면 SKT를 상대할 수 있는 적수가 마땅히 보이지 않았으므로 전승 결승 진출이 머지않은 SKT였다.


▲ CJ전만 잘 넘긴다면 전승 우승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상황


CJ만 잡아낼 수 있다면, 전승 결승 진출로 향하는 길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는 상황. 7월 24일 열린 이 경기에서 SKT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1세트에 승리하며, 무난하게 연승을 이어나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스프링 시즌에서 SKT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둘 때 보여주었던 CJ의 저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되기 시작했다.

2세트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빅토르를 집중 견제하며 이득을 취한 CJ는 이후 특유의 운영을 통해 SKT를 조이기 시작했다. 결국 경기는 3세트까지 이어지는 접전이 되었고, 40분이 넘어가는 게임 끝에 CJ에게 역전패를 당하고 만다. 용을 5스택까지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한타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SKT가 받은 멘탈적 피해는 엄청났을 것이며 전승의 기세가 한풀 꺾여버린 것도 앞으로의 경기에 분명 영향을 줄 만했다.


▲ CJ에게 전승 우승의 덜미가 잡힌 SKT(사진 캡쳐: OGN)


'기세'라는 것이 롤챔스 무대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CJ전에서 대 역전패를 당하며 약간은 위기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던 SKT의 뒤에는 '황제'가 버티고 있었다. 빠른 템포의 스케쥴에 약간은 지친 듯 보인 페이커를 대신할 식스맨 체제를 스프링 시즌에 이어 완벽하게 운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8월 12일에 있었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페이커 대신 출전한 이지훈은 특유의 안정적인 라인전과 경기 운영으로 팀이 유종의 미를 장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CJ에게 패배해 전승 우승이 무산으로 돌아가 버리긴 했지만 어쨌든 17승 1패 정규 시즌 1위로 결승전에 진출했다. 롤드컵 진출 티켓까지 얻어놓았기 때문에 2015년을 자신들의 해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끝마친 듯 보인 SKT였다.


▲ 2년만에 얻은 롤드컵 진출권!



■ 뜨거운 여름, SKT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섬머 시즌 SKT가 보여준 화끈한 경기력은 분명 수많은 롤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 했으며 지난 세대와 비교해 전혀 뒤질 것이 없었다. 하지만 SKT가 이번 시즌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데에 비단 그들의 경기력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페이커' 이상혁이 정규 시즌에서 보여준 이색적인 챔피언 픽 때문. 승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안정적인 픽을 선보이는 시대이며, 팬들도 충분히 그점을 이해하는 바이지만 매력적인 픽을 보여주는 페이커에게 끌릴 수밖엔 없었다.

특히 1라운드 쿠 타이거즈와의 1세트에서 보여준 미드 이렐리아 픽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페이커의 챔피언 폭은 이전부터 대서양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미드 이렐리아의 경우 그 옛날 '콘샐 미드마이'와 같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한, 당시 대세픽이었던 아지르를 상대로 안정적인 CS 수급과 한타력을 선보이며 다시 한 번 수많은 롤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신선한 충격, 페이커의 미드 이렐리아!(영상 출처: OGN)


페이커는 해외에서 유행하던 미드 바루스를 롤챔스에 데뷔시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5월 29일 열린 나진과의 경기에서 바루스를 선택해 나진의 핵심 딜러들을 정확하게 꿰뚫는 모습은 팬들을 열광시켰고, 빅토르-아지르 구도로 굳혀진 주력 미드 라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6월 12일에는 마스터 이까지 꺼내 들었다. 과거와 다르게 무조건 AD 아이템 트리를 타야 하는 마스터 이였기 때문에 현재 미드 라이너에게 요구하는 여러 가지 능력을 발휘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지만, 페이커의 마스터 이는 달랐다. 초반 팀의 도움으로 라인전이 한 번 풀리자 매번 한타 때마다 CJ의 주력 딜러들을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이렇듯 매력적인 챔피언 픽으로 섬머 시즌의 열기를 더해주었기 때문에 비단 SKT의 팬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경기를 챙겨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성까지 갖춘 SKT T1이었다.


