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SKT T1과 삼성 갤럭시간의 맞대결로 펼쳐진 결승전을 끝으로, 2016 LoL 월드 챔피언십의 모든 일정이 종료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계속해서 펼쳐졌기에, 한 치 앞을 읽기 힘들 정도였죠. LoL 팬들을 위한 최고의 무대인 만큼, 수많은 이슈와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을 낳은 대회였습니다.

세계 최고 레벨의 선수들이 맞붙었기에, 최고였던 2016 롤드컵. 대회가 남긴 진한 여운이 가기 전, 5개의 키워드를 통해 2016 롤드컵을 뜨겁게 달군 이야기들을 되돌아 봅시다.

▲ 수많은 이슈를 낳은 흥미진진했던 2016 롤드컵!


[Unexpectations] 이변 - 와일드카드의 선전과 TSM의 부진!

대회 시작 전, 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이 전반적인 대회의 흐름을 예상하곤 합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여러가지 예측이 나왔으나, 공통된 의견은 존재했습니다. 바로 '와일드카드' 지역이 높은 스테이지까지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예측이죠. 실제, 역대 롤드컵을 놓고 봐도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진출한 팀들의 성적이 그렇게 좋지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예측이 박살났습니다. 엄청난 경기력으로 ANX가 조별 예선 2위를 차지하며 8강에 진출합니다. 이는 와일드카드 최초이자, 최고의 성적이죠. '1승이라도 할 수 있을까?'라는 평가를 받았던 ANX는, 유럽과 북미팀을 때려잡은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고의 리그 LCK의 챔피언인 ROX 타이거즈까지 잡으며 돌풍의 핵이 되었습니다.

▲ '언더독은 패배자가 아니다' 리크릿트의 이 한마디는 진짜 멋졌다.


엄청난 경기력으로 유쾌한 반전을 선사한 ANX.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유쾌한 반전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2016 롤드컵의 개최지, 미국. 북미 팬들의 LoL 사랑은 보통이 아닙니다. 그도 그럴게 LoL이 시작된 곳은 미국이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팬들의 관심과는 별개로, 북미는 롤드컵에서만큼은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라이벌인 유럽에게 번번이 패했고, 중요한 순간마다 중국과 한국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라는 관측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근거는 'TSM'의 비약적인 실력향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16년의 TSM은 그 어느때보다 '강하다'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역대 최강의 북미팀, 게다가 경기가 펼쳐지는 곳은 자신들의 홈그라운드인 미국. 북미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죠.

많은 기대를 모은 북미의 자존심 TSM. 하지만 결과는 여러분들이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TSM은 그룹 스테이지 조차 뚫지 못했죠. 반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었다는 라이벌 유럽은 4강까지 진출, 북미 팬들의 속을 더욱 쓰리게 만들었습니다.

▲ 북미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TSM



[HERO] 영웅 - 서포터,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다!

'자애, 그리고 헌신'

바로 서포터를 대표하는 수식어입니다. 서포터는 예전부터 다른 포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자리였습니다. 물론, 화려한 슈퍼 플레이를 펼쳤던 '매드라이프' 홍민기나, 지능적인 플레이로 판을 짰던 '마타' 조세형과 같은 선수들도 있었지만, 이러한 인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죠.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까웠던 서포터. 그러나 이번 롤드컵에서는 아니었습니다. 전면에 나서서 강력한 딜링으로 미드라이너 이상의 존재감을 선보여, '영웅'이 되는 경기가 자주 나왔습니다. 특히, '코어장전' 조용인이 잘 다루었던 딜링형 서포터 자이라는 봇 라인 조합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딜링형 서포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죠. 바로 이번 대회 돌풍의 핵심, ANX의 서포터 '리크릿트'의 브랜드입니다. 그의 브랜드는 미드라이너급의 딜량을 기록하며 협곡을 지배했습니다. 솔로 랭크에서만 통할 것 같던 '모든 적을 제거하면, 그게 아군을 지키는 것'이라는 신개념 서포팅을 선보인 리크릿트. 혁명적이었습니다.

