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너무 조용했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이라는 온라인 게임으로 게임업계를 뒤흔들어놓더니, 갑작스럽게 '시프트업'이라는 모바일 게임 회사의 창립자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중 하나로 인정받는 김형태 AD.

넥슨이 주최하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NDC 2014에 김형태 AD가 깜짝 방문했다. 김형태 AD는 NDC의 아트 전시회에 참여했으며, 현장에서 수많은 팬들에게 둘러쌓인 그와 만나 최근 근황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 NDC 2014 현장에서 만난 김형태 AD



Q. 시프트업이라는 모바일 게임 회사를 설립했다는 소식 이후 한동안 조용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외부에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또 요청도 있었다. 다만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전작인 블레이드앤소울은 내게 있어 정말 큰 의미가 있는 게임이고 게이머분들이 계속 아껴주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작자로서의 예의나 책임이라는 것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시간을 두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두번째는,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이 있기는 한데 정말 초보 단계 수준이라서 보여드릴만한 것이 없다. 만약 제가 지금 인터뷰를 하게 되면 딱히 새로운 무엇인가를 말씀드리기 힘들다. 그래서 좀 더 강렬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여겨주시면 감사할 따름이다."

Q. 김형태 AD의 이름이면, 일러스트 한장만 공개해도 업계의 관심이 모두 쏠리지 않을까?

"일러스트 한장 정도라면 조만간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지금 개발이 너무 초창기라서 그냥 '우리 함께 하자' 정도의 의미를 담은 그림만 공개할 것 같다. 함께할 좋은 동료를 모으고 게임을 좀 더 다듬으면, 플랫폼을 넘어설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탄생할 것이라 생각한다."

Q. 김형태 AD는 한국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인정받고 있고, 함께 활동하시는 꾸엠님 역시 그렇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신작이 그림이 중심이 된 게임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제작중인) 게임이 어떤 모양인지 한 단어로만 설명드리기는 힘들고, 그냥 보여드리는 것이 낫겠다 생각해서 지금은 말을 아끼고 있다."

Q. 모바일 게임사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좀 든다. 블레이드앤소울의 성적도 좋았고, 김형태 AD 본인의 색깔도 잘 드러난 게임이었다. 그런데 차기작이 온라인게임도 아니고 모바일 게임인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인데, 어떤 상황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부분이 더 컸다. 블레이드앤소울의 그래픽은 사실 제 그림보다 디테일이 높다. 여기에서부터 고민을 하게 되었다. AD의 입장에서 더 대단한 것들을 3D로 만들어내려면 내 그림 이상의 것, 포토 리얼리즘 수준의 실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AD의 역량을 더 키워나가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동안 잃었던 감을 되찾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맞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오랜 기간 고민을 햇는데 엔씨소프트의 배재현 부사장님 등 업계의 많은 분들과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결국 한번은 더 그림으로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고, 그림을 이용한 - 3D 기술보다 그림에 가까운 무엇인가를 해보는 것이 타이밍상으로도 괜찮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Q. 개인 자격으로 전시회에 참가하기도 했는데, NDC에 방문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저는 NDC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멋진 행사를 주최하시는 분들의 열정과 사랑을 존중한다. 제가 벌써 18년차인데, 이런 열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시기이다. 그래서 더욱 이런 열정과 배움이 가득한 장소에 참여하고 싶다. 그런데 강연은 사실... 블레이드앤소울 때 시그래프 강연 이후로 강연의 꺼리가 떨어졌다. (웃음)

기술의 진화가 굉장히 빠르고 아트 디렉션의 방향 역시 월 단위로 바뀌는 분위기라서, 제가 트렌디한 것들을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쌓아야할 것이 많다. 그래서 강연 대신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다 미공개 그림을 출전하는 것으로 참가를 결심했다."


Q. 일종의 휴식 기간일텐데, 개인적인 공부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공부야 항상 하고 있다. 블레이드앤소울에 참여하면서 그림에 대한 공부보다는 3D에 대한 공부를 더 많이 했는데, 지금은 다시 한번 그림이 무엇인지 그리고 캐릭터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또 앞으로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Q.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업계의 후배들을 보니 소감이 어떤지?

"제가 제일 못 그리는 것 같다. (웃음) 요즘 분들은 기술적으로도 완성되어 있고 감각적으로도 동서양을 아우르는 감각을 갖고 있다.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돌아가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Q. 중간에 정말 뜬금없이, 일본에서 출시된 백년전기라는 게임 일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워낙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분의 요청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제 의도와는 다르게 대대적인 홍보가 되어버려서... 당시 엔씨소프트나 블레이드앤소울에 굉장히 중요하던 시기였는데, 의도치않게 일이 커져서 지금도 여러가지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Q. 김형태 AD의 이름을 건 신작에 대해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기다리는 게이머들에게 한마디.

"약간 생각한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다고 무엇인가 특별한 걸 하려기보다는, 정말 재미있겠다 싶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아직은 보여드릴 수 없지만, 조만간 화끈하게 제가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해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테니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김형태 AD