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람은 저마다의 이유로 변화를 두려워한다. 주변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안정된 생활에 적응해 위험부담이 있는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걸 수도 있다. 청년층은 재취업에 대한 공포 때문에, 중장년은 노후 대비 때문에 지금 상황에 불만이 있더라도 쉽사리 도전에 나서지 못한다.

그렇기에 어른들은 도전하는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도전하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다시는 나태해졌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자다. 4년간 몸담았던 CJ 엔투스를 떠나, 삼성으로 이적해 다시 우승을 향한 '야망'을 불태운 남자 '앰비션' 강찬용.

강찬용은 넘치는 승부욕과 날카로운 눈매 때문인지 무서운 이미지로 대중들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강찬용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점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는 점과 긴 프로게이머 생활과 동시에 마인드도 점점 더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Q. 인벤 독자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이번에 삼성으로 이적하게 된 정글러 '앰비션' 강찬용이다. 올 초에 CJ 엔투스 소속일 때 인벤에서 인터뷰를 한 번 했었는데, 벌써 연말이라니...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Q. KeSPA 컵을 끝으로 공식 대회가 대부분 끝나고, 휴식기가 길었는데... 뭐하면서 지냈나?

KeSPA 컵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삼성에 입단했다. 일주일 정도 휴식을 하고, 연습에 들어갔다. 요즘은 솔로 랭크에 집중하고 있다.


Q. 팀원은 모두 구했나?

주전 선수는 모두 정해진 상태다. 그런데 팀에서 한 포지션당 2명을 원하더라. 계속 찾아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Q. 4년간의 CJ 엔투스 생활을 마치고, 삼성에서 새출발을 하게 됐다. 해외에서도 제안이 왔을 것 같은데... 삼성을 택한 이유가 뭔가?

솔직히 다른 곳에서 제안을 받기도 전에 입단 결정을 내렸다. CJ 엔투스를 나갈 생각이 있었고, 팀을 나가기 직전에 삼성에서 제의가 왔다. 한국 팀에서 하고 싶었고, 삼성보다 조건이 좋은 팀을 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삼성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팀에서 나를 원했다는 것이다.




Q. 삼성은 일 년 동안 하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는데...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어느 팀을 가더라도 상관없었다. 삼성은 기업 팀이니 안정감도 있고, 이번 대부분 팀이 모두 대격변을 맞이하고 있다. 어디를 가도 새로운 시작이니 이왕이면 빨리 판단하자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Q. 지난 시즌까지 삼성에 잔류한 3명의 선수와 적으로 만났었다. 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었나?

삼성의 선수들이 시즌 중에도 솔로 랭크 상위권을 차지했었다. 실력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시즌 삼성을 상대하다 보면 호흡이 안 맞는 게 느껴졌다. 팀워크를 맞추다 보면 하위권에 머물 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Q. 삼성에서 강찬용을 영입할 때 기대한 효과가 있을텐데... 연습을 해보니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 같나?

구단에서 경험 많은 선수를 원했다. 정글러가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포지션이기도 해서 나를 원한 것 같다. 감독님이 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씀하신다. 팀에서 확실하게 중심을 잡아줄 역할을 기대한 것 같다.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삼성에 신인 선수들이 많은데, 확실히 열정적인 연습 분위기가 정말 좋다. 처음 삼성 숙소에 왔을 때 선수들의 노력을 보고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열심히 하는 분위기는 이런거였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CJ 엔투스는 연습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 같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Q. CJ 엔투스에 있을 때는 어떤 문제로 연습에 집중할 수 없었나?

CJ 엔투스는 개개인이 개성이 뚜렷한 선수가 많다 보니, 하나가 되기 어려웠다. 팀 게임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연차가 쌓일수록 서로의 성격을 아니까 문제점이 있어도 그냥 회피했다. 간혹 연습하다가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직접적으로 말은 못하는데, 기분은 좋지 않으니 다른 곳에 어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시간이 지날수록 팀워크가 좋지 않아졌다.



Q. 많은 것이 달라졌다. 팀 동료, 코칭 스태프 등 주변 환경 대부분이 바뀌었는데, 적응은 잘하고 있나?

적응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동생들이 먼저 다가와 장난을 쳤다. 일부러 과하게 깍듯한 척하는 것 있지 않나? "아이고 형님 일어나셨습니까?" 이런 것들 말이다. 웃겨서 어색함이 금방 사라졌다. 다 착하고, 게임을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좋다. 지금 이 자세를 유지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CJ 엔투스때와 다르게 바쁜 일이 있어도 감독, 코치 중 한 분은 연습 시간 내내 뒤에 계신다. 열심히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다. CJ 엔투스는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고 싶은 사람들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끔은 게임을 하기 싫은 날도 있는데, 삼성에서는 주변 분위기 때문에라도 게임을 하게 될 것 같다.


