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되고 귀여운 외모에 이기적인 몸매까지. 그야말로 '베이글'이라는 단어를 아낌 없이 붙일 수 있는 그녀, 레이싱 모델 류지혜가 카트라이더 리그 제로 시즌을 통해 e스포츠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물론 스타크래프트 팬이라면 종종 관중석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을 봤을테지만, 어디까지 공식적인 자리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전 현장에서 처음 본 그녀는 눈에 띄게 '업'된 모습이었다. 단순히 긴장했다기 보다는 마치 꿈꾸던 인형을 손에 쥔 소녀같은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보여주기 위해 경기장에 나선 것이 아니라는 듯 쉴 새 없이 팀원들을 독려하고,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모니터를 지켜보는 모습에서는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아니, 끌렸다. 그래서 서둘러 인터뷰를 요청하고, 그녀의 오랜 팬이라는 동료 기자와 함께 사석에서 그녀를 만나 보았다.




■ 데뷔 7년차, 어른이 된 소녀 류지혜

19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의 첫 발을 내딛는 그 풋풋한 나이에 류지혜는 레이싱 모델로 데뷔했다. 최연소 데뷔 모델이자 뛰어난 외모를 가진 그녀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고, 제5회 아시아모델 시상식에서 레이싱모델 인기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어릴 때는 레이싱 모델이란 직업자체를 몰랐어요. 그 때는 선생님도 하고 싶고, 공무원도 해보고 싶었어요. 모델과는 전혀 다른 안정적인 직업을 원했었죠. 친구가 메이크업 학원을 다녔는데 그 곳의 선생님이 저보고 키가 크니 레이싱걸을 하면 어울릴 것 같다고 조언했었어요. 그래서 웨딩모델로 처음 활동을 시작하면서 레이싱걸에 흥미를 갖게 됐어요. 뭔가 화려하고, 예쁘고, 사랑받는 직업이구나 싶었죠."

차츰 인기를 얻자 자연스레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서킷이나 모터쇼 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그녀를 만나볼 수 있게 됐고, 그녀의 프로필에는 레이싱 모델 외에도 방송 연예인이 덧붙었다.

"사실 레이싱 모델을 직업이라고 하기에는 수입이 적어요. 월급처럼 고정적으로 수익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킷이나 모터쇼가 있을 때마다 받는 식이죠. 그래도 재미있으니깐 했던 것 같아요. 어려서 몰랐으니 그랬나? 많은 분들이 레이싱 모델을 하면서 다른 일도 하는 편이에요. 레이싱 모델 중에도 연예계로 데뷔한 분들도 많고요. 저 역시 방송에 몇 번 나간 게 운좋게 알려져서 연예인으로 봐주는 분들이 계셔요. 사실은 연예인이 아니지만, 그렇게 알고 찾아주는 분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려고 해요."

레이싱 모델, 방송 연예인 모두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기에 최근에는 SNS를 통해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류지혜 역시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SNS를 즐겨하는 편이다. 하지만 다른 모델이나 연예인과는 달리 그녀의 소통 영역은 SNS를 넘어 개인 방송으로까지 이어졌고,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의 마치 친구같은 느낌으로 팬들에게 다가섰다.

"요즘은 누구나 SNS를 하잖아요. 특별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방송 등에 노출되면서 팬들이 생겼는데, 팬이라기보다는 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공식 카페에 있는 채팅방을 통해 팬들과 채팅을 많이 했어요. 서로의 근황을 얘기하고, 보고 싶다고 얘기하고.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덕분에 직업상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아프리카tv는 팬이 알려줬어요. 그래서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방송을 시작했죠. 방송을 시작하니 기존 팬들 외에도 새로운 분들도 많이 오더라고요. 그 중에 새로 팬이 된 분들도 있었죠. 만약 제가 모델 활동을 안 했더라도 개인 방송을 했을 것 같아요. 그러면 BJ 류지혜가 됐겠죠?"




이런 스스럼없는 활동에 좋아하는 팬들도 많았지만, 한편으론 걱정하고 비난하는 팬들도 많았다. 수익을 위해 개인 방송을 하는 것은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런 비난의 이면에는 그녀의 외모를 두고 얘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팬들 앞에선 항상 웃는 모습을 보이는 그녀였지만, 속상한 마음에 눈물도 많아졌다고 한다.

