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식스 GSL 글로벌 토너먼트도 이제 마지막 경기만 남았다. 주성욱과 어윤수, 원이삭과 강초원의 4강전을 시작으로 결승전까지 한달음에 진행된다. 여기까지 올라온 네 명의 선수들 모두 각자의 사연이 담겼다. GSL 결승이 끝난 후 3주만에 다시 성사된 결승전 리매치, 서로 동반자의 관계와 비슷한 선수들 끼리의 대결 등, 짧은 시간안에 치러진 대회 치고는 많은 스토리 라인을 담고 있다.

주성욱, 어윤수, 원이삭, 강초원 네 명 모두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능력과 이유가 있다. 무엇이 그들을 승자와 패자로 나뉘게 할 것인가? 네 명의 선수들이 우승해야 하는 이유를 각기 들여다보자.


◈ 네 명의 선수들, 각기 우승해야 하는 사연

■ 챔피언 주성욱 - 괴물 같은 프프전 이해력, 어윤수만 잡아낸다면…


주성욱은 네 명의 경쟁자 중 가장 우위에 있다. 즉, 우승이 가장 가까운 선수다. GSL 우승의 원동력이 됐던 발군의 대 프로토스전 능력이 극대화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성욱은 2014년 들어 프로리그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대 프로토스전 9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일방적인 성과을 거두고 있는 주성욱의 프프전 개념에 대해 그 어느누구도 딴죽을 걸 수 없다. 단언컨대 주성욱은 현재 프프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렇기에 4강에 오른 원이삭, 강초원 모두 할만한 상대라 볼 수 있고, 어윤수 역시 지난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기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이상하게 T1 선수에게 강한 주성욱은 최후의 고비라고 볼 수 있는 어윤수 조차 그저 한명의 T1 선수에 불과할 수 있다. 원이삭이 강초원을 잡아낸다면 주성욱은 이번에도 T1 선수들이 연달아 자신을 막아서는 그림이 나온다. 이런 양상이 전개될 지도 하나의 재미요소가 될 것이다.


■ 연속 2회 준우승자 어윤수 - '콩라인은 이벤트전이 무적이라면서요?'


우연의 결과일까, 어윤수는 지난 GSL 결승전을 설욕할 수 있는 기회를 굉장히 빨리 잡았다. 빨라야 다음 시즌 GSL에서야 주성욱을 상대로 재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번 글로벌 챔피언십 덕분에 복수의 기회가 빨리 돌아왔다. 어윤수는 최근 가장 급격한 성장을 이룬 선수고, 이제는 저그 탑 수준의 반열에 들었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이런 어윤수의 성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조성주와의 지난 8강 최종전 경기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조성주는 어윤수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안기기도 했고, 자신있게 정면 힘싸움에 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어윤수가 됐다. 지금까지의 2회 준우승이 그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우스개소리를 하자면 글로벌 토너먼트는 '이벤트전'으로 분류된다. 우리 모두 알지 않는가? 진정한 '콩라이너'는 이벤트 전에서는 무적이다.


■ 우승이 고픈 원이삭 - '어윤수? 주성욱?' 한계를 시험받는 자리가 될 것


원이삭은 항상 주력 프로토스로 꼽히지만, 강자의 반열엔 들지 못한다. 왜 그럴까?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승리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개인리그에서 번번히 한계에 부딪혀 더 높은 곳으로 오르지 못했다. 물론 어윤수라는 팀 내의 가장 강한 숙적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어윤수의 기량이 원이삭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기에 빚어진 일이기도 하다.

원이삭은 글로벌 토너먼트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받는 상황에 처했다. 첫 상대가 가장 친한 선수 강초원이다. 100명의 선수에게 묻는다면 100명 모두 자신을 잘 아는 선수와의 상대를 껄끄럽다 표현할 것이다. 강초원을 넘는 것 부터가 고비다. 설사 이 고비를 넘겨도 프프전 최강자 주성욱 아니면 팀내 숙적 어윤수를 만나게 된다. 우승이 절실한 원이삭은 그 이상의 시련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이변의 강초원 - 기세를 탄 만큼 내친김에 우승까지 가능할 것인가?



가장 경쟁이 치열한 WCS GSL 출전자가 대거 쏟아지는 글로벌 토너먼트에서 강초원의 4강 진출을 점친 관계자나 팬은 얼마나 됐겠는가? 강초원이 4강 무대를 밟은 것 자체가 이변이다. 헌데 강초원의 대진운이 유난히 좋은 것도 아니었다. 최근 가장 '핫'한 플레이어인 조성주와 어윤수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4강에 올랐기 때문이다.

