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주만에 모든 것이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12월 7일과 8일에 나뉘어서 펼쳐진 MLG-MANAGRIND Tournament(이하 M&M)의 모든 순위표에는 오직 하나의 직업만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마법사입니다.

11월에만 12명의 입상자를 배출하며 한동안 그 적수가 없을 것처럼 보이던 흑마법사는 WoW에서부터 블리자드의 가호(?)를 이어가고있는 마법사들에게 참패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한주간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요? 여기에서는 M&M 북미와 유럽의 입상덱을 한번에 모아보고, 왜 이런 마법사들의 독점이 나타나게 되었는지, 또 향후 이런 마법사들의 강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명실상부한 천하통일! 마법사, 대회 최초로 전 순위 석권! (금주 M&M 북미-유럽 석권)

12월 첫주차 M&M 대회는 북미와 유럽을 가릴 것 없이 '마법사의, 마법사에 의한, 마법사를 위한' 대회가 되었습니다. 이 대회가 시작된 이후 최초로 한 직업이 북미-유럽의 전 순위를 독점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이는 이 전주까지 1위를 독식하며 당분간 도무지 적수가 없을 것 같았던 흑마법사들을 단숨에 잠재운 것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주에 북미와 유럽을 지배한 마법사들의 덱을 살펴보면, 덱의 특징을 크게 두 가지 패턴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OP 공용 하수인과 마법사의 주문을 결합한 Gnimsh선수의 1번형 덱이며, 다른 하나는 유저들이 보통 '알렉 법사'라고 지칭하는 덱에서 거인까지 함께 활용한 Gnimsh선수의 2번형 덱입니다.



▲ 12월 7일 열린 M&M 북미 대회 우승자 Gnimsh선수의 마법사덱(1)

▲ 12월 7일 열린 M&M 북미 대회 우승자 Gnimsh선수의 마법사덱(2)



금주차 입상덱을 Gnimsh선수의 덱을 기준으로 나눈 이유는, 유럽 대회 1위에 오른 Timbolt선수가 인터뷰에서 스스로 Gnimsh선수와 같은 덱을 사용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위 2가지 스타일의 마법사는 기존에 유러피안 도적덱이나 흑마법사 어그로덱이 하나의 테마로 덱을 운영했던 것과는 달리, 다소 상반된 스타일의 덱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주문으로 상대의 전장을 제압하거나 무력화시키며 자신은 하수인을 채워넣어 전장을 장악하거나(1번형 덱), 아니면 거인과 함께 알렉스트라자 및 주문을 통한 직접 타격으로 상대를 제압하는(2번형 덱), 다소 다른 형태의 운영을 펼칠 수 있습니다.

첫번째 마법사 덱의 운영 방법이 유러피안 도적덱 및 흑마법사 어그로덱의 운영과 유사한 모습이 있다면, 두번째 마법사 덱의 운영은 다소 새롭다는 것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영웅 자신은 다소 피해를 입더라도 주문으로 상대 하수인을 정리하고 모은 손패와 입은 피해를 바탕으로 거인을 뽑아내며, 그 사이 자신은 다시 주문으로 상대 영웅을 직접 타격하는 다소 아슬아슬한 형태의 운영을 취하게 됩니다.

물론 효율성 높은 마법사의 주문인 얼음 화살이나 냉기 돌풍, 화염구 및 불덩이 작렬 등은 모든 마법사들이 공통적으로 넣어서 활용하고 있으나, 이처럼 같은 직업으로 다른 스타일의 운영을 꾀할 수 있는 두가지 형태의 덱이 동시에 입상덱 명단에 오른 것은 마법사의 강력함과 마법사 유저들의 노력을 반증해주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 모든 마법사덱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마법사의 핵심 주문 카드들!



이런 2가지의 큰 테마에 맞춰서 금주의 입상덱을 나누어보면, 북미에서는 2위를 차지한 Mundungu선수의 두가지 마법사 덱과 함께 3/4위를 차지한 Shmew, Quizpwnsu3선수의 덱, 유럽에서 3/4위를 차지한 Lothar선수의 마법사 덱은 Gnimsh선수의 1번 덱처럼 하수인 중심의 테마로 운영하는 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유럽에서 2위를 차지한 Luzak선수의 덱이나 유럽 3/4위에 오른 Xtz선수의 마법사덱은 Gnimsh선수의 2번 덱처럼 주문으로 상대방을 제어 및 타격하여 게임을 종료시키는 주문 중심형 덱으로 볼 수 있습니다.



