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이 다가오고 있다. 각 대륙별 진출팀이 모두 정해진 상황. 과연, 이번 롤드컵에서 우승을 거두고 '세계 최강'의 타이틀을 거며쥘 팀은 어디일까? 중국 리그의 성장과 유럽 프나틱의 독주 등 전세계 리그가 상향 평준화 되고 있는 추세에 어느 팀이 더 뛰어날 것인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보인다. 추측만 할 뿐.

여기, 롤드컵 진출팀들과 직접 붙어본 경험을 살려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선수가 있다. 중국 리그에서 뛰고 있고 롤드컵에 진출한 경험도 있으며 최근 국제대회에서 롤드컵에 진출한 팀을 만나 경기도 치뤄 보았다. 예상이 아닌 경험에서 나오는 설명.

오늘 인터뷰에 나선 이는 바로 Team WE의 정글러 '스피릿' 이다윤이다.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며 각 지역별 우세를 점치고 주목할 선수를 짚어주었다. 누구를 이야기했을까? 홍대 근처 카페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최근 근황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중국 LPL 리그가 끝나고 휴가 중이다. 이번 롤드컵 시즌5에 진출하지 못해 기분이 매우 씁쓸하지만, 한국에 와서 쉬고 있으니 나름대로 좋다. 팬과 소통할 시간도 더 많아졌다. 롤챔스 결승전에 가서 인사도 하고 SNS를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마음 한 쪽에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불안함과 열등감을 느끼고 있어 그런 점은 힘들다.


Q. 아직 롤드컵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나?

저번 시즌에 롤드컵 우승을 했다면 이 정도로 열정이 남아있진 않을 것이다. 저번 시즌 4강까지 오르고 떨어졌기에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동안 다시 롤드컵에 진출해 우승하고 싶다.


Q. 소속팀인 Team WE는 리그 초반 성적이 좋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위태로워진다. 왜 그럴까?

리그 시작 전에는 스크림 성적도 좋고 선수들 분위기도 좋다. 정규 시즌 시작하면서 상대방도 준비를 많이 하면서 스크림에서 승리한 상대에게 정규 리그에서 패하면 선수들이 많이 당황한다. 한국 선수 경우 김남훈 코치가 멘탈을 잘 잡아줘서 영향이 크지 않지만, 중국 선수는 멘탈 관리에 어려움이 있더라. 그래서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 점이 가장 크다.

빠르게 변하는 메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패치에 따라 대회에서 좋은 챔피언이 나쁘게 되기도 하고 OP로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에 빨리 적응하지 못해 아쉽다.


Q.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중요한 것은 연습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연습을 늘려야 한다. 물론 자기 성향에 맞지 않는 챔피언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그 점을 극복하는 것이 프로라고 생각한다.



Q. 그런데도 Team We는 유독 승강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관중이 없어 긴장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것 같다. 정규 시즌 중에는 관중 때문인지 긴장해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더라.


Q. 선수의 멘탈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한국인 코치는 중국인 선수의 멘탈을 잡아주는 것이 불가능하다. VG의 '옴므' 윤성영코치는 롤드컵 우승이라는 커리어부터가 남다르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지만 다른 코치 같은 경우,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 한켠에 불신이 있을 수 있다. 중국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잡아줄 중국인 코치가 필요하다.


Q. 중국 생활은 이제 완벽하게 적응했는가? 중국어 실력은 어떤가?

음식도 잘 적응했고 원하는 곳에 택시를 타고 갈 정도로 중국어 실력이 늘었다. 중국에 있는 한국 선수 중에서는 3번째로 잘한다고 생각한다. '루키' 송의진이 제일 잘하고 '에이콘' 최천주나 '하트' 이관형도 중국어를 잘한다.


Q. 중국어로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 할 수 있는지?

Team WE에서 오더를 맡고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오더는 경기 내에서 지장 없이 할 수 있다. 내 중심적으로 오더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웃음). 팀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선수가 없다. 다들 수동적으로 움직인다.

팀게임은 다들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오더를 정해야 가장 좋은 오더가 나오는데, 중국에서는 이점이 힘들다. 혹는 내가 하자는 대로하거나 다른 선수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 한국말을 쓰는 다섯 명이 하는 것도 힘든데 영어 중국어를 섞어 말해야 하는 5명이 뭉쳐서 게임을 하니 말 안 해도 힘들어 보이지 않나?


Q. 언어 관련 문제는 모든 팀이 다 겪을 것 같다. 다른 팀의 사정과 비교한다면?

우리 팀은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중국인이 없다. 기본영어를 쓸 수 있긴 하지만 미드 라이너인 '시에'는 아예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그 점이 많이 힘들다. 한국 선수들이 중국어를 최대한 빨리 배워야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 같다.



