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면서 실제와 다름 없는 군함을 보고 있자면 탄성이 나오게 된다. 또한 어떻게 구현했을지 많은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는데, 다행히 오피스 투어 중 3D 그래픽 기술 수석 알렉산드르 조티코프를 만날 기회도 있었다.

그를 만나 군함의 3D 그래픽으로 제작되는 과정 뿐만 아니라, 게임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오브젝트들, 실제감을 살리기 위해 어떠한 작업을 하는지 등 여러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유저가 만족할 수 있게 디테일을 추구한다! 알렉산드르 조티코프

Q. 반갑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알렉산드르 조티코프(Aleksandr Zotikov)다. 워게이밍 3D 그래픽 기술 수석으로 일한지 2년 정도 됐다. 현재 디자이너 일도 하지만 동시에 그래픽 툴을 개발하거나 최적화 작업도 담당한다.



Q. 현재 3D 디자인 팀의 면면이 궁금하다.

아티스트팀 전체가 아닌 현재 우리팀, 3D 디자인팀만 6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Q. 엄청난 인원이다. 3D 디자인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길래 이렇게 많은 인원으로 팀이 구성된 것인가?

아무래도 지금부터 설명하는 군함 디자인 과정을 보여주면 사람이 많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군함의 제작 과정 첫 번째는 사이즈 박스 작업하는 단계로 군함의 기본적인 뼈대를 네모 형태로 구성한다. 이후 설계도면을 놓고 모델링 작업을 하며, 각 군함을 슬라이스 형태로 잘라 기능별로 하나하나 나눠 배치한다.

바닥 밑면까지 군함의 기초적인 외형이 갖춰지면 몇 주에서 몇 달의 과정을 거쳐 슬라이스 형태로 나눠졌던 부분을 채우게 된다. 이때 군함의 외형적인 모습외에도 다양한 오브젝트들을 추가한다.

이후 마지막으로 디테일을 살리기 위한 텍스쳐 작업이 이뤄지고 하나의 군함이 완성된다.


▲ 박스 형태로 처음 기본을 잡는다

▲ 이후 설계도로 모델링 작업을 개시

▲ 슬라이스 형태로 하나하나 채우기 작업

▲ 마지막으로 텍스쳐 작업을 완료하면 끝!


Q. 대략적으로 하나의 군함을 완료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 것인가?

군함 한 종의 콘셉트를 정해 전체 디자인을 완료하기까지 약 2개월이 소요된다. 하지만 유저들이 그래픽 정확성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교화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시간이 추가되기도 한다.


- 정교화 과정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사진, 설계도, 역사적 기록 등을 모델링 과정에서 활용한다. 다른 개발 과정처럼 선체와 같이 큰 부분을 먼저 디자인하고 함포, 총안구, 마스트 등을 디자인하게 된다.

또한 역사 전문 컨설턴트들이 각 군함과 부품, 세부 기능을 연구한다. 그것들을 통합하여 3D 모델로 만들고 다시 컨설턴트들에게 보내서 부정확한 사항과 오류를 교정한다. 항해술 엔지니어도 있어서 그들이 각 군함의 움직임도 실제와 같은지 체크한다.

USS Iowa(미국 9티어 전함) 등은 직접 방문해서 군함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아보기도 했다. 또한 유저들이 군함을 선택해 조종할 때, 물결이나 수위가 움직이는 것도 볼 수 있게 하여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했다.



Q. 군함의 종류에 따라 크기도 천차만별일 것 같다.

게임에는 순양함, 구축함, 전함, 항공모함이 있는데, 각 종류마다 크기가 다르며 군함을 완성하고 비교해보면 확실한 차이를 알 수 있다.


- 군함 외에 맵의 디자인도 함께 담당하고 있는지.

맵 디자이너는 따로 있다. 대신 맵에 구현되어 있는 다양한 오브젝트는 우리 팀에서 제작하고 있다.


- 어떤 오브젝트까지 만들어 보았나?

다양한 오브젝트들을 만들어 배치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약 1,500 여개의 오브젝트들을 제작했다.

탄갱, 등대, 방앗간 등이 있으며, 철로나 군사 건축물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어떤 곳에는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거나 청바지가 빨랫줄에 널려 있는 모습도 찾을 수 있다.


