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MMORPG 바람의 나라가 발표된 이래, 국내에서는 수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제작되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는 리니지와 같이 높은 인기를 얻으며 지속적으로 꾸준히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이 있는 반면, 짧은 시간 동안 주목을 잠깐 받았다가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도 적지 않다. 지난 해로 한국 온라인 게임의 서비스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으며, 현재 온라인 게임은 전세계에서 제작되어 서비스 중이다.


국내에서 제작된 온라인 게임 외에도 해외 제작 온라인 게임들 상당수가 국내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졌으나, 현지화의 문제 등으로 대부분 서비스를 중단하였다. 그러나 최근 WOW나 대항해시대 온라인 등 안정 궤도에 오르고 있는 게임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금년 2007년은 해외에서 제작된 온라인 게임들이 상당 수 소개될 것이라는 의견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으며, 그로 인해서 해외 제작 게임들에 의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점유에 따른 불안감의 표출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어째서 해외 제작 게임들이 들어온다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발표된 국산 온라인 게임들과 해외 제작 온라인 게임들의 내용물에 의한 차이일 것이다. 국산 온라인 게임은 대부분 성공작인 리니지를 벤치마킹해서 제작한 때리고 베는(Hack&Slash) 형태의 온라인 게임인데 비해 해외의 온라인 게임은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어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높은 목소리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해외 게임들 중 대작이라 불리는 게임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대작으로 불리는 것이며, 왜 국산 온라인 게임들과 비교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 외국산 온라인 게임들을 기준으로 여려 편에 걸쳐 그 비교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



높은 자유도란 - 울티마 온라인


해외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가장 오래된 온라인 게임 중 하나인 울티마 온라인(이하 UO)은 국내에서도 서비스가 시행되었으나, 당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홍보 및 현지화의 문제 등으로 인해 현재는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해외에서는 아직도 꾸준히 서비스 중으로, 정식 서비스 9주년을 맞이하고 있으며 2007년 내 새롭게 리뉴얼된 형태로 등장할 예정이다.


아직까지도 국내에서 프리 서버를 통하여 음성적으로 플레이를 하거나 해외 서버에서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작지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UO 가 가지고 있는 큰 요소 중 하나는 자유도이다.




【 새롭게 리뉴얼중인 울티마 온라인 】



자유도란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자신의 캐릭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전투를 제외한 생산 시스템으로 제작한 장비 아이템에서 길가의 모래알과 같은 자잘한 아이템 등 게임이 구현하는 세계 속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가 그 세계의 주민으로서 실제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처럼 게임 내에서 얼마나 즐길 수 있느냐의 정도가 자유도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투 위주의 게임과 전투를 기반으로 하되 생산 및 채집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게임을 비교한다면 후자의 경우가 자유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UO 에서의 전투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생산과 채집 및 여러 지역으로의 모험과 캐릭터간의 명성 등 수많은 요소들이 등장한다. 또한 UO의 제작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내용들을 추가하여 많은 플레이어들이 UO 의 세계인 브리타니아에서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의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개발해 왔다.



국산 게임에서의 자유도는 어디에 있나


대다수의 국산 MMORPG는 캐릭터의 레벨업을 위한 전투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며 끝날 정도로 전투 한가지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다. 온라인 게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MMORPG에서 RPG(Role-Playing-Game)란 단어 그대로 ‘역할놀이’이다. 무조건 전투에 의한 레벨업이 주가 아니다. 게임이라는 가상 사회 속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가상 사회의 세계관 속에서의 생활에 최대한 어느 정도 근접할 수 있느냐의 정도에 따라 자유도이자 역할놀이의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유도를 부여하는 국내에서 제작된 온라인 게임은 마비노기 정도를 겨우 꼽을 수 있다. 대다수의 MMORPG는 게임 세계 속에서 플레이어 할 수 있는 것은 전투 외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생산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전투에 필요한 장비나 소모품 등을 제작하는 용도뿐이다.




【 타 게임에 비해 비교적 자유도가 높은 마비노기 】



각각의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내용이라던가 가상의 신화 등이나 세계관에 대한 설정 자료는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실제 게임 내에서 그와 관련된 내용들은 퀘스트 내에서 일부만이 등장한다. 심지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게임도 있다.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와 관련된 내용으로 게임을 만들었다면, 그 세계관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에게 몰입감을 주어야 한다. 그것은 전투만의 게임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의 플레이 형태를 제공하여 게임 서비스의 수명을 늘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와 관련된 요소들의 추가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요구도 늘어나게 되면서, 개발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게임에 추가하면서 플레이어들의 지지를 얻게 되고 그렇게 서비스가 지속되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국내 온라인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아이템들은 크게 3가지로 나뉘어진다. 전투에 필요한 장비 및 소모품 아이템과 그것들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재료 아이템, 퀘스트 수행을 위한 아이템이다. 이 이외의 아이템은 통칭 ‘잡템’이라고 불리며 쓸모 없다는 이유로 상점에 팔리거나 버려지게 된다. 이런 잡템의 활용도란 버리기 혹은 상점행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에 대한 애정으로 그런 자잘한 부분의 추가라던가 잡템의 활용도에 대한 의견을 내는 플레이어의 숫자는 적지 않지만 실제로 그것들이 수용되어 게임 내에서 적용되는 사례들을 거의 찾을 수 없다. 물론 플레이어의 요구를 수용하여 게임에 적용을 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게임 밸런스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추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추가 업데이트 등을 통하여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하는 형태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게임을 처음 선보일 때부터 전투의 화려함과 레벨업만을 보여 준 다음, 게임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자잘한 재미를 주는 요소들을 서비스가 시작된 후 뒤늦게 패치나 업데이트 등으로 추가한다고 하는 개발사가 상당 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기존의 전투만을 강조한 게임 시스템에서 뒤늦게 추가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업데이트가 적용된 후 며칠 반짝 사용되었다가 잊혀져 버리기 일쑤다.