▲ 적을 다죽이면, 그게 아군을 지킨 게 아닐지?! (영상출처: OGN)


롤드컵 4강전. 정점에 있는 두 팀이 만났습니다. SKT T1 vs ROX 타이거즈, 작년 결승 매치가 이번엔 4강에서 성사되었죠. 이 경기가 갖는 무게감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두 팀 모두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팀이기에, 사실상 이 경기가 미리보는 결승전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중요한 경기. ROX 타이거즈의 서포터 '고릴라' 강범현이 칼을 뽑아듭니다. 그가 선택한 카드는 미스 포츈. 서포터 미스 포츈은 연구 단계에서 좌절된 바 있는데요, 락스는 이 중요한 무대에서 과감하게 미스 포츈을 서포터로 기용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답이었습니다. 미스 포츈은 SKT의 자이라를 완벽하게 제압하고, 봇 라인을 승리로 이끕니다. 이후에도 광역 보조딜러로 쏠쏠하게 활약했죠.

물론, 이 여파로 인해 현재 솔로 랭크는 혼돈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하나같이 '롤드컵에서 고릴라하는 거 못봄? 엄청 좋음!'이라고 미스 포츈을 락인하곤 하죠. 비록 작은 부작용(?)이 생기긴했지만, 정말 재미있고 강력했던 픽이었던 것 같습니다.

▲ 롤드컵의 영웅이자, 솔로 랭크의 재앙이 된 미스 포츈 서포터! (영상 출처: OPLOLReplay)


[Gap] 갭 - (한국 팀 간의) The Gap is Closing!

'The GAP is closing!'

이번 롤드컵을 강타한 한마디입니다. 모든 팀들이 상향 평준화되어, 실력차이가 줄어들었다는 뜻인데요. 실제로 약팀이라고 평가받던 와일드카드 지역이 선전하는 등, 각 지역간의 간극이 좁혀지는 느낌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다만, 정작 중요한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는데요. 바로 한국팀과 세계팀과의 간격입니다.

사실, 라이엇 게임즈는 한국팀을 견제하기 위해 많은 준비작업을 가졌었습니다. '라인 스왑 방지'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라인 스왑은 한국팀이 가장 잘 하는 운영인데요. 다른 국가의 팀들은 대응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 팀과 세계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라이엇은 패치로 라인 스왑에 페널티를 부여하여 한국 팀의 날개를 꺽으려 했습니다.

라이엇의 '갭 줄이기' 대작전. 하지만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라인 스왑'은 분명 한국팀이 잘하는 운영이지만, 더 잘하는 게 있었으니까요. 바로 '맞라인전'입니다. 라인스왑을 통한 변칙적인 운영싸움이 어려워지자, 한국팀은 순수하게 힘으로 상대를 제압했습니다. 4강전에 모든 한국팀이 진출했고, 결과적으로 세계와 한국의 간격은 더욱 벌어졌습니다.

▲ '갭 줄이기'를 위한 LCK 저격 패치. 물론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줄어든 갭도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팀들 간의 간격입니다. 한국팀들이 맞붙는 경기는 모든 경기가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이었습니다.

단순히 경기만 길게 한 것도 아닙니다. 경기 수준 또한 엄청났습니다. 한국팀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세계 무대에서 펼치며, LoL 팬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습니다. '응원하는 팀이 없어도 LoL이 재미있을 수 있구나'하는 사실을 세계 팬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었죠.

한국과 세계의 갭은 줄지 않았지만, 한국팀간의 갭은 줄어들었던 롤드컵. 덕분에 눈호강 한 번 제대로 했네요.

▲ 한국팀간의 줄어든 갭은 대회를 꿀잼으로 만들었다.


[Proof] 증명 - '대진운'이 아님을 스스로의 경기력으로 증명한 삼성

치열한 선발전을 뚫고 롤드컵 진출권을 따낸 삼성 갤럭시. 롤드컵 선발전에서 보여준 기량은 놀라웠지만, 함께 진출한 LCK 챔피언 ROX나, 월드 챔프 SKT T1에 비하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게다가 편성된 조도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삼성이 배정된 조에는 TSM과 RNG가 속해 있었죠. 그러나 삼성은 이겨냈고,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 성공합니다. 한국팀들이 모두 1위를 차지했기에 대진운만 좋다면 한국팀과 맞상대하지 않고 결승까지 올라갈 확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행운의 주인공은 삼성이 되었습니다.

▲ 삼성에게 어느 정도의 대진운이 따라준 것은 사실이었다.