강초원의 기량은 들쭉날쭉하다. 꾸준함의 대명사 원이삭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이다. 특히 지난 8강전에서 조성주와의 경기는 상식을 벗어났다고 해도 좋은 기량이었다. 우리가 지켜보지 못하는 사이 그 나름대로의 성장이라도 한 것일까? 대만에서 갑자기 나타난 강초원의 무기는 이러한 '의외성'이다. 뭘 할지 모르는 상대가 가장 무섭다. 이미 기세는 탔고, 내친김에 우승까지 달려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



◈ 4강전 관전 포인트

■ 주성욱 대 어윤수 - 3주만에 돌아온 GSL 결승의 리매치


간단하다. 지난 결승의 리매치가 다시 돌아왔다. 3주만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에 두 선수는 당시의 경기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추가되는 것이 있다면 결승전 이후의 바뀐 입지와 위상 정도가 될 것이다.

이제 주성욱의 입장은 도전자에서 챔피언으로 극명히 바뀌었다. 어윤수의 도전을 받아야하는 입장이다. 3주 전과 달라진 것 하나 없지만 이런 점이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주성욱은 T1 킬러란 타이틀도 갖고 있다. T1의 선수들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둬왔지만, 이제는 끊길 때가 왔다. 같은 상대인 어윤수와 원이삭이 계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으니 언제까지 이기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윤수의 입장에서도 이번 경기는 간절하다. 지난 결승전에서도 경기를 팽팽히 이끌어가는 풀세트 접전 끝에 한끗 차이로 지고 말았다. 아쉬운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같은 상대에 두 번 질 수도 없다. 그렇기에 이번 4강전에서 어윤수가 승리한다면 GSL 우승은 주성욱이 차지했더라도, 적어도 라이벌과 같은 관계까지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진다면 주성욱이 어윤수에게 큰 무대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사실이 정립될 상황이다.

이런 단기 토너먼트는 항상 집중력과 기본기가 승패를 가른다. 두 선수의 기본기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겠으나 문제는 집중력이다. 두 선수 모두 프로리그 출전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토너먼트에 100% 집중할 여력은 아니다. 지난 결승에 임했던 내용에서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 능력이 승패를 가를 것이다. 두 선수에게는 이 경기가 최대의 고비다. 원이삭과 강초원보다는 주성욱과 어윤수가 훨씬 강한 상대이므로 이 경기의 승자가 내친김에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차지할 것이다.


■ 강초원 대 원이삭 - 동업자 정신? 그런 건 없다… '이겨는 드릴게'


지난 8강 B조 승자전 경기에서 어윤수와 강초원이 맞붙었다. 여기서 강초원이 이기게 되어 원이삭과의 매치가 성사된 것은 원이삭의 입장에서는 불행중 다행이었을 것이다. 어윤수와 강초원 모두 원이삭에게는 까다로운 상대들이지만, 선택지가 이 둘뿐이라면 차라리 강초원이 낫지 않았을까? 어윤수는 개인리그에서 번번히 원이삭의 앞길을 막아온 팀원이자 라이벌이다.

강초원과 원이삭의 대결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여러가지 요소가 승부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강초원과 원이삭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서로 막역한 사이다. 자유의 날개 시절부터 빌드를 공유하고, 서로가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같이 성장해온 관계다. 스승과 제자 관계와는 사뭇 다르다.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은, 말하자면 동업자와 가까운 느낌이다.

너무 잘 아는 선수들의 대결은 서로에게 부담이다. 원이삭도 승리인터뷰에서 "이왕이면 결승에서 강초원을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차라리 어윤수를 4강에서 만나 이번에도 윤수형이 내 앞길을 막을지 궁금하다."라고 했을 정도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원이삭과 강초원의 대결은 심리전과 임기응변이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눈여겨볼점이라면, 원이삭의 기량은 꾸준하고 일정한데 비해 강초원은 불규칙적이고, 때로는 자신의 역량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신기한 플레이어다. 서로를 워낙 잘 알기에 경기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의미 없다. 더구나 글로벌 토너먼트 같이 단기간에 결전을 보는 방식은 판짜기보다는 순발력과 기본기가 승패를 가른다. 기본기는 원이삭이 우위에 있겠으나, 순발력에서는 강초원의 우세를 점쳐볼 수 있다. 즉, 작은 변수 하나가 승자와 패자를 나눌 경기가 되겠다. 동업자와의 혈투가 될 이번 경기에서 각자 무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