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 라이브 1본부 라이브 4실 카트팀 김진수 글로벌팀장

우리는 누구나 새로운 게임을 접할 때 초보가 된다. 게임의 장인 프로게이머에게도 초보 시절은 있기 마련. 게임에 잘 적응해서 고수가 될수도 아니면 적응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 단계가 바로 '초보'다. 그래서 게임 기획자 입장에서는 초보들이 게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짜야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KGC2012 마지막날인 10일 넥슨 김진수 글로벌팀장의 '초보를 위한 기획' 강연이 기획자를 꿈꾸는 이들의 발길을 잡았다. 흥미로운 만큼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기획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큼 강연장은 앉을 곳 없이 사람들로 빽빽했다. 김진수 팀장은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며 흥미로운 강연을 시작했다.

▲흥미로운 강연 주제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 기획을 시작하기에 앞서... 누가 초보일까?

초보를 위해 기획을 하기위해서는 우선 초보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을 두고 초보라고 할 수 있을까? 게임마다 컨텐츠의 한계가 다르고, 최종 요구치 역시 천차 만별이다. 김진수 팀장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었다.

"여기 두 분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갓 아이를 낳은 부부, 그리고 동생을 가진 소녀. 아기의 울음을 듣고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해서 누가 더 잘 아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소녀입니다. 더 많은 사회 생활을 했고, 나이도 많은 부부지만 아기를 길러본 경험에서는 소녀가 더 앞서는 것이지요. 초보도 이와 같습니다. 초보란 현재 상태에 당장 익숙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초보에 대한 기준이 잡혔다면 본격적으로 초보를 위해 기획을 짜야 한다. 김진수 팀장은 카트라이더는 처음에 라이센스를 두고 채널을 구분했다고 말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라이센스 시험을 칠 수가 있었고, 통과를 하면 높은 단계의 라이센스로 '레벨업'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캐쥬얼 게임의 특성상 경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실력에 따른 승패가 중요했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라이센스의 중요도가 사라졌다. 초보 단계에서 루키가 되면 자신보다 잘 하는 사람들과 경쟁해야 했고, 실력에서 밀리다 보니 패배를 거듭했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잘하는 사람과 굳이 경쟁하지 않고, 루키 채널에 머무르는 폐해가 생겼다.


유저들의 플레이 히스토리는 실력의 척도가 아니다. 같은 게임을 하더라도 누군가는 빨리 익히는 반면에 누군가는 익히는게 더딜 수 있다. 아이템전만으로 레벨을 올린 유저는 스피드전을 하게 되면 자신의 레벨 구간보다 뒤떨어지는 실력에 좌절한다. 결국, 레벨업을 꺼리게 되고, 자신의 레벨에 안주하려는 '레벨 감옥'에 빠지게 된다.

김진수 팀장은 이같이 카트라이더의 사례를 예로 들며 초보에게 일반화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사람은 모두가 같지 않습니다. 발전이 빠른 사람이 있는 반면, 발전이 느린 사람도 있습니다. 저와 같이 발전이 없는 사람도 있지요. 이렇게 사람마다 발전 가능성이 다른데 같은 능력을 두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초보에 대한 일반화는 위험합니다. 어느 기준을 그어 놓고 여기까진 초보, 넘어서면 베테랑이라고 정의짓는 것은 위험합니다."


■ 초보에게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5의 법칙'

인간의 발달 속도에 비해 인간의 뇌는 크게 진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화면과 현실을 크게 구분하지 못 한다. 게임을 하며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거나, 드라마를 보면서 실제처럼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 이유이다. 따라서 적절한 학습 단계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심리학 교수 조지 밀러(George A. Miller)박사에 따르면 평균적인 사람의 기억력은 7가지 이상을 기억할 수 없다고 했다. 김진수 글로벌팀장은 초보를 위한 기획에 있어서 7가지도 많으며, 5가지를 동시에 기억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트라이더 레이싱의 즐거움은 추월하여 이기는 것과 레이스에서 최종 우승하는 것입니다. 팀전이 있긴 하지만 나의 즐거움이 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카트라이더와 같이 오래된 게임은 한 화면에 들어오는 정보에서 많은 것을 익혀야 합니다. 이렇게 많은 정보는 초보에게는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를 타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선 부스터의 충전 부분에 대한 부담감을 감소 시키기 위해 '포뮬러 모드'를 개발했습니다. 기존 자신의 실력으로 부스터를 모으는 방식에서 다른 유저를 쫓아가기만 해도 부스터가 모이게끔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고 나니 카트라이더 최초로 혼자서 멀티 플레이가 가능했으며, 기존 유저 및 신규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게 되었습니다."


부스터, 미니맵, 아이템과 같은 여러 상태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다른 유저를 의식하고, 드리프트를 하기 위해 여러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기본 모드에 비해 최소한의 것만 남긴 포뮬러 모드는 초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결과 포뮬러 모드는 기존 서비스 국가에서는 25%, 신규 서비스 국가에서는 4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김진수 팀장은 기존의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 이상으로 새롭게 기획할 때 초보를 고려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보가 이해하기 쉽다는 것은 모든 유저들이 이해하기 쉽다는 얘기. 주요행위와 거기에 따른 차기단계, 이전학습에 대한 반복과 기타 사항을 4:3:2:1의 비중을 두고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면 충분히 익힐 수 있도록 안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익힐 수 있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김진수 글로벌팀장이 카트라이더 플랜트 시스템을 최초 기획하였을 때에는 한 화면에 노출되는 정보가 많았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 만들어진 화면에서 불필요한 것은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것만 강조를 하게끔 수정을 거듭한 결과 플랜트 시스템 이용률은 10%에서 50%로 증가했다.

초보를 위한 기획은 신규 유저뿐만이 아니라 기존 유저들에게도 적용되는 부분이다. 이는 오래된 게임이 다시 유저들에게 관심 받게 되는 계기가 되며, 신규 유저뿐 아니라 떠났던 유저들도 다시 플레이 할 수 있는 흥미거리를 제공한다. 모두를 위한 기획, 그것이 바로 초보를 위한 기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