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강연을 진행한 넥슨 임준석 디자이너


흔히 디자이너들에게 '보이지 않는 자신의 얼굴'로 표현되는 디자인 포트폴리오. 자신이 과거에 만든 작품은 본인의 실력이나 경력 등을 알아볼 수 있는 거울이기에, 디자이너는 되도록이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수집하도록 노력한다.

그런데 한 우물만 파다보니 포트폴리오도 한 가지 뿐이라는 대범한 UI 디자이너가 강단에 올라섰다. 27일 'NDC 2014', 캐주얼 게임 '버블파이터'의 라이브 서비스 5년이라는 경력을 앞세운 임준석 디자이너가 그 주인공이다.

임준석 디자이너는 'UI디자이너, 한 우물만 파다보니 얻은 노하우- 버블파이터 라이브 5년'이란 제목의 강연으로 UI(User Interface)디자이너로서 일하며 얻은 경험과, UX(User experience) 디자인까지 갖추며 개발 조직이 요구하는 기획적 역량을 갖춘 디자이너로서 자리잡을 수 있는 비법을 공개했다.

▲ UI 디자이너가 다루는 다양한 디자인 업무


임준석 디자이너가 정의한 UI란 '제품을 사용할 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접점'을 말하며, 이를 사용자에 맞게 최적화를 시켜주는 디자인 행위를 UI 디자인이라 한다. 이 설명을 들으면 당연히 UI 디자인은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허나 임준석 디자이너는 UI 디자인은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인 존재, 즉 '계륵'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와 같은 UI 디자이너의 위치에 고민도 많이 했다 한다.

" UI 디자이너를 굳이 표현하자면 디자인계의 잡일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쿠폰 디자인 제작에서부터 이벤트 프로모션 페이지 제작까지. 업무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그냥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죠. 한 때는 내가 뭘 하고 있나 싶어 스스로 회의감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

혹여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임 디자이너의 해결 방법을 들어보자. 그가 첫 번째로 꼽은 것은 '긍정적인 마인드'다. '묵묵히 그냥 열심히 하면 못할 디자인은 없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업무 태도를 바꾼 결과, 주변 동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고, 현재 UI 디자인계에서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 외에 UI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자세는 또 있다. 바로 '게임의 전반적인 이해'다. 보통 아티스트들은 아트 이외에는 관심이 없지만 게임 UI를 디자인하려면 게임 전체를 봐야한다. 하나의 분야에서는 전문가더라도 게임 전체에서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 게임의 방향을 이끌 기획적인 마인드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추가로 필요한 자세는 '개발자들과의 유대'이다. 그는 평소 개발자와의 유대관계에 힘쓴다고 밝혔다. 여러 부서가 얽힌 업무의 경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키 포인트는 바로 소통이다. 임 디자이너 역시 평소 개발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 결과, 작업물의 퀄리티가 상승하고, 프로모션 페이지 뷰가 눈에 띄게 오르는 등의 좋은 성적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 임 디자이너가 공유한 벡터 디자인 노하우


위처럼 업무 마인드를 바꿨다면 이제는 업무 효율을 높일 차례. 디자인은 업무 특성상 수정 작업이 빈번하다. 따라서 효율을 높이려면 깔끔하고 심플하면서도 재사용이 용이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한 실전 팁으로 임준석 디자이너가 공유한 것은 바로 '벡터 디자인'이다.

벡터 디자인이란, 점 하나하나에 선을 그어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점으로 이뤄져 확대해도 이미지가 일그러지지 않으며,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도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는데다 용량까지 작아 단순한 이미지를 제작하는데 많이 이용되는 방식이다.