Q. 롤드컵 시즌이 진행되고 있다. 많이 아쉬울 것 같은데?

겉으로는 응원한다고 말하지만 속으로 많이 씁쓸하다. 나도 저 자리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롤드컵에 진출한 LGD 선수들은 한국 와서도 마음 편히 휴가를 보내고 있지만 나는 롤드컵도 못 갔고 대회도 없으니 마음도 불안하고 무작정 놀기에도 실력이 떨어질까 봐 두렵고 사람들이 나를 잊을까 두렵다.


Q. LGD가 LPL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LGD는 예전부터 잠재력이 큰 팀이라고 생각했다. 중국 선수의 그 날 기량에 따라 실력이 확실히 달라진다. 그래서 컨디션이 나쁘면 Team WE에게도 질 수 있고 좋으면 EDG도 이길 수 있는 팀이 된다.

EDG와의 플레이오프 4강전 경기에서 LGD 중국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상을 찍었다. 정글 'TBQ', 미드 'GODV'가 잠재력을 터트려주니 EDG를 3:0으로 이기더라. EDG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점도 있었지만. LGD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롤드컵에서도 충분히 좋은 실력을 보여줄 것이다.

EDG는 패배에 익숙하지 않은 팀이기에 패배하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삼성 화이트 경우에도 항상 승리에 익숙했기 때문에 경기에 지면 굉장히 힘들어했다. 최근의 보여준 모습으로는 롤드컵 진출부터 힘들어하고 있으니 EDG는 처음부터 강팀과 상대하지 않는다면 무난하게 4강까지 갈 것 같다.

iG는 송의진이 정말 잘한다. 중국에서 정말 잘하는 미드라이너 3위를 꼽으면 항상 안에 들어갈 것이다. 다만, 송의진은 상대를 피지컬로 찍어누르는 스타일인데 미드라이너가 강한 팀을 만나면 iG 팀 전체가 힘들어한다. 그래서 QG '도인비', EDG '폰', LGD 'GODV' 같이 미드가 강한 팀을 만나면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Q. 롤드컵에서 중국 팀의 성적을 예상한다면?

예상하기 어렵다. 유럽의 프나틱이 잘하고 있고 북미팀 TSM, CLG, C9 모두 잘하는 팀이다. 그래도 중국이 결승전을 갈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바램은 한국 선수들이 있는 중국팀이 8강에서 떨어졌으면 좋겠다. 내가 롤드컵에 못 가다 보니 열등감 때문에 응원을 못 해주겠다(웃음).


Q. 한국팀의 성적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작년처럼 결승전에서 한국 vs 중국의 구도가 다시 나올 것 같다. 한국 팀 중 어느 팀이 결승에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한국팀이 전처럼 강해보이지 않는다. SKT T1의 경우, 자신들의 색깔이 있다. 그러나 다른 팀은 자신만의 색깔이 없다. SKT T1이 결승에 오르지 않을까?



Q. 중국 리그, 한국 리그 모두 경험을 해봤다. 각 리그 팀들의 장, 단점은 무엇인까?

중국 리그는 정말 싸움을 많이 한다. 보는데 정말 재미있을 정도로 싸움을 많이 하고 오브젝트 컨트롤을 위해 싸움을 유도한다. 한국 리그는 완벽한 경기를 치르려다보니 교전이 적고 느슨하게 운영하는 느낌이다.

물론, 나도 선수 입장에서 긴장되고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한국리그에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말하지 못했겠지만, 중국리그에 있으니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조금 실수가 있더라도 상대를 압박해서 더 많은 것을 얻었으면 좋겠다.


Q. 한국과 중국 팀이 붙었을 때 경기 양상은 어떻게 진행될 것 같나?

예전 IEM에서 경기를 치를 때, 우리가 이렇게 유리한데 왜 상대는 역전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만약 중국과 한국의 경기가 성사됐을 때 초반 중국이 유리하게 흘러간다면 중국이 이길 것 같고 반반 싸움으로 계속 흘러간다면 무난한 한국의 승리가 예상된다.

kt 롤스터의 경우가 중국 팀과 같은 플레이를 보여준다. kt 롤스터가 퍼블을 땄을 때 승률이 굉장히 높다는 자료처럼 중국 팀도 초반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가면 그대로 승리를 굳힐 가능성이 크다.


Q. 북미, 유럽 팀의 롤드컵 성적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TSM은 개인적으로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했고 CLG가 눈에 띄더라. CLG는 서포터 '아프로무'의 움직임이 굉장히 독특하고 좋다. CLG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다. TSM은 이기는 게임을 관찰해보면 비역슨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그 선수가 활약하면 경기에서 쉽게 이긴다. iG와 같이 미드 라이너가 강한 팀을 만나면 고전할 수 있다.