한국팀을 만나지 않게된 삼성은 예상대로 결승까지 별 어려움없이 오릅니다. 반면, 삼성의 결승전 맞상대인 SKT T1은, 난적 ROX 타이거즈를 힘겹게 물리치며 힘들게 결승전에 진출했죠.

이에, 일부 팬들은 '삼성은 대진 운으로 올라온 것'이기에 SKT T1의 상대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 SKT T1과 ROX의 대결은, '이 이상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로 대단했고, 이 전설적인 맞대결의 승자인 SKT T1이 맞상대였으니까요. 삼성 팬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 한편으로는 전혀 이해가 안될 정도까진 아니었습니다.

▲ SKT T1에 비교한다면, 삼성은 분명 결승에 손쉽게 올랐다.


3세트 초반까지는 앞서 말씀드린 부분들이 현실화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1세트 멋진 모습을 보여준 삼성이지만 결국엔 패했고, 2세트는 허무하게 뺏겨버렸으니까요. 거기다가 3세트 역시 SKT T1이 큰 격차를 벌리며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호락호락 무너지지 않습니다.당장 포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은 의지는 희망으로 이어졌고 대역전극을 만들어냅니다. 이후, 4세트까지 따내며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 SKT T1과 끝장 승부를 펼칩니다.

비록 삼성은 5세트에서 SKT T1에게 패하고 맙니다. 하지만 삼성이 보여주었던 놀라운 경기력은, 삼성을 그저 '대진운이 좋은 팀'이라고 말했던 팬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역대 최고의 롤드컵 결승전을 만들어낸 삼성.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네요!

▲ 경기력으로 대진운 논란을 잠재운 삼성. 이후의 행보가 기대된다


[Dynasty] 왕조 - 3회 우승 금자탑을 세운 SKT. '절대 왕조'를 구축하다.

SKT T1. 어떤 수식어로 이 팀을 표현하면 좋을까요? 제가 볼 때는 이제 역으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이제 SKT T1에게 무언가 수식어를 달아주기보단, 강한 게임단에게 '마치 SKT T1과 같다'라는 말이 더 어울릴듯 합니다.

'디펜딩 월드 챔프'인 SKT T1이 2016년에도 월드 챔피언을 차지했습니다. 이로서 SKT T1은 롤드컵 우승 3회, 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달성한 팀이 되었습니다. 챔피언으로 오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페이커' 이상혁이 인터뷰를 통해서도 말했듯, 그 어떤 대회보다 어려운 대회였습니다.

상대는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습니다. 특히, 직전 시즌 LCK 챔피언 ROX는 정말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SKT T1보다 더 강하다고 평하는 팬들과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SKT T1의 전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월드 챔프를 따냈던 멤버들이 이탈하고, SKT T1의 심장인 '페이커' 이상혁과 '벵기' 배성웅의 경기력이 예전만큼은 아니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죠.

그러나 SKT T1은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시 한 번 보란듯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 또다시 월드 챔프에 오른 SKT T1


스포츠에서 한 팀이 연속해서 '월드 챔피언'을 차지하는 경우가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정점에 오르고 커리어가 쌓일수록, 선수들의 동기부여는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제 이룰 것도 없고, 유일한 상대는 자기 자신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SKT T1은 달랐습니다. 이미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업적을 이루고, 정점 중에서도 최정점에 오른 상태지만, 그들은 여전히 승리를 갈구하며 끊임없이 발전해왔습니다. ROX와 펼쳤던 4강전 4경기는 SKT T1의 강함을 가장 잘 나타낸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벵기' 배성웅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니달리' 픽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벵기는 지금까지 '분명 최고의 정글러지만 단독 캐리력만큼은 부족한 선수'라는 꼬릿말이 붙어다녔던 선수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벵기에게는 오히려 좋은 말이었습니다. 부족한 게 있다는 건, 반대로 이것만 보완한다면 더 발전한다는 것을 뜻하는 거니까요. 그렇게 벵기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여 더욱 완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뭉쳐 SKT T1을 더욱 단단하고, 무섭게 만들었습니다.

'절대왕조'를 구축한 SKT T1. LoL 역사상, 아니 e스포츠 전체를 통틀어도 이만한 커리어를 갖출 팀이 또 나올 수 있을까요? 더욱 무서운 건, 이 팀의 전설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입니다. 과연 SKT T1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그들의 발걸음은 하나하나는 새로운 역사가 됩니다.

▲ SKT T1의 전설은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