▲ 사실감을 더해주는 1,500 여개의 오브젝트도 제작




Q. 군함의 디테일 구현은 어디까지 생각하고 진행하고 있는가?

유저들이 최대한 만족할 수 있도록 디테일을 추구하고자 한다. Aurora(소련 3티어 골드쉽) 군함의 경우 직접 3D 팀이 박물관을 방문하고 확인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은 군함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군함의 실제 크기를 확인하기 위해 사람 모형을 활용해 비율까지 확인 했다. 사람 모형은 양팔 벌리고 있는 해군 남성으로 실제 게임내에는 구현되어 있지는 않다. 이 방법은 조타의 크기 및 위치 등을 확인할 때 큰 도움이 된다.


▲ 실제 비율을 확인 하기 위해 모형을 대입 시켜보기도



Q. 작업하는 데 있어서 어떤 것을 강조하고 있나?

월드 오브 워쉽은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게임이다. 군함이 유저들에게 진짜처럼 보여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더불어 사실성에 중점을 두기 위해선 긴장감과 몰입도, 전략적 플레이를 감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요소만을 꼽기 힘들 정도로 중요 요소들이 많다. 예를들어 물결을 따라 군함이 움직일 때 군함이나 섬에 물결 치는 요소들을 살려 냈다. 군함에 폭발이 일어나면 물이 용솟음치게 했고 방울로 떨어지는 모습도 묘사했다. 어뢰가 적중하는 모습도 만족스럽게 표현해 내려고 노력했다.

또한 군함의 조종, 주변 환경이나 적함과의 상호작용 등 모든 것이 진짜 같게 하려고 했다. 이외에도 사실성과 게임 플레이 간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Q. 작업해 본 군함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떤 것인가?

힘들면서도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모델링 하면서 군함을 연구하는 것이다. 원본 청사진, 사진, 설계도가 주어지면 각 아티스트들이 군함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모든 물체와 세부 사항을 탐색하고, 적절한 아이템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해서 검토해야 한다. 또한 각 아티스트들은 역사적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함포와 장비들의 작동 방식도 연구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힘들었는지?

모델링 자체가 가장 힘들다. 딱 봐도 알 수 있듯이 군함은 전차보다 크다. 부품도 더 많아서 모델링 해야 할 것도 더 많다. 더 작고 세심하게 모델링 해야 할 부품들도 있고 외관을 완벽하게 고증해서 재현해야 했기 때문에 모델링에 투입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 모델링 작업부터 완성까지 약 2개월이 걸린다



Q. 군함 작업하는 부분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어떤것이 있는가?

일본 항공모함 Hiryu(일본 7티어 항공모함)를 개발할 때, 주갑판의 구조물로 넣을 것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 중 항해등에는 붉은 화살표와 함께 일본어로 메모가 적혀 있었는데, 아무리 번역기 등을 동원해도 알 수 없었다.

팀 전체가 30분 가량 투자했지만 해독이 되지 않더라. 반전은 결국 알아낸 메모의 단어가 단순히 화살표를 뜻했다는 거다. 이후 우리 팀은 일본어 전문가로 변하게 되었다.



Q. 작업한 군함 중에서 특별히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모두들 자신이 디자인한 군함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월드 오브 워쉽 유저라면 시간을 들여 관찰하길 추천한다. 충분히 매력있는 하나의 신세계다.

다른 개발 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전문가들이 똑같을 것 같다. 매번 패치가 진행될 때마다 자신이 개발한 군함의 성능이 좋아져 승률이 높아지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작업한 성과를 묻는 것이라면 Hiryu의 통풍구를 자랑하고 싶다. 일본 군함들은 격렬한 전투에 대비해 많은 정교한 구성품들을 탑재하고 있다.


▲ Hiryu을 제작했던 만큼 가장 애착이 간다고



Q.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실제 군함들을 탐방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것들이 실제 모델링 작업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나?

물론이다. 모든 3D 개발팀은 Aurora 순양함을 개발 전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실물을 보면 그 생김새와 건조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계류 장비인 리벳을 보았고 나무 덮개가 갑판에 장치되는 방식 등을 알 수 있다.

실물을 직접 보는 것은 실제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모델링과 텍스처 개발을 위한 사진 자료도 큰 도움이 된다.



Q. 마지막으로 한국팬을 위해 한마디 부탁한다.

일단 내가 직접 작업한 일본 군함 Hiryu를 먼저 연구해 보기를 권한다. 월드 오브 워쉽이 더 많은 팬들에게 사랑 받기를 기대하며 좋은 게임을 만들어 한국 팬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