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쿠자'라는 전 나진 e엠파이어의 선수-코치를 기억하시나요? '육식 정글러의 아버지'로 불렸던 만큼 화끈한 플레이 스타일과 '현실갱-확찢'등 발언으로 많은 팬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심어줬죠. '현실갱'의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막상 만나보니 의외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친한 형처럼 많은 동생들을 걱정해주고, 자상한 오빠처럼 항상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었습니다.

화끈함과 자상함이 공존하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 섬세한 감각으로 새롭게 OGN 옵저버로 활동하는 '모쿠자' 김대웅을 만나보시죠.




Q. 오랜만이네요. 독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OGN에서 옵저버 활동하는 '모쿠자' 김대웅입니다.


Q. 온라인상에서 '모쿠자'에 관한 다양한 소문이 있더라고요. 무서운-친한 형 같은 이미지가 공존하던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실제 이미지는 어떤가요?

저는 굉장히 '평화주의자'에요. 'Peace'라는 단어를 정말 좋아하고 싸움을 싫어하죠.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웃음). '현실갱'이라는 말은 인터넷상에서 다 장난으로 했던 말이죠. '미드킹' (박)용우나 '인섹'(최)인석이한테 방송에서 짓궂은 장난을 친 적이 있는데,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는 정말 친한 동생이어서 편하게 대한 거에요.


Q. 팬들이 'X확찢', '현실갱'과 같은 무서운 별명을 많이 만들어줬어요. 별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런 별명이 굉장히 좋아요. 그런 이미지를 갖는 것 자체가 저한테 관심이 있다는 것이잖아요. 이미지가 없었다면 인터뷰도 하지 못했겠죠? 팬들에게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 해치지 않아요


Q. '육식 정글러의 아버지'로 불리는 만큼 명언이 많더라고요. 정글러의 10계명과 "룬이 바뀐다고 티어가 바뀌지 않는다"등의 말로 유명하시네요.

당시 유저들이 저의 LoL 공략법을 원하더라고요. 이것저것 방송에서 나눠서 말했는데, 어떤 팬분이 정리해서 10계명이라고 요약해줬어요. 팬들이 자극적인 방송을 좋아해서 강렬한 말을 남기기도 했죠. 룬과 티어 이야기는 예전에 룬 페이지 두 개로 솔로 랭크 1위를 기록했을 때 한 말이에요.


Q. 정글러의 10계명은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하나요?

메타가 많이 바뀌어서 10계명을 따른다면 브론즈나 실버에 있지 않을까...'망한 라인으로 가지 말아라'는 그래도 아직까지 유효한 것 같아요(웃음).


Q. 한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선수 생활을 그만뒀어요. 다시 나진 e엠파이어로 복귀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병원에 있을 때 밖에도 못 나가고 너무 답답했어요. '병원을 빨리 나가고 싶다', '안 아프고 싶다'는 의지로 병이 나은 것 같아요. 원래 성격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해요. 오죽했으면 링겔을 맞으면서 병원에 있는 PC로 LoL을 하기도 했죠.

퇴원하고 나서는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현 프로게이머만큼 연습량을 소화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나진 이석진 대표가 코치직을 제안해줘서 다시 나진 e엠파이어로 복귀하게 됐죠. 다시 게임 관련 일을 할 수 있게 돼 정말 기뻤어요.




Q. 요즘 '피넛' 윤왕호를 비롯해 전 나진 e엠파이어 시절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고 있네요. 잘할 거라고 예상한 선수가 있었나요?

저는 '피넛'을 봤을 때부터 성공할 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게임의 노력과 재능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저는 재능이 98%, 노력 1%, 성향 1%라고 생각해요. 노력 1%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연습량이 필요하지만, 재능이 그만큼 중요하죠. 성향은 선수가 공격적인가, 방어적인가를 말해요. '피넛'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투부터 플레이까지 모두 공격적이었어요. 예전에 게임을 잘했던 '막눈' 윤하운을 보는 느낌이 들어서 연습생으로 데리고 왔죠. 프로 무대에 데뷔할 당시 메타가 굉장히 방어적이었어요. 정글러도 그라가스, 세주아니 등 단단한 챔피언이 유행하던 시기라 빛을 보지 못했죠. 지금은 자신이 활약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 같아서 제 기분이 좋네요. 락스 타이거즈 선수들과 호흡도 잘 맞는 것 같고요.


Q. 많은 선수들의 연습 생활을 지켜봐 왔잖아요. 앞으로 더 잘 되길 바라는 선수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지금 락스 타이거즈에서 활약 중인 '쿠로' (이)서행이와 '고릴라' (강)범현이가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나진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착하다고 생각하는 두 명이에요. (조)재걸이는 성격이 정말 좋아서 중국 가서도 잘 됐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현 롱주 게이밍에서 활동 중인 '퓨어' (김)진선이는 주전으로 경기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불만 없이 게임에 올인하는 모습이 정말 멋진 친구예요.