C9은 '하이' 선수가 정글러로 갔다. 원래 미드 라이너라서 피지컬도 좋고 오더를 맡아 판단도 좋다. 하지만 정글러 경험 부족이 보인다. 동선에서 문제가 드러난다. 이런 부분만 고친다면 C9 전체 팀원의 개인 피지컬이 좋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유럽은 솔직히 프나틱과 UoL(Unicons of Love)의 경기만 봤다. 유럽지역은 탑 라이너가 매우 수동적이다. 유일하게 후니 선수만 능동적으로 경기를 푼다. 프나틱의 핵심 전력은 '후니' 허승훈이기에 그 선수만 말리게 한다면 쉽게 이길 것이다. 정글러 입장에서 상대 탑이 후니 처럼 여기저기 누비고 다닌다면 정말 게임을 하기 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강한 한국 탑 라이너와의 싸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한국은 탑 라이너가 굉장히 능동적이고 캐리력도 높아 흥미로운 대진이 일어날 것이다.



Q. 이번 롤드컵에서 눈여겨봐야할 선수를 대륙별로 꼽는다면?

중국은 말할 것도 없이 '임프' 구승빈과 'GODV'를 눈여겨 볼만하다. 한국에서는 '페이커' 이상혁은 당연하니 다른 사람을 말하겠다(웃음). '뱅' 배준식, '스멥' 송경호를 눈여겨 봐야한다. 내가 정글러로 게임하면서 정말 잡기 힘들다고 느낀 선수가 '임프' 구승빈, '데프트' 김혁규, '뱅' 배준식이다. 작정하고 물면 원거리 딜러는 다 물 수 있는데 이 세 선수는 정말 잡기 힘들었다. 배준식은 과감함이 부족했는데 요즘에는 위험한 플레이도 곧잘 보여준다. 눈여겨보면 정말 잘한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송경호는 최고의 탑 라이너 중 한 명이다. 플레이스타일도 공격적이고 갱도 잘 당하지 않는다. 확실히 잘하고 지금까지도 인정받고 있다. 미국은 아까 말했듯 '아프로무'를 지켜봐야한다. 움직임이 정말 신기하다. 이렇게 하고도 팀을 캐리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움직임이 남다르다. 예측하기 쉽지 않다.

C9은 '스니키'. 개인적으로 잘한다고 생각했다. IEM에서 붙어봤을 때 잘한다고 느꼈다. 생긴 것도 귀여운데 플레이도 잘하니 호감이 간다. 개인적인 취향이다.

TSM은 다이러스 선수를 눈여겨본다면 탑라이너가 어디까지 고통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팀 선수들이 모두 다이러스 선수를 구멍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다이러스를 공략할 것이다.

IEM에서 TSM은 다이러스를 내주고 다른 곳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이러스가 6데스를 3경기 연속 기록했는데 한타 페이즈에 가면 기막히게 되살아났다. 확실히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경험이 없는 선수는 말리면 복구하기 바빠서 무리하게 되는데 그 선수는 느긋하게 풀어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집중해서 본다면 초반 죽는 것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캐리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은 프나틱. '레클리스' 선수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난 롤드컵때 김혁규와 꼭 붙어서 안아주고 있는 게 재밌었다. EDG와 프나틱이 맞붙는다면 외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둘의 재회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임 내적으로 보자면 프나틱은 역시 허승훈을 주목해야 한다. 그가 들어가면서 팀 색깔이 완전히 바뀌었다. '레인오버' 김의진은 내가 보고 배운 선수다. 김의진이 IM에서 정글러로 활약할 때, 왜 항상 게임은 지는데 레벨은 상대 정글보다 높은지 고민한 적이 있다. 보니까 알겠더라. 정글 루트를 정말 기가 막히다. 리스폰시간에 딱맞게 나오고 갱킹도 잘다니고 정말 똑똑한 선수다.


Q. 다음시즌에 롤드컵 참가 목표를 가지고 있나?

이번 시즌에 8강에 들지 못해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했을 때,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중국으로 떠날 때 아쉬워했던 팬들, 중국에 가서 받은 기대치, Team WE라는 인기팀에서 받은 기대. 이런 것들 덕분에 플레이오프에서 좌절했을 때 실망감이 정말 컸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도망도 가고 싶고 은퇴도 생각났다.

이런 생각이 들 때 그래도 롤드컵우승은 하고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그래서 승강전 끝나고 대회가 없는데도 연습만 했다. 게임을 해도 아쉬움이 잊히지 않았다. 게임 끝나고 한 달 동안 400판 가까이했다. 롤드컵 생각뿐이다. 올해 가지 못했으니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국에 가서 사람들에게 많이 잊혀진 기분이다 .그럼에도 아직 나를 사랑해주는 팬이 있어 정말 감사하다. 롤드컵에 가지 못한 것 팬에게 정말 죄송하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내년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