개발자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기존의 시스템에 끼워넣기 식으로 추가해 봤자 전혀 통하지 않는다. 게임의 기획 단계부터 자유도를 주기 위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그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반을 갖춘 상태에서 게임을 출시해도 추후 추가되었을 때 사용될까 말까일 정도다. 처음에는 생각지 않다가 나중에 부랴부랴 추가한 것을 그 누가 사용할 것이며, 그 누가 뒤늦게 추가한 것으로 인해 게임 세계관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것인가. 몰입도를 높인다고 해도 고작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기존의 시스템에 도움이 되거나 이를 이용하여 부수입을 올린다는 실질적인 이익이 있을 경우에나 몰입도가 높아질 뿐이다.




【 아이템이 많다고 해도 생산에 필요한 재료 정도 】




게임의 기획 단계에서 앞을 내다보라 – 대항해시대 온라인


국내에 서비스중인 코에이의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는 작년 11월(일본은 8월)에 확장팩 업데이트가 적용되었다. 기존의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의 한번에 모든 내용이 적용되는 확장팩과는 달리 하나의 확장팩을 여러 챕터로 나누어서 3개월에 한번 정도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이 챕터 업데이트의 분량은 한 챕터 당 상당한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하나의 챕터가 적용된 후 다음 챕터가 적용되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전의 챕터에서 등장한 내용들을 전부 소화하지 못할 정도이다.


이 업데이트들은 3개월마다 만들어진 내용이 아니다. 확장팩에 등장하는 요소들의 기본적인 뼈대와 일부 내용들은 이미 확장팩이 적용되기 약 1년 전에 적용된 버전의 클라이언트 내용에 더미 데이터로 포함되어 있었으며, 앞으로의 확장팩 챕터 업데이트에 등장할 요소들에 대한 내용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 즉 적어도 확장팩이라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하기 1년 전이며 정식 서비스를 실시한 지 반년 정도의 시기에 이미 구상이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 챕터 업데이트가 한 번 적용되면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할 것들이 넘쳐나며, 다음 챕터가 업데이트 될 때까지 하루의 대부분을 게임에 투자하는 하드코어 플레이어들도 그 숨겨진 요소를 모두 발견하지 못할 정도의 분량이 나오게 된다.


이는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늘려서, 플레이어들에게는 즐길 것이 많다는 느낌을 줌과 동시에 개발자에게는 앞으로의 업데이트나 컨텐츠 추가에 대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코 앞만 바라보는 개발사들


물론 개발자들 중에는 자신들 역시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하며 게임의 내용을 확충한다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앞을 내다보는 시야는 어디까지인가. 3개월? 6개월? 많은 것들이 추가된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한다며 업데이트를 적용하기 오래 전부터 광고를 하고, 그 대규모 업데이트가 실제로 적용이 되면 그 컨텐츠가 소모되는 시간은 1개월 남짓이다. 아무리 말로만 몇 년 후를 내다본다고 해도 실제로 적용되는 것은 한 달도 채 못 된다면 누가 그 개발사를 믿을 것인가.




【 플레이어들의 의견이 반영된 선박 】



현재의 기획 단계로는 2년 정도의 컨텐츠 소모 속도를 내다 보고 게임을 제작한다고 해도 실제 소모 속도는 반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멀리 내다보면서 전투 외의 다양한 놀거리가 포함된 자유도를 부여하여 제작하는 것이 나중의 업데이트와 컨텐츠 보강을 위한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의 소모를 줄일 수 있고, 게임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또한, 플레이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개발사가 뛰어나다고 해도 생각지 못한 부분들이 있을 수 있기에, 이를 지적하는 플레이어들의 목소리를 잊으면 안 된다. 대부분의 게임들에서 플레이어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처음 개발사가 의도한 방향을 돌리지 않고 꾸준히 개발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제작한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의 요구사항 중 게임의 컨텐츠 추가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역시 플레이어들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예를 들어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확장팩이 적용되기 얼마 전 일본 대항해시대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어떤 선박에 대한 의견이 올라온 적이 있다. 여러 플레이어들이 재미있는 의견이라는 반응을 보였었는데, 확장팩 업데이트에서 그것이 바로 적용되어 게임 내의 선박 매니아 플레이어들의 환영을 받은 일이 있다.


게임은 개발자들의 머리공식대로만 진행되지는 않는다.만들어낸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 계획을 하고 앞을 내다보는 대안이 필요하다.또한 플레이어들이 즐길 것들을 지속해서 제공할 의무도 안고 있다.이를 간과하고 자신들이 만든 게임이 문제없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져있는 개발자가 있다면 게임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수많은 게임들을 자취를 그 역시 따라가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To Be Continued ...


Inven Fact - 이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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