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대회 및 프로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김준호(CJ)가 GSL 정복을 향한 발걸음에서 첫 난관을 만났다.

각종 해외대회와 프로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김준호는 이번 시즌만큼 GSL 정복에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32강에서도 만만찮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16강 조 추첨 결과 김준호는 세 명의 T1 선수가 버티고 있는 A조에 홀로 떨어져버렸다. 개인리그에서는 팀의 소속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쳐도,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그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음은 확실하다.

IEM 월드챔피언십이나 프로리그에서 김준호가 보여준 활약은 실력을 증명하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김준호를 최강자로 기억하고 있지 않다. 왜일까? 결국은 개인리그에서의 활약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프로리그에서 강할만큼 강해진 김준호는 이제 목표를 GSL로 분명히 잡고 있다. 이번 16강 A조는 김준호에게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강자들이 포진한 A조에서 살아남는다면 더욱 높은 곳으로 향할 추진력이 생길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원이삭(SK텔레콤)과 어윤수(SK텔레콤), 김도우(SK텔레콤)에 둘러쌓인 김준호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낙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어느 누가 "그렇다"라고 답변할 수 있겠는가.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이 조에 모두 몰려버렸다. 원이삭은 GSL에서 가장 꾸준했던 프로토스며 어윤수는 2연속 준우승자다. 김도우 역시 T1에서 조용히 실력을 키우고 있는 은둔 고수다. 다양한 변수가 차고 넘친다. 김준호의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 것이다.


■ 우승 도전 김준호, 프로토스전 '득도'한 어윤수를 넘어야 승산이 있다



김준호는 프로토스전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내비친 바 있다. 그렇기에 김도우와 원이삭과의 대결은 5:5로 비등하다고 볼 수 있다. 원이삭 역시 중반 타이밍에 강력함을 선보이는 프로토스이기에 김준호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불멸자를 선호하는 원이삭의 특성을 고려해보면 김준호가 먼저 주도권을 쥘 여지가 높다. 점멸 추적자가 불멸자보다 한 타이밍 빠르게 공격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도우는 최근 경기에서 공허 포격기를 비롯한 공중 유닛을 조합에 섞는 플레이를 많이 보여줬다. 공허 포격기는 다수가 모여야 의미가 있는 만큼 김도우의 운영은 후반 지향형이다. 초반에는 단단한 수비로 점수를 얻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후반 힘싸움도 김준호가 좋아하는 구도이기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어윤수는 김준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어윤수는 프로토스전 연습에만 매진하면 된다. 그러나 원이삭,김도우,김준호는 프로토스전 위주로 준비하면서 따로 저그전 연습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원이삭과 김도우는 첫 상대가 프로토스인 만큼 저그전 연습 부담은 더 줄어든다. 헌데 김준호는 첫 상대가 어윤수이므로 저그전 비중을 높게 염두해야 한다.

더구나 어윤수는 최근 프로토스전이 나쁘지 않다. 지난 시즌에서는 주성욱에게 3:4로 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친 것을 빼고는 모든 프로토스를 이기면서 결승에 올랐다. 한재운, 김유진, 조성호, 원이삭을 차례로 연파했으며 이번 32강에서도 조성호를 다시 한 번 잡아냈다. 지난 32강전을 제외하고는 방송 경기에서 프로토스전을 보여준 적이 뜸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사실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16강에서는 2승에 성공하면 8강 진출을 확정 짓는다. 1패 정도는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으나 이 1패가 어윤수전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최종전에서 다시 어윤수를 만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차라리 첫 경기에서 깔끔하게 제압하고 후환을 없애는 것이 맞다. 하지만 어윤수는 주성욱을 상대로 호각을 세우며 싸웠던 지난 시즌 준우승자다.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이기에 김준호가 이를 어찌 풀어내느냐가 앞으로의 선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김준호에게 부족한 점은? 첫째는 '자신감'이요, 둘째는 '타이밍 찌르기'



현재 김준호에게 가장 부족한 점이 있다면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자신감'이다. 이번 프로리그 3라운드 포스트시즌에서 김준호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박용운 감독은 중요한 승부처에서 김준호가 에이스로서의 활약을 해주길 기대했으나 1킬도 성공하지 못하면서 고전을 펼쳐야 했다. KT 롤스터를 상대로는 이영호에게, SK텔레콤 T1을 상대로는 김민철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팀의 기둥인 슈퍼에이스가 포스트시즌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것은 자신감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CJ 엔투스는 3라운드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사실 이 정도의 성과도 대단히 놀라운 결과지만 그 중심에 김준호의 역할은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이 김준호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올 개연성이 충분하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김준호를 상대했던 선수들이 비교적 쉽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김준호의 부족한 점 두 번째다. 지난 프리뷰에서도 현재 프로토스의 최고 권력은 점멸 추적자로부터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을 가장 잘 구사하는 선수가 김준호지만, 이것이 도리어 한계가 되고 만다. 이영호에게는 타이밍 러시에 허를 찔리면서 분패했고, 김민철에게도 초반 타이밍 공격에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준호는 이 두 가지를 극복해야 승산이 있다. 중후반 운영에는 딱히 부족함이 없고, 초반에도 의외의 승부수를 던지며 부족한 점을 만회하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상대의 갑작스런 찌르기에 무너지는 모습이 더러 있었기에 이 부분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승산이 달렸다.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김준호를 막아선 첫 고비, 2014 핫식스 GSL 시즌2 16강 A조 경기는 5월 28일 오후 6시, 강남 곰exp 스튜디오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2014 핫식스 GSL 시즌2 16강 A조

1경기 원이삭(P) vs 김도우(P)
2경기 김준호(P) vs 어윤수(Z)
승자전
패자전
최종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