▲ 페'더 마스터 이'커(영상 출처: OGN)



■ 여름의 왕좌도 우리의 것이다, SKT T1!

정규 시즌 1위를 달성하며 가장 먼저 결승 무대에 오른 SKT의 상대는 kt였다. 1라운드 때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kt였으나 '피카부' 이종범 영입 후에 초반부터 경기를 터뜨려나가며 무서운 기세로 결승전까지 오른 kt는 절대 얕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놓고 보았을 때 전력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분명했으나 '피카부' 이종범은 분명 SKT와 한솥밥을 먹던 선수였기 때문에 그들의 연습 방식과 플레이 스타일을 조금이나마 꿰뚫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 SKT의 플레이 스타일을 어느 정도 아는 피카부


결승전의 해답을 SKT는 밴픽에서 찾았다.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를 통틀어 보여준 '썸데이' 김찬호의 활약을 견제하여 탑 3밴을 시도했고, 이는 적중했다. '나그네' 김상문의 경우 르블랑 픽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으나, 썸데이는 그렇지 못했다. 탑 3밴에 힘입은 '마린' 장경환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게임을 풀어나갔으며 후반 한타 때 '세계수'가 되어 kt 딜러진을 묶어버렸다.

이어진 2세트도 밴픽의 승리였다. 플레이오프에서 명장면을 만들며 게임을 승리로 이끈 '나그네' 김상문의 다이애나를 되레 빼앗아오며 kt를 당황 하게했다. 1경기 때 맹활약한 페이커의 아지르를 SKT 스스로 밴해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상 빅토르가 강제되었다고 볼 수있다. 또한, 마린의 경우 말파이트를 선택해 썸데이의 피즈를 완벽히 카운터 치는 데 성공했고 원하는 라인전을 가져가지 못한 kt는 2세트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섬머 시즌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 3세트 밴픽창에는 페이커의 미드 리븐이 등장하며 결승전 관중을 열광시켰다. 나그네 카시오페아의 '석화의 응시'를 맹수와도 같은 감으로 피해내는 페이커의 모습은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던 사람이 보기에도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했다.


▲ 사실상 페(이커)르세우스 (사진 캡쳐: OGN)


결국, 통신사 라이벌 매치에서 SKT는 3:0 완승을 거두었고 스프링에 이어 다시 한 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되었다. 섬머 시즌 들어 SKT가 만들어낸 화려한 명장면들은 대부분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떠난 한국 롤챔스 무대의 공허함을 완벽하게 메꿔줄만큼 '꿀잼'을 선사했다.


▲ 스프링에 이어 2연속 우승을 달성한 SKT!



■ 한체를 넘어 세체를 노린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강팀, 약팀 가릴 것 없이 꺾으며 차지한 섬머 시즌의 왕좌. 하지만 아직 만족할 수 없었다. 팀 통합 이후 처음으로 가졌던 세계 무대에서 아쉽게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은 마음은 더욱 클 것이다.

세계 롤 팬들의 뇌리에 다시 한 번 'SKT T1'을 새겨 넣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한다. 프나틱, ahq 등 MSI에서 활약했던 팀들 대부분 한 번의 실수를 절호의 기회로 만드는 능력이 발군인 팀들이다. 현재 리그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듯, 모든 면에서 당시보다 발전했으며, 전력 비교를 섣불리 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한 팀도 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2015년도의 초반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은 분명 롤드컵에서의 선전을 팬들에게 약속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 깊었지만, 충분한 휴식 이후 꾸준한 노력이 없다면 분명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정말 산 하나 남았다. SKT는 과연 신화를 다시 한번 써내려 갈 수 있을까? 자만하지 않고 현재의 폼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전세계 롤팬들은 또다시 'SKT'를 외치게 될 것이다.


▲ 다시 접수한다.. 롤드컵!(사진 캡쳐: OGN)



■ 롤챔스 섬머 SKT T1 인포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