Q. 삼성의 현재 분위기가 본인이 원하던 방향과 같나?

내가 원하던 바다. 굉장히 오랜만에 느껴본다. 나도 최근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Q. 어떻게 보면 '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체력적으로 따라가는데 힘들지 않나?

체력에서는 좀 밀리는 것 같다(웃음). 하지만 연습량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Q. CJ 엔투스가 시즌 후반부에서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연습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두 번째로는 개인의 실력이나, 연습량 문제도 있었을 거다. 이외에도 정말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아쉬움이다. 팀원들의 갈등도 분명히 있었고, 그 탓에 게임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생겼을 거다. 서로 조금만 더 참고, 배려했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Q. 대학 생활과 프로게이머를 일 년간 병행해본 소감이 어떤가?

물론 매일 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문제가 있었다. 학교에 가려면 대회가 없어야 한다. 일산과 너무 멀어서 학교 갔다 오면 하루가 끝났다(웃음). 많이 가지는 못했지만, 연습에 지장은 없었다.


Q. 자신감이 있는 것 같은데, 다음 시즌 목표는 어딘가?

당연히 롤드컵이다. 스프링 시즌에서는 팀워크를 맞추는 데 집중할 것이다. 그 기반을 바탕으로 삼아 섬머 시즌에서 우승해 롤드컵을 노려볼 생각이다. 계속 말하지만, 연습 분위기가 좋아 그대로만 대회에서 발휘한다면 성적은 잘 나올 것 같다.


Q. 이번에 동기가 여러 명 생겼는데, 알고 있던 '헬퍼' 권영재도 있지만 '스티치' 이승주와 '코어' 조용인은 외국에서 활동했는데... 걱정되는 점은 없나?

원거리 딜러 두 명은 솔로 랭크에서 밖에 못 만나봤다. 그때마다 잘한다는 생각을 했다. 만나보니 멘탈도 좋고 마인드도 좋다. 해외에서는 다 같이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분위기가 아니라 한국에 돌아왔다고 하더라. 잘할 것 같아 걱정되지 않는다.

Q.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는데, 계획이 있나?

연습만 하다 보면 날짜 감각이 조금 무뎌진다. 크리스마스가 무슨 요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할 것 같다.


Q. 다음 시즌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지금 대부분 팀이 리빌딩에 들어가 솔로 랭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당장은 개인 기량을 높이고, 다른 팀들이 안정화되면 스크림을 통해 호흡을 맞춰 갈 것 같다.



Q. 같이 몇 년간 생활한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CJ 엔투스는 남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잘할 것 같다. '코코' 신진영과 '스페이스' 선호산도 기량이 좋은 친구들이라 알아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


Q. 팬들이 3명의 선수가 팀을 떠나 상심이 클 것 같은데?

롤 판이 일 년마다 확확 바뀌다 보니 다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비록 CJ 엔투스를 떠났지만, 떠난 선수들에게도 응원 부탁한다.


Q. 4년간 CJ 엔투스 생활을 정리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

우리 팀이 가지고 있던 실력에 비해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 그전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블레이즈 시절에도 우승할 기회를 여러 번 잡았는데도 놓쳐서 안타깝다. 그 많은 기회 중에 한 번이라도 우승을 했으면 선수들 모두 더 좋은 환경에서 게임을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최근 몇 주가 근 2년간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당시에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돌이켜 보면 그러지 못했다. 연습량은 어떻게든 채웠겠지만, 목표를 뚜렷하게 가지지 못했다. 팀을 나오면서 고민이 정말 많았다. 어떤 팀을 가야 할지, 나를 안 받아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프로게이머로서 목표 의식을 가지고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

되돌아보면 팀의 연습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나도 초심을 잃고 목표 없이 게임을 했던 것 같다. 정말 내가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었으면 팀을 빨리 옮겨서라도 더 노력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변화가 두렵고, 점점 나태해져 가는 내 모습을 보고, 변화부터 생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어 바로 팀을 나오기로 했다.

삼성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는데, 이번 시즌에 만족할만한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응원해주시는 기존 CJ 팬들과 삼성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삼성 사무국에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사실 내가 좋은 팀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없었다. 보여준 것도 없고, 하지만 나는 정말 열심히 하는 타입이다. 나를 영입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좋은 성적을 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