"제가 어렸을 때는 워낙 활발한 성격이라 골목대장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모델일을 시작하면서 소심해지고 겁이 많아진 것 같아요. 나이도 들다 보니 조심스러워졌고, 눈물이 많아지면서 때로는 어디론가 숨고 싶기도 해요. 그래도 어렸을 때 성격이 있으니 버티는 것 같아요. 긍적적으로 생각하면 안 좋은 일도 금방 잊혀지더라고요.

저를 비롯해 레이싱 모델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에는 존중해주고 이해해 주는 분들이 많아서 괜찮아요. SNS에도 대놓고 악플다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언급하니 사과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저의 좋고 나쁜 점을 모르기 때문에 욕을 하고 악플을 다는 것 같아요. 전 좋은 사람인데. 아, 그리고 마냥 저를 욕하는 것보다 레이싱 모델을 좋아하면 오타쿠, 게임을 좋아하면 폐인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더 싫어요. 유명한 연예인들도 게임을 좋아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용도로 즐기는데 나쁜 시선으로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 열혈 매니저로 거듭난 열성 팬 류지혜

7년의 시간 동안 레이싱 모델 류지혜는 참 많은 일을 겪었고, 또 도전했다. 그런 환경이 주어졌기 보다는 본인 성격이 그랬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기보단 두루두루 즐기는 편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책을 써보고 싶다고 얘기하는 그녀로서도 e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은 생애 첫 도전이었다.

사실 그녀에게 있어 게임은 생소한 분야가 아니다. 오히려 어릴 때는 문방구 앞에 있는 오락기에 쪼그리고 앉아 게임을 즐겼고, 펌프나 포트리스를 즐겼던 게이머였다. e스포츠 역시 스타크래프트 1 리그를 지켜보며 팬심을 키웠다. 임요환의 플레이에 감탄했고, 이영호를 보고는 여자친구라는 루머가 돌 정도로 열성 팬이 됐다. 그렇게 시청자 입장이었던 그녀였기에 카트라이더 리그 제로 시즌에 매니저로 참가하겠냐는 제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대회를 꿈꿔왔어요. 왜 카트라이더는 레이싱 게임인데 모델이나 레이서가 참가하지 않는지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좋아하는 게임에 참가할 수 있게 되서 행운인 것 같아요. 처음 넥슨에서 제안이 왔을 때 무조건 하고 싶다고 얘기했었어요.

그 동안 시청자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매니저가 되서 선수들에게 도움도 주고, 또 부스에 직접 들어가서 게임도 하잖아요? 처음에 부스에 들어갔을 때는 가슴이 두근, 두근 완전 떨리는 거에요. 그러다 팀원이 잘하니깐 정말 기쁘고, 반대로 못하면 슬프고 어느새 분위기에 동화된 것 같았어요."


카트라이더 리그 제로 시즌 개막전에 참가한 류지혜의 팀 'E-Rain'은 기분 좋게 승리를 따내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됐다. 직접 아이템전에 나서 1위를 차지했던 만큼 그녀의 기쁨은 더욱 컸으리라. 마냥 이쁘게만 보이기 위해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악착같이 승리하기 위해 플레이하는 그녀의 모습에는 묘한 기백마저 느껴졌다.

"정말 연습을 많이 했어요. 원래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 제게는 리그에 참가하는 게 특별한 의미였거든요. 그렇다고 승부욕이 있는 건 아니에요. 책임감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프로 게이머를 했으면 잘했을 것 같지만요.

무엇보다 팀원들이 정말 잘해줬어요. 중계진 분들도 사기팀이라고 하더라고요. 원래는 제가 다른 팀을 맡을 예정이었는데 스케쥴이 꼬이면서 이 팀으로 오게 됐거든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팀원들이 완전 착해서 정말 좋아요. 다들 비슷한 또래라 그런가? 서로 잘 맞는 것 같고요. 성록이가 가장 어린데 의외로 긴장도 안하고 정말 잘하더라고요."




실제 서킷에서 많은 레이싱 경기를 지켜봤을 그녀였지만, 카트라이더 리그의 박진감과 재미에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이 중요한 서킷과는 달리 카트라이더 리그는 집에서 봐도 얼마든지 박진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서킷에서는 레이싱 모델들이 팀에 속해 있기 때문에 자기 팀만 응원해야 해요. 또 다른 팀의 레이싱 모델이나 팀원들이랑도 쉽게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요. 소문이 안 좋게 날 수 있어서 조심스럽거든요."

