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흔한 광경이 되었지만, 'Huhi' 최재현이 'Team Fusion' 소속으로 NA LCS에 데뷔했을 때만 해도 NA 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는 꽤 드물었다. 2014년까지는 해외 리그보다 LCK에서 무언가를 해내려는 선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Huhi'의 해외 리그 진출은 빨랐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그는 NA LCS에서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 선수 중 하나가 되었다. 그가 입단하고 나서, CLG는 두 번의 리그 우승을 거두었고,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 두 번이나 출전했으며, MSI에서도 2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사실상 CLG 제2의 전성기를 함께 이뤄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NA LCS의 1라운드가 한창 진행되던 중. 경기장 한편에서 'Huhi'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6승 2패의 준수한 성적으로 시즌을 진행중인 CLG의 미드레이너 Huhi. 그는 지금의 리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CLG, '후히' 최재현


Q. 이번 스플릿에서 상위권 팀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이번 시즌은 좀 어떤가?

지난 시즌까지는 멤버 교체 없이 최장기간 팀이 이어졌다. 이번 시즌부터 정글러가 새로 들어오면서 팀워크를 맞추고 있는데, 정글러의 플레이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초반 경기 운영이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후반까지 경기를 끌고 가서 이기는게 주력이었다면, 요즘엔 초반에 승기를 잡고 스노우볼을 굴리려 한다.


Q. 현재 가장 경계하는 선수가 있는가? 라인에서 상대하고싶지 않다거나, 힘든 상대 말이다.

선수로서는 미드레이너보다 'Team EnVyUs'의 정글러 '리라'가 가장 까다로웠다. 우리 팀의 정글러도 초반부터 상대를 찍어누르려는 육식 성향의 정글러다 보니 정글 싸움이 굉장히 치열하게 붙었다. 정글러가 언제 싸움에 개입할지 모르니 그걸 신경쓰다가 CS를 놓치곤 했다. 미드 라이너들 중에서는 그렇게 의식되는 선수는 없는 것 같다.


Q. '아우렐리온 솔'로 이번 시즌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어쩌다가 '아우렐리온 솔'을 주력으로 삼게 되었나?

일단 내가 챔피언을 고르는 기준에 외모가 들어간다. 잘생기거나 예쁘게 생긴 챔피언을 꽤 좋아하는 편인데,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그런 외모를 하고 있으면서 나와 잘 맞는 챔피언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아우렐리온 솔'이 나왔다. 용 아닌가 용. 일단 외모에 혹했고, 플레이해보니 내 플레이 스타일과도 꽤 잘 맞았다. 로밍도 편하고, 라인 클리어도 편하다. 쉽게 말해 외모와 스타일 전부를 잡았다. 그렇게 애착이 생기다 보니 게임 메타와 관련 없이 자신있게 다룰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우렐리온 솔'은 정글러와 소통이 원활할 때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뭐 그것도 그렇지만, 일단 난 아우렐리온 솔로 플레이하면 마음이 편하다.



Q. 이번 스플릿에 유독 상위 팀과 하위 팀의 승률이 격하게 갈렸다.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로스터 변화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 면면을 보면 참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서로간에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코치진의 변동도 있고 하니 코치진과 팀원간의 시너지도 잘 끌어내지 못한것 같고...

매 시즌 보면 한두팀은 그런 것 같았다. 아무래도 LCK는 시즌 도중 로스터가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나. NA LCS에서는 굉장히 흔한 일이다 보니 처음엔 굉장히 신기하기도 했다.


Q. NA LCS에 한국인 선수와 코치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이들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

볼때마다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야 영어권에서 오래 지냈고, 외국 생활이 익숙하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적응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만 쭉 살다가 갑자기 NA나 EU로 가서 생활한다는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닐 거다. 실제로 한국에서 온 선수와 코치들이 영어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도 많이 보았고, 향수병을 앓는 것도 보았다. 그들도 오기 전에 각오했을 거다. 그럼에도 해외 리그에 도전하는 것을 보며 참 굳건한 도전 정신을 느꼈다.

동시에 NA 리그의 생태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건, NA 리그에서 현지 신인을 기용하는것을 보기 더 어려워졌다는 거다. 원래 NA팀들이 대체적으로 신인을 잘 안뽑기는 한다. 이미 검증된 선수들을 데려오는 것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더 효율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해외 리그에서 선수들을 들여오는 것이 익숙해지다 보니 그나마 들어오던 신인들도 더 보기 힘들어진 느낌이다.

▲ 외국인 용병들의 영입이 북미 출신 신인들의 데뷔를 막을 수도 있다


Q. 현재 NA LCS에서 현지 미드레이너를 찾기 참 어려워졌다.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미국 솔로큐에도 잘하는 미드라이너는 굉장히 많다. 프로의 시선에서는 부족해보일지 몰라도,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게이머들이다. 이들에게 팀 게임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면, 뛰어난 신인이 될 확률이 충분히 존재한다.

일단 커뮤니케이션의 부분에서 현지 선수가 외국인 선수에 비해 훨씬 유리하지 않나. 사고 방식이나 자라온 환경, 그리고 문화 같은 면에서도 팀과 동화되기 훨씬 쉬울 거다. 정서 공유도 편하고, 팀 게임을 맞추기도 더 편할 테니 말이다.


Q. CLG를 응원하는 팬들이 굉장히 많다. 지금도 CLG를 응원하고 있을 여러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번 시즌 들어서 CLG는 더 단단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 우승은 당연한 것이고 월드 챔피언십 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경기에서 조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최송하게 생각하고, 더 나은 해답을 찾아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