Q. 나진 e엠파이어가 해체하고 사실상 새로운 팀이 됐잖아요. 당시 아쉬웠던 점이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 나진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기분이 어떻냐고 물어봤어요. 나진이 항상 롤드컵에 갔는데, 2015년에는 가지 못했네요. 막상 롤드컵에 못 가게 되니 이제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죠. 그래서인지 해체할 당시 크게 미련이 남진 않았어요.

팀을 밝힐 순 없지만 감독 자리로 제안이 오기도 했어요. 그동안 가족을 챙길 여유가 없었고 이제 어느 정도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Q. 채우철 감독님과 함께 오랫동안 생활했어요. 이제 콩두 몬스터를 맡은 채우철 감독님에게 한마디 한다면?

(채)우철이가 저를 너무 좋아해서 요즘에도 자주 연락해요. 우철이랑은 자주 연락해서 특별히 할 말은 없네요. 저는 그저 우철이가 그만 울었으면 좋겠네요. 굉장히 감성적이고 '감성 센도'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에요(웃음).

▲ OGN 옵저버로 새롭게 도전하는 모쿠자



Q. 새롭게 옵저버로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선수-코치를 안 하면 사실상 할 게 없어요. 게임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싶지만 찾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게임을 그만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마침 OGN PD님이 저한테 연락이 왔고 바로 테스트를 보고 옵저버로 활동하게 됐죠.


Q. 옵저버로 활동하면서 새롭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씀하셨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배웠나요?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롤챔스를 볼 때, 솔로 킬이나 한타 장면만 집중해서 봐요. 그런데 옵저버는 경기 전반의 흐름을 다 읽어야 해요. 옵저버를 하게 되면 10명 선수의 경기 진행 방법을 다 볼 수 있어요. 정글러는 정글 사냥 루트, 라이너는 딜 교환 방법, 솔로 킬 각 등을 보면서 많이 배워요. 맵에 시야 장악을 할 때 어떤 이유에서 그런 플레이를 했는지 생각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선수-코치 시절에는 좁은 시야로만 경기를 분석했지만, 이제 넓은 시야로 게임 전반을 봐서 제 게임 인생에 참 큰 도움이 되는 직업 같아요.


Q. 옵저버가 세세하게 중요한 장면이나 아이템을 잡아준다는 호평이 많이 있더라고요.

제 화면을 시청자들도 다 보는 거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건 화면을 잡으려고 해요. 예를 들어, 미드 라이너가 공격 아이템을 가야 하는 시점에서 '존야의 모래시계'를 구매했으면 화면에 잡아줘요. 프로들이 많은 분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틀을 깨고 예상 밖의 플레이를 선보일 때가 있죠.




Q. 옵저버 역할을 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부분이 있나요?

제가 이제 롤챔스 스탭이 됐잖아요. 롤챔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질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고생하면서 생방송을 준비하더라고요. 생방송인 만큼 리허설부터 철저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선수 때는 이렇게 고생하는지 몰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선수 시절에 '제작팀에게 커피 한 잔이라도 돌릴걸'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요.


Q. 지금까지 선수-코치-옵저버로 다양한 활동을 하셨네요.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솔직히, 저는 LoL 말고도 다른 게임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물론, 나이가 들어서 '피지컬'이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 프로로 더 해볼 생각도 있어요. 코치와 감독 등 어떤 것을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그냥 게임과 관련된 직업만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자신 있어요.

주변 분들이 게임 관련 직종의 비전에 관해 물어봐요. 제가 돈을 원한다면 어려서부터 게임 외에 한우물만 파면서 살았겠죠. 하지만 저는 게임 관련된 일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정말 행복해요. 제 친구 중에 돈을 잘 버는 친구들이 있지만, 정말 하나도 부럽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다시 중,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도 게임을 선택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게임판에 들어오면서 존경하는 형이 한 분 생겼어요. 전 (박)정석이 형이 정말 존경스럽더라고요. 정말 흐트러짐 없고 '정석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요. 자신의 소신을 잘 지키고, 선수-코치진이 힘들어하는 점을 먼저 나서서 말해주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런 게 '진짜 감독님의 모습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나중에 감독이 된다면 정석이 형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만약에 상대 팀으로 만나게 된다면 쳐부수고 싶기도 하네요(웃음)

그리고 제가 아플 당시에 많은 팬들이 저에게 헌혈증을 기증해줬어요. 인벤 유저분들에게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아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현재는 병이 거의 완치된 상태로 헌혈증이 어느 정도 남았어요. 팬들의 고마운 마음 절대 잊지 않고 헌혈이 필요한 곳에 전달하려고 해요.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아암, 백혈병 환자에게 쓰일 수 있도록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헌혈증을 기부하기로 했죠. 헌혈증을 기부해주신 모든 분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은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저처럼 빨리 나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인벤팀은 '모쿠자' 김대웅 옵저버와 함께 '모쿠자&인벤 유저'라는 이름으로 98장의 헌혈증을 2월 29일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전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