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역삼동 D.CAMP에서 '게임은 문화다! 미디어콘텐츠 대토론회'가 개최되었다.

각계각층 사람들이 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해 발표 및 강연을 진행한 1부에 이어, 각계 패널이 모여 '게임중독법' 반대 의견을 서로 교환하고 의논하는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토론 진행은 성균관대 김종태 교수가 맡았으며, 6인의 패널이 시간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형식이었다.

문화평론가로도 유명한 동양대 진중권 교수를 비롯해 이화여자대학교 이인화 교수,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이병찬 변호사가 자리했다. 그에 더해 현직 치과 의사이자 학부모 대표로 참여한 방승준 씨와 심리 치료 전문 강용원 한의사가 이야기를 더했다.

패널 6인의 모두발언으로 시작해 정리발언으로 끝난 미디어콘텐츠 대토론회는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어서까지 열정적으로 진행되었다. 인벤팀에서는 그들이 서슴없이 나눈 대화를 간추려 정리했다.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 10월 말부터 황우여 대표가 4대 중독을 언급하면서 법안 이름이 만들어졌고,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중독법이라고 정리되었다. 신의진 의원은 사실 그런 이름에 불편해 하더라. 우리 입장에서는 게임이 중독에 대한 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의원측의 입법 의지가 강력해 계속 토론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병찬 변호사 :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하기로 했는데 너무 형식적으로 말하셨다(웃음). 나 역시 형과 함께 자라온 게이머다. 어려웠던 고시 공부 시절 큰 위로가 된 오락거리였고, 이제 게임이 충분히 문화적으로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규제 프레임을 벗어나 문화 산업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결정적 계기가 필요하다. 이번 자리가 인식 변화를 가져올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화여대 이인화 교수 : 10월 이후 20여 차례 이런 자리에 참석했는데, 오늘 게임에 대해 가장 애정이 많은 분들이 모인 것 같다. '게임은 문화다' 라는 말은 그동안 우리가 외면하던 프레임이다. 게임이 문화라는 것에 사회적 거부감이 정말 크다는 것을 최근 알았다. '문화로 접근할 때마다 거부한 것이 너희들 아니었냐, 게임이 잘 나갈 때는 산업적 효과만 강조하지 않았느냐'하고 반문이 돌아오게 된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게임이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진중권 교수 : 사실 나는 게임을 사랑하진 않는다. 내가 했던 게임은 '핑퐁', '스페이스 인베이더', 마지막으로 했던 게임은 '테트리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문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21세기 문화 패러다임은 게임으로 갈 수밖에 없고, 지금 아이들은 21세기 문화 사전 예비훈련을 놀이로 배우는 느낌이 강하다. 이슈가 아니라 한번쯤은 본질을 털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호모포비아'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게임포비아'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한 사회적 무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에 대한 담론에 깔리는 우리 사회의 무의식적 욕망을 의식화시킬 때 지금 게임에 대한 무의미한 논쟁도 해결되지 않을까. 네거티브하게 공격하기도 해야 한다. 그들의 시각이 어떻게 왜곡됐는지, 어떤 왜곡된 욕망에서 비롯되었는지 이야기할 때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방승준 학부모 : 어른들은 많은데 초,중학생을 대변할 사람은 많이 없다. 나 역시 의사로서 생각해봐도, 병리적으로 중독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건 학부모들 성적 중독의 문제다. 사교육을 세게 돌리고, 안 되면 외부로 보낸다. 게임이 모두 방해물일 뿐이다. 연애를 포함해 모든 문화생활이 방해물이 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가 되지 않는다. '너 레벨이 얼마냐'고 묻는 부모는 없지 않느냐.

문제는 아이들의 자기 조절 능력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미리 그런 것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서른 살이 넘어서 자기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게임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모든 문화를 알려줘야 한다. 성적 중독을 벗어나서 말이다.

강용원 한의사


강용원 한의사 : 문제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행동이 의학적으로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살피면 규제 중심의 법안이 얼마나 맞지 않는지 설명할 수 있다. 문제의 법률안을 제출한 발의자가 정신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의학적인 것이 아니라 토건적이고 경찰적이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굉장히 수탈적이다.

