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으로


WTKL 시즌2 4강전 1경기가 1월 11일(토) 오후 7시 정각에 시작된다. 2013년 11월부터 풀리그로 진행해온 8강이 종료되고 4강 대진표가 완성되자, 그동안 경기를 지켜봤던 팬들의 입에선 묘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오픈 시즌 우승 팀인 NOA, 1시즌 우승 팀인 ARETE, 3시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한 VIPERS. 여기에 신생 팀이나 다름없지만 강력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ARPS가 합세한 것 까지는 많은 이들의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은 4강에서 맞붙게 된 ARETE와 ARPS. NOA와 VIPERS는 각각 대회 준비와 연습을 함께 해왔던 형제 팀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네 팀 모두 "(형제 팀과)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만큼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노릇.


WTKL에 처음 출전한 ARPS의 경우는 "NOA를 만나 승리하는 것이 이번 대회의 목표"라고 밝혔지만, 8강전에서 만났을 때에는 아쉽게도 패배하게 되었고 4강전에 진출하면서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얻나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NOA가 아닌 ARETE와 대결을 펼쳐야만 하는 상황에 당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대진 편성은 단순한 아쉬움에서 끝낼 부분이 아니다. 각 팀은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상대를 꺾어야만 결승에 진출할 수 있기에, 겉으로 드러난 전력을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ARETE와 ARPS간의 연습 전투에서는 ARETE가, NOA와 VIPERS간의 전투에서는 NOA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지만, 이들은 이미 서로의 스타일과 주요 전략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는 사이. ARPS와 VIPERS가 결승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그동안 숨겨왔던 전략을 성공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WTKL 시즌2. 그 첫 번째 4강 경기가 될 ARETEARPS의 대전을 앞두고 양 팀의 전력을 분석해 보았다.



ARETE : 독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






두 번째 WTKL 우승과 함께 월드 리그인 WGL 출전까지 노리고 있는 ARETE는 한국 최고의 팀으로 꼽히기에 손색없는 전력을 자랑한다. 북미 시절부터 함께했던 경험 많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많은 대회를 통해 실력을 입증한 바 있는, 소위 '잘 나가는 팀'이다.


공식 석상에서의 과감한 도발과 겸손함을 생략한 자신감의 표현을 보고 있노라면, '오만하다'는 인상이 남을 법도 하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미 WCG 2012와 WTKL 오픈 시즌에서 뼈아픈 패배를 맛본 바 있다. 팀의 해체 위기까지 갔었던 ARETE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강력한 의지와 노력이 뒷받침 되었던 덕분이다. 지금 하늘을 찌르는 이들의 자신감이 결코 근거 없는 오만함은 아니라는 뜻이다.


ARETE 팀은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스스로도 재미없는 경기는 싫어한다. 언제나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했을 만큼, 과감하고 다이나믹한 전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몇 시간씩 집중적인 연습을 거치고, 그 날의 전투 리플레이를 돌려보며 플레이를 다시 점검할 정도로 굉장한 연습량을 소화한다는 ARETE의 전력은 실전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팀원 대부분이 오랜 게임 경력으로 기본기 튼튼한 것은 기본, 많은 국내외 대회를 치르면서 경험을 쌓았다. 간혹 예상치 못한 실수도 보이는 편이지만 선수들 각자가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팀이기에 돌발 상황에서의 위기 관리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특히 최근 경기에서는 T1 싸움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시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기습 점령의 변수를 먼저 가져가는 경기가 많다. 소위 말하는 '꿀자리'를 통한 변칙적 전략의 가능성도 항상 강조하는 ARETE지만, 4강전 상대가 그동안 연습을 함께해 온 ARPS라는 것은 ARETE의 결승행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ARPS : 무서운 기세의 다크호스






ARPS는 기존 꾸준히 대회에 출전했던 ARS의 팀명을 이어받았지만 WTKL 시즌2에서 대대적으로 멤버가 교체되며 팀명을 ARPS로 변경,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탈바꿈했다. 오프라인 대회 경험이 전무한 멤버들이 많지만 시즌2부터 ARETE 팀과 함께 대회를 준비했을 뿐 아니라 실전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전통의 강호, DRAKI를 제치고 4강 진출을 일구어 내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ARPS의 8강 경기를 되짚어 보면 예상치 못했던 저돌성이 인상적이었던 반면, 아직은 곳곳에서 불안요소를 찾아볼 수 있었다. 연습 상대가 한국 최고의 팀 중 하나인 ARETE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단적인 예로, 오프라인 8강 경기 초반에는 1, 2세트에서 잦은 실수를 보였던 선수들이 3, 4세트로 넘어가면서 점차 본 실력을 되찾는 등 경기 현장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경험'이라는 요소는 일차적인 경기력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패색이 짙어지는 상황에서도 멘탈을 추스리고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는 능력, 현재 진행중인 경기의 승패 뿐만 아니라 다음 경기, 다음 라운드를 생각하는 큰 의미에서의 운영 또한 풍부한 경험이 좌우한다. 이런 점을 따져보았을 때, 아직 ARPS는 ARETE를 넘어서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아직 변수는 있다. ARPS의 교전 능력이 다른 우승 후보팀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과 오프라인 경기를 거듭하면서 점차 팀원들의 기량이 안정권에 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8강 B조 4경기, NOA와의 전투에서도 상대의 전략이 완전히 성공했음에도 교전에서 우위를 점하며 역으로 승리를 따내는 모습은 모두를 놀라게 할 만한 임팩트 있는 경기였다.


ARPS가 ARETE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오더간의 '수 싸움'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만큼, 그간 감춰왔던 필살 전략이나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한 수가 그대로 세트 스코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신예의 패기가 우승 후보팀을 꺾는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