"저는 간단한 아이콘 조차 벡터 디자인의 패스(Path)를 이용, 도트의 명확성과 원화의 화려함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취하려 합니다. 이렇게 작업하면 나중에 수정 요청이 들어왔을 때도 수월하게 수정해낼 수 있죠. 처음에는 원화로 작업하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익숙해진다면 분명 시간도 많이 단축하면서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의 효과'란 수정할 때에도 대부분 UI 디자인 선에서 처리할 수 있어 원화가의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리사이징을 할 때 비트맵 리소스에 비해 부담이 훨씬 덜해 다양한 업무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도 벡터 디자인의 효과 중 하나다.


업무의 효율도 갖췄으면 이젠 운영이다. 임 디자이너가 5년간 라이브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는 무엇일까? 즉각적인 대응이 중요한 라이브 게임은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단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NDC2013에도 라이브 조직에 대한 강연이 나온 바 있다. 당시 강연자는 라이브 조직이 갖춰야 할 속성으로 ▲트렌드 반영 ▲특이사항 예측 ▲한 템포 빠른 사전계획 ▲통계 및 현황 파악 ▲이슈 메이킹 ▲빠른 의사결정을 언급했다.

임 디자이너는 이 6가지 속성 중, 트렌드와 사전계획, 빠른 의사결정이 단기적 계획의 강점이라 설명했다. 단기적인 계획의 경우 현 트렌드를 신속히 반영할 수 있으면서도 사전계획도 한 템포 앞서 세울 수 있다. 또한 좀 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 각 부서의 산발적인 작업 요청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디자이너는 '라이브서비스의 생명은 바로 속도'라며, '여러 부서가 각기 다른 작업을 요청하는 상황에서도 빠르게 작업하는 것이 곧 능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신속한 업무처리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앞서 설명했지만 임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는 단 한 개다. 하지만 그가 전문적인 UI 디자이너로 자리잡을 수 있던 비결은 바로 '다 년간 쌓은 경험'이다. 다양한 작업은 하지 않았지만, UI 디자인 외에 개발적인 노하우도 쌓아가며 자신의 자산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그가 설명하고자 하는 비결 중 하나이다.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단순한 디자인 업무에만 몰두하면 안된다. 디자인의 역량인 아트는 마음속에서 조금 내려놓더라도, 개발자의 역할에도 많은 관심을 두라는 것이 임준석 디자이너의 충고다. 이를 통해 타인에게도 좀 더 맞춰주는 자세가 길러지며, 이는 곧 자신의 평가가 상승하고 노하우가 쌓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재치도 좋습니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쌓은 경험들은 그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가치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쌓은 경험들은 후에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거듭납니다. 어디든 어렵고 힘든 일은 존재하죠. 하지만 모두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UI 디자이너가 자리잡기 위한 방법에 관한 설명이었다. 허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임 디자이너가 강조하고 또 강조한 것은 바로 'UX 디자인'. UI가 사용자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라면, UX는 사용자가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경험과 감정을 말한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UX는 제품이나 서비스 이미지 방향을 잡는 중추 역할을 하며, 유저와의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게임과 같은 분야에서는 어떤 디자인보다 중요한 분야가 된다.

하지만 유저의 감정, 경험을 디자인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UI 디자이너의 목표는 바로 'UX를 지향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이 디자인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저의 관점'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임 디자이너는 '캐릭터 정보창 디자인'이라는 상황을 제시했다.

"제작자 입장이 아닌 유저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게임 내에서 캐릭터 정보창을 왜 열까?'라는 의문을 떠올리시면, 답이 나오죠. 유저들은 누구나 잘 하는 사람과 파티를 맺고 싶어할 겁니다. 못하면 자르고요. 승률을 보며 실력을 가늠하기도 하죠. 이처럼 유저의 의문에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 이게 바로 UX 디자인 입니다."



마지막으로 임준석 디자이너는 "작품을 멋지게 꾸며줄 수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아닙니다. 그래픽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게임 개발자의 시각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아트 이외의 다른 영역에도 폭 넓게 관심을 갖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UX디자인의 노하우를 갖추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 기획적 역량을 갖춘 UI 디자이너로 거듭날 것입니다'라고 정리하며 강연을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