◆ 12월 첫째주 마법사 입상덱 - 하수인 중심형 마법사덱 리스트


▲ MLG/ManaGrind 12/7 북미 2위 Mundungu의 마법사덱(1)

▲ MLG/ManaGrind 12/7 북미 2위 Mundungu의 마법사덱(2)

▲ MLG/ManaGrind 12/7 북미 3/4위 Shmew의 마법사덱

▲ MLG/ManaGrind 12/7 북미 3/4위 Quizpwnsu3의 마법사덱

▲ MLG/ManaGrind 12/8 유럽 3/4위 Lothar의 마법사덱



◆ 12월 첫째주 마법사 입상덱 - 주문 중심형 마법사덱 리스트


▲ MLG/ManaGrind 12/8 유럽 2위 Luzak의 마법사덱

▲ MLG/ManaGrind 12/8 유럽 3/4위 Xtz의 마법사덱



사실 이러한 마법사들의 반격은 어느정도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최근에 대세덱이 된 흑마법사에게 어느정도 강력한 면모를 보여주는데다, 다른 직업들과는 달리 마법사는 성기사 비트덱이 유행할 때에도, 유러피안 도적덱이 유행할 때에도 꾸준히 입상자 명단에 얼굴을 비춰왔던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마법사들이 이와같은 진격은 흑마법사에 편향되어 자칫 개성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유저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었으며, WoW와 마찬가지로 하스스톤 역시 어느정도 직업별 상성이 존재하는 게임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여겨집니다.







▣ 마법사의 발판은? 바로 흑마법사!

흑마법사 천하였던 세상에 마법사들의 대반격을 성공할 수 있게 해준 1등 공신은 아이러니하게도 흑마법사 본인들입니다.

11월의 패권을 차지했던 흑마법사 어그로덱은 마치 적수가 없을 것처럼 보였지만, 다소 약한 위니형 하수인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특성 상 마법사들의 광역 공격에 상당히 취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이는 흑마법사 어그로덱이 최정상에서 군림하고 있을 때에도 어느정도 유저들 사이에서 인정되어왔던 사실입니다. 상위 랭커들 사이에서는 '알렉 법사'라고 부르는 형태의 주문 중심 덱이 흑마법사를 상대로 상당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며, 지금처럼 흑마법사가 판을 치는 시대에 마법사가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흑마법사의 카운터로서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마법사가 이번 대회의 모든 순위를 독식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다수의 출전 유저들이 자신의 먹잇감(?)인 흑마법사 어그로덱을 들고 나오는 시대적인 특성을 잘 이용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 이제 흑마법사 어그로덱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 마법사에게 의해 밀려난 흑마법사는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최정상에 오르게해준 어그로덱은 마법사들에게 맛있는 먹잇감일 뿐이라는 것이 판명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어그로덱은 강력한 덱임이 분명합니다. 또한, 첫 손패와 카드 뽑기에 따라서는 마법사를 상대로도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요소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략이나 전술보다 운이 승리의 더 큰 요소가 되는 순간부터 그 덱의 가치는 매우 떨어지는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흑마법사가 마법사를 극복할 수 있는 진화된 덱을 들고나올 수 있을까요? 이점에 집중하여 다음주에 펼쳐질 대회를 지켜보는 것도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올해의 마지막은 마법사의 달이 될 것인가?

마법사들의 석권으로 이제 유저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과연 마법사의 이런 강세는 얼마나 지속될까? 그리고 과연 이 마법사를 막아낼 누군가가 나타날 수 있을까?

사실 흑마법사 어그로덱의 강세가 이렇게 급격하게 꺾이게 될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이번에 정상을 차지한 마법사덱 또한 누구에 의해 언제, 어떻게 꺾이게 될 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어느정도 마법사를 상대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덱은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성기사 및 드루이드와 같은 직업군은 마법사덱을 허물어뜨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성기사는 천상의 보호막으로 다른 직업보다 마법사의 주문에 강력한 상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신의 축복' 같은 카드를 통해서 영웅의 체력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카드를 확보할 수 있으며, 손패를 모으는 마법사를 상대로 '신의 은총'과 같은 기술 역시 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왕의 축복과 같은 기술은 하수인을 강하게 만들면서 상대의 광역 기술에 대한 면역력을 부여해 줄 수 있으며, 왕의 수호자처럼 영웅의 체력을 회복하면서도 강력한 하수인을 생성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 성기사의 고마나 주문과 하수인은 마법사에게 좋은 카운터가 될 수 있다.



드루이드의 경우 소위 '빅덱'이라고 불리는 고마나 하수인 중심의 덱이 최근 입상한 마법사를 상대로 상당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본적으로 고마나 하수인이 많기 때문에 제압기가 없이는 상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드루이드 덱입니다. 금주차에 입상한 마법사 덱은 모두 흑마법사 어그로덱을 의식한듯, '변이'와 같은 제압 기술이 하나도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드루이드의 빅덱은 마법사에게 난감한 덱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신 자극이나 급속 성장으로 상대보다 1~2턴 빠르게 7마나 이상의 하수인이 나오며, 사실상 초반에 하수인 배치가 전무한 마법사는 이때 드루이드에게 어떤 위협도 가할 수 없습니다.

드루이드도 성기사처럼 회복형 주문 및 버프 부여 기술도 많기 때문에, 충분히 마법사를 상대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전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변이를 쓰지 않는 현 마법사 덱의 특성 상 드루이드의 빅덱도 호적수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