김종태 교수 : 사회적 문제와 게임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사건들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게임이라고 각인된 것 같다. 게임에서 생긴 일로 홧김에 차를 부수고 방화하는 등의 전형적 사회 문제를 제기하면서 게임중독법을 주장하고 있다. 왜 이런 기사들이 나와서 게임중독법 프레임을 고착화하는 것일까.

이병찬 : 미국에서 엄청난 살인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재학생 두 명이 총기로 학생을 난사하고 자살한 사건인데, 이를 계기로 게임과 폭력성의 관계에 대해 연구를 맡기게 됐다. 그 보고서 내용은 뜻밖이었다. 사건 발생 당시 두 학생이 게임에 몰입했다는 언론 보도가 많았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들은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정성 있는 보도가 우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근거다. 게임에 의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보도는 사실 입시지옥이나 불안정한 미래 등으로 인한 것이지 게임이 원인은 아니라고 보인다.

이인화 : 예전에 '길드워'를 하다가 손가락 인대가 나간 적이 있는데, 이틀이 지나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왼손잡이용 마우스를 구해 깁스한 채로 게임한 적이 있다. 10년 동안 단 하루도 게임을 하지 않고 잔 적이 없다. 이렇게 중독이 심한데, 내가 만일 그로 인해 반사회적인 행동을 했다면 직장을 유지할 수 없을 거다.

'청소년기에 봐야 할 영화나 도서 10가지' 등이 있지만, 우리는 '청소년기에 해야 할 게임 10가지' 같은 것이 없다. 어떤 것이 굿 게임, 어떤 것이 배드 게임인지 고민한 적이 없다. 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만일 문화적인 아비투스의 구조를 깨지 못한다면 아무리 비과학적이라도 이런 기사들은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계속 나올 것이다. 문화적 관심과 투자가 굉장히 중요하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진중권 : 게임과 실제 폭력이 아무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은 아실 것이다. (문화에서) 폭력성이 강화되는 측면은 역사적으로도 계속되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람을 찌르는 장면을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요즘은 영화에서 일상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시대가 더 폭력적이 되었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20년 전 '피구왕 통키'가 공에 맞을 때 피가 튄다고 해서 폭력적이라고 언론에서 난리였는데, 지금 보면 다들 웃으실 거다.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예전에는 TV가 나쁜 놈이었고, 만화 화형식도 있었다. 그 대상이 게임이 됐다. 역사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자료들을 보면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게임 규제에 관한 수십 가지 법안이 있는데, 2005~2008년이 모두 새누리당이었고, 그 사이 민주당이 한 번 있었다. 그리고 다시 새누리당이다. 발의 주체가 일방적으로 새누리당이라는 것은 그들의 시각에 편견이 있다는 의미다.

뒤에서 부추기는 압력단체가 있다. 첫째로는 학부모 단체, 아이들이 그저 공부만 하길 바라는 것이다. 게임만 끊으면 무조건 아이들이 공부할 것처럼 사고하는 부모들이 있다. 두 번째는 기독교 단체다. 하나로 보면 한기총이다. 선과 대비되는 악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세 번째는 의사 단체다. 치유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치유사와 상담사가 필요하다. 그것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인원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권력의 문제다. 그 비용은 누가 내느냐? 당연히 업계가 내야지(웃음).

미셸 푸코의 미시권력을 예로 들 수 있다. 게임 담론의 흐름을 보면 동성애 담론과 상당히 비슷하다. 처음에는 신학적으로 죄였고, 신학의 역할이 약해지면 세속적으로 병이 된다. 누구는 정신병, 누구는 신체적인 병이라고 한다. 정신병으로 본 사람은 대표적으로 프로이트가 있다. 동성애라는 것에 대한 권력이 달라진 것이다. 신학자에서 의사로 옮겨간 셈이다. (게임 역시) 병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담론이다. 아이들이 의사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런 흐름을 잘 봐야 한다.

사실 문제의 근원이 게임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근원은 상당히 복잡하다. 나는 아이들에게 게임하라고 아예 아이패드를 사줬다. 하지만 중독되지 않았다. 누나는 게임하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휴대폰도 사주지 않았는데 아이가 게임에 빠졌다.

언제나 만만한 것을 원인으로 찾는다. 그것이 바로 게임이다. 실제로 고치지 못하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거나, 통과되더라도 효력이 없다. 강박적이고 정신적인 현상이다. 법안을 강박적으로 발의하는 짓 역시 욕망이 있는데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문제 해결을 가리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법안들이다.

