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웹툰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생각해보면, 만화라는 것은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데 있어 매우 효율적인 매체다.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것에 비해 쉽게 볼 수 있고 기억에 새기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주셨던 책들 중 만화로 표현된 것들을 주로 봤었다. 그리스&로마 신화부터 세계사, 중국 춘추전국시대나 제자백가 사상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요즘 일상에서는 그리 자주 떠올릴 필요가 없는 주변 지식을 그 만화들로부터 꽤 많이 배웠던 기억이 난다.

게임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로, 업계의 지나간 역사들을 단편적으로나마 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서점에 나온 책들, 또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말이다. 그런 과정에서, '이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보다 믿을 만하게 정리된 것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한 것은 비단 기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쉬이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 무엇보다 게임업계가 짧은 시간 동안 크게 성장하면서 무척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는 곳이기에 더욱 그랬다.

디지털바루기 닷컴 황진영 작가

디지털바루기 닷컴의 황진영 작가가 제안한 프로젝트는, 그 '엄두가 나지 않던 일'을 실행에 옮기고자 한 당찬 시도였다. 그는 "게임업계는 짧은 기간에 급속하게 성장했지만, 그간의 발전 역사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며 "최근 부정적인 면들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 게임의 역사를 총망라한 콘텐츠를 만든다면 인식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황진영 작가가 제시한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총정리한 출판물이다. 1970~80년대 텍스트 머드 게임부터 시작해 2014년 현재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게임들은 물론, 게임이 가지는 산업적, 문화적 측면까지를 종합 역사서 형식으로 출간하자는 것.

다른 하나는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다룬 웹툰이다. 앞서 말한 출판물에 담기는 내용들을 기반으로 하되, IT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람이라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표현된 만화를 그려보자는 것이다.

그가 말한 구체적인 계획은 이렇다. 1세대 개발자부터 초창기 온라인 게임 창업자, 다양한 게임 전문매체, 게임방송 관계자 및 프로게임단 사람들까지의 폭넓은 인터뷰는 물론, 과거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게임을 즐겨온 사람들의 경험담까지. 이 모든 이야기들을 네트워크 상에 마련된 하나의 공간에 모아놓고 이를 바탕으로 종합 콘텐츠를 기획, 구성해보자는 계획.

웹툰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활용,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역사교육형 콘텐츠를 만들자는 계획

'게임'이라는 키워드로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될 수 있다.

이는 한 개인이 하기에는 너무도 방대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황진영 작가는 "아직 대략적인 틀만 기획한 단계이니만큼,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의 의견을 토대로 이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실현시켜 나갔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한국 게임의 역사' 필진 중 한 사람으로서 프로젝트의 자문 역할로 참석한 강지웅 씨는 "게임 분야의 역사를 널리 알리는 교육적 콘텐츠로서 굉장히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게임의 역사'를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번역 작업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는데, 이미지 비중이 높은 웹툰이라면 글로벌화 작업이 좀 더 수월할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역시 자문 역할로 참석한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는 "(게임업계의 지난 이야기를 꽤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의 하나로서)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보니, 나에게 좋았던 것들만 기억하고 있다든가 하는 식으로 어느 정도 왜곡됐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동시대를 겪었던 사람들 여럿의 이야기를 조합해보면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얻을 수 있을 거라 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송 대표는 또한, "사람이라는 것이 천년 만년 사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이러한 기록만이 남아서 전해지게 마련이다"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는 객관적인 기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

자유토론을 비롯해 전반적인 진행을 맡은 한국인터넷역사프로젝트 안정배 편집간사

프로젝트 자문 역할로 참석한 '한국 게임의 역사' 필진 강지웅 씨

프로젝트 자문 역할로 참석한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