그렇게 카트라이더 리그의 재미에 폭 빠진 그녀의 다음 상대는 친한 언니 김하율이 매니저를 맡은 팀 106이다. 카트라이더 팀전의 '황제' 유영혁이 버티고 있는 팀 106은 이번 리그의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력한 팀이다.

"하율언니랑은 정말 친해요. 같이 살기도 했고, 선배로서 저를 정말 많이 챙겨줬어요. 그런데 이렇게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붙게 될 줄이야. 언니는 제가 게임을 더 잘하는 걸 아니깐 졌다고 난리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아이템전은 스피드전과는 달리 쫄깃한 매력이 있잖아요. 아이템 운도 있어야 하고, 정말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기도 하고요. 어떻게든 그날 아이템전에서 1승을 거둬서 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요.

아, 그리고 팀 106의 유영혁 선수랑 저희 팀원들이 친한데 저희 팀을 두고 지나가는 정류장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지나가는 버스에 펑크를 내주려고요. 그래도 저희가 불리한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팀 106은 진작부터 같이 모여 연습했다고 하던데 저희는 PC방에서 연습하는 정도거든요. 하지만 멋진 팀이랑 경기를 하는 만큼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팀워크로 무너뜨릴거에요."




들러리 역할에 익숙했던 류지혜는 자신이 조명을 받는 카트라이더 경기일이 손꼽아 기다려지는듯 보였다. 연신 팀 106과의 경기날에도 취재오는지 묻기에 결승전에서 봐야겠지 않냐고 대답하자 설레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인터뷰 내내 보여 준 좋고 싫은 것이 똑 부러지는, 몸매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성격은 분명 사진으로나 화면으로는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 때문일까? 그녀는 당연히 숨길 법한 것들도 공개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요즘 대중들은 똑똑하잖아요. 오히려 거짓말을 하면 알면서 모른척 해주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또 누가 물어보는데 굳이 거짓말로 대답할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저는 거짓말하면 티가 나더라고요.

성형을 했다고 얘기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데뷔했을 때는 자연인이었는데 서울에 와서 보니깐 너무 예쁜 분들이 많더라고요. 더군다나 촬영을 하면 예쁜 부분만 찍는 게 아니라 모든 부분을 찍다 보니깐 제 단점이 보이기도 했고요. 직업상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성형을 결심했죠. 그런데 데뷔 때의 모습이랑 비교하면서 성형을 많이했다고 하는 건 억울해요. 그 때랑 지금이랑 나이 차이가 얼만데. 젖살 있을 때 데뷔했다가 지금은 빠지고 나니깐 달라 보이는 것도 있거든요.

운전면허요? 아직 없어요. 필기는 한 번에 붙었는데 도로 주행에서 벌써 2번 떨어졌어요. 이게 다 카트라이더 때문이에요. 자꾸 카트라이더에서 하던 습관이 남아서 저도 모르게 과속하지 뭐에요. 제가 레이싱 모델이다 보니 차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제 차를 마련해 혼자 여행 다니는게 소원인데. 차는 외형보다는 역시 연비랑 가격을 따져서 구입할 거고요."


이제는 레이싱 모델이 천직이 되어버린 류지혜. 지난 해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활동을 쉬고 나니 이제는 간절함을 알겠다는 그녀는 올해 정말 열심히 하겠다며 몇 번이고 각오를 다졌다.

"처음에는 이 직업과 환경을 부정적으로만 봤어요. 하지만 이제는 내가 열심히 하고 잘하면 다 잘 될 것 같아요. 말이 씨가 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연예인이 아닌데도 좋아해주는 팬들과 지켜봐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할머니, 할아버지 그 분들이 있기에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 앞으로 카트라이더 리그도 많이 좋아해주시고, 그 중에 저도 있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 레이싱 모델 류지혜의 가슴 벅찬 포토 화보를 별도의 기사를 통해 소개합니다.

[돌발포토] 진정한 베이글녀 레이싱 모델 류지혜, 가슴 벅찬 밀착촬영 현장!


포토 = 석준규 사진기자(lass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