본진을 털어야 한다. 그들의 뇌를 분석해주고, 법안 과몰입 현상에 대해 대안을 내놓고, 왜 그렇게 됐을지 책임을 지고 그분들에게 치유와 상담을 해주어 벗어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종득 : 지금까지 규제 대상은 진 교수님 말처럼 '범인을 찾는 것'으로 진행되어 왔다. 새로운 매체가 나왔을 때 사회가 두려워하고 공포심을 갖는 것은 사실 일반적인 것 같다. 오히려 그것을 돌파하고 나면 문화로서 인정받는 단계가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임의 유년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김광삼 교수님 강연이 인상 깊었다. 탄압을 돌파했을 때 만화처럼 궤멸적 타격을 입느냐, 큰 피해 없이 돌파하느냐의 문제다. 아직은 잘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을 돌파하는 데 중요한 것은 '산업적 타격'으로 이야기해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의진 의원과 면담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답이 이랬다. '그것 다 애들 중독시켜서 번 돈 아니냐'. 이런 이야기로는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다. 자성적으로 갈 필요도 있지만, 자율적으로 규제하도록 하지 않고 강제로 가정에 침입해 규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본다.

진행을 맡은 김종태 성균관대 교수


김종태 : 법안을 보면 통합 컨트롤 타워라는 기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제일 먼저 화두에 등장하는 것은 가족간의 대화 단절, 게임중독을 치유할 만한 공적인 단체나 기구가 없기 때문에 부득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용원 : 실제로 운영이 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공 의료 서비스가 아닌 민간 영역에서 치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청소년 정신질환에 대해 국가적 아젠다가 필요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법안이 제시하는 대로 통합해 관리하면 치료가 될 것이냐가 문제다. 중독은 의학적인 개념인데, 치료 방안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진중권 : 뇌에 대한 것은 과학적 미신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듣다 보면 게임뇌라는 것이 또 있다. 가족과의 관계 단절이라는 것은 클리셰처럼 1950년대부터 나온 것이다. TV로 인해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애가 책을 읽으면 가족관계 단절이 안 되는 것이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다. 아이들이 놀 수단이 게임밖에 없어서이다. 그리고 게임 속 세상은 평등하기 때문이고, 현실 세계는 그렇지 않다. 모든 원인은 실재계에 있다.

그 원인을 고쳐야 하는데, 고치지 않는다. 왜냐, 그 실제 시스템을 만든 것이 법안을 상정하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죽이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 공부다. 공부 셧다운제를 만들어야 한다. 원인을 처치하는 게 아니라 증상만 보이지 않도록 하려다 보니 반복적으로 법안을 내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게임뇌 같은 이상한 자료와 논리를 만들어낸다.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


이인화 : 게임중독자의 뇌가 약물중독자 뇌와 같다는 것은 '지적 사기'다. 브레인, 마인드, 소울은 각기 다른 영역이다. 이걸 같다고 하면 오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스토리작가들이 미친듯이 글이 써져서 무아지경에 빠질 때가 있다. 이 순간 뇌를 측정하면 간질 환자와 같다. 창작에 몰두하는 작가를 간질 발작이라고 잡아간다면 말이 되는 소리일까. 게임중독법은 개인의 감정과 욕구를 자기가 조절한 능력을 빼앗아버리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나치적인 발상이다.

딸 둘을 키우는데, 둘 다 '요구르팅' 중독자였다. 초등학생 시절 내내 했다. 우유애호가라는 초고급 호칭이 있을 정도였다. 그중 한 명이 울어서 물어보니, 반 다른 친구가 자기를 먹튀라고 몰아세웠다더라. 딸을 돕기 위해 피닉스 너클이라는 최고의 장갑과 만렙 캐릭터를 샀다. 그 반의 친구들을 전부 때려잡고 게임을 못하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게임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재미가 없어지니 바로 그만두더라.

