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비를 기획할 때 이미지는 귀여운 여자 후배였습니다. GEE와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를 때의 소녀시대가 그 롤모델이었지요.'


5월 31일, NDC2011의 강연장에 선 '이비의 어머니' 최은영 선임 연구원은 당시를 추억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액션성이 중심인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유일하게 마법을 사용하는 캐릭터, 뾰루퉁한 표정과 눈웃음으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든 이비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본래 이비는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카이와 카록 다음의 다섯번째 캐릭터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최근 개발팀이 올해 말 카이의 등장을 예고한 것으로 볼 때 예정대로였다면 아직 이비는 등장하지 않았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비는 카이와 카록을 재치고 세번째 캐릭터로 등장하게 되었던 것일까?


"마비노기 영웅전 런칭 이 후에 액션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유저들의 접근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존의 피오나와 리시타는 너무 액션에 치중하여 컨트롤이 어려웠지요. 그래서 액션게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흥미가 생길 수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여 그 해결책으로 이비가 먼저 개발되었습니다."


액션게임 외 다른 장르를 선호하는 유저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다는 이야기. 그렇게 다른 캐릭터들을 재치고 먼저 개발이 시작된 이비였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우선은 이비 이 전에 이미 피오나라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있었다는 것. 그래서 터프하고 섹시한 피오나와 다른 이미지를 갖게 하기 위해 이비는 귀엽고 외향적인 이미지로 결정되었다고 말했다. 소녀시대라는 구체적인 롤모델을 정한 이유는 비전 이미지가 명확할수록 작업이 수월하고 모션도 쉽게 나올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게 개발이 시작된 이비에서 중점을 두고 작업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최은영 선임 연구원은 귀여움에도 다양함이 있어 그 중 어떤 귀여움을 표현할 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결국 사람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얼굴에 집중하는 것을 이용, 마네킹같은 얼굴이 아닌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표정에 중점을 두고 개발하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고초를 겪고 드디어 등장하게 된 이비. 하지만 등장 이 후에도 고비는 계속되었다. 이비는 원거리에서마법을 사용하여 공격을 하는 캐릭터인데 당시 콘텐츠였던 에피소드 3까지의 보스들은 이러한 공격에 대한 패턴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몬스터들이 원거리 공격에 너무 취약해지자 개발팀은 계속해서 이비를 하향하였고 결국 밸런스가 맞지 않는 수준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또한 유일하게 힐링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라서 파티에서 계속해서 힐링을 강요받는 것도 문제였다고 한다. 긴박한 전투에 항상 보스를 주시하고 있어야 하는데 힐링을 강요 받다보니 파티원과 자신의 체력에 신경 쓰느라 전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개발팀은 이러한 이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배틀사이드라는 2차 무기를 개발하게 되었다. 배틀사이드는 낫 형태의 거대한 무기. 기존 이비의 화사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강력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배틀사이드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배틀사이드 이비는 기존의 액션과는 다른 드레인과 릴리즈 공격을 사용합니다. 이는 사실적이고 무거운 공격을 원하는 디렉터와 마법을 사용하는 미소녀 이미지를 원하는 유저들의 의견을 절충한 것이었습니다. 일반공격은 사실성있게 하고 스매시는 마법 형태의 공격을 사용하도록 개발되었죠.


배틀사이드 이비는 화려한 박력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모션을 약간 과도하게 제작했습니다. 일본 2D 애니메이션과 같은 타이밍으로 작업되었어요."






이렇게 해서 등장하게 된 이비의 2차 무기 배틀사이드. 신선한 액션을 주기 위해 일반공격은 1/2차 무기가 같았던 전례를 깨고 완전히 새로운 모션으로 등장하였다. 유저들의 반응은 좋았고 그렇게 이비는 자리를 잡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만족할 수 없었던 최은영 선임 연구원. 그녀는 배틀사이드 역시 기존 이비의 단점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스태프 이비 대 개편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배틀사이드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었어요. 계속해서 어려운 난이도의 레이드는 등장하지만 거기에 맞는 생존기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젬을 사용하는 마법 시스템에 한정된 퀵슬롯으로 인해 업데이트를 하기도 매우 어려웠습니다.


결국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스태프 이비의 전면 대 개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어 다시 한 번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 이비. 스태프 마법 대 개편에서 목표로 세웠던 것은 마법의 다양함과 확장 용이성이었다고 한다.


"우선 마법 사용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꿨습니다. 퀵슬롯이 문제라면 확장이 가능하게 혹은 아예 안써도 되도록 하자고 생각했지요.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그 중 다단계 차징 방식이 영웅전과 맞다고 판단했고 그것이 발전하여 지금의 집중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힐링의 경우 이것에 너무 신경을 써서 전투를 즐기지 못하는 현상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투 중 한 번 설치하면 다른 플레이어의 눈치를 안 봐도 되는 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이 외에도 영웅전만의 특징을 살려 개발한 스태프 이비의 생존기 '마나앰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본래는 지금의 형태가 아닌 둥근 원 형태도 테스트 했었고 골렘 소환 시 그 재료가 되는 아이디어도 있었다고 한다. 많은 논의 후 지금의 형태로 완성되었으나 스킬 자체가 물리 오브젝트인지라 예상치 못한 예외 상황이 많이 발생하여 맵 디자이너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도 남겼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기존 유저들의 이비에 대한 건의를 대부분 수용할 수 있었고 퀵슬롯에도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또한 집중에 사용 가능한 빈 자리가 10개나 있어 앞으로의 업데이트도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쉽지 않았던 이비 개발 과정을 통해 그녀가 말해주고 싶었던 내용은 무엇일까? 최은영 선임 연구원은 이비 개발의 특징을 크게 4가지로 이야기했다.


첫번째는 구체적으로 비전을 명시하여 작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었던 것. 두번째는 꾸준한 프로토 타이핑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 세번째는 프로그래머의 도움 없이 액션을 생산해낼 수 있는 스테이트 시스템.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화에 도전한 용기와 그런 자신을 도와준 팀원들의 열정이라고 말했다.


이 4가지 요인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비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하며 '이비의 어머니' 최은영 선임 연구원은 이비의 탄생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 날의 세션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