그 딸은 지금 서강대 생명공학과에 다니고 있고, 고등학생인 둘째 딸도 공부를 잘 하고 있다. 게임도 여전히 하면서 말이다. 원희룡 의원이 나만 만나면 큰딸이 매일 서든어택만 한다고 하소연했는데, 그 딸 지금 서울대 사회과학부 다니고 있다. 게임을 못하게 막는 것이 조절능력 기회를 박탈한다고 본다.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충동을 조절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방승준 : 아내가 아이들과 공부 때문에 자주 싸운다. 그럴 때 가끔씩 애들을 데리고 PC방을 간다. 라면도 사먹고,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걸 시켜주면 해결이 된다. 과한 공부로 고통받는 아이들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데, 먼저 가족의 대화를 회복해야 하지 않느냐.

요새 '숲유치원'이라고 해서 숲활동을 가는 경우가 있다. 교사들이 숲에 대해 간단히 강의를 할 때가 있는데, 아이가 딴짓하고 돌아다니려고 하면 부모가 머리채 잡고 강의를 다 들으라고 막아서곤 한다. 문제는 숲활동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그 강의를 다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숲과 함께 노는 것이 숲활동이다. 부모들이 끼면, 심지어 메모한 것을 가져와서 집에서 정리하고 검토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지금 미술관에 아이들이 많이 간다. 그런데 미술관에 가면 강사가 하나하나 설명해야 한다고 한다. 하나라도 빼놓고 설명하면 나중에 아이 엄마한테 전화가 온다고 한다. 지금 아이들의 모든 것을 막아버리는 게 부모들이다.

신의진 의원에게 제안한다. 가족간의 대화를 위해 노동 시간을 줄이고, 학원을 셧다운시키고, 공교육을 살려달라고. 정말로 아이들이 죽어간다. 주변에 학생들 자살 소식이 몇 달에 하나씩 들려온다. 게임 가지고 장난칠 때가 아니다.

김종득 : 신의진 의원이나 김민선 씨와 이야기하다 보면, 정말로 소외된 계층은 어떻게 할 거냐고 듣기도 한다. 부모가 맞벌이를 해서 아이가 집에 방치되고, 밤늦게 돌아오면 게임에 빠져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아이가 게임에 빠진 게 아니라 부모의 노동시간이 문제 아닌가.

이런 아이들을 국가에서 보육시스템을 통해 책임지거나, 가계 소득을 늘려 사회적인 문제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나. 복지 정책 자체로 가정이 아이들을 편하게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그런 문제를 건드리면 너무 커지니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난 게임을 쥐고 흔들려고 한다. 문제는 가장 밑바닥에 있다.


김종태 : 한국 사회가 굉장히 많은 모순과 갈등을 안고 있는데, 여기에서 생긴 게임중독 사태를 다 고칠 수 없지 않느냐. 국회의원들과 이야기하면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법제도를 통해 개선 방안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되는 듯하다. 신의진 의원의 법안은 막는다고 해도 앞으로 다른 법이 나올 때마다 이렇게 고생하지 않으려면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 논의가 우리 내부에서도 나와야 한다고 본다. 대항입법이나 선제입법을 하지 않으면 계속되지 않을까.

진중권 :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고 본다.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고, 그들의 입법 활동이 강박적으로 발동되기 때문이다. 학부모 단체는 부모, 기독교 단체는 하나님, 전형적인 슈퍼에고다. 근본 문제는 놔두면서 게임만 건드리는 것은 실제 문제를 못 보게 하는 의도다. 이것은 주기적인 발작이다. 문제는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다.

수세가 아니라 공세로 가야 한다.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부분으로 가야 한다. 법안 강박관념은 분명 지적되어야 하고 멈춰야 한다. 신의진 의원에 대해서도 자기가 게임에 대해 생각하는 편견과 무의식을 걷어내야 한다. 학부모의 사고방식과 의사로서의 무의식을 가지고 있다. 해방되어야 자유로울 수 있다고 치유를 해주어야 한다.

학부모 입장으로 나온 방승준 씨


방승준 : 부모가 게임을 같이 하게 해야 한다. 동감하지 못하면 입법이 해결되지 않는다. 공부 문제가 나오면 우리나라 부모님은 무슨 문제가 벌어져도 물러서지 않는데, 게임을 같이 하면 그것이 아이 공부 잘 하게 하는 비결이다. 그렇게 해야 대화가 이루어지고 공부를 하게 된다. 신의진 의원은 좀더 알아봐야 하고, 추가 입법 없이 해결할 방안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자식을 법과 규제로 키울 것인가. 아이들을 강제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

이병찬 : 고시공부 시절 스타크래프트가 유행이었다. 공부하다가 밤 12시가 넘으면 자기보상이 필요해질 때가 있었다. 신림동 고시촌이 웃긴 게 있다. 시험 끝나기 전에는 PC방이 꽉 차서 자리가 없다가, 시험이 끝나고 나면 PC방이 텅텅 빈다. 여러분 모두 아실 것이다. 시험기간이 아니면 게임이 재미가 없는 거다(웃음).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탈출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거다. 그정도 자유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아이를 풀 재배하듯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업계에서 합의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다른 건 못해도 이건 하겠다, 게임전문가인 우리들이 판단하겠으니 이 정책을 지지해주고 효과가 있는지 판단해달라'고 공세 입장을 취했으면 한다.

법무법인 정진 이병찬 변호사



* 정리 발언

김종득 : 지난 달 말쯤 황우여 대표, 신의진 의원과 면담을 했다. 최소한 서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법안을 진행할 때 최소한 같이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게임에 부정적인 면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독단적으로 입법해서 처리하겠다고 말하지 말고, 많은 이야기를 통해 무엇이 합리적인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

이병찬 : 행사 준비하신 김종태 교수님과 김윤상 대표님, 자원봉사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개발자 분들에게는 여러분이 만든 게임 덕분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재미와 희열을 느껴서 감사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인화 : 정부와 국회에서 게임을 규제하려 할 때 착각을 하는 것 같다. 게임산업이 탄탄하게 돌아가고 있으니 이 정도면 돈도 나오고 업계도 잘 버틸 거라 생각하는데, 실제 현장에 가보면 온라인게임 시장은 안팎으로 위기다. 중독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좋지만, 문화 콘텐츠의 정체성을 파괴해서 도전 의지와 의욕까지 꺾지는 말아주길 부탁드린다.

진중권 : 정말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게임이 왜 문화인가'였는데, 시간 관계상 다음 시간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게임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촛불집회 때였다. 한때 광화문에서 조각미남으로 인기를 끌었다. 거기서 시청자들이 방송을 게임의 패러다임으로 바꿔버렸다. 문자로 '저기 망치 든 사람 진정시켜주세요'와 같은 요청을 주고 우리가 컨트롤 패널처럼 움직였다. 한번은 가다가 카메라가 깨졌는데, 사람들이 돈을 모아 카메라를 사줬다. 게임을 계속하려면 아이템이 있어야 하니까.

TV시청의 패러다임은 수동적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참여하고, 무언가를 바꾸려 시도한다. 그것이 21세기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교육계에서도 이미 게임을 이용한 수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서 일하기 때문에, 클릭 한 번으로 근무와 여가를 전환할 수 있다. 한 장르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게임 패러다임이 전통적인 장르에도 다 관철되어 들어가는 과정이다.

우리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그것에 대한 준비를 하는 중이다. 반복적인 발작에 대한 지적과 게임에 대한 포지티브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승준 : 대한민국 수업은 정말 좋다. 시설이 훌륭하다. 우리나라 돈과 인력과 모든 장비가 학교에 다 있다. 구글스카이를 통해 천장에 우주를 보여주면서 이야기하면 얼마나 좋겠나. 시설 등 하드웨어가 가장 좋은 게 우리나라 공교육인데, 사람들이 이용을 하지 않을 뿐이다. 이것을 잘 살리면 사교육을 전멸시킬 수도 있다. 입법하시는 분들이 창조력이 고갈된 것 같다.

강용원 : 왜 이 시점에서 게임중독 이야기가 나왔는가. 서양 의학이 집착하는 부분은 병명이다. 그것을 고착화시키면 돈이 빨려들어오기 마련이다. 다국적 제약 회사가 우울증 약을 팔기 위해 일본에서 만들어낸 말이 '우을증은 마음의 감기다'였다. 돈이 될 거라 생각해서 수탈적 방식으로 입법하고 있는 것이다.

약으로 해결하면 안 된다. 청소년의 정신 상태와 기성세대의 차이점은 청소년이 즉각적 보상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실에서 받지 못하는 보상을 위해 사이버세계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대화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근본적으로 풀릴 수 있다. 게임 관계자들이 공동체를 만들